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 3가지




 지금 바로 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나 되지 않는다. 사람은 한번에 하나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 말 맞는 것 같다. 여기에서 말하는 것도 동시에 하고 싶은 거 세 가지는 아니겠다.


 지금은 컴퓨터를 쓰지.


 다른 때라면 첫째 책읽기, 둘째 책읽기, 셋째 책읽기.


 재미없는 나. 어쩔 수 없지. 뭔가 바로 하고 싶은 게 있느냐고 한다면 이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20230710








113 최근에 나를 긴장하게 했던 일이 있다면?




 지금은 칠월이고 장마철이잖아. 요새 나를 가장 긴장하게 하는 건 바로 비야. 그냥 비만 오면 괜찮은데 천둥에 번개까지 치면 좀 무서워. 집에 있으면 번개는 잘 안 보이지만, 천둥은 소리가 들리잖아. 어떤 때는 아주 가까운 데서 울려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기도 해. 그것보다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나.


 장마가 간다고 괜찮지도 않아. 가을 장마가 바로 이어질 수도 있잖아. 장마 시작하기 전에 칠월 내내 비 온다는 말을 보고 걱정했는데. 비가 와도 골고루 오면 괜찮은데. 이런 걱정은 앞으로도 하겠지. 밤에서 새벽까지 긴장하고. 빗소리가 크면 자꾸 문 열어 보고.


 집이 일층이야. 그러니 더 걱정하지. 이층에 살았다면 천둥 번개 치면 조금 무서워하고 말았으려나.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아니 앞으로 내가 이층에 살 일이 있을지 모르겠어. 어려울 것 같아. 그걸 이루려고 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야.


20230711



*더하는 말


 14일 아침 열시부터 오후 다섯시까지 긴장했어.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빗물이 내려가지 않았어. 아침에는 바로 내려갔지만, 낮 두시부터 네시 반 정도까지 퍼부어서 빗물이 빠지지를 않더라고. 찻길까지 물에 잠겼어. 다행하게도 비가 좀 그치고 찻길 빗물도 빠졌어. 내가 사는 곳에 비가 가장 많이 온 날이었다고 해.


 내가 비를 본다고 비가 그칠 것도 아닌데, 다른 건 하지도 못하고 비야 그쳐라나, 조금만 와라 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생각했어. 남은 주말엔 그렇게 많이 오지 않기를 바라.


20230714








114 나에게 돈은 어떤 의미일까?




 돈은 뭘까. 없으면 안 되겠지. 나한테 돈이 하나도 없었다면 먹고 살기 어려우니 말이야. 그러면서 돈 없으면 없는대로 살지 그러기도 해. 좀 태평하지. 이런 나니 부자 되기는 어렵겠어. 부자 되고 싶은 마음도 없어. 부자가 되려면 게으르면 안 되잖아. 언제나 일하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만 생각해야 하잖아. 꼭 그런 사람이 부자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나한테 돈은 잘 모르겠어. 있으면 살기 괜찮지만, 아주 많기를 바라지 않는 거야. 좀 게을러서 돈을 벌기 싫어하는군.


20230712








115 최근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미루고 있는 일이 있어?




 물음에 답 쓰기. 다른 때는 물음 보면 늘 어떻게 쓰지 하면서도 썼는데, 이번엔 바로 쓰지 못했다. 이번주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지 않았나. 그것 때문에. 아니다 핑계다. 실제 비가 많이 왔을 때는 아무것도 못했다. 빗줄기가 언제 가늘어지려나 하면서 창 밖을 봐서.


 장마철 습기 많아서 안 좋기도 한데, 이젠 무섭다. 여름마다 이런 걸 겪어야 하다니. 비가 언제 그친다는 걸 알면 좋을 텐데, 그런 것도 모르고.


 남은 장마 기간 동안 비가 적당히 오기를 바란다. 이런 거 바란다고 될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바라고 싶다. 어쩌다 보니 다른 말을 했구나.


20230713








116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까? 나는 전생에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이번 삶은 망쳤으니 하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다음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있다고 해도 별로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기억은 없겠지요. 그러면 아주 다른 사람이 되는 거겠네요.


지난 삶은 있었을까. 그저 이번이 처음이고 마지막이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지난번에 저는 구름이었어요. 구름으로 넓어졌다 좁아졌다 때론 보이지 않게도 됐습니다. 가끔 비구름이 되면 비를 뿌리기도 했지요. 그렇게 많이 뿌리지는 않았어요. 이건 제 바람이군요.


 구름 괜찮죠. 꼭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죠.


20230714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둠은 빛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

빛도 같은 마음이었어

하지만 둘은 서로 달라서

함께 하기 어려웠어


늘 함께 해야 친구는 아니지


어둠이 지나간 자리에

빛이 찾아오고

빛이 지나간 자리에

어둠이 찾아왔어


만나지 못해도

어둠과 빛은 서로를 느꼈어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토지 4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이 바뀌었다 해도 없는 사람은 살기 어렵다. 노비제도가 없어졌다 해도 살던 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 살 길이 막막해서겠지. 최참판집 노비였던 사람도 다르지 않았을 거다. 노비뿐인가, 마을에서 최참판집 땅에 농사 짓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최참판집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은 최치수 먼 친척인 조준구다. 사람이 참 뻔뻔하구나.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죽은 윤씨는 진작에 조준구 마음을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죽지 않았다면 서희가 덜 힘들었을 텐데. 사람 목숨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죽은 사람, 죽다 살아난 사람도 있구나. 서희를 도우려 했던 수동도 죽는다.


