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앞날 내 하루는 어떨까?
밝은 앞날
2073년 3월 X일
언제나 시간은 빨리 흐르지만 지금은 더 빨리 흐른다. 세상은 오래전과 많이 바뀌었다. 오래전은 언젤까. 2023년 3월쯤. 그때도 세상이 빨리 바뀐다 느꼈는데, 그 뒤로도 세상은 아주 빨리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구에 사는 사람이 지구를 생각하고 지구를 살리려고 애쓴 거다.
사람이 본래 쓰던 걸 그만 쓰지는 못한다. 처음부터 없으면 안 쓰지만. 아니 쓰던 걸 안 쓰면 없어도 살아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그때도 지금도 휴대전화기는 없다. 지금 휴대전화기는 2023년 것과 비슷하면서도 그때보다 여러 가지가 늘었다. 그래도 이제는 휴대전화기를 보는 사람이 줄었다. 예전 사람은 휴대전화기를 오래도 들여다 봤다. 그것만 있으면 못하는 게 없었으니 그랬겠지.
휴대전화기를 안 보면 뭘 하느냐고. 여러 가지를 보겠지. 책을 보거나 옆에 있는 사람 얼굴이나 자연을 볼 거다. 자연이나 동물을 보는 사람도 많다. 예전엔 아파트숲이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진짜 숲이 많이 늘었다. 빈 터만 있으면 뭔가 지었는데, 2023년 뒤부터는 아주 작은 땅에도 나무를 심고 빈 터에 건물을 짓지 않고 나무를 심었다. 탄소 연료도 이제는 아주 조금만 쓴다. 시간이 조금 더 가면 하나도 쓰지 않게 된다고 한다. 공기는 맑고 자연 환경은 좋아졌다.
내 아침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나한테는 아침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늦은 아침이구나. 늦게 자고 조금 늦게 일어나는 건 여전하다. 난 일어나도 밥은 먹지 않는다. 이렇게 산 건 아주 오래 됐구나. 내 하루는 그때나 지금이나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조용히 산다. 가끔 편지를 쓴다. 아직 편지를 쓸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친구가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
늘 단순한 하루다. 이런 하루가 가장 좋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을 해야 한다면 싫을 것 같다. 이제는 챙겨야 할 사람도 없구나. 내가 나를 잘 돌보면 된다. 이렇게 살다가 조용히 떠나겠지.
어두운 앞날
2073년 3월 X일
아침에 일어나도 세상이 밝지 않다. 지구를 덮은 오존층이 두꺼워져서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오래전 한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이 있었는데, 지금은 철을 느끼기 어렵다. 거의 여름과 겨울만 있다. 여름엔 아주 덥고 겨울엔 아주 춥다. 공기가 아주 나빠져서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언젠였던가 2020년에 나타난 바이러스 코로나19 뒤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많은 걸 샀다. 코로나19는 몇 해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감기처럼 생각하게 됐다. 바이러스는 사람들 생활을 아주 많이 바꾸었다. 바깥보다 안에서 생활하게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잠깐은 지구가 좋아지는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오래 가지 않았다. 기후변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자연재해라 하지만 그것 또한 사람이 만들어낸 재해였을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여름엔 비가 많이 왔으니. 남극 빙하와 북극 얼음은 빠른 속도로 녹고 바닷물 높이는 높아만 갔다. 기후 난민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지구가 어떻든 사람들은 살아간다. 희망보다 절망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구를 떠나려고 했던 사람도 있는데, 쉽지 않았다. 다시 지구를 떠나려는 계획을 세웠나 보다. 그런 말을 봐도 나와는 상관없다. 인류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찾을까.
가끔 밖에 나가 걷고 싶지만, 걸을 수 있는 날은 한해에 며칠 되지 않는다. 그런 날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바깥엔 사람보다 드론이나 배달 로봇이 더 많이 다닌다. 그런 게 여러 가지 물건을 배달해준다. 그것도 다행이구나. 밖엔 나가지 못해도 여전히 책은 본다. 이젠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본다. 종이책은 만들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전자책도 나름 괜찮지만, 종이책만큼 좋지는 않다. 종이책이 보고 싶으면 오래전에 사둔 책을 본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산 물건이 왔나 보다. 별거 아니다. 물과 먹을 거다. 먹는 물은 거의 사 먹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물을 사 먹을 때도 난 끓여 먹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한다. 옛날을 생각하면 뭐 하나 그때로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그냥 이렇게 살다가 떠날 수밖에 없다. 남은 날 동안이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겠다. (20230306)
25 오늘 무엇을 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어?
내가 가장 많은 시간 하고 싶은 건 책읽기인데, 지난달부터 잘 일어나지 못해서 그러지 못했다. 어쩐지 좀 슬프다. 일월엔 보통으로 자고 책도 다른 때보다 많이 봤는데. 다시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고치려면 좀 일찍 자야 하는데, 나한테 일찍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일찍과 아주 많이 차이 난다. 새벽에 자더라도 날이 밝지 않고 자야 하는 거지. 그러고 보니 언젠가 어두울 때 자야지 한 적 있구나.
하루뿐 아니라 거의 날마다 잠자는 시간이 가장 길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평소엔 거의 여덟 시간 자는데, 요새 그것보다 더 잔다. 잠들기까지 좀 오래 걸리고 잠이 들어도 여러 번 깬다. 안 깨야 좋은데. 여러 번 깨면 일어나면 될 텐데. 삼월엔 좀 바꿔야겠다. 다른 때처럼 여덟 시간만 자려고 해야겠다. 그러면 책을 더 보겠지.
사실은 컴퓨터도 많이 쓴다. 하는 것도 없는데 하고 나면 시간이 휙 지나간다. 블로그 글을 보고 댓글 쓰다보면. 글 보는 속도가 좀 느리구나. 그것뿐 아니라 댓글 쓰는 것도 느리다. 댓글에 좋은 말을 쓰는 사람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말이 떠오를지.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니. (20230307)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