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말은

같을까 다를까


쓰고 싶은 걸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지


생각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하기는 어려워


쓰고 싶은 걸로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애써야지


쓰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말이

같아도 좋고

따로따로여도 괜찮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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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9-17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고 싶은 말보다는 쓰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더 신중해질 것 같아요.
기록으로 증거가 남기 때문.
말이란 건 말하는 순간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아요...

희선 2023-09-17 23:46   좋아요 0 | URL
하고 싶은 말도 다 하면 안 좋겠지요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기분 안 좋을 말은 안 하는 게 낫겠습니다 자신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해도 그걸 듣는 사람은 뭐야, 할지도... 쓰고 싶은 것도 신중하게 써야겠습니다

페크 님 새로운 한주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감은빛 2023-09-19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건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둘 다 장단점이 명확하죠.
제 경우에는 글이 좀 더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글은 차분하게 배경과 전후 사정을 다 설명할 수 있고,
그래서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말은 표정과 몸짓으로 보완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지만,
잘 생각하고 논리를 만들지 않으면 군더더기가 섞여 들어가기도 하고,
중간에 엉뚱한 이야기로 빠지기도 하지요.
긴 이야기를 말로 풀어내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희선 2023-09-20 23:57   좋아요 0 | URL
저도 말보다는 글로 쓰는 게 좀 나아요 말을 잘 못하니... 오래 말 해 본 적 없어요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더 했던 것 같은데... 말도 해야 늘 텐데... 말을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기도 하네요 그래선지 글도 가끔 왔다 갔다 하네요

감은빛 님은 사회 같은 것도 보시고 강의도 하셔서 말 잘 하실 듯합니다 강의는 자료를 준비하겠지만, 그것 대로 말하는 건 아니기도 하니... 여러 사람이 아닌 한두 사람과 이야기 한다면 얼굴이나 몸짓 다 하면 나을 듯도 합니다 말하다가 밤을 새웠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무슨 말을 해서 그럴까 하고 생각한 적 있기도 하네요 별 말을 다했습니다


희선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 - 전화기 너머 마주한 당신과 나의 이야기
박주운 지음 / 애플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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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전화하는 것도 받는 것도 잘 못합니다. 저한테 전화하는 사람도 없지만, 제가 전화 거는 사람도 없습니다. 콜센터 같은 곳에도 전화 거의 안 합니다. 아주 안 한 건 아니군요. 아주 가끔 건강보험료 고지서가 안 와서 전화한 적 있습니다. 제가 전화한 곳 콜센터 맞지요. 고지서 보냈을 텐데 왜 안 오기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그런 전화했을 때 눌러야 할 게 많더군요. 바로 상담원과 이어지지 않잖아요. 다른 콜센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지서 같은 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곳에 전화하고도 화내거나 안 좋은 말하는 사람 있을까요. 아주 없지 않을 것 같네요. 전화하는 사람은 한번만 해도 받는 사람은 이런 저런 사람을 상대해야겠습니다. 콜센터 일 쉽지 않겠네요.


