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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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제목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를 봤을 때는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다 읽은 지금은 내가 뭘 읽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추리소설(범죄소설 탐정소설) 작가는 조금 알아도 철학자는 잘 몰라서 말이야.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자 이름은 한번 정도 들어봤지만, 이름만 알고 잘 몰라. 책을 읽다가 예전에 비트겐슈타인이 추리소설 썼다는 말 본 게 생각나기도 했어. 그 말 평전에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책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었나 봐. 철학자라고 해서 모두 다른 사람 책을 많이 보는 건 아닐지도 모르지.


 내가 추리소설이라는 걸 본 건 2000년이 넘어서야. 정확한 연도는 몰라. 2009년 아니면 2008년이었을지도. 2010년부터 많이 봤군. 그전에는 그런 게 있다는 거 몰랐어. 셜록홈즈 이름 알았던 것 같기도 한데, 난 어릴 때 책을 안 봐서 말이야. 소설에도 추리 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니기는 해. 미스터리라고 할까. 어떤 소설은 아내가 남편을 죽인 것 같은 걸 암시하고 끝나기도 했는데. 그 반대였던가. 추리소설을 알기 전에는 이런저런 소설을 조금 힘들게 보기도 했는데. 사람이 죽는 걸 더 힘들게 여겨야 할지도. 조금 보다보니 그렇게 되기는 했어. 지금은 사회파 소설이 낫기는 해. 그런 것만 골라서 보는 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한국 작가도 범죄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사람이 늘었어. 지금은 그런 소설 쓰는 사람 꽤 많아졌어. 내가 이름 아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지만. 그뿐 아니라 SF 쓰는 작가도 많아졌군.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건 좋은 거지. 사실 난 순문학이라는 말 별로 안 좋아해. 그냥 문학이라 하면 될 걸 앞에 왜 순(純)을 붙이는 건데. 이거 일본에서 건너왔다고 한 것 같기도 한데. 난 소설 좋아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설을 그저 시간 때우려고 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잖아. 소설을 낮잡아 보는 말 같아. 가볍게 볼 이야기도 있기는 해. 그런 소설에서도 배울 건 있을 거야. 내 안 좋은 점은 이걸지도. 어떤 소설(책)이든 배울점을 찾으려 하는 것.


 추리소설도 즐겁게 보고 끝내는 거다 생각하는 사람 많겠지. 그런 소설에서 사람 마음을 알게 되기도 하는데. 난 세상에는 별난 사람이 많구나 하는 걸 느끼는군.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뉴스나 신문에는 그저 누가 어떤 일을 저질렀다고만 나오잖아. 범죄소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해주기도 해. 그런 걸 알게 되는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 사람을 죽인, 그런 일이 일어난 뚜렷한 까닭(동기)이 없을 때도 있어. 범죄소설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어떤지 생각하게 해. 가해자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여기고 조금 동정하기도 해. 소설을 보고 나서는 자신은 그러지 않아야겠다 생각하기도 해. 반대로 그런 소설을 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기는 일도 있겠어. 그런 소설도 본 적 있군.


 난 추리소설 범죄소설 탐정소설을 봐도 철학으로 이야기 못해. 철학을 몰라서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다고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남한테 나쁜 짓하지 않으려고 해. 그것만으로도 다행 아닌가. 그런 소설을 보고 한번쯤 자신도 해 보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 그런 사람은 많지 않기를 바라. 아주 없다면 더 좋을 텐데. 추리소설을 보고 철학하는 거 멋진 듯해. 이 책을 쓴 백휴는 철학을 공부하고 추리소설을 쓰고 추리소설 평론도 해. 추리소설에는 머리를 써서 추리해야 하는 게임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추리소설이 다 그런 건 아니야. 추리소설 보면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 차리면, 벌써 알다니 하지만. 먼저 범인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있어. 추리, 범죄소설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도 생각하게 해. 이 말 앞에서도 했군.