 이제 겨우 《토지》 4권을 만났다. 이번 건 1부 4권이다. 을사보호조약이 나오기도 한다. 이 말은 일본에서 하는 말이겠구나. 그 일은 1905년에 일어났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자세한 건 모른다. 조선 외교권을 빼앗으려고 맺었다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는 1910년에서 1945년까지인데, 실제 시작은 1905년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때부터 조선을 조금씩 차지하려고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더 거슬러가야 하는구나. 임진왜란). 그때부터 일본 병사가 조선에 오고 조선 사람은 자유를 잃어갔겠다. 1905년에는 더 심해졌겠구나. 그때는 조선말이나 글을 편하게 썼을 텐데. 을사조약 소식을 듣고 김훈장은 조준구를 찾아갔다. 조준구는 일본 편에 있는데, 왜 그랬을지.


 김훈장은 정말 사람들과 뭔가 하려고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은 일본군이 조선에 오고 마음대로 하려는 건가 했지만, 바로 나서서 싸워야겠다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는 것도 힘든데 싸움까지 하겠는가. 최참판집에서 일하는 삼수는 조준구 비위를 맞추고 마을 사람한테 나쁜 짓을 했다. 삼수 마지막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음을 나쁘게 쓰니 그렇게 됐겠다. 조금 억울한 사람은 정한조가 아닌가 싶다. 농사 지을 땅이 없어서 돈을 벌러 다른 곳에 갔다가 돌아왔더니, 조준구가 한조를 폭도라 해서 일본 헌병한테 끌려 가고 죽임 당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조준구 말을 듣고 끌고 가다니. 조준구가 없애고 싶은 사람에는 서희도 있었겠지만, 서희는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구나.


 조준구는 최참판집 재산을 가로채고 서희와 자기 아들 병수를 결혼시키려고도 했다. 그건 잘 되지 않았다. 병수가 서희한테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았는데, 병수 조금 안됐구나. 길상이도 많이 자라고 봉순이도 많이 자랐다. 봉순이는 길상이를 좋아했지만 길상이는 그 마음을 받지 못한다 생각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서희가 있었던 걸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윤보가 돌아오고 몇몇 사람과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조준구와 조준구 아내인 홍씨를 죽이려고 했는데 두 사람을 찾지 못하고 패물과 곡식을 훔쳐 달아났다. 거기엔 용이와 길상이도 있었다. 길상이는 왜 거기에 끼었을까.


 용이 아들을 낳은 임이네는 용이와 살았다. 용이가 최참판집에 쳐들어 갔다 사라져서 임이네는 아이들과 거기 살기 어려웠다. 임이네는 월선이를 찾아갔다. 다른 데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월선이는 임이네와 아이들을 받아준다. 월선이는 용이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날마다 나루터에 나갔다. 어느 날 밤에 용이가 찾아온다. 용이는 월선이한테 자기와 함께 간도로 떠나자고 한다. 서희가 간다고 하면 여러 사람과 떠난다고 했다. 함께 떠나는 사람에는 임이네와 아이들도 들어갔다. 자기 아이를 낳아서 용이는 임이네를 버리지 못하는구나. 월선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지. 박경리는 왜 둘을 다시 만나게 한 건지. 지난번에는 둘을 좋게 여긴다고 말했는데. 월선이가 힘들어 보인다. 서희도 이곳에 있는 것보다 떠나는 게 낫다고 여기고 떠나기로 한다. 윤씨는 죽기 전에 서희한테 재물을 남겨주었다. 봉순이는 길상이 마음을 알고 함께 가지 않기로 했다.


 조선을 떠나 간도 용정으로 가는구나. 거기에서 사는 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 그때 조선을 떠나 간도로 간 사람 있었겠다. 구천(김환)과 함께 떠난 서희 엄마 별당아씨는 병으로 죽었다. 죽기 전까지 그렇게 안 좋은 건 아니었겠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는구나. 남는 사람도 있고. 간도로 함께 가는 사람에 김훈장도 있다니. 이 사람이 오래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에서 헤어진 사람이라고 해서 아주 못 만나는 건 아니겠지.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3-07-15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겨우라니요?
벌써 4권인데요!

희선 2023-07-16 00:17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보다보면 끝까지 보겠지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상상하려면 여기저기 다니고

이런저런 일을 겪어야 한다지만,

정말 그럴까


걸을 때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상상은 방에서 더 잘 돼


실제 멀리 가는 것보다

내 방에서 더 멀리 가


상상은

어딘가에 쉽게 가지 못하는 사람이

발명한 건지도 모르겠어


자기 방에서도

즐겁게 상상해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늦은 밤 휘이이이잉 바람소리가 들렸어요

바람은 문이라도 열어달라는 듯,

덜컹덜컹 창을 흔들었어요


그건 정말 바람이었을까요

저세상에 가지 못한 누군가의 영혼은 아니었을지


손바닥을 본 것 같아요

그리고 머리,

그저 나무 그림자였을지도


흔들흔들

나무는 바람이 부는대로

이리저리 흔들렸어요




희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7-15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6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7-16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싹한 시군요 ㅡㅡ 누구였을까요? ㅋ 요즘 새벽 비바람때문에 잠을 자주 깹니다 ㅋ

희선 2023-07-17 01:31   좋아요 1 | URL
장마철엔 밤에 비가 많이 오는군요 얼마전엔 낮에 쏟아졌는데... 이제 그만 덜 오면 좋을 텐데 피해가 많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