 언제 감정 노동자라는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전화를 받고 일처리를 도와주는 사람도 감정 노동자군요. 사람 얼굴을 보는 게 아닌 전화로 말하면 사람은 함부로 말하기도 하겠지요.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이 책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에는 박주운이 콜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그만둘 때까지 일이 담겼어요. 박주운은 처음에 콜센터에서 석달만 일하려 했는데 다섯해 동안이나 일했답니다. 일을 시작하고 바로 그만두고 싶었다는데 다섯해나 하다니 대단하네요. 저는 전화받는 거 싫어해서 이런 건 못할 겁니다. 말하는 거 자체를 싫어하는군요. 말 많이 하면 힘 빠지지 않나요. 저는 그런데, 별거 아닌 말을 자꾸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도 예전에 콜센터 상담원 일 해볼까 생각한 적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바로 안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콜센터 일자리는 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광고 있었군요. 전화받는 사람은 당신 어머니나 딸 식구와 같습니다 하는(어머니나 딸만 말했던가). 그렇게 생각하고 콜센터에 전화하면 안 좋은 말 안 할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콜센터에서 전화받는 사람은 여성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이 책을 쓴 박주운은 남성입니다. 남성이라고 안 좋은 말 안 듣는 건 아니군요. 아주 가끔 박주운이 해준 일을 고맙게 여기고 고맙다고 한 사람도 있지만. 억지를 쓰는 고객도 있더군요. 억지를 쓰면 어떻게든 해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도 그런 거 빨리 해결하려고 하죠. 다음 전화 받아야 하니. 함께 일하는 상사는 밑에 사람을 마음 쓰기보다 일처리를 제대로 하기를 바라더군요. 별 문제 없이. 콜센터 일은 오래 한다고 위로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더군요. 일을 오래 해도 그리 익숙해질 것 같지 않고 여러 가지 병만 늘 것 같습니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이 화장실에 간 시간이 길어서 안 좋은 말 듣거나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는 말 들었습니다. 그런 곳도 있나 했는데, 바로 콜센터가 그렇더군요. 화장실에 가려면 허락받아야 하다니. 박주운은 일하는 곳을 닭장에 비유했습니다. 콜센터는 일하는 환경도 그리 좋지 않군요. 임솔아 소설 <초파리 돌보기>에서 원영은 콜센터에서 일하게 되고 자기 물건을 거기에 두려 했는데 동료가 그런 건 없어도 된다고 했군요. 전화를 받다 보면 여유를 가질 수 없을 테니. 콜센터는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있는가 봅니다. 코로나19에도 콜센터 사람이 많이 감염되기도 했군요. 그곳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겠지요. 일하는 사람을 좀 더 생각해줘야 할 텐데. 회사가 더 일하는 사람을 소홀하게 대하는군요.


 콜센터에서 일을 시작해도 바로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오래 일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박주운이 안타깝게 여긴 사람은 그만뒀다 다시 돌아온 사람이에요. 그곳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돌아온 사람 있을 것 같습니다. 콜센터 그만두는 사람을 부러워해도 그 일 쉽게 그만두지 못하나 봅니다. 박주운도 그렇게 다섯해 동안 일했겠네요. 콜센터에서 일하면서 자존감 많이 낮아졌을 것 같아요. 그런 박주운한테 꿈이 생겼습니다. 그건 글 쓰는 작가예요. 박주운은 명상을 하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썼어요. 자신이 한 일이 글감이 됐네요. 이건 좋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글이 이렇게 책으로 나왔으니 작가기도 하네요. 앞으로 소설 쓰고 싶다고 합니다. 박주운이 소설 쓰기를 바라고, 콜센터 일하는 곳도 바뀌기를 바랍니다. 조금 넓은 곳에서 일하면 좋겠네요. 콜센터에 전화하는 사람뿐 아니라 회사도 일하는 사람을 생각해야 할 텐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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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9-16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고객센터가 대부분 전화상담으로 되는 콜센터였는데, 요즘엔 1:1문의라거나 비대면이 더 강화된 것 같아요. 고객센터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일처리도 잘 해주셔서 좋은데, 어느쪽이든 고객편의를 위해 제시된 점이 있지만, 직원분들이 힘든 점도 많이 있을 거예요. 요즘엔 고객센터 전화하면 회사에 따라서는 연결이 너무 오래걸려서 전화해서 문의할 일이 있어도 쉽지 않네요.
희선님,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 2023-09-17 00:14   좋아요 1 | URL
전화하는 사람은 한번이어도 전화받는 사람은 하루 내내 받으니 쉽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거의 친절하게 해주겠지요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전화가 바로 이어지지 않아서 그런 거 잘 모르는 사람은 전화하다가 힘 다 빠지겠습니다 처음할 때는 잘못 누를지도 모르죠 콜센터에 전화할 일이 없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한두번 전화해야 할 일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서니데이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선명했던 기억도

시간이 가면 희미해져

기억도 시간도 잡지 못해


기록은

기억을,

시간을,

붙잡아둘까


어떤 기억은 머릿속에 마음속에

새겨지고 늘 그곳에 있어

박제된 기억이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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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살면서 반드시 지키고 있는(싶은) 나만의 원칙이 있어?



