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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황지영 지음, 백두리 그림 / 우리학교 / 2020년 8월
평점 :
누구한테 초점을 맞춰야 할까. 유나, 민설이, 건희. 세 아이는 친하지 않다. 유나와 민설이는 같은 때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되고 친구가 됐다. 6학년으로 올라가고 유나와 민설이는 다른 반이 됐다. 그때 유나 반에 건희가 전학오고 유나 짝이 되었다. 유나는 민설이와 건희와 셋이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민설이와 건희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두 친구 가운데 있으면 조금 힘들겠다. 처음부터 셋이 친구였다면 좋았을 텐데. 유나가 민설이는 민설이대로 건희는 건희대로 사귀었다면 나았을 것 같은데.
친구가 다른 친구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해서 자신이 나서서 그 친구한테 뭔가 말하는 건 안 좋을 것 같은데. 건희는 다른 반인 민설이가 유나를 찾아오는 걸 보고 자신이 유나 대신 민설이한테 뭐라고 한다. 그때 유나가 나섰다면 민설이 마음이 좀 괜찮았을 텐데 유나는 가만히 있었다. 둘 사이가 조금 어색해졌다. 유나와 민설이는 난타반이었다. 유나는 난타반에 가는 게 껄끄러웠지만 간다. 난타반은 동아리 같은 건가 보다. 민설이가 난타를 알고 유나와 함께 하자고 했다. 유나는 처음엔 내키지 않았지만 이제는 난타를 좋아하고 잘하기도 했다. 친구 따라간 사람이 더 잘하는 경운가. 민설이도 난타를 좋아했다. 조금 못했지만.
난타반이 5월 체육행사에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아이들한테 센터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유나는 마음속으론 자신이 센터를 해야 한다 생각했지만, 비디오에 찍힌 자기 모습을 생각하고 쉽게 손 들지 못했다. 유나는 난타에 빠져 북을 치고 움직였다. 다른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북을 쳤는데. 유나가 자신있게 손을 들었다면 민설이는 손을 들지 않았을까. 아니 민설이도 용기를 냈겠지. 민설이는 용기를 내고 센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연습할 때 민설이가 자꾸 틀리자 선생님은 유나와 민설이를 불러서는 센터를 유나한테 하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이런 모습 봤을 때 조금 안 좋았다. 지금까지 나도 뭐든 잘하는 사람이 앞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학교 난타반은 전문가가 아니다. 조금 못하면 어떤가 싶었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유나는 다치지 않았을 거다. 여기에서 말하는 건 이게 아닌 것 같지만. 아니 꼭 그렇지는 않은가. 제멋대로인 어른을 꼬집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민설이는 선생님이 한 말에 화가 나서 큰북을 밀었는데, 잘못해서 넘어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민설이가 유나를 다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민설이는 유나가 다친 걸 보고 깜짝 놀라서 그때는 거짓말 했을 거다. 유나도 그렇게 믿었는데, 햇빛초등학교 아이들이 쓰는 익명 계정 대나무숲에는 민설이가 큰북을 밀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유나는 크게 다쳤다. 이마를 여러 번 꿰맸다. 유나는 민설이가 큰북을 미는 걸 봤다는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자신이다 밝히는 사람은 없었다. 그 뒤 유나를 탓하는 글도 올라오고 헛소문을 퍼뜨리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 세계도 만만하지 않구나.
유나는 흉터가 마음 쓰였다. 그 흉터가 생긴 게 자기 탓인 것만 같았다. 이런 생각 들 것 같기도 하다. 민설이는 민설이대로 죄책감에 시달리고 엄마한테 말했더니 사실대로 말하지 마라 했다. 민설이가 나쁜 마음으로 한 건 아니지만 사실을 말하지 마라 하다니. 건희 이야기는 못했다. 건희는 자기 잘못을 제대로 안 보고 일이 잘 안 되면 피했다. 예전에 다닌 학교에서 그랬다. 건희는 자신이 괴롭힌 아이는 잊고 자신한테 안 좋게 한 사람은 기억했다. 건희가 유나를 생각하고 한 일은 유나한테 별로 도움이 안 됐다. 건희도 거짓말을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건지. 보고도 못 봤다고 하라는 부모도 있었다.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되고 거짓말 하는 건 부모 탓일까. 그건 아니겠지만,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한 일을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것도 용기가 있어야 하는구나. 익명으로 글쓰는 것도 별로 안 좋은 듯하다. 차라리 일기장에 쓰지. 사람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 글을 쓰면서도 그걸 누군가 봐주기를 바라는가 보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