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인 내가 떠나면

가을인 네가 오겠지

내가 널 만나는 날은 아주 짧겠어

어쩌면 거의 만나지 못할지도

그래도 넌 올 거지


언제나 내 뒤에 찾아오는 너

많은 사람은 널 더 좋아해

내가 가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도

조금 있을까


내 안에 네가 있듯

네 안에도 내가 있겠지

너와 난 그렇게 멀지 않아


난 그만 갈게

넌 이제 왔으니 더 머물러

또 만날 때까지

잘 지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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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이어지지 않아 다행한 시간

우울한 시간은 더 긴 것 같아

그 시간도 흘러가


아픈 마음이 낫는 시간은 좀 걸려

낫기만 해도 다행일까


시간이 가도

희미해지기만 하는 것도 있어


시간이 가서 좋기도 하고

시간이 가서 아쉽기도 해


모든 시간은

어딘가에 쌓일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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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16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가서 아쉽기도 하고
또 시간이 가서 편안하기도 하고~~
공감합니다^^

희선 2023-04-17 01:39   좋아요 0 | URL
시간이 가도 덜 아쉽게 지내야 할 텐데, 마음만 그러려고 하는군요 실천을 해야 할 텐데... 사월 잘 갑니다 페넬로페 , 이번주 좋은 한주기를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3-04-16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모두 해결해주진 않지만 무뎌지게는 해주는거 같아요~! 어딘가에 시간이 쌓여있다면 좋겠네요~!!

희선 2023-04-17 01:40   좋아요 1 | URL
무슨 일이 있을 때는 힘들기도 하지만, 시간이 가면 조금 무뎌지는군요 그러면 안 되는 일도 있을 텐데... 그래도 어떤 건 무뎌져서 다행입니다


희선
 




49  하루 중 어느 시간대를 가장 좋아해?




 이럴 때는 멋지게 오후 몇 시 같은 게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간대는 밤, 그것도 하루가 다 가고 날이 바뀌는 때. 그때 어디 가는 건 아니고 그냥 깨어 있는 게 좋아요. 중학생 때는 열두시 전에 잔 것 같기도 한데, 고등학생 때는 새벽에 잤어요. 그때는 일어나기 힘들었군요.


 해가 뜨는 아침도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그건 어쩌다 한번만 맛보는 게 좋아요. 낮엔 좀 시끄럽지요.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고 많은 사람이 깨어 있기도 하니. 밤은 조용하죠. 밤이라고 다 잠을 자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밤엔 잠을 자겠지요. 그럴 때 깨어 있으면 좋아요. 조용해서. 조용한 밤이 좋습니다.


 예전엔 밤에 책을 보거나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컴퓨터를 씁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지낸 것도 오래됐군요. 조금 일찍 자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다니. 낮엔 컴퓨터 못 써요. 밝아서. 밝아서 못 쓴다니 좀 우습군요. 아주 시끄럽지 않지만 밝으면 시끄러운 느낌도 듭니다. 실제 바깥이 시끄러운 적도 있군요. 요새는 조용한 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위층에서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틀어두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소리 아침에 들은 적도 있군요.


늦은 밤엔 차도 조금만 다녀요. 낮에 차가 다닌다고 그렇게 시끄러운 건 아니지만. 차 소리는 밤에 더 잘 들릴지도 모르겠군요. 어쩌다 가끔 비행기 같은 게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아주 가끔인데, 비행기 맞는지 아닌지. 그런 소리가 새벽에 들려요. 저는 깨어 있어서 그걸 듣기도 했네요. 그 소리 어떤 때는 낮에 들리기도 해요. 며칠전엔 낮에 들려서 라디오 소리가 잘 안 들렸어요. 새벽에 비 오면 좀 무섭습니다. 비가 와도 조금만 오면 좋을 텐데.

 밤시간은 조용해서 좋아요.


20230410








50 억울했던 경험이 있어?




 억울한 일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 생각나는 건 없어. 그때는 정말 억울해서 슬프고 우울했을 텐데 잊어버리다니. 사람이 그렇지. 억울한 일이라고 해도 시간이 가면 잊어버리는. 아주 억울하다면 오래 잊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그런 일은 없었던 건가 싶기도 하네. 그러면 다행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자신이 잘못하지 않은 일 때문에 누군가한테 혼나거나 안 좋은 말을 들으면 참 억울하지. 그런 일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잘 알아보는 게 좋겠지. 괜히 잘못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뭐라 하면 그 사람은 얼마나 안 좋겠어.