 공공질서 잘 지키기. 횡단보도가 짧고 차도 안 다니는데 신호등이 있는 곳 있어. 그런 곳도 잘 지켜. 가끔 그냥 건넌 적 있을지도 모르겠어. 일부러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그래도 거의 지켜. 거의가 아니고 잘 지켜야 하는데.


 나 하나쯤 하는 생각하지 않고 나 하나라도 잘 하자 하는 생각으로 살아.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려 해.


 글에 내가 하기 싫고 못하는 건 안 쓰려고 해. 이것도 아주 안 쓴다고 말 못할지도. 거의 안 써. 내가 하려고 하거나 하는 것만 쓰려고 해. 지키지 못하는 건 쓰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지키지 못할 약속은 말 안 하려고 해.


20230911








157 내가 자서전을 쓴다면 책 제목은 무엇일까?




 게으르게 자기대로 살다 간 사람.


 제목이 좀 기네. 이런 제목이면 별로 안 읽고 싶어하겠어. 사람은 열정이 있고 여러 가지 많이 한 사람을 더 좋아하잖아. 난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나도 어려움을 잘 넘기고 자신이 하려는 걸 잘 하는 이야기 좋아하기는 해. 그런 거 무척 힘들 거야. 몸뿐 아니라 마음도. 그저 대리만족만 하고 싶어.


 난 천천히 하고 싶은 거 할래. 책 읽고 글쓰기.


20230912








158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점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




 성공과 실패 두 가지가 나오다니. 성공이든 실패든 다 배울 점이 있겠습니다. 성공은 거의 못해 본 것 같기도 합니다. 해 본 게 별로 없어서. 뭔가 꼭 되어야 해 하고 한 적이 거의 없어요.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저 저는 하면 되는 거 그런 것만 했습니다.


 꾸쭌히 쉬지 않고 하면 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꾸준히 하는 건 좀 어려울지. 하다가 질릴 수도 있으니. 시간 오래 걸리고 천천히 해도 되는 건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해야 하는 건 잘 못합니다. 아니 안 합니다. 힘들어서. 뭐든 긴 시간을 써야 할지도 모르죠. 긴 시간을 한다고 해서 잘하거나 잘되지 않기도 합니다.


 저는 실패를 더 많이 했습니다. 어떤 실패인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냥 늘 실패하는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는 것부터 실패네요. 잘 때는 조금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데, 일어나기 싫어요. 우울해서. 일어나서 조금 움직이면 괜찮습니다. 이 말 여러 번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서 좀 벗어나야 할 텐데, 언제 벗어날지.


 실패, 많이 해도 괜찮지만. 거기에서 배우고 느껴야 할 텐데 그러지도 않네요. 안 되면 말지, 하는 생각도 해서 그렇군요. 앞으로도 이런 거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 되면 안 되는대로 할지도.


20230913








159 최근에 느낀 소소한 행복 하나를 적어보자



 그런 거 뭐가 있을까. 천천히 생각해 보면 뭔가 하나라도 있을지도 모를 텐데 바로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은 작은 일 하나만으로도 기쁘지 않나. 큰 일보다 작은 일이면 된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바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한다. 그것보다 좋은 일도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본래 그런 건가. 뭐든 지나가니 말이다.






 맑고 파란 하늘을 본 게 좋았다. 날마다 밖에 나가서 걷고 싶기도 했는데, 날마다는 못하고 며칠 걸었다. 며칠이라도 걸은 게 어딘가 싶다. 가을엔 걸어야지. 볕을 쬐이면 안 좋은 기분도 조금 없어진다. 이 말 여러 번 했구나. 세로토닌이 나온다고 하던가. 도파민은 그리 좋은 게 아니다(도파민도 도움이 되는 데 있겠지만). 볕을 쬐고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게 하는 게 더 좋다.


