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리에만 쏟아지는게 아니라 마음에도 내린다는 걸 알 무렵이면 오도 가도 못할 어정쩡한 나이가 된다. 최승자의 뼈아픈 고백처럼 '죽을수도, 살수도 없는' 오후 4시쯤이 된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이런 저런 일상의 세파와 생업의 고단함 그리고 애옥살림의 씁쓸함으로 고단한 날들이다. 이럴 때 만나고 싶은 작가가 아사다 지로이다. 산다는게 비록 지금은 남루하더라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는 아사다 센세...누구나 알듯이 그 희망이야 말로 헛되고 헛되어 영원히 오지 않은 고도같은 존재일 뿐이지만 때론 그 거짓 희망에 위로받고 싶은 날이 있다.  

비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프리즌 호텔>1-3권을 다시 읽고 4권을 처음으로 읽었다.  4권은 앞의 1-3권을 합친 것보다 더 마음을 울린다. 그리고 위로받았다. '좋은 일은 반드시 나쁜 일 다음에 온다'는 가르침도 얻고...어떤 날에는 옆에 앉아 같이 울어주는 누구보다는 내 앞에 앉아 사소하고 헛된 위로를 건네는 누군가가 더 큰 힘이 된다. 

프리즌 호텔 <극락탕>에 몸을 담그고 이 '봄날의 긴 꿈' 같은 날들을 들여다 보고 싶다. 

아사다 센세..오늘도 위로받았습니다. 아리가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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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8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해 읽었던 모든 책과 글들 중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그래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게 만든, 얼굴을 비비며 아무도 모르게 눈물 자욱을 지우게 한 유일한 글 하나. 녹즙 배달하며 칼럼쓰는 김현진이 한겨레 hook에 게재한 글.
   

http://hook.hani.co.kr/archives/27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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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에 언급했다가 오랫만에 연락이 닿은 知人인 역자로부터 받은 책.  

번역에 들였을 공을 생각하면  받기가 민망하나 불감청 고소원이라...  염치불구하고 받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두 권은 읽을 책이 귀한 이들에게 보냈다. 

감사하네. 용재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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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11-05-2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수의 자리는 언제든 마다않겠습니다.
 

  

Mathematical Methods in the Physical Sciences (3rd, Hardcover)
Boas, Mary L. / John Wiley & Sons Inc /  

지난 몇년 노느니 마늘까고 염불한다는 마음으로 이 산 저 산을 좀 지분거렸다. 

원사료를 읽고 싶어서 라틴어 공부도 하고 심심파적삼아 수학공부도 몇년했다. 

미적분에서 출발해 편미분방정식을 지나 암호같은 수학저널들도 들여다 보다가

미분기학학까지 갔는데 리만 아저씨 때문에 겁먹고 돌아나와 

편미분방정식을 좀 더 들여다 볼 궁리를 했다.

그 무렵 누군가 그런 한량짓이라면 차라리 수리물리학이 재밌다고 권했다.

세상과 우주, 그 거울의 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현대 과학철학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는 조언과 함께.

비전공자니 어차피 반은 모르고 들어가기는 매일반이라 

학부생들이 가장 많이 본다는 Boas책으로 한 권 구해 들여다 보고 있다. 

수식으로 가득찬 책을 읽다가 보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싶다. 

평생 가보지도 못할 우주 공간과 운동의 원리를 수식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안간힘은 때때로 감동이다. 

모든 세계는 방정식 하나로 해석과 설명이 가능하다.

상수와 변수의 계량만 가능하다면  말이다.

인간의 삶과 행위도 그럴까 ?

술마시기도 귀찮고 사람에 치이는게 싫은 날 밤에 가장 좋은 소일꺼리는 공부하기다.

그게 뭐가 되었든 말이다.

저자거리의 삶에 찌들어 갈수록,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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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5-1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수리물리학은 모르구요~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싶을 때는, 연습장 반 접어 한 페이지 가득 채워 답을 내는 수학문제 풀이를 가끔 해요.

이제 공부는 딱 싫고요,
술마시기도 귀찮고, 사람에 치이는 것도 싫은 밤...저는 장르소설을 읽습니다.

알케 2011-05-10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치매예방의 목적이 큽니다 ㅋ

독만권서행만리로 2022-02-22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사가 귀찮은 날 밤에 가장 좋은 소일거리는 공부하기다‘
캬~ 명언이네요.
 

 

 

 핀치에 몰려있던 일 하나 끝내고 늘어져서 한 이십 몇 년만에

<돈까밀로와 패포네>를 읽으며 울다가 웃다가 했다.

87년 무렵인가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 교문 앞에서  

여자 동기가 뜬금없이 건네주던 책.

여러 권의 시리즈와 다양한 판본 중에 어떤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돈까밀로 신부와 뻬포네 읍장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 동기는 다음 학기에 휴학하곤 어디론가 가버렸다. 왜 ?)

초등학교 3학년 중퇴 학력을 가진 공산당원과 주먹이 앞서는

우파 신부의 대결은 무시무시하게 시작해서 화해로 끝난다.

어떤 에피소드는 눈물겹고 어떤 이야기는 빵 터진다.

책 여기저기에 땅, 공동체,인간, 이해, 존중, 관용, 존경, 배려..와 같은

동화같은 가치들이 정색하지 않은 얼굴로 숨겨져 있다.

사려깊고 진중하지만 재치있는 '말하는 에수님'과 '마리아'님까지..

나이들어서 읽으니 패포네읍장은  뭘 더하고 뭘 빼면

태백산맥의 전사 하대치를 닮았구나. 

우직함과 결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와 따뜻함...

눈물때문에 뿌연 활자로 읽히던 태백산맥의 마지막 장. 

아..염상진의 무덤앞에서 결의를 다지던 하대치..

"대장님, 지가 왔구만이라. 하대치여라. 대장님, 대장님이 먼첨 가셔뿔고,

 지가 살아남어 이리 될 줄 몰랐구만이라. 지가 대장님 앞에 면목이 옶구만요.

 그려도 대장님이사 다 아시제라. 지가 요리 살아 있는 것이 그간에 총알 피해댕김서

 드럽게 살아남은 것이 아니란 거 말이제라. 대장님, 편안허니 먼첨 가시씨요.

 지도 대장님헌테 배운 대로 당당허니 싸우다가 대장님 따라 깨끔허게 갈 것잉께요.

 대장님, 근디 지가 남치기 역사투쟁얼 허고 죽기 전에 똑 한 가지 허고 잡은 일이 있구만이라.

 지 맘대로 혀뿔기 전에 대장님헌테 먼첨 말씸디릴라고라.

 고것이 먼고 하니, 지가 할아부지헌테 받은 이름얼 지 손자눔헌테 넴게줄라고라.
 
 요 말을 죽기 전에 아들헌테 전허고 죽을랑마요.
 
 대장님, 우리전 아직 심이 남아 있구만요.

 끝꺼정 용맹시럽게 싸울팅께 걱정 마시씨요.

블랙 코미디같은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 가카 치하에서 살다보니

오늘 아침엔 패포네 읍장밑에서 공산당원으로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걱정마시씨요. 끝꺼정 용맹시럽게 싸울팅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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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5-10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카밀로와 패포네'에서 '태백산맥'을 떠올리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용맹스러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