 누명으로 범인이 된 게 생각나기도 하다니. 그런 일이 아주 없지 않다니. 지금은 예전보다 덜 하겠지. 과학이 발달했으니. 그래도 증거를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해. 증거라고 해도 믿을 게 못 되기도 하다니. 그러면 어떻게 범인을 잡아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범죄소설 미스터리를 봐서 그런가 봐.


20230411








51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힐링 아이템 3가지




 이건 두번째 것과 비슷하네요. 내 기분을 좋게 하는 것 세 가지. 이걸 봤을 때 생각한 것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기 기분이 좋은 건 즐겁고 좋은 것과 다르지 않기도 하죠.


기분이 안 좋을 때 하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하는 게 있는 사람 있겠지만, 저는 꼭 그걸 하지는 않아요. 걷기를 좋아한다 해도 우울할 때 바로 걷느냐 하면 그러지도 않네요. 그때 바로 하지 않는다 해도 우울할 때 걸으면 좋다는 건 압니다.


 책을 보면 좋아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가끔 있지만, 그럴 때 아무것도 안 하면 좀 아쉽기도 해서 책을 조금 보면 다시 책이 보고 싶기도 해요. 많이 보고 싶은데 좀 늦게 봐서 아쉬웠던 적도 있어요. 그날은 책이 재미있게 느껴졌는데, 다음 날엔 그때 기분보다 덜했습니다. 그래도 그 책 마지막까지 봤습니다. 어떤 건 마지막까지 봐야 알게 되기도 해요.


 음악도 좋죠. 클래식은 잘 모릅니다. 어쩌다 한번 듣고 다른 때는 그냥 제가 좋아하는 노래 들어요. 지금 생각하니 예전엔 이것저것 듣기도 한 것 같은데 지금은 늘 듣는 것만 듣습니다. 아는 게 별로 없어요. 하나라도 죽 듣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합니다. 오래 들으면 다른 걸 듣기도 하겠지만, 그러지 않게 됐어요. 중간 중간 다른 사람 노래도 있어요.


20230412








52 신이 선물 하나를 준다면 무엇을 받고 싶어?




 신이 있다면 좋겠지만, 난 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신은 모든 사람을 다 보기 어렵기도 하다. 신은 하나지만 사람은 아주 아주 많으니 말이다. 종교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신은 정말 다 다를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신이 아주 많구나. 북유럽 신화뿐 아니라 동화 신화도 있구나. 신이 하나 있다고 여기는 건 카톨릭이나 기독교에서 하는 말이다. 내가 신은 하나다고 여기는 건 그것 때문인가 보다.


 사람한테 바라는 거 받기도 어려운데 신한테 뭘 바랄까. 바라는 거 없다. 사람한테도 딱히 바라는 거 없다. 하나 있는데 그건 어려운 거다. 마음이니. 그것만큼 얻기 어려운 게 없다. 마음은 바람이니까. 바람은 어디든 가고 한곳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린 왕자》에 그런 말이 나오는구나.


 뭔가 바라는 건 자신이 얻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준 게 더 뜻 깊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보다 자신이 애써서 얻는 게 더 낫지 않나. 그래야 더 좋아하고 오래 그걸 쓰거나 생각하겠지. 물건이든 사람 마음이든.


 어렸을 때 잠깐 교회에 다니기는 했지만, 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다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힘이 있을 것 같다. 난 그런 데 기대지 않겠지만. 사람은 가끔 그런 데 기대고 싶지도 않나. 기대기만 하고 다른 건 바라지 않는 게 좋겠다. 바라면 얻기 어려우니 말이다. 이건 신만이 아니구나.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음도 바라지 않아야겠구나.


20230413








53 어린 시절, 상처로 얻게 된 흉터가 있어?




 이런 것도 물어보다니. 흉터가 있으면 좋을까 안 좋을까. 별로 안 좋게 여길지도 모르겠어. 나도 모르게 다치고 생긴 흉터 같은 건 많은 것 같아. 큰 건 없어. 그런 건 남한테 보여주기 싫어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하지. 몸에 난 흉터여도 마음에 영향을 줘.


 난 어릴 때 크게 다친 적은 있어. 뜨거운 물에 데었다고 해야겠군. 잘 생각나지 않는데 밥 먹으려다 뜨거운 물을 쏟은 것 같아. 크게 데었는데 다행하게도 흉터는 없어. 데인 다음 많이 아프기도 했어. 시간이 가고 데인 부분이 좀 검어졌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어. 병원에 가지는 않고 엄마가 물집을 터뜨리고 약을 발랐던 것 같아.