 가을, 짧을까. 언제 가을이 온지 모르게 겨울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가을은 시월까지가 그래도 좋던가. 지금 생각하니 지난해 시월에 한파가 오기도 했다. 그러고는 십일월엔 덜 추웠던 것 같기도. 이번엔 어떻게 될지.


20230914








160 지금 누구와 살고 있어?




 고양이하고 살고 싶어. 이건 마음만이야.


 지금 생각하니 예전에 한 말이기도 하군. 함께 살고 싶은 동물이 뭐냐고 한 적 있잖아. 고양이하고 못 살아도 괜찮기는 해. 내가 잘 해주지 못할 테니 말이야. 사람한테도 잘 못하는데 동물한테 어떻게 잘 하겠어.


 누구와 살든 조금 마음 쓰고 살면 좋겠지. 가까워서 마음 쓰는 게 잘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20230915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주도 다 썼다. 힘들다. 일찍 써두기도 하고, 그날이 되어서 쓰기도 한다. 어렵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쓰기 싫은 것도 있다. 그런데도 쓰다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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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9-16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꼭 눈동자 속에 심어져 있는 나무처럼 보여요.^^
가을은 짧죠. 빨리 가기 전에 얼른 즐기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3-09-17 00:10   좋아요 1 | URL
저거 보고 나무가 있어서 저렇게 했을까, 나무를 심으려고 저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네요 나무가 있어서 했다면 멋질 것 같지만... 눈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희선

stella.K 2023-09-16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서전 제목이 길면 앞에 게으르게는 빼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2023-09-17 00:11   좋아요 1 | URL
게으르게 안 쓰면 안 되는데... 실제 게으르게 사니... 게으르게 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조금 있기는 하겠습니다


희선
 
토지 20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5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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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이 담긴 《토지》 스무권을 다 만났다. 《토지》 20권은 5부 5권이다. 마지막이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았다. 끝은 알아도 거기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마지막 20권을 봤지만 어쩐지 끝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조선 독립을 맞고 몇 사람만 보여주다니. 소설엔 몇 사람만 나왔지만, 실제로는 그때 많은 사람이 기뻐했겠다. 조선이 사람들 만세소리로 가득했을지도. 지금 같으면 그런 모습 인터넷으로 중계했겠다. 멀리 사는 사람하고도 전화로 바로 연락했겠지. 지금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때는 인터넷도 없고 전화도 제대로 못했는데. 많은 사람이 라디오 방송으로 일본 왕이 항복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겠다. 나도 그런 거 텔레비전 방송에서 봤을 뿐이다.


 먼저 만주에 있는 사람이 나왔다. 영광이가 만주로 가고 홍이를 만나고 이상현과 정석도 만났다. 이상현은 그곳에서 술을 많이 마시나 보다. 그럴 거면 집으로 돌아오지. 만주로 간 사람은 조선으로 돌아올지. 만주에서 조선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 끌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겠다. 그쪽은 중국과 가까워서 공산주의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강포수가 기른 아이 강두매가 그랬다. 조선이 둘로 나뉜 건 미국이나 소련 때문만은 아닐지도. 그때는 서로 싸운다 해도 조선이 독립하기를 바랐다. 조금 다르다 해도 서로 이야기 했다면 좀 나았을까. 지금도 정치인은 싸우는구나.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싸우는 거면 괜찮지만, 자기 이익 때문에 싸울 때가 많겠다. 영광이는 양현이 아버지인 이상현을 만난 걸 신기하게 여겼다. 그래도 영광은 상현한테 양현이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


 징용에 끌려갔다 빠져나온 사람을 몽치가 일을 시키고 숨겨 줬다는 투서가 있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지만, 몽치는 그런 적 없다고 한다. 몽치가 오래 경찰에 잡혀 있었다면 몽치는 오래 살기 어려웠겠다. 몸이 건강하다 해도 고문을 오래 받으면 골병 들 테니. 여러 사람이 힘을 써서 몽치는 풀려났다. 그렇다고 안전하지는 않았다. 전쟁 막바지에 일본은 조선 사람을 닥치는대로 전쟁터로 끌고 갔다. 그때 끌려갔다 살아 돌아온 사람 얼마나 될까. 다는 아니어도 돌아온 사람 있었겠지. 고생 많이 했겠다. 앞에서 징용에 끌려갔던 사람은 일본 사람한테 도움을 받고 조선으로 돌아왔다. 그런 사람도 있었을 거다. 조선 사람을 도와준 일본 사람 말이다.


