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가장 좋아하는 철은?
한국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이 있다. 봄부터 말했지만, 실제 한해는 겨울에서 시작해서 겨울로 끝난다. 새해가 시작하는 일월은 겨울이 아닌가. 봄인 삼월에 새 학년이 시작해서 그런지 봄이 시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봄엔 뭔가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어릴 때는 여름 좋아하기도 했다. 더워도 그냥 괜찮았다. 어느 때인가 더워서 잠을 못 자고는 여름 별로였다. 그 뒤에 좀 괜찮다 여긴 건 여름이 가고 오는 서늘한 가을이다. 서늘한 가을은 좋지만 겨울이 가까워지는 늦가을은 좀 안 좋다. 그때 기분이 안 좋아져서. 이건 봄도 마찬가지다. 봄은 시작할 때는 좀 괜찮고 벚꽃이 떨어지면 기분이 가라앉던가.
겨울은 추워서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눈은 좋아한다. 지금도 좋아하는 것 같다. 눈이 오면 밖에 나가고 싶기도 하고 눈이 온 풍경 사진으로 담고 싶어하기도 하니 말이다. 지난 십이월에 눈 올 때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다.
어느 한 철만 좋아한다 말하기 어렵다. 그냥 조금씩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다. 아주 싫어하는 철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여름도 괜찮다. 여름에 덜 우울한 듯도 하다.
20230417
55 가족이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은?
대답하기 어려운 게 나왔습니다. 뭐라 말하면 좋을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해도 저를 많이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사랑과 좋아하는 건 조금 다른가. 그렇기는 한데, 저는 사랑이란 말을 잘 안 씁니다.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람은 부모한테 사랑을 받으면 자신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나 부모한테 사랑을 받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사람한테 부모는 다 있지만, 부모를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때는 부모 대신이 있어야 할 텐데, 부모와 살지 않는 사람한테 그런 사람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람도 없는 사람 있겠습니다. 그런 사람은 결국 비뚤어질지.
부모가 있어도 비뚤어지는 사람 많군요. 지금 생각하니 저도 그렇게 다르지 않습니다. 좀 비뚤어지기는 했지만, 남한테 해를 끼치지는 않아요. 저는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살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도 누군가 저한테 피해를 입었다 느끼는 사람 있을지도. 이런 것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누군가한테 상처주지 않아야 할 텐데. 조심 조심하겠습니다.
20230418
56 새로운 곳에서 살 기회가 생긴다면 어디서 살아보고 싶어?
이건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런 거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 많을까. 난 안 해도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사는 곳에도 아는 사람이나 친구는 거의 없지만, 다른 곳은 더 낯설겠다. 잘 모르는 곳이어도 난 잘 다니기는 한다. 그러다 길을 잘못 가서 많이 걷기도 하지만, 그렇게 길치는 아니다. 길 잘 찾아가는 편이다. 걸어서 간다면. 표지판이 있으니 그걸 잘 보면 된다.
바다나 산 어디가 더 좋을까. 바다도 좋고 산도 괜찮을 듯한데. 바다와 산이 다 있는 곳에 살면 괜찮겠다. 그런 곳 어디일지. 내가 사는 곳에도 바다가 있지만, 집에서 멀고 멋지지 않다. 더 가야 멋진 바다가 있다. 그걸 알아도 한번도 안 가봤다. 그런 건 생각할 때 더 좋지 않나. 뭐든 그렇구나. 갖고 싶은 것도 가지면 그때만 좋고 시간이 가면 마음이 덜하다. 늘 그런 건 아니고 그럴 때가 많은 듯하다.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도 아주 시골은 싫다. 그래도 여러 가지 물건은 쉽게 살 수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런 걸 많이 사는 건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사는 물건은 별로 없구나.
20230419
57 하루 중 어떤 일을 할 때가 가장 힘들어?