 아이는 크게 다칠 때 있을지도 모르겠어. 잘 몰라서 이것저것 만지고 이것저것 주워 먹기도 하잖아. 뭔가 잘못 먹어서 병원에서 수술한 사람도 있을까.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 건 잘 봐야겠어. 아이는 왜 뭘 주워먹지. 안 먹으면 좋을 텐데. 잘 모르니 그냥 먹는 건가. 어릴 때는 다 그랬을 거 생각하니 좀 우습기도 하군.


20230414








 사월 셋째주라 했는데, 셋째주라 하니 시간이 꽤 지난 것 같다. 사월 첫날을 첫째주라 말하기 어려울까. 그날이 없었다면 둘째주였을지도 모를 텐데. 어쩔 수 없지.


 거의 두해가 넘어서야 브라우저 새탭 설정을 알게 됐다. 두해 넘는 동안 그걸 왜 몰랐을까. 찾아봤다면 알았을 텐데, 처음엔 잘못 건드리는 거 아닐까 해서 그냥 썼다. 이런저런 기사와 광고가 나온다 해도, 그걸 두해가 넘게 참다니. 며칠 전에 뭔가를 건드려서 그걸 본래대로 하려다 브라우저 설정을 알게 됐다. 본래 하려던 건 못했지만, 그거 못해도 그렇게 문제 없기는 하다. 전에는 설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설정 있는 데가 어두워서.







 첫번째 그림 보면 조금밖에 없지만, 맨 위가 저렇고 밑에는 다 기사 제목이 보였다. 밑에 건 그걸 보이지 않게 한 거다. 가운데 검색창이 나오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 지금까지는 좀 시끄러운 느낌이었는데, 이제 좀 조용해진 것 같다. 기사 안 봐도 괜찮은데, 제목이 보이면 한번 눌러 보기도 했다. 보고 나서 왜 봤지 했다. 그걸 보고 알게 된 것도 있지만, 몰라도 사는 데 큰 문제 없다.


 이번 4월부터 <닥터 스톤> 3기와 <귀멸의 칼날> 3기가 한다. 그것도 같은 날(케이블 애니박스와 애니맥스). 아니 일본에서는 다른 날인데 한국에서는 같은 날이다. 시간대는 비슷해도 겹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나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싶다. 끝까지 볼 때까지 큰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해야겠구나. 내가 이렇다. 텔레비전 안 보지만, 이건 시간 맞춰서 볼까 한다.


 밑에 노래는 <귀멸의 칼날> 여는 곡(OP)이다. 새벽에 우연히 봤는데, 그때는 제목만 보고 한번 들어봤다. 그러고 봤더니 <귀멸의 칼날> 3기 주제곡이었다. 이 노래가 들어간 음반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5월에 나오는가 보다. 노래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시끄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두번째 들으니 괜찮게 들렸다. 어떤 노래든 자꾸 들으면 좋아질지도.




희선








MAN WITH A MISSION×milet(ミレイ 미레이)「絆ノ奇跡(인연의 기적)

https://youtu.be/0N3j1erm3-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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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4-16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11시 이전에 잤어요. 워낙에 잠이 많아서 아무리 자도 모자라더라구요. 밤 시간이 좋은데 그 때는 깨어있지를 못했죠. 잠들기 전에 쓴 일기나 편지 보면 너무 감성적인 게 많아서 밝을 때 다시 보면 부끄럽기도 하구요. ㅎㅎㅎ

억울한 일은 누구든 겪을 것 같아요. 저는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로 제 의도를 나쁘게 몰아갈 때 많이 아팠어요. 물론 누명 쓰는 건 진짜 억울하구요. 희선 님은 생각나지 않는다니 다행이에요.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04-17 01:15   좋아요 1 | URL
지금은 낮이나 밤에 듣는데, 예전엔 새벽에 라디오 방송을 듣기도 했어요 라디오 방송은 새벽에도 하는데 그때는 안 듣는군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고등학생 때 학교에 더 오래 있었네요 저는 그때 쉬는 시간에 자기도 했는데, 정말 빨리 가더군요 공부 시간에 조금 졸기도 했어요 조금이 아니군요 그전에는 안 졸았는데...

억울한 일 있기는 했을 텐데,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걸 오래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런 것보다 더 작은 일을 오래 생각할지도...