 공부하기도 힘든 때였다. 홍이 딸 상의는 곧 중학교 졸업이었다. 학교를 마치면 상의는 만주에 갈까 하기도 했다. 홍이가 거기에 있으니 말이다. 전쟁이 더 길어졌다면 중학교를 나왔다 해도 일본군 위안부나 군수공장에서 일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일어나고 어지러운 때여도 학생은 그 나이로 보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먹을 게 없어서 징병된 사람한테 줄 주먹밥을 만들면서 몰래 밥을 집어 먹었다. 어떤 아이는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났다. 상의는 또래보다 작은 동생 상근이를 생각하고 작은 주먹밥을 만들어두고 그걸 상근이한테 주었다. 기숙사에서 4학년 아이만 나오라고 했을 때 무슨 일인가 했다. 큰일이 일어난 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누군가는 조카딸한테 맛있는 거 해줄 테니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건 조카딸 친구에서 며느리감을 찾으려는 거였다. 누군가 결혼했으려나.


 지난 19권에서 평사리 집으로 찾아온 남희는 산 도솔암에서 지냈는데, 여전히 뭔가 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병은 나았지만 마음은 멍 하다고 할까. 이때 정신치료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래도 산에서 맑은 공기 마셔서 남희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졌을 거다.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해도. 연학이는 남희를 자기 딸처럼 생각하고 돌봐주려고 했다. 그런 모습 보면서 예전에는 사람 사이가 가까웠구나 했다. 평사리 사람 사이가 가깝고 남의 말 하는 건 별로였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생각하는 거 좋은 거구나. 지금도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남희는 최참판집에서 지내다가 간호사(예전에는 간호부라 했구나)가 되고 싶다 했다. 그때는 소학교만 나오고 간호사가 된 사람도 있었나 보다. 남희가 뭔가 하려고 해서 다행이다. 연학이는 양현이 병원을 하고 남희가 거기에서 일하는 그림을 그렸다.


 처음부터 나온 이용 친구 영팔이가 죽었다. 영팔이라 하니 이상하구나. 영팔이는 조선 독립을 보고 죽으려나 했는데. 임명희는 지리산에 숨은 사람한테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돈을 내놓았다. 지리산에 숨은 사람에는 사회주의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이범준 사촌동생인 이범호는 산에 숨은 사람이 무장해야 한다 했다. 해도사와 소지감은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이범호는 조선이 독립되고 북한에 갔을 것 같다. 이범호를 보니 잘 모르지만 김일성이 생각났다. 우개동은 산 사람을 찾으려고 염탐하다 여러 사람한테 맞아 죽는다. 사람이 자기 잘못을 깨달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 별로 없겠지. 마음이 나쁜 사람은 자기 생각이 옳다 할지도. 자신을 잘 돌아보고 둘레도 잘 살펴봐야 하는데. 이런 거 알면서 나도 잘 못한다. 그저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영광이와 양현이 좋은 기억을 갖게 했다 했는데, 양현이는 영광이 아무 말 없이 만주로 떠나서 마음 아파했다. 화난 건가. 서희는 양현이를 평사리로 데리고 온다. 환국이 아내 황덕희는 그걸 안 좋게 여겼다. 양현이가 자신한테 못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서희 친딸이 아니어도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았으니 딸이고 식구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마음 모르겠다. 환국이는 지금까지 아무 말 안 하고 참았는데. 시간이 가면 나아질지. 일본이 망하리라는 걸 알아도 사람들은 정말일까 한다. 그렇겠지. 한여름이 가신 뒤 드디어 조선 독립이 찾아온다. 그 부분 볼 때 감격스러울 것 같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누군가 일본이 항복했다고 하는 말을 양현이 듣고 집으로 가서 서희한테 알린다. 장연학은 기뻐서 춤을 춘다.


