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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3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평점 :
사람은 누구나 나고 살다 죽는다. 그런 일이 자연스럽다 해도 오래 가까이 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무척 슬프겠다. 아프지 않다 자다가 세상을 떠나도 그러겠지. 이씨 종가에 온 김씨부인은 잠을 자다 세상을 떠났다 한다. 청암부인은 남편과 시아버지가 없는 종가 종부로 왔다. 그나마 시어머니보다 덜 무서운 김씨부인이 있어서 의지하고 살았다(이 김씨부인은 보쌈당했다. 옛날에 그런 게 있었다니. 이건 거의 사람을 억지로 끌고 오는 거 아닌가. 그런 게 죄가 되지 않는 시대였다니. 여성은 아무 말 못하고 그대로 살아야 했겠다). 두 사람이 서로 의지했다고 해야겠구나. 혼례를 치렀다 해도 남편이 죽으면 그 집에 안 가도 됐다면 좋았을 텐데, 옛날엔 그런 게 없었구나. 남편이 죽어도 여자는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이번 《혼불》 3권은 2부다. 혼불은 모두 5부고 두 권씩이다. 강모는 집에 오고 사랑에 갇혀 있었던가 보다. 강모는 부청 돈을 기생 때문에 횡령했다. 강모가 집에 오고 청암부인을 만났을 때 청암부인은 강모가 횡령한 돈 삼백원을 주었다. 청암부인은 아파서 거의 잠으로 보냈는데, 강모가 왔을 때 잠시 눈을 뜨고 그걸 전해주었다. 그런다고 강모가 정신차릴까. 강모는 자신이 종가를 이어야 하는 걸 부담으로 여겼는데. 강모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기를 바랐다. 종가에서 태어나지 않고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그때는 그때대로 불평했겠지. 거멍굴에 사는 춘복이였다면. 사람은 자신이 가진 걸 고맙게 여겨야 하거늘 그러지 못한다.
거멍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옹구네는 춘복이한테 강실이 이야기를 한다. 춘복이가 자신한테 마음을 안 줘서 그런 건지. 춘복이는 결혼하고 자식을 낳지 않겠다고 했다. 자신처럼 제대로 살지 못할 걸 생각하고. 춘복이가 노비는 아닌 것 같은데. 옹구네가 강실이 이야기를 하자 춘복이는 강실이를 생각했다. 강실이는 양반집 딸이다. 지금까지 멀리서 보기만 했지 넘본 적은 없었다. 강모와 강실이 이야기는 거멍굴에 퍼지고 춘복이도 알았겠지. 춘복이는 그 일을 약점으로 잡고 강실이를 넘보게 됐다. 기회를 잡으려는 것 같다. 왜 옹구네는 강실이 이야기를 한 건지. 그러지 않아도 강실이 혼사 이야기가 잘 안 됐다. 다른 사람은 다 아는 걸 강실이 부모는 아직도 모르는가 보다. 등잔 밑이 어둡구나. 강모는 강태가 떠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자신도 따라가기로 한다. 달아나는 거구나. 아버지가 음악하는 걸 반대했지만 강모도 거기에 큰 뜻은 없었다.
남편도 없이 종가 종부가 되고 집안 어른이 된 청암부인이 세상을 떠났다. 청암부인은 집안 재산도 늘렸다. 그게 갈수록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효원은 청암부인이 세상을 떠나서 무척 슬펐다. 효원은 강모와 잘 지내지 못해도 청암부인이 있어서 살았는데. 청암부인은 효원을 자신과 비슷하게 여긴 듯도 하다. 며느리한테는 마음을 잘 주지 않은 것 같았는데. 강모 어머니인 율촌댁은 시어머니한테 눌리고 살았다 여겼다. 효원을 보고 자신이 눌릴 것 같아서 처음부터 기를 누르려 했다. 꼭 그렇게 눌러야 할까. 청암부인이 죽은 건 이씨 문중이 기우는 것과 같을까. 저수지도 마르고. 이기채보다 동생인 기표가 여러 가지 일을 맡아서 했는데, 어쩐지 걱정스러워 보인다. 땅을 사고 땅값을 제대로 안 주다니. 아니 기채가 준 돈을 기표가 가운데서 가로챘다. 그런 일이 한두번이 아닐 것 같다. 형제도 다 소용없나 보다.
예전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혼불’은 1930년대 후반부터 나온다. 그때가 더 힘들었으려나. 일본이 조선에서 쌀을 다 가져가고 남자는 군인이나 탄광에 여자는 일본군 위안부나 공장 일을 시키려고 끌고 갔으니. ‘혼불’은 조선이 독립한 뒤도 나올지. 이때 가뭄이 이어져서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다. 소작인은 거의 받는 것도 없었다. 일본이 다 빼앗아가서. 창씨개명을 했다면서 양반이 어디 있나 하는 사람도 있다. 이씨 집안은 어떻게 되려나. 효원이 집안을 지키려 할 것 같기는 한데, 청암부인처럼 하지는 못하겠다. 강모는 아주 돌아오지 않을까. 앞으로 보면 알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