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낄까?




 꼭 뭔가를 할 때 편안해야 할까. 이걸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잠잘 때다. 자다 안 좋은 꿈 꾸면 좀 안 좋지만, 그래도 다른 거 안 하고 잠잘 때가 가장 편안하지 않나. 잠자는 건 뭔가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뭐가 있을까. 책을 볼 때나 편지 쓸 때. 아니면 아무거나 쓸 때. 책을 볼 때와 편지 쓸 때 편안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글은 다 쓰고 나면 좋다고 할까. 그건 편안함과 조금 다르구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편안하지 않을까.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바라볼 때. 그런 거 한 적 있는지 없는지. 별로 없는 것 같다. 걸으면서 하늘을 보기는 하는데, 그때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본 거겠지.


20230814








138 살면서 '저 사람처럼 되고 싶어' 하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어?




 어릴 때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훨씬 괜찮은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어. 아쉽게도 난 그런 사람 없었어. 요새 말하는 멘토군. 이제는 멘토보다 다른 말을 쓰던가.


 누구처럼 되고 싶다 하면 자신이 뭘 해야 할지 보일지도 모를 텐데. 난 뭐 하고 산 건지. 가끔 어떤 사람 생각을 멋지게 여기기는 했어. 멋지게 여겼다면 나도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지금이라고 늦은 건 아닐지도 모르지. 잘 보면 세상엔 멋지고 배울 사람 많을 텐데, 내가 그걸 잘 찾지 못하는군. 그저 그때 그때 어떻게 살까 생각할까 해. 그것도 생각한 대로 하지 못할 때가 더 많겠지만. 별 생각 없이 사는 것보다 좀 낫지 않을까. 잘못 생각하면 안 될 텐데.


20230816








139 아빠가 내게 가장 자주 한 말은?




 부모와 자식 사이가 좋고 친한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러지 못하네요. 제가 워낙 말을 안 해서. 부모는 아이가 말 잘 하면 좋아 할 텐데. 저도 어릴 때는 좀 활발했던 것 같은데, 아마 학교 다니기 전까지. 학교 다니고는 아주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조금이라도 말하는 사람은 엄마죠. 아빠하고는 별로 말을 안 했습니다. 저한테 자주 한 말 생각나지 않네요. 부모하고 좋은 기억 있는 사람 부럽기도 한데, 없는 사람도 있는 거죠.


20230817








140 무언가를 배우면서 깊게 빠져본 적 있어?




 뭔가 배우고 거기에 깊이 빠져본 적 있다면 좋겠어. 아쉽게도 그런 적은 없어. 어렸을 때 피아노 배울 때 즐거웠어. 더 오래 배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 어쩔 수 없지. 지금 생각하면 더 배웠다 해도 내가 아주 잘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 조금 배워서 아쉬운 걸 거야. 더 하다 어려워서 그만두었을지도 몰라. 본래 하지 못한 건 아쉽지.


 난 뭔가에 깊이 빠져본 적 없어. 뭐든. 그래서 뭔가 하나에 빠지는 사람 부럽기도 해. 사람이든 다른 거든. 뭔가에 빠지면 그걸 아주 잘 알거나 잘 하게 되기도 하잖아.


 하나, 잘 못하고 아주 좋아하지 않아도 여전히 하는 게 있어. 그건 글쓰기야. 이건 아주 좋아하지 않고 깊이 빠진 게 아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싶기도 해. 아니 아주 좋아한다면 지금보다 더 잘 썼을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깊이 빠져서 해 보지 못했군.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어. 글쓰기.


20230818






 갈수록 쓰는 게 어렵기도 하네요. 할 말이 없어서. 어떻게든 쓰기는 합니다. 없는 건 없다고. 거의 없는 것뿐이네요. 한주에 닷새 쓰지만 15일이 쉬는 날이어서 하루 쉬었습니다. 본래 물음은 있었는데, 쉬어서 잘됐습니다. 마지막은 가장 크게 웃었던 일이었어요. 그런 일 없어서, 또 없다고 써야 하는구나 했어요. 안 써도 됐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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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눈이 오고

눈과 눈이 엉겨붙고

세상은 얼어 붙었어요


차가운 세상처럼

마음은 식고 또 식고

얼어 버렸어요


눈보라 치는 세상에

홀로 서 있었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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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8-19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 누군가와 우연히 만나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3-08-20 01:06   좋아요 1 | URL
자신이 아주 추운 세상에 홀로 있는 느낌이 들 때 누군가를 만나면 좋겠지만, 만나지 못해도 혼자서라도 따듯한 차 한 잔 마시면 좀 낫겠습니다


희선
 




무거운 병(甁)을 들다 놓쳤어요

무거운 병(病)도 놓으면 좋을 텐데


무거운 병(病)은 병원에서 치료하면

조금씩 가벼워지다

아주 사라지면 좋겠어요


다시 무거운 병(病)에 걸리지 않게

늘 조심하세요

무거운 병(甁)은 들지 마세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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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8-19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여성들이 무거운 것을 드는 게 안 좋다고 합니다.
저는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더욱 조심하라는 의사의 말씀이 있었네요.

