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坑夫 (新潮文庫) (改版, 文庫)
나쓰메 소세키 / 新潮社 / 1976년 7월
평점 :
갱부
나쓰메 소세키

처음부터 말하고 싶지 않지만, 책 읽기 좀 힘들었다. 내가 나쓰메 소세키 소설 보기에 아직도 모자라구나 했다. 그래도 《문》과 《그 후》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풀베개》는 그저 글자만 읽은 느낌이고 《우미인초》도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우미인초》에는 여러 사람이 나오고 끝에 가서는 조금 연극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이렇게 쓰다니. 잘 못 읽기는 했지만, 안 쓸 수 없지.
예전에 나쓰메 소세키 소설 《마음》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만났다. 이 두권은 다시 보려고 일본말로 쓰인 책을 사두었는데, 언제 볼지. 《도련님》도 봤구나. 몇해 지나고 《산시로》를 보고 《명암》을 보고 다음부터는 일본말로 읽었다. 딱히 자랑하는 건 아니다. 소세키 소설에 느낌이 좀 다른 《풀베개》를 보고 《문》 《우미인초》 《그 후》 그리고 이번에 《갱부 坑夫》를 만났다. ‘갱부’ 앞부분은 《풀베개》를 떠오르게 했다. 좀 더 보다 보니 《우미인초》도 생각났다. 왜 그랬는지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그랬다. 《갱부》는 《풀베개》와 《우미인초》에 가까우면서, 또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삼각관계 좋아하나 하는 생각이 지금 들었다. 그걸 자세하게 쓰지는 않지만, 그런 일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거나 그 일을 내버려두고 자기만 빠져버리려 한다. 다른 데서는 그걸 오래 생각하고 자신은 행복하면 안 된다 하거나 시간이 흐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구나. 《그 후》에서는 달아나는 느낌이 조금 들기도 한다. 이번에 본 ‘갱부’에 나온 ‘나’는 열아홉살로 좋은 집안 도련님인데 여자 두 사람 때문에 부모나 친척을 볼 낯이 없어서 집을 나왔다. ‘나’는 죽거나 자멸하려 했는데, 우연히 만난 초조(조조)가 ‘나’한테 갱부가 되지 않겠느냐 하니 ‘나’는 갱부가 되면 죽을지도 모른다 여기고 초조를 따라간다.
이 소설이 쓰였을 때 실제로 갱부가 되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하고 사람을 광산에 데리고 간 사람 있겠지. 소세키는 갱부 알선을 하는 초조를 그렇게 나쁘게 그리지 않았다. 초조는 사람을 광산에 데려다주고 돈 같은 거 받았을까. 초조는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 빨간 담요와 꼬마한테도 갱부가 되어 돈을 벌지 않겠느냐고 한다. 두 사람은 바로 그러겠다고 했다. 초조와 ‘나’는 빨간 담요와 꼬마와 함께 광산으로 간다. 그 이야기가 거의 반이다.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걸까. 뒤에 해설에 그런 말이 있다. 거의 ‘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광산에 도착하고 ‘나’와 빨간 담요와 꼬마는 저마다 다른 곳으로 간다. ‘나’한테 왜 갱부가 되려고 하느냐면서 돌아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일꾼 숙소에 있던 사람은 ‘나’를 좀 괴롭혔다. 갱부가 그렇게 다 거칠까. 새로 온 사람을 놀리고 위협하다니. ‘나’가 일 같은 거 해 본 적 없는 도련님으로 보여서 그랬을지도. ‘나’ 또한 갱부인 사람을 낮잡아 보고 업신여겼다. ‘나’는 갱부가 되는 건 추락이다 여겼다. 이건 소세키 생각일까. 일에는 귀천이 없지 않나. 갱부를 왜 그렇게 안 좋게 여긴 건지. 다른 일이 잘 안 되거나 뭔가 잘못한 사람이 갱부가 돼서였을까. ‘나’가 만난 사람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나’를 괴롭히고 위협했는데 야스는 달랐다. 야스는 ‘나’가 갱 안을 안내해 준 하쓰와 떨어지고 길을 잃고 만난 사람으로 ‘나’한테 이곳을 떠나라 했다. ‘나’와 야스가 만난 부분은 재미있게 느꼈다. 왜 그랬을지. 어쩌면 ‘나’와 야스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설지도. ‘나’가 이야기한 사람이 야스만은 아닌데. 야스를 만나기 전에 ‘나’는 갱안을 둘러보았다. 갱안을 안내하는 하쓰는 ‘나’한테 땅밑으로 들어가는 걸 지옥으로 들어간다 말한다. 거기는 안내 없이 다닐 만한 곳이 아니었다.
하쓰도 ‘나’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갱안 깊숙이 들어가고 물에 빠지기도 했다. 초보자는 그렇게 밑에서 일하지 않을 텐데. 하쓰는 ‘나’를 겁먹게 하려 한 것 같다. 땅밑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 하쓰는 ‘나’를 두고 혼자 가 버렸다. 하쓰는 오래 기다려도 ‘나’가 갱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나’를 찾으려 했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다행하게도 ‘나’는 야스를 만나고 아무 일 없이 갱안에서 나왔다. ‘나’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 있으려 했다. ‘나’는 기관지염으로 갱부는 되지 못했다.
광산 책임자가 ‘나’한테 건강검진을 시키고 건강이 안 좋아서 일을 시키지 않은 건 다행인가.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왤까. 조선 사람이 광산으로 끌려가 일을 하기도 했을 거다. 일해도 돈을 주지 않았겠지. ‘나’는 병원이 있는 걸 뜻밖으로 여긴 것 같다. 갱부는 아파서 진료 받거나 약을 먹으면 안 되는 건가. 이것도 소세키 생각 같은 느낌이 드는데. 소세키는 일에 귀천이 있다 여겼을지. 난 왜 그게 걸리지. 어쩌면 내가 잘못 본 걸지도. 소세키는 갱부를 밑바닥 일로 여긴 것 같기는 하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