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부슬부슬 떨어지는 저 눈이 올해 서울의 첫 눈인가.

 

지워질까 애태울 손톱 끝의 빛 바랜 봉숭아물도 없고

설레는 마음으로 눈 소식을 전할 이도 선뜻 생각나지 않는데

속절없이 눈이 내리네.

 

눈구경이야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병정살며 원없이 했다.

그래도 세상 살면서 본 최고의 눈 내리는 풍경은

담배 연기 가득한 허름한 대포집 뒷방에서 낮술 마시다

연기 빠지라고 반쯤 열어둔 쪽창으로 보는 눈이다.

 

오늘 점심에는 낮술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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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12-0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월에 딸기 리어카 좌판 위로 내리던 함박눈이요.
그걸 직장이 2층이었는데, 창문 빼꼼히 열고 내려다 보던 게 기억나요.
전 빙수 먹고 싶어요, ㅋ~.

알케 2011-12-09 14:05   좋아요 0 | URL
낮술 일병 미션 컴플리티드 ㅋ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여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가슴깊이 묻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데로 그런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의 힘든 얘기를 그대여 그대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데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 

쌀쌀한 십이월의 토요일 아침, 전인권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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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12-03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을 머물다가 가요~^^
요즘은 이런 목소리, 라이브로 다시 듣긴 힘들겠죠.

전 들국화 시절에 이들을 보면서,
그룹사운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왠지 쌀쌀한 것 같기도 하고, 쓸쓸한 것 같기도 한 십이월의 첫 토요일이네요.
전 전인권하면, 이 곡이 '가장'이예요~^^

리리 2012-06-2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뭐랄까요. 들국화하면, 비틀즈2인처럼, 전인권 최성원이 떠오르지만요. 전+최는 어쩐지 들국화 같지가 않아요. 전인권+허성욱, 최성원+허성욱은 들국화 같은데... 허성욱이 제일 중요하지는 않을지언정, 그가 없는 들국화는 들국화가 아닌 거 같다는.
 

 

다행히 천운으로 좋은 인연을 만나 좋은 스승을 독선생으로 모시고 

몇 해 논어와 몇 권의 경서를 강독하였더니 어느 순간 옛 말로 文理가 트였다.  

돈오돈수마냥 경전의 깊은 뜻을 갑자기 심득(心得) 했다는 게 아니라 

문장을 나누어 볼 수 있도록  토를 다는 현토(懸吐)를 서툴게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몇 해를 공부해 이 수준이니 내 어리석음이  하늘을 찌른다.)

이천년 전 위나라 사람 왕필은 스물 셋에 죽었는데 그는 열 여덟살에  

노자와 주역에 주(註)를 달았고  그의 노자주(老子註)와 (주역주(周易註)는  

이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 경전들의 주해의 정본으로 읽힌다. 

(열 여덟에에 경전의 주해를 다는 이와 마흔 셋에 吐나 겨우 다는 愚生의 간극이란!)

그런 이들은 범인들이 범접힐 수도 없는 천재다.    

그런 경지야 불감청이언 고소원일지언정 감히 그리기도 민망한 노릇이지만

근래 내 주변에  소박하게 각종 주해와 주석서를 옆에 두고 경전들의 깊은 뜻을  

원본으로 탐구하거나 또 여러 시문들을 원문으로 읽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입문서로 꼭 권하는 책이 이이화 선생의 책이다. 

우리 시대는  생활어가 아닌 문자 언어로서의 한자를 완벽히 해독하고 그 의미와 그 출처를  

파악하는 문헌학(philology)적 통찰력을 갖춘 선생님들을 잃어가고 있는 시대다.

그 만큼 우리는 귀중한 문화적 자산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이화 선생님도 소중한 자산이다. 요즘 고전의 한글 역주에 힘쓰는 도올 선생님도 귀하고

정민 선생님도 소중한 분이다.

혹여 옛 시와 옛 글들을 그 때 그 풍취로 즐기고,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영어 공부로 치자면 어려서 보던 '빨간색 기본영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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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1-12-08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히 구하여 읽어야 하겠습니다. 어릴때 천자문을 참 많이 썼는데도 외운 건 거의 없네요. 한문을 좀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요즘은 절로 드네요.