주말이 빠르게 갔습니다 꼬마요정 님 새로운 주 좋은 나날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3-04-16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7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 마음엔 있어

언제나 꺼지지 않는 불꽃

그건 열정이지

열정이 식지 않고 꺼지지 않길

아니 꺼뜨리지 마


네가 살아갈 힘을 주는 불꽃

작아도 쉽게 꺼지지 않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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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5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6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 - 안나 도스토옙스카야의 회고록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 최호정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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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작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표도르 미하일리비치 도스토옙스키인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일지. 도스토옙스키뿐 아니라 톨스토이 소설은 다 못 봤다. 아니 톨스토이가 쓴 단편소설은 한번 봤다. 이 책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을 보고서야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같은 시대 작가라는 걸 안 것 같다. 톨스토이가 도스토옙스키보다 일곱살 적었다. 다른 나라 작가 그것도 19세기 작가가 언제 태어났는지 잘 모른다. 나만 그럴지도. 작가한테 관심 가진 사람은 그 작가가 언제 태어났는지 정도는 기억하겠다. 나한테 표도르 마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작가다. 그냥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언젠가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을 보려다 그만뒀다. 앞부분만 잘 넘기면 재미있을지도 모를 텐데. 그걸 넘기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구나.


 내가 아는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으로 빚이 많아서 소설을 썼다는 거다. 그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거였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빚이 있기는 했겠지만, 도스토옙스키는 갑자기 형이 죽고 형네 식구와 형 빚을 떠안았다. 첫번째 부인 아들인 파벨 알렉산드로비치하고도 함께 살았다. 그런 걸 보면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동안 도스토옙스키한테 가진 인상은 나쁜 사람이었던가. 나쁜 사람이라기보다 도박을 즐기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을 한 건 빚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빚을 갚으려고 도박을 한 게 버릇이 되고 거기에 빠져버린 거지. 도스토옙스키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도박꾼》을 썼다고 한다. 여기에서 도스토옙스키는 도박하는 사람 편을 들어주는가 보다.


 도스토옙스키는 형수나 의붓아들뿐 아니라 동생한테도 돈을 주었다. 자기도 돈이 없어서 쪼들리는데, 돈이 들어오면 다른 사람한테 돈을 주었다. 이때 러시아에는 할 일이 별로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살기 어려웠으니 자기 형제한테 손을 벌렸을 거 아닌가. 난 아무리 돈이 없어도 형제한테 달라고는 안 할 텐데. 내가 돈이 없다 해도 아주 굶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보면 그때 러시아가 어땠는지 알지도 모르겠다. 도스토옙스키는 빚 때문에 자신이 잡지에 글을 실어 달라고 해서 원고료를 얼마 받지 못했다.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는 도스토옙스키보다 돈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도스토옙스키가 글을, 소설을 썼다는 건 도스토옙스키 자신은 소설을 써야 한다 생각해서겠지.


 두번째 부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도스토옙스키가 악덕 출판업자와 계악하고 소설을 써야 해서 만났다. 이때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쓰기가 힘들었다. 간질 발작으로 눈을 다친 것 같았다. 안나는 속기를 배우고 그 일을 하려 했다. 안나가 작가인 도스토옙스키를 알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그저 그랬던 것 같다. 안나보다 나이도 많았으니. 이때는 마흔살만 넘어도 노인이라 했나 보다. 도스토옙스키는 거의 한달이 되어서야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이름을 외웠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야기를 했다. 만나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말하기 어렵기는 하겠다. 이때 도스토옙스키가 구술한 게 《도박꾼》이다. 안나는 속기로 받아적고 다음 날 잘 적어왔다. 도스토옙스키는 소설 구술을 다 마치고 내일부터 안나를 만나지 못하느냐고 하고 안나 집에 초대해달라고 한다. 안나는 다음날 다다음날 며칠은 다른 약속이 있다면서 나중에 오라고 했다.


