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창비시선 464
정다연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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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다가 얇으니 괜찮겠지, 하고 본 게 바로 이 시집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정다연)예요. 정다연 시인은 처음입니다. 두번째 시집이라던데. 한국엔 시인이 많고 제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도 잘 모르지만, 가끔 시집을 만납니다. 보다 보면 괜찮은 시나 제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기도 해요. 하지만 시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네요. 뚜렷하게 말하기는 어렵고 그저 어렴풋이 짐작만 갑니다.


 시를 보다 보니 나뿐 아니라 세계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층간소음도 있고 커피, 공정무역, 테러와 전쟁, 지진. 정다연은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글을 쓰려면 세상에 관심을 갖기는 해야겠습니다. 저는 그러지 못하는군요. 지금은 재난이나 재해를 소비한다고 하는군요. 전쟁이 일어난 소식을 듣고,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했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물가가 오른 걸 걱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이 일어나서 물가가 오르기도 했답니다. 이제는 세계가 이어져 있기도 하죠.




시가 안 써진다는 이유로 홍콩야자라 하는


셰플레라 화분을 샀다


수건으로 잎을 닦아주면 윤기가 생겨


관상하기에 좋다고, 가게 아주머니가 말해준다


덧붙여서 물과 음지를 좋아한다는 것도


깨지지 않게 품에 안고 가세요


유리문이 닫히고


깨뜨릴까봐, 나는 품에 안고 조심조심 걸어간다


그렇게 하면


뭔가가 써질 것처럼


시가 눈에 보이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싶다가


마음을 고친다 시가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가 눈에 보인다면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데 전부를 쓸 것이다


첫날에는 물만 흠뻑주고 삼일을 지켜보기만 하세요


그 말을 몇번이고 곱씹는다


나의 너무 많은 최선이 식물을 괴롭히지 않도록


거리를 둔다


조명을 어둡게 한다


나는 그것이 잘 자랐으면 좋겠다


-<셰플레라>, 56쪽~57쪽




 정다연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해 야자나무 셰플레라를 사 왔을까요. 그랬겠지요. 식물을 보면 쓸 게 떠오를지도 몰라서. 시를 생각하고 셰플레라를 사온 일이 시가 되기도 했네요. 뒤에서는 처음 마음과 달라졌습니다. 셰플레라와 거리를 두고 잘 자라기를 바란다고.




축하는 축하를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받자

슬픔은 슬픔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말하자  (<러프 컷>에서, 63쪽)




슬픔은 혼자서만 하자

넘치는 기쁨으로

홀로 빛나자

내가 내 마음을 미워하는 날에도  (<러프 컷>에서, 64쪽)




 앞에 옮겨 쓴 건 시 <러프 컷>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저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냥. 다른 시에도 마음에 드는 부분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하나밖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늘 그렇지만 이번에 만난 시집도 알듯 모를 듯했습니다. 모르는 게 더 많았군요. 조금 분위기가 무서운 것도 있었습니다. <이사>. 이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일지. 짐 옮기는 사람이 무섭게 하지 않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여자는 시베리아허스키를 키울 수 없다>도 무서운 시군요. 실제 있었던 일인가봐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정말 여자는 시베리아허스키를 키울 수 없을까요. 남자들이 여자와 함께 있는 시베리아허스키를 총으로 쏴서 죽였답니다. 시베리아허스키는 추운 나라에 사는 개인데, 아프가니스탄은 어떨지(대륙성기후군요. 겨울엔 추운가 봅니다). 한국에서 시베리아허스키를 기르는 사람도 있겠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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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20 0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셰플레라‘ 시 좋네요 ㅋ 좋아하는게 눈에 보이면 전부를 쓸 거 같다는 문장이 특히 좋습니다 ~!! 거리를 두는게 쉽진 않죠~

시집의 매력은 알듯 모를듯 인거 같습니다~!!

희선 2023-12-21 23:36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도 그걸 다 쓰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가 보이면 그걸 보기만 한다니... 그럴 것 같네요

시 잘 몰라도 그냥 봅니다 몰라도 좋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희선

2023-12-20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1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로 무엇을 할까


학을 접어

비행기를 접어

거북이를 접어

꽃을 접어

바람개비는 어때


종이로 할 게 많네

종이엔 글만 쓰는 게 아니군

그림을 그려도 되고

친구한테 편지를 써도 돼


우표도 종이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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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에티오피아 단세 모모라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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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커피가 달라졌습니다. 안이 아니고 겉이. 단순해졌어요. 그림이 아니고 색깔과 글씨가 쓰여 있어요. 이것도 괜찮네요. 여러 가지 색깔 나오겠습니다. 문학동네 시집이 생각납니다. 시집과 커피, 어울리죠.






 이번 커피 ‘드립백 에티오피아 단세 모모라’ 예전에 나온 적 있던가요. 청포도라는 말이 있어서. 언젠가 한번도 청포도 산미 나는 커피 나왔는데. 맨 위에 청포도가 쓰여 있으니 포장 색깔 연두나 풀색 괜찮았을 것 같네요. 풀색은 나왔던가요. 풋(청)사과. 그 커피 여러 분이 기대했던 것 같은데. 연보라는 그냥 포도색과 비슷하군요.


 분위기 있는 곳에서 커피 마시면 기분도 좋을까요.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분위기 크게 마음 쓰지 않을 것 같네요. 마신다는 걸 즐기겠습니다. 저는 커피 즐겨 마시는 것보다 버릇인 것 같아요. 물을 마셔야 할 텐데.


 커피 언제 마시든 좋지만, 서늘해지거나 추울 때 마시면 더 맛이 좋겠습니다. 지금이 딱 그럴 때네요. 저는 사철 내내 커피 마십니다. 그것도 따듯한 커피. 차가운 커피를 마시려면 물을 얼려야 하니. 이 말 여름에 했던 것 같네요. 얼음 귀찮아서 만들지 않는다고. 정수기 물은 바로 얼리겠군요. 정수기 없어서 물을 끓이고 식힌 다음에 얼려야 하니 얼마나 귀찮겠어요.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커피 마시는 사람 대단합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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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2-20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커피 괜찮더라고요~~
커피 마시며 좋은 겨울 보내세요.
서울은 눈이 많이 왔어요^^

희선 2023-12-21 23:34   좋아요 1 | URL
겨울을 느끼게 해주는 눈이네요 어제 아침에 눈을 쓸었는데 낮에 보니 더 많이 쌓여서 그거 쓰느라 힘들었습니다 손이 얼어서... 지난해에는 밤에 여러 번 쓸기도 했어요 왜 그랬는지...

겨울엔 따스한 커피가 좋죠 다른 때도 좋지만...


희선
 




하하하

하늘이 파랑파랑해서

하하하

크게 웃었지


하하하

하늘하늘 흩날리는 꽃잎


하하하

하양하양으로

소복이 쌓이는 눈


하하하

하하하

즐거운 소리


하하하

너도 웃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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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0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1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신과 세상을 잘 보면 좋겠어

글쓰기가 도움이 되겠지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여러 곳에서 봐

답은 하나가 아니야


글이 너와 내 마음을 지켜줬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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