알케 2011-12-09 09:13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
 

 

손철주에 이주은이라니...김훈 선생도 한 몫하시고. 

이주은의 전작 <그림에 마음을 놓다>의 좋은 기억이 스물 스물... 

손철주 선생의 글솜씨야 뭐 더 재론할 이유도 없고.  

이 조합은 필자들의 기획일까. 편집자의 기획 아이템일까.  

11월은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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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11-17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김훈과 손철주만 골라 편식하듯 읽었어요.
이주은은 좀 아니었어요, 아니 '영' 아니었어요~ㅠ.ㅠ

알케 2011-11-17 12:11   좋아요 0 | URL
흠..그런가요 ? 전작을 보면 이주은의 글이 좀 버석거리긴 합디다만
일단 저도 이 책을 한번 보고 판단을...김훈선생의 이번 책 <흑산> 좋더군요
먼지가 풀풀 날리도록 메마른 문장.
김훈 선생댁에 가습기 좀 들여놨으면 하는 바램이 ㅎㅎ
 

 

  

 

 

 

 

 

 

  '대중 철학자'로 요즘 성가를 드높이고 있는  강신주선생이 새 책을 냈다.

<제자백가의 귀환>시리즈..이번에 1,2권이 출간됐다.

'대중철학'이란 말의 정체가 수상쩍긴 하지만 철학을 '형이상학적 관념'의 천상에서 끌어내려서

저자거리의 우매한 중생들과 함께 '다르게 세상보기'를 강(講)하고 논(論)하고  설(說)하여

감(感)케 하는 이들을 우리가 대중 철학자라 칭한다면 강신주는 딱 '대중 철학자'다.

얼마전에 높은 청취율과 열성당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가카 찬양자' 김어준 총수 때문에  

막 내린 'MB氏(!)' 라디오 프로그램 <색다른 상담소>에 베컴 머리에 반바지를 입고 야밤에도 

선글라스를 쓰는 강신주 선생이 게스트로 서너 달 출연했었다. 

김어준의 '무려 철학박사'라는 조롱을 꿋꿋하게 참으며 뭐랄까.. 어떤 경계(碍)를 가지지 않으려는  

자유롭고 cynic한 조언들로  진지하고 날카로운 상담을 진행했다.  

(요일 별로 게스트가 달라지는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스트는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선생이었다. 그가 어느 상담사례에서 말한 '폭식과 구토'에 얽힌

심리기제의 설명은 정말 대단했다.) 

내가 철학사의 '표준전과'라고 부르는 <철학 vs 철학>으로 강신주를 처음 만났는데

'철학자 팬덤론'을 이야기하는그 책의 서문은 꽤 인상깊었다.  

(요즘도 900페이지가 넘는 그 책을 자주 자주 들여다 본다.)

그 뒤로 그가 낸 여러 책들을 사 모으고 대부분은 열심히 서가에 꽂아두기만했지만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같은 책은 오며 가며 열심히 읽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학 책은 동양철학과 사상의 연대기이다. 

시리즈  1권인 <철학의 시대>를 다 읽고 나니 이 시리즈는 다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절한 글쓰기의 전범이라 할만하다.

비전공자인 내가 배우고 익힌 동양철학적 사유의 기본은 도올선생에게 기댄 바가 크다.

그가 보여준 '서지학적 지식'이라던가 '박람강기한 통찰력'들은 경이로웠지만

<논어한글역주>를 혼자 읽다가 한줄짜리 주제문에 네 페이지가 넘어가는 주해를 보면서  

기가 질리기도 했다.

강신주의 이 책은 그런 어마어마한 스칼라쉽의 자세나 관념어가 없다.

우리 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양철학과 사상의 기저와 성장 과정을  

현대 철학의 다양한 관점과 내적 사유의 틀을 빌려서 술술 풀어준다. 읽는 재미가 있다.

1권은 철학사상의 태동 이전의 시대를 다루고 있어 옛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여럿에게 권한다.

* 가카가 떠나면  <색다른 상담소>가 부활할까.  

   팟캐스트로 다운받아서 오며 가며 마지막회까지 방송분들을 다 들었더니 우울하다.  

   남의 우울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우울이 풀리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 

  가카의 섬세한 손길은 닿지 않는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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