 누군가는 첫눈에 반한다고도 하지만. 한달 정도도 빠르지 않을까. 도스토옙스키는 안나 집에 찾아가고 안나한테 청혼한다. 그 다음부터 거의 날마다 도스토옙스키는 안나 집에 간다. 바로 결혼하든가 하지 석달이나 기다려야 하다니 했다.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나 보다. 옛날이니. 형수와 의붓아들은 도스토옙스키가 결혼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가 결혼하고는 두 사람이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었다. 친척이 도스토옙스키 집에 자꾸 찾아와서. 도스토옙스키는 다른 나라에서 석달 지내다 오려고 했는데, 그 시간은 네 해나 길어진다. 잠깐 떠나려던 게 그렇게 길어지다니. 다른 나라에 살 때 첫째딸을 잃었다. 그때 참 마음 아팠겠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에 빠지고 돈을 잃어도 크게 뭐라 하지 않았다. 안나는 도스토옙스키가 도박으로 돈을 잃는 걸 알면서도 기분을 바꾸라는 뜻으로 그걸 하고 오라고 한다. 그러고 나면 도스토옙스키는 다시 소설을 썼다. 도박으로는 돈을 따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스토옙스키는 글을 쓰고 고치고 싶어하기도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도스토옙스키는 그걸 아쉽게 여겼다. 안나와 도스토옙스키가 함께 산 시간은 열네해인데, 열세해째에 빚을 모두 갚았다. 빚을 다 갚았으니 앞으로는 여유 있게 글을 써도 됐을 텐데.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2부를 쓸 계획이 있었던가 보다. 그걸 못 쓰고 죽다니. 도스토옙스키가 스스로 회고록을 썼다 해도 괜찮았을 텐데. 이런 거 아쉬워하면 뭐 하나. 도스토옙스키 소설 하나도 안 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조금 우습구나.


 그때 러시아 사람은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했나 보다. 지금도 그런가. 도스토옙스키가 죽자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장례행렬도 길었다. 안나와 딸은 도스토옙스키 장례식에 못 들어갈 뻔했다. 그런 일까지 있었다니.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알기는 했지만 한번도 만나지 못했단다. 같은 시대에 사니 한번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만우절은 있었을까. 도스토옙스키는 만우절에 안나한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거 재미있지 않나. 도스토옙스키가 안나와 가장 가깝고 남편이어서 좋은 점을 더 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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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4-13 1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인데 아무래도 도 선생님 책은 웬만해서
읽지 못하고 있으니 이 책도 그냥 눈찜만하게 되네요.
몇년 전에 도 선생님 전기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모르긴 해도 이 책이 참고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희선 2023-04-13 23:48   좋아요 4 | URL
도스토옙스키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 조금 알게 됐습니다 안나가 자기 이야기를 조금 쓰기도 했는데 그건 못 썼네요 도스토옙스키가 안나를 만나서 괜찮았을 것 같아요 지나고 나서 말하는 거지만, 누군가는 만나서 괜찮고 누군가는 만나지 않은 게 나았겠다 싶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3-04-14 06: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예프스키 완전 좋습니다 ㅋ <노름꾼> 읽어보시면 완전 웃깁니다~!!
<카라마죠프>도 분량압박이 있어서 그렇지 잘 읽힙니다~!!

희선 2023-04-16 00:33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은 도스토옙스키 소설 다 보셔서 뿌듯하겠습니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카라마조프 씨의 형제들> 앞부분을 잘 넘겼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네요 일본에서는 그 소설로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건 미스터리 같았어요


희선

scott 2023-04-14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끼옹 안나 만나서 대 문호가 된 것!
간질 발작에 도박 중독자 도끼옹
진심으로 어질고 현명하고 인내 하는 안나를 만나서 그나마 작가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끼옹이 집안에서 둘째 였지만 형과 형수 동생들이 줄기차게 돈을 요구 해서
안나도 마음 고생 심했을 것 같습니다
도끼옹 작품에 이 가족들 전부 한 두번 씩 나옵니다.

희선 2023-04-16 00:39   좋아요 1 | URL
도스토옙스키가 안나를 만난 건 행운이군요 그때 못 만났다면 도스토옙스키가 소설 쓰기 힘들었겠습니다 형제들이 돈을 달라고 하다니... 그래도 도스토옙스키는 그런 걸 거절하지 않았네요 마음이 약해서 그랬나 봅니다 첫번째 결혼도 그런 마음 때문에 한 것 같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볼 수 있을지... 예전에 보려고 한 적 있기도 한데...


희선

페넬로페 2023-04-15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도스토옙스키작가보다 나이가 더 적군요 저는 반대로 생각했어요.
작가들의 전기나 그래픽노블을 보면 보통 사람이 사는 방식과는 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작가들은 작품으로만 만나야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안나가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요^^

희선 2023-04-16 00:49   좋아요 1 | URL
같은 시대 작가였다는 거 이 책 보고 알았어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는 서로의 소설을 봤어요 그런 거 생각하면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소설 보면서 작가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지기도 했네요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저 소설을 보면서 작가를 조금 생각하기도 합니다 소설이 다 작가 이야기는 아닐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