 지금까지 추리소설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추리소설을 알게 되고 본 지 열네해쯤 됐군. 어릴 때부터 본 사람에 견주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야. 예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일본 추리소설을 알게 된 것과 일본말을 조금 알게 된 게 비슷한 때야. 일본말이 먼저였을지도. 이제는 한국에도 추리소설 범죄소설 탐정소설 쓰는 작가가 많아졌군. 정유정 소설은 좀 봤지만, 서미애 소설은 아직이야. 언젠가 한번 만나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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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01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리면 편해질 텐데

쉽지 않아


버린다보다

놓기가 나을까

내려놓기도 있지


잡고 힘들게 줄다리기하기보다

놓고 두 손을 가볍게 하는 게 좋겠어


한번에 놓지 못하면

조금씩 놓으면 되지


처음엔 다시 잡을지 몰라도

시간이 가면 놓는 게 더 많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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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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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전에 형사사건 증거품과 유류품 수사 서류를 보관하는 부서 이야기가 나오는 이야기를 만났다. 그건 ‘붉은 박물관’이었다. 이번에 만난 《기억 속 유괴》는 붉은 박물관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다. 두번째가 나왔으니 세번째도 나오겠다. 예전에 책을 보기 전에는 붉은 박물관이라고 해서 진짜 박물관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경찰은 사건 서류나 유류품과 증거품을 버리지 않을 거다. 그런 걸 죽 놔두면 자리를 차지하니 공소시효가 지나면 붉은 박물관이라고 하는 곳으로 옮긴다.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은 관장인 히이로 사에코와 조수 데라다 사토시 두 사람뿐이다. 데라다는 경시청 수사1과였는데 잘못을 하고 이곳으로 좌천됐다. 데라다는 수사1과에 죽 있고 싶었을 테지만, 난 사람 별로 없는 데가 좋을 것 같다. 내가 그런 일 할 리도 없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지난 첫번째에서 히이로 사에코는 오래된 사건을 여러 가지 해결했다. 그때 히이로는 수사 서류와 증거품, 유류품만 보고 그 일을 해결했다. 탐문수사는 데라다가 했다. 이번에는 히이로가 데라다와 함께 사건 관계자를 만나고 알고 싶은 걸 묻기도 한다. 히이로는 언제나 가만히 있을지 알았는데, 사건 수사를 하러 나가다니. 혼자가 아니고 데라다가 함께여서 괜찮았던 거 아닐까. 데라다가 붉은 박물관에 온 건 히이로 사에코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조수는 거의 얼마 지나지 않아 달아났다. 히이로는 어느 정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자기 밑에 오기를 바라고 찾다가, 수사1과에서 실수한 데라다를 알고 자기 밑으로 오게 했다. 데라다는 수사1과보다 한가해서 안 좋아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이야기가 다섯 편 실렸다. <황혼의 옥상에서> <연화(連火)> <죽음을 10으로 나누다> <고독한 용의자> <기억 속의 유괴>다. 이 사건은 거의 1990년대와 1980년대에 일어났다. 살인사건은 2005년에 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나고 2010년에는 시효가 없어졌다. 사람을 죽인 건 시효가 없어져야지. 이번에 책을 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황혼의 옥상에서> <연화(連火)> <죽음을 10으로 나누다> 앞부분을 보고 생각한 게 맞기도 했다. 그렇다고 누가 범인인지는 몰랐다. 그저 어떤 일을 짐작했을 뿐이다. 사건이 일어난 옥상에 있었던 사람, 불이 난 집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 세번째에는 나중이 아닌 먼저 만난 사람과 딸을 결혼시키지 하는. 이렇게 말하면 뭔지 모르겠다. 사건도 상상력이 있으면 제대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증거도 찾아야 하지만. 어떤 걸 생각하고 제대로 탐문수사를 했다면 좀 더 일찍 범인을 잡았을 거다.


 다섯편 모두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앞에 세편뿐이다. 좀 아쉽구나. <고독한 용의자>는 뜻밖의 일이 밝혀진다. 이건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쓴 거겠다. <기억 속의 유괴>는 아주 몰랐다. 히이로 사에코는 어떤 말을 듣고 사건을 해결했다고 말한다. 이 일은 데라다 사토시 친구인 도다 나오토가 여섯살 때 유괴 당한 일로 왜 자신이 유괴 당했는지 데라다한테 밝혀달라고 부탁한 거다. 히이로는 데라다한테 그 사건 서류를 보고 의문점을 찾으면 다시 수사한다고 한다. 히이로는 글을 아주 빨리 읽는가 보다. 그거 조금 부럽구나. 책 빨리 볼 테니. 빨리 보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기억하고 의문점을 찾고 추리도 할지도.


 실제로 히이로 사에코 같은 형사 있을까. 히이로는 소설에 어울리는 캐릭터 같은 느낌이 들지만. 현실에 히이로 사에코 같은 사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세번째에서는 히이로 사에코가 어떻게 달라질지. 이번에는 붉은 박물관에서 나갔는데. 그렇게 한 건 무슨 까닭이었을지. 그런 건 나오지 않았다. 데라다가 히이로한테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았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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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12-29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추리소설에서 형사법 관련 내용이 나오면 우리 나라와 비슷한 점도 많은데, 다른 점이 있어서 그 부분을 조금씩 확인하면서 읽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사법제도가 비슷해도 각 나라별 다르기 때문에 예상과 조금 다른 것들이 있기도 하고요.
희선님, 주말 잘 보내세요.