사람은 뭔가 해야 살겠지. 경제 활동, 곧 돈을 버는 것만이 일은 아닐 거야. 그래도 이런 말이 나오면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내가 하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말이야. 일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밖에 없어. 아니 늘 그런 건 아니야. 하기 싫은 것도 가끔 해야 해. 아주 하기 싫은 건 아니어서 다행이군.
예전엔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했지만, 지금은 안 해도 된다면 안 해. 뭔가 할 때 힘든 건 그렇게 많지 않아. 요새, 아니 몇 달 동안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어. 좀 빨리 일어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 왜 그런지 모르겠어. 일어나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일어나면 뭐 하나 하는 생각도 좀 들어. 이거 좀 이상한 거지.
일어나고 그날 할 걸 하고 나면 좀 일찍 일어날걸 해. 일어나기 전에 그러면 더 좋을 텐데. 자기 전에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일어나자고 생각하지만, 자고 나면 그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 일어난 다음에야 또 생각해.
자고 일어나는 일 그렇게 힘든 건 아닌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 아니 나한테는 가장 힘든 거야. 어떻게 하면 잘 일어날지. 그냥 시간이 가면 달라지겠지 하고 기다려야 할지. 주기가 있기는 한데, 조금 일찍 일어나는 때는 짧아서. 늘 그러면 더 나을 텐데. 그저 내가 게을러서 못 일어나는 걸 거야.
20230420
58 나는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일까?
저는 잘하는 게 없습니다. 바로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그러니 그렇죠. 이것저것 잘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느낌이 듭니다. 뭐든 잘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지만.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으면 좋겠네요. 하나도 없다니 슬픕니다.
예전에 잘한다고 생각한 게 하나 있어요. 다른 사람 글을 보고 잘 기억하는 겁니다. 요새는 집중해서 못 읽기도 하네요. 글을 인터넷으로만 읽지 않지만, 이렇게 읽는 게 오래 돼서 그런지 집중 잘 못하기도 합니다. 예전엔 많은 사람 글을 본 게 아니기도 했어요. 실제도 사람을 잘 못 사귀지만 인터넷에서도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해요. 지금도 그렇기는 한데, 여러 사람 글을 보다보면 시간이 휙 갑니다. 글을 집중하지 못하고 봐서 미안하기도 합니다.
책을 보고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글은 책보다 짧아서 더 잘 기억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도 그렇지만 누가 어떤 책을 봤는지 잘 기억했어요. 지금은 전보다 못한 것 같아요. 이거 생각하니 아쉽습니다. 저는 영상은 보고 쓰기 어렵지만, 글은 보고 쓰기에 좀 낫습니다. 책을 읽으면 오래 기억하면 좋을 텐데. 책을 한번 보고 다 기억한다는 사람 있더군요. 이런 사람 소설에서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거 부러웠어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에 나오는 시오리코.
앞으로는 더 집중해서 다른 사람 글을 봐야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려고.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 일을 제가 여러 가지 기억하는 거니 괜찮겠지요. 그렇다고 오래 기억하지는 않아요. 기억했다가 잊고 다시 보면 언젠가 봤는데 하는 그 정도일 뿐입니다.
기억이라 하니 사람 목소리랑 얼굴 잘 기억하는 거 생각났습니다. 이것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기는 하네요. 얼굴 한번 보고 바로 기억하는 건 아니고 여러 번 보고 목소리도 여러 번 듣고 기억합니다. 보통 사람과 그렇게 다르지 않기도 하네요. 가끔 기억하기 어려운 목소리나 얼굴도 있어요. 언제나 제가 사람 얼굴이나 목소리 잘 기억하는 건 아니군요.
20230421
또 한주가 다 갔다. 아니 아직 주말이 남았구나. 한주를 끝내는 주말. 난 주말이라고 다를 것 없지만. 더 게으르게 지낸다. 이번주도 무척 게으르게 지냈는데. 주말도 그럴 것 같은 안 좋은 느낌이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