희선 2023-08-20 01:05   좋아요 1 | URL
무거운 건 도구를 써서 옮기든지 혼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드는 게 좋겠습니다 잠깐은 괜찮아도 오래는 안 좋죠 페크 님 허리 조심하세요 팔도...


희선

페넬로페 2023-08-21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거운 病은 수시로 오는 것 같아요.
그때마다 조금만 울고 떨쳐야죠.

희선 2023-08-21 23:37   좋아요 1 | URL
울고 병을 떨쳐내면 좋겠습니다 어떤 건 무겁지 않아도 함께 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요 사는 게 그런 건지...


희선
 
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시선 48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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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시인 이름은 알지만 시집을 제대로 본 건 지난번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가 처음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고 정호승 시인 시를 한번도 안 본 건 아니다. 다른 책에 실린 시를 봤다. 지금 생각하니 정호승 시인 시집 한권 더 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다. 시집으로 만나는 건 다른 느낌이 든다. 어른이 보는 동화도 만났다. 정호승 시인은 시뿐 아니라 다른 글도 썼다. 그런 사람이 정호승 시인만은 아니구나. 정호승 시인은 시를 쓰고 어느새 쉰 해가 됐다고 한다. 시를 쓰고가 아니고 시인이 되고구나. 쉰 해나 시를 생각하고 쓰다니 대단하다. 정호승 시인은 앞으로 시를 쓸 수 있다면 쓰겠다.


 이 시집 제목 슬픈 느낌이 든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니. 어떻게든 슬픔이 오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는 것 자체가 슬프기는 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던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릴 때는 이런 생각 안 했을 거다. 그저 살았겠지.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니 슬픔이 많아진 건지도. 정호승 시에는 <슬픔이 기쁨에게>도 있다. 제목은 아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잊어버렸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인데.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도 있다. 앞에서 말한 시 제목은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시집은 안 봤지만, 시 제목은 알다니 좀 신기하구나. 다른 책에 저런 시가 실려서겠다. 정호승 시인 시를 조금 알 때는 사랑 시를 자주 쓰나 하는 생각도 했다. 내가 참 단순하구나. 시 조금 보고 시인을 어떻게 아나.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지도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은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택배>, 22쪽




 앞에서 시집 제목을 말해서 그 시를 옮겨봤다. 시 제목은 <택배>구나. 코로나19 뒤로 택배가 훨씬 많이 늘었다. 슬픔도 택배로 오다니. 슬픔이 온다면 기쁨도 오겠다. 많은 사람은 택배가 오면 기뻐하는구나. 자신이 산 물건이 오는 걸 테니. 슬픔이 담긴 택배는 누가 보냈을까. 그걸 보내는 건 시간 같다. 시간이 흐르면 슬픔이 늘어나니 말이다. 아니 시간이 흐른다고 슬프기만 한 건 아니구나. 슬퍼도 웃을 일은 일어난다. 그럴 때 웃으면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슬프다 해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면 웃어도 되겠지.


 지난번에도 부모님 이야기를 시로 썼던데 이번에도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거기에 더해 정호승 시인 자신의 죽음도 생각했다. 사람은 다 죽는다. 별 일 없으면 그걸 잘 생각하지 않겠지만,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거나 나이를 먹으면 생각하겠다. 정호승 시인은 죽음이 찾아와도 발버둥치지 않겠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발버둥쳤지만.




인생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  (<모닥불>에서, 49쪽)




 사랑하고 살기에도 짧은 삶이다 하는구나. 누군가를 미워하면 삶이 길게 느껴지겠다. 길고 지루하게. 그렇다고 싫은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면 사는 게 지옥 같을지도 모르겠다. 정호승 시인이 사랑을 말하는 건 시인이어설까. 자연을 사람을 모든 걸 사랑해야 시를 쓸 거 아닌가. 그런 거 쉽지 않을 것 같다. 가까운 사람은 좋아하고 사는 게 마음에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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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8-17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슬픔이 택배로 왔다, 제목 넘 좋네요.
인생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사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서..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증오만 하고 살기에는 삶이 지루해져서...

희선 2023-08-18 23:32   좋아요 0 | URL
택배로 오는 게 슬픔보다 기쁨이면 좋겠습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시간이 가면 가기는 하겠네요 사랑과 미움은 아주 다른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3-08-18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에 찾아보면 정호승 시인 책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평소에 시집을 잘 읽는 편이 아니라서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날씨가 계속 덥습니다. 다음주에는 조금 나아지면 좋겠어요.
희선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8-18 23:34   좋아요 1 | URL
정호승 시인 시집 많이 나왔겠습니다 시인이 되어 시를 쓰고 쉰 해가 됐으니... 앞으로도 시 쓰기를 바랍니다

팔월 반도 넘게 갔군요 다른 때는 덜 더웠던 것 같은데... 이 더위도 시간이 가면 가겠지요 서니데이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하늘에 뜬 구름을 보니 네가 생각났어

너도 저 구름을 보면 좋을 텐데

구름 보고 있겠지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너도 좋아하지


언제나 맑고 고운 날 보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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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8-17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긍정적인 마음, 좋습니다.^^

희선 2023-08-18 23:29   좋아요 0 | URL
좋게 생각하는 게 가장 좋죠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