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어렸을 때 나를 두렵게 했던 건 뭐야?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 때는 내가 학교에 다니고 싶어했다. 왜 그랬을까. 정말 신기하다. 그냥 어딘가에 가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 생각나지는 않지만 어릴 때는 지금과 조금 다른 성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보다 좀 밝은.
난 새학년이 되는 게 싫었다. 학교 친구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한해가 지나면 그동안 알았던 친구와 헤어지지 않나. 선생님도 바뀌고. 여러 가지 바뀌는 게 정말 싫었다. 두려운 거기도 했다.
공부 시간에는 그 날짜 번호인 사람한테 뭔가 시키지 않나. 내 번호가 들어가는 날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다. 제발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책 읽는 건 그나마 괜찮지만, 수학 문제 풀기 같은 건. 그런 걸 하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대단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 괜찮았는데 고등학교 때는 어려워서. 내가 중학교 때 제대로 공부를 안 해서 고등학교 때 잘 몰랐던 것 같다.
20230717
118 '친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친구 하면 편지가 떠오른다. 다른 것보다 편지라니. 더 멋진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처음 친구를 사귈 때는 편지 같은 거 생각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편지 쓰고 싶다 말하기도 한다. 난 별로 안 해 봤지만 다른 아이는 친구와 쪽지를 주고 받는 것 같았다. 그런 거 어쩐지 부러웠는데, 해 본 적은 없구나. 공부 시간에 그런 걸 주고 받으면 안 되지. 선생님 몰래 다른 아이들을 거쳐서 쪽지를 받으면 기쁠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일 없었지만.
편지 봉투에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인 편지 받으면 기분 좋기도 하지. 친구가 되고 싶어서 편지를 쓰고 싶어한 적도 있다. 편지에는 이런저런 말을 쓰는데, 실제 만나면 한마디도 못했다. 난 왜 말을 그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다. 잘 못하니 안 하고 할 말이 없으니 안 하니 더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230718
119 좋아하는 단어들을 모두 적어봐
좋아하는 낱말이라 그런 거 많은지 적은지 잘 모르겠네요. 많다면 많고 적다고 하면 적은 거겠지요.
책, 라디오, 편지, 우표, 눈, 음악, 노래, 피아노, 친구, 별, 하늘, 마음, 글, 연필, 이야기, 소설, 달, 우주, 시간여행, 환상, 꿈, 걷기, 나무, 문.
생각나는 게 이 정도뿐이네요.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만 쓸게요.
20230719
120 오늘 나의 주된 관심사는 뭐였어?
언제나 비슷해. 책 아니면 글이나 편지지. 요새 편지를 써야겠다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미루고 있어. 책을 보기 전에 그걸 썼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책 한권만 보고 하자고 했어. 책은 두껍지 않은 거여서 다 읽고 쓰기도 끝냈어. 만화여서 그렇군. 만화지만 쓰기도 해. 거의 내가 기억하려고 쓰는 거야.
글도 써야 할 텐데, 하면서 쓸 게 없어 하고. 날마다 잠깐 쓰려고 하는 건 쓰기는 하는데 유치해. 유치해도 자꾸 쓰다보면 좀 나은 걸 쓰기도 해. 그러니 안 쓸 수가 없어. 시간을 내서 쓰려고 하는 글도 써야 할 텐데. 어떻게 써야지 하는 건 없어. 쓰다보면 어떻게든 쓰는 거군. 그런 게 아주 없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게 많으면 좋을 텐데, 별로 없어.
책은 늘 봐. 어쩌다 하루나 이틀 다른 일 때문에 못 볼 때도 있지만. 요새 조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지난달보다 못 보기는 하는데. 장마철이 끝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서 조금 일찍 자려나. 그렇게 되면 좋을 텐데.
20230720
121 삶에서 모순이라고 느꼈던 점이 있어?
이런저런 모순이 많지만, 그럴 때마다 그걸 잊지 않고 기억하지 않기도 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아마 내 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봐. 내 일이었던 게 아주 없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것도 시간이 가면 잊어. 어떤 건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하지만 어떤 건 잊어버려.
착하게 사는 사람은 병들고 일찍 죽지만, 자기 마음대로 나쁜 짓하는 사람은 오래 사는 거. 자기 마음대로 해서 오래 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멋대로 하기 어렵고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많잖아. 그러니 마음에 병이 들고 그게 몸에도 나타나는 거 아니겠어. 착하게 사는 것보다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사는 게 좋을 듯해.
남한테 나쁜 짓하는 사람도 끝이 있어. 그런 사람이 끝이 오는 걸 두려워할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20230721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722/pimg_7987151333944451.png)
얼마전에 약을 사고 자판기 커피를 빼마셨어요. 약은 제 건 아니었어요. 약국에 가면 커피 자판기가 있기도 하죠. 병원에도 있던가요. 코로나 때는 커피를 못 마시게 하고 여전히 못 마시게 하는 곳도 있는데, 커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약국 커피 그렇게 맛이 좋지는 않아요. 지난 주에 간 어떤 약국 커피는 맛이 괜찮았어요. 거기는 좀 멀어서 갈 일이 없고 거기에서 약도 안 사서 못 가겠네요. 그날만 괜찮았던 걸지.
커피를 빼고 컵을 보니 고양이 그림이 있더군요. 이런 거 보면 사진으로 담고 싶기도 해요. 종이컵 안 쓰는 게 좋기는 한데, 가끔 약국에서 커피를 마시는군요. 지구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러다니. 컵에 그린 고양이 어미와 새끼 같지 않나요. 저런 고양이를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네요.
이번 한주가 거의 다 가네요. 칠월 시간 많이 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네요. 어쩐지 시간이 천천히 가는 느낌입니다. 장마철이어서 그런 걸지도. 주말에 비 소식이 있군요. 이번에도 많이 온다고 하는데, 그 말과 다르게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