희선 2024-12-30 01:51   좋아요 0 | URL
아주 많이 다르지 않겠지요 소년법 같은 것도 비슷한 듯하고... 한국은 이제야 나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하는군요 일본은 예전부터 그런 말을 많이 했는데, 그건 소설에서 보기는 했습니다

새로운 주가 시작되지만 그렇게 좋지도 않군요 서니데이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마음엔 늘 따스한 바람이 불기를


어느 날 마음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마음은 차가워졌어요

차가워진 마음은

다른 건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춥다고만 생각했어요


“아, 추워”


마음은 자신이 얼어버릴 것 같았어요

마음이 얼기 바로 전,

마음한테 편지가 왔어요


편지를 받은 마음은

조금씩 따듯해졌어요

그 편지는 따스한 바람이 보낸 거였어요


“마음아, 내가 곧 갈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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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리나 : 해녀 할머니의 보물 해녀리나
Nika Tchaikovskaya 지음 / Tchaikovsky Family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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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해녀리나》를 보고는 해녀 이름이 리나인가 했다. 그러면 띄어써야 하던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두운 하늘이고 바람이 불었다. 여기는 제주섬이다. 초가집에는 할머니와 손녀 정옥이 그리고 작은 개가 살았다. 정옥이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일을 가서 집에 없는 건지, 다른 곳에 살고 정옥이를 할머니 집에 맡겨둔 걸지. 그건 알기 어렵겠다. 나오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지.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져서 할머니는 빨래를 걷어 집 안으로 가져가려 했다. 바람에 수건이 날아가서 그걸 정옥이가 주워온다. 정옥이는 바람이 부는 것도 좋은가 보다.


 집 안은 바람이 불지 않아 따듯했다. 밖에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집 안은 아늑하고 따듯하다. 그런 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할머니는 해녀로 오늘은 물질하러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정옥이는 그게 좋은 것 같았다. 정옥이는 할머니가 물질하러 가면 작은 개하고만 지냈을지도. 혼자인 것보다 개가 있어서 나았겠다. 할머니는 말린 미역을 묶고 소라와 전복을 따로 담고 성게는 천 위에 펼쳐놓았다. 할머니가 일할 때 정옥이는 할머니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혼자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정옥이는 착하구나. 정옥이는 이런 말 싫어하려나.


 할머니는 저녁상을 차리고 정옥이와 함께 먹으려 했는데, 갑자기 바람이 휙 불었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던가 보다. 할머니가 문을 다시 잘 닫았다. 정옥이는 애기장에서 떨어진 작은 상자를 보고 할머니한테 뭐냐고 묻는다. 할머니는 상자를 주워 열고는, 그건 할머니 엄마가 할머니한테 준 음악상자다 했다. 상자 옆 손잡이를 돌리자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위에는 발레리나가 있었다. 발레리나는 뱅글뱅글 돌면서 춤을 추었다. 음악상자에서 나온 음악은 뭐였을까. <백조의 호수>는 아니었을까.


 한국에 발레가 알려진 건 언제일까. 할머니는 어렸을 때 발레리나가 춤추는 걸 보고 싶었지만 배를 타고 다른 곳에 가는 건 어려웠다. 집이 가난해서 일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를 달래주려 음악상자를 준 거겠다. 그 말을 들은 정옥이는 자신이 발레를 추겠다고 하면서 발레리나처럼 춤을 췄는데, 방 안 물건을 어질러 놓았다. 할머니는 춤을 다 춘 정옥이한테 손뼉을 쳐주고 정옥이가 할머니 발레리나다 했다. 그 말에 정옥이는 해녀리나다 한다. 해녀리나는 발레리나를 나타내는 거였다.


 정옥이는 춤을 춘 게 피곤했는지 잠이 들고 할머니는 다시 물건을 정리했다. 할머니는 음악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를 듣고 엄마를 떠올렸을지도. 사람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정옥이 엄마는 어디에 있으려나. 정옥이가 앞으로도 할머니와 개와 즐겁게 살기를 바란다. 가끔 정옥이는 해녀리나가 되어 춤을 추고 할머니를 웃게 해도 괜찮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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