 끝났다. 조선이 독립했으니 기뻐야 하는데 소설이 끝나서 아쉽다. 여러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나오지 않아서구나. 뒷이야기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건 읽는 사람이 생각해야겠구나.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기쁨은 클 거다. 한동안 사람들은 그 기쁨에 취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앞으로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을 거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 그때도 지금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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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14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리즈 완독 축하드려요! 한번에 쭈욱 읽으셔서 몰입감이 엄청나셨을 듯합니다. 저는 오디오북으로 읽어서 중간 중간 놓친 부분이 많아 나중에 재독해볼 생각이에요. 마지막엔 섭섭한 마음이 크죠? 저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작가님께서 독자만의 해석으로 남겨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 그때도 지금도˝란 말 와 닿네요^^

희선 2023-09-16 00:29   좋아요 1 | URL
작가가 오랫동안 쓴 소설을 저는 그 시간보다 꽤 덜 걸려서 봤네요 이거 보면서 이 소설 연재 읽는 사람은 좀 답답했겠다 했어요 그랬다 해도 기다렸다 다음 편 봤겠습니다 저도 그런 거 아주 없지 않네요 끝나지 않은 만화, 몇 편 보니... 만화는 길어서 많이 안 보기는 하네요

많은 사람이 나오기도 했군요 아주 나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들 그 시대를 나름대로 살아간 느낌도 듭니다 소식 모르는 사람도 그 뒤 돌아왔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9-14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완독 축하드려요.
분명 토지 읽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읽어내시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조선의 독립이 기쁜 건 사실인데 우리의 힘으로 된 게 아니라 씁쓸하기도 하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내려 와 안타까워요.

희선 2023-09-16 00:33   좋아요 2 | URL
그 시대를 산 사람이 더 힘들었겠지요 그때는 정말 조선이 독립을 할 것인가 했을 것 같아요 친일한 사람은 독립할지 몰랐다고 하기도 했잖아요 그런 말을 한다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닌데... 독립운동 한 많은 사람이 있어서 지금이 있기도 하겠지요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때 영향이 여전히 있다니... 역사를 잊지 않고 잘 알아야겠네요 저도 그렇게 많이 아는 건 아니군요


희선

새파랑 2023-09-14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합니다. 엄청난 여정이셨을텐데 대단하십니다~!
전 못할거 같아요 ㅜㅜ

희선 2023-09-16 00:34   좋아요 2 | URL
새파랑 님은 도스토옙스키 소설 다 만나셨잖아요 다른 소설가 책도 다르지 않네요 이것도 보시려고 하고 다 보실 겁니다


희선

scott 2023-09-14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문화관에서 희선님을 초청해야 합니다 토지를 읽었다해도 도중에 멈춰버리다가 영원히 완독과는 멀어지는 독자들이 많은데 희선님의 완독은 의미가 깊습니다 !

희선 2023-09-16 00:36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읽어볼까 하고 앞에 몇 권 보다 말았네요 그때 읽은 건 읽은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이 많아서 다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소설이 재미가 있더군요 좀 더 깊이 봐야 했을지도 모를 텐데... 이렇게라도 봐서 기분 좋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9-15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는 오디오북으로 토지, 전권이 있는데도 안 듣는데... 사실은 다른 거 듣기 바빠서요. 좋은 책이 너무 많아요. 그래도 긴 시간을 투자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을 완독한 기분은 남다르시겠지요. 뿌듯함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짝짝짝!!!

희선 2023-09-16 00:39   좋아요 1 | URL
이 책 오디오북으로 다 있으시군요 책으로 보는 것보다 오디오북 듣는 시간이 더 길 것 같기도 해요 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세상엔 책이 많지요 여전히 좋은 책은 나오고... 2023년엔 게으르게 지내서 더 못 보기도 합니다 이제 가을이니 책을 좀 더 보면 좋을 텐데... 여전히 게으르게 지냅니다 페크 님 고맙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