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17년이나,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1995년 어느 봄날, 당시 내가 살던 마포 언덕 자취방에서 하룻 밤 자고

범상하게, 내일이라도 다시 만날 얼굴로 헤어졌던 사람을

17년이나 지나 만났다.

 

이렇게 오래 있다 만날 줄을

우리는 그 아침에 알았을까.

 

세월은 그도, 나도 비켜가지 못해

헤어질 땐 이십대의 홍안이었는데 다시 만나니

사십 중반의 장년이 되었다.

 

살아 다시 만나니 반갑고 좋다마는

가버린 날들이 쓸쓸하다.

 

어려서 하루 종일 같이 놀다가

해질 무렵 골목 어귀에서 내일도 만나자 손 흔들며

헤어졌던 친구들 중에도 다시 못보는 이들이 태반이다.

더러는 죽고 몇은 연락이 안되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한 사람씩 속으로 호명해보면

마음이 곡진하다.

 

세월은 어디로 갔나.

바람은 어디서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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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1-1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어떻게 연락이 되어 만난 것인지 궁금한데요.
저는 딱 두사람을 대학때 친한 친구와 선배를 만나고 싶은데...연락할 방법이 없더라구요.
제가 워낙 사람들하고 친하게 지내는 편이 아닌데도
그 둘은 아주 요원합니다. 젊은 시절에 친한 사람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친근함을 느끼게 되죠.
비연님 혹 사십대 중반?

알케 2012-01-14 15:12   좋아요 0 | URL
비연님은 아직 미혼 아니신가요 ? 기억님 아무래도 딴 집으로 착각하시고 계신 듯 ㅋ 여긴 알케네 집인데요 ㅎ

기억의집 2012-01-14 23:44   좋아요 0 | URL
아, 알케님 죄송해요. 제가 서재브리핑하면서 비연님하고 알케님글이 위아래 있어서 비연님 방 갔다가 알케님 방 왔거든요. 그러면서 알케님이라고 써야했는데 무의식적으로 비연님이라고 했나봐요.
정말 죄송해요.
알케님 그럼 사십대 중반이신건가요?

알케 2012-01-15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87이예요

기억의집 2012-01-16 09:26   좋아요 0 | URL
그럼 87년생!
(윤계상스탈로) 농담입니다~
 

(하세 세이슈/이기웅 2012) 

 

zero back 5초.

RPM 6000이상의 속도로 내달리는 호접지몽의 경지.

이건 마치 내가 질척거리는 가부키초 뒷 골목에서 '한 판 뜨는 것' 같다.

 

누가 내게 이런 '소동극'의 명작이 무어냐고 물어오면

나는 늘 한상운의 <무림사계 1-6>을 목록의 맨 윗 칸에 적었다.

(특히 1권에서 3권까지의 스펙타클은...정말 심장을 타버리게 한다)

 

 

하지만 내가 과문했다. <불야성>도 그에 못지 않다.

살아 남기 위해 절강성의 항주와 소주 바닥을 뒤집어버리는 담진현과

카부키초에서 허우적거리는 류젠은 같은 종족이다.

더 크게 말하면 오늘도 이 오욕칠정의 사바세계에서 한번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내가 그들이다.

 

<불야성> 도입부에 나오는 이 독백을 나는 이 책의 '야마'라고 생각한다.

머리속으로 저절로 콘티가 짜진다.

 

"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조용히 전화기를 내려놓고 슈흥의 말을 곱씹어봤다.
  최악의 전개. 하지만 어딘가에 길이 있을 것이다. 가늘디 가는.
  거미줄처럼 의지가 안되는 길일지라도.
  난 늘 그런 길을 찾아 살아 견뎌 왔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될 것이다. 

  나는 담배를 밟아 끄고 엘리베이터 하강버튼을 눌렀다. "(pp47-48)

 

그렇다. '어떻게든...!'

 

'류젠' 그리고 우리 모두, 간빠레 !

( 한중위도 용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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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12-01-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작년도 해후 없이 지나가버렸더랬습니다.
올해를 기약해보죠. 그 사이 불야성 2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겠습니다

알케 2012-01-11 18:04   좋아요 0 | URL
다음 주 초에 시간 어떤지...연락주시게. 곡차 한잔 하세.
2권도 학수고대.

2012-01-12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12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 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 주면서

먼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

 

동도 트지 않은 새벽부터 자기 말만 하는 주장하는 이들과

물어 뜯고, 쥐어박히고 패대기를 치며 개싸움을 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서로 어정쩡한 포즈로 천구백원하는 달고 단 던킨 오리지널 커피를

나눠 마시다 예의바르게 헤어졌다.

결국은 잘해보잔 이야기를 우리는 정말 거칠게도 표현한다.

 

십 몇년 전 내 사수는 이런 상황이 오면 소리 한번 지르는 것으로

소요와 분란을 진압했다.  이제 그런 버럭이 통하지 않는 시절이다.

첩첩산중에 일모도원이다.

양은 어느길로 가버렸을까. 이 많은 갈랫길들 중에서.

 

하지만 나는 암시랑토 안타.

  

'먼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보기에는

아직 많이 남았다. 세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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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옥중서신] 중

"내 귀여운 아이들아.

애비가 어디 가서 오래 못 와도
슬퍼하거나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외로울 때는 엄마랑 들에도 나가보고
봄 오는 소리를 들어야지
바람이 차거들랑 옷깃 잘 여며
감기들지 않도록 조심도 하고”

'어디가서 오래 못오는' 아버지

그 마음이 너무 짠해서 아침 댓바람부터 눈물.

오늘 떠나시는 김근태 선배 영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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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3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3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2-01-04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근태 1947 - 2011

 

한국의 민주주의자. 정치인.

 

5년 6개월 두 번 투옥, 26번의 체포,

7번의 구류, 7년 동안의 수배

10회 이상의 전기고문과 물고문.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사람.

 

고단하고 괴로웠던 한 생애.

그러나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사람.

 

김근태 선배.

안녕히 가십시오.

영면하시길.

 

재배하고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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