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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 벌거벗은 영혼 ㅣ 다빈치 art 11
구로이 센지 지음, 김은주 옮김 / 다빈치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에곤 실레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것은 김지은 아나운서가 쓴 [서늘한 미인]에 실려 있던 이태경님의 작품을 통해서였다. 이태경님의 작품 중 왼쪽에 있는 그림 [무니르] 와 빨간색의 강렬한 색을 배경으로 하여 그린 [알렉상드르] 라는 작품이 있는데 그 작품들을 보고 사람들이 에곤 실레와 많이 닮아 있다고 하는 것이였다. 그래서 뒤적여 보고 알아보는 가운데 이 책 에곤실레, 벌거벗은 영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에곤 실레를 설명함에 있어 작가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이야기를 한다. 클림트를 통해 에곤 실레를 알게 되었다면서 클림트를 빼놓고는 에곤 실레를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클림트, 황금빛 유혹 에서는 또 반대로 에곤 실레의 이야기를 머릿말에 써놓았다. (물론 작가는 다른 사람) 클림트의 제자였던 에곤 실레의 작품을 보면 웬지 클림트로부터 벗어나려고 무던히 노력한 흔적 처럼 황금빛 색채와 같은 화려함을 벗어던지고 연필선처럼 투박한 드로잉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냥 실레의 작품만 봤더라면 저런 생각안하고 그냥 순수하게 드로잉을 좋아하는 구나..라고 하고 넘어 갔을텐데 클림트가 스승이라는것을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분석적이 되고 비교가 시작이된다. 신영복 선생님이 쓴 [강의] 라는 책의 서론에 말하길 비교를 하게되면 보는 눈이 좁아진다고 하였는데 그래도 가장 손쉬운 분석 방법이 비교이고 비교하다보면 또 재미있는 것들도 알아내지니까 자꾸 비교를 하게된다.
어쨋든.. 이 책은 실레 연구자들의 의견을 통해 실레의 삶을 이야기하고 특히 실레의 편지와 일기를 통해서는 내면의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실레의 수많은 작품들을 시간의 순서를 통해 그의 삶과 함께 나열함으로써 실레가 추구하려고 했던
세계관이라든가 그의 생각들을 조금은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에로틱한 스케치나 수채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술 작품이다. 나는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으며, 그 작품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내 견해를 지지해 줄 것이다.
다른 예술가들은 에로틱한 그림을 그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할 것인가. 예컨대 롭스같은 사람은 전적으로 포르노 그림만 그렸다. 그러나 예술가를 감옥에 가두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아무리 에로틱한 작품도 그것이 예술적인 가치를 지니는 이상 외설은 아니다. 그것은 외설적인 감상자들에 의해 비로소 외설이 된다. 클림트를 포함하여 지극히 많은 대가들의 이름을 예로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식으로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에로틱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단,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그와 같은 그림을 고의로 아이들에게 보여 주었다는 것, 내가 아이들을 타락시켰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물론 타락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타락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어른들은 그들이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얼마나 타락해 있었는지, 얼마나 성적 충동에 시달렸는지를 잊어버린 것일까. 어른들은 자신들이 아직 어렸을 때 공포스러운 욕정이 급습하여 괴로웠던 기억을 잊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잊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로 인하여 정말 무섭고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성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 한,성에대한 번민으로 괴로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실레의 옥중 일기 중에서
이 책 한권을 통해 실레의 모든 미술관이나 세계관을 다 알수는 없지만 한 사람으로써의 실레. 예술가의 고민, 고뇌 등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28년의 너무나 짧은 생을 살다간 예술가를 깊이 연구하기란 쉽지 않았는지 [~ 가 아닐까] 식의 작가의 추측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이 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나처럼 이제 갓 미술가나 미술에 대해 흥미를 갖고 읽는 사람이라면 에곤실레의 삶을 조금은 들여다 볼수 있어서 좋은 자료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