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돌리지 말고,

바로 해야 알지


바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은 어려워

아무리 마음 써도

상대는 상처받을지도 몰라


그래도

덜 아픈 말로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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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4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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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5 0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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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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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림이라는 이름이 한글이 아닐까 했는데 정말이네. 그것도 미술에서 말하는 말이었다니. 바림이 넌 그림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겠어. 그걸 생각하고 네 이름을 바림이라 지은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너를 만든 작가는 생각했겠지. 그림, 난 그림을 잘 못 그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 어린이는 누구나 여기저기 낙서를 한다고 하는데 다 그럴까. 어쩐지 난 그러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 어렴풋이 생각나는 어린 나는 노래를 지어서 부른 거야. 다른 건 생각 안 나도 그건 기억하다니. 노래 하는 거 좋아하기는 했어. 그뿐이야. 그걸 죽 해야지 하지도 않고, 초등학생 때는 합창부 연습 오래 하는 거 무척 싫었어. 바림이 넌 친구 해미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미술학원에 다녀서 너도 다녔구나. 해미는 그만뒀지만 넌 미술을 죽 했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고등학교 때는 입시미술을 하고. 그저 그림이 좋아서 그리는 것과 입시미술은 많이 다를 것 같아. 난 노래를 죽 하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어. 그저 음악을 좋아했지만, 별 재능도 없고 피아노도 잠깐만 배우고 말았어. 더 배우고 싶었는데. 더 배웠다 해도 고등학생 때 그쪽으로 가야지 하지 않았을 것 같아.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은 중요하겠지.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말이야. 해미가 편의점에 함께 가자고 했지만, 처음에 넌 가지 않는다고 했다가 조금 뒤 해미를 뒤따라갔어. 눈이 와서 미끄러운 길을 걸어야 했는데, 넌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지도 않고 나갔지. 그러다 미끄러지고 손을 다치고 말았구나. 날마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넌 손을 다쳐서 두주 동안 손가락을 움직이면 안 되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걱정도 하겠지만, 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구나.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돼서 그랬겠지. 넌 엄마한테 시골, 할머니가 살았고 지금은 이모가 사는 곳에 가겠다고 했구나. 겨울방학 제대로 보내고 싶다고. 어쩌면 그건 충동스럽게 말한 거였겠지만, 너한테 경진은 어린 시절 기억이 있는 곳이었어. 어릴 때라고 해도 거기에 오래 산 건 아니었군. 초등학교 1학년 때 여름방학을 보냈지. 그 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한번도 가지 않았어. 할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가끔 갔을지도 모를 텐데.


 이모는 네 마음을 조금 알아주더구나. 그런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는 건 참 좋은 거야. 사람이 다른 사람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해도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만 해도 좋은데.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정말 쓸쓸해. 이런 말을 하다니. 바림이 넌 무척 심각하게 생각했는데, 난 그런 널 보고 이제 열아홉살인데 벌써 다 산 듯하다니 하는 생각을 했어. 사람은 어떤 걸 하면 시간과 돈을 쓴 게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쉽게 그만두지 못해. 지금 생각하니 난 아예 그런 건 안 하는군. 하다 그만둘 만한 건. 돈이 없어서 그렇지 뭐. 아니 그런 나도 그런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야. 돈을 버린 일도 조금 있어. 그런 걸 몇번 되풀이하다보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고 여기게 된 걸지도. 바림이 넌 나처럼 하지 않을 것 같아. 입시미술을 하다보니 그림이 싫어졌지만, 그게 아니면 여전히 좋아하잖아. 그렇지. 아직 모르겠다고.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해미나 이모는 참 대단한 것 같아. 그렇다고 해미나 이모가 결정을 쉽게 했다고 생각하면 안 돼. 사람은 다 다르지. 용기를 바로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기를 내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도 있어. 난 뒤군. 아니 용기를 내는 때가 있기는 할지. 이런 바보 같은 내 이야기를 하다니. 바림이 넌 시간이 걸렸지만, 네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했군. 아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린 것도 아니었어. 이제 열아홉살이잖아. 나이를 먹은 사람은 내가 열아홉살이면 뭐든 할 텐데, 할까. 난 그런 말 못해. 내가 지금 열아홉살로 돌아간다 해도 난 이리저리 헤맬 것 같아. 나이를 먹어도 다르지 않겠지. 슬프군. 바림아, 이런 말해서 미안해. 네 둘레에는 나보다 멋진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야. 이모와 해미 그리고 경진에서 만난 이레도 있군.


 사람은 다 자기 일은 아주 커 보이지만 다른 사람은 뭐든 척척 잘 하는 것 같기도 해. 바림이 너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레가 너랑 같은 나이지만, 하고 싶은 것도 있고 글도 써서 동화작가가 되었으니 질투가 나기도 했겠어. 이레가 글을 쓴 건 그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군. 그동안 글을 쓰고 응모했지만 여러 번 떨어지기도 했으니 말이야. 글을 한번도 안 쓰다 어느 날 글을 쓰고 상을 받는 사람도 있어. 그렇다고 그 사람이 하나도 애쓰지 않은 건 아닐지도 몰라. 쉽게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일지도. 그런 사람 보면 나도 그런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기도 해. 아무리 시간이 가도 난 그런 말 못할 거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잘 할지 모르기도 해. 내가 나를 잘 모르는가 봐. 나도 아직 멀었군. 바림이 넌 열아홉살에 자신을 잘 봐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좋겠어.


 바림이 네가 지금은 그림 그만둬도 다시 할 날 올 것 같아. 대학이나 상을 받으려고 하기보다 그저 바림이 네가 하고 싶어서 할 날 말이야. 그게 더 좋지. 어린 넌 미술 이론을 하나도 몰라도 네 마음대로 그림을 잘 그렸어. 상상한 아이도 만들어냈군. 그건 자연이었지만. 그 아이를 잊었다니. 다시 기억해 내서 다행이야. 길은 하나가 아니고 하고 싶은 것도 하나가 아니겠지. 멀리 돌아가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어딘가에 갈 거야.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지. 바림이 네가 늘 즐겁게 살았으면 해.




희선





☆―


 “세상 모든 만물은 부딪히며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어. 이 나무들도 올곧게 보이지만, 그 뿌리는 이리저리 구불거리잖아. 암석하고도 부딪히고 다른 뿌리와도 뒤엉키고, 그러면서 물을 찾아 깊숙이 더 깊숙이 뻗어 내려가는 거잖아.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거지.”  (173쪽)



 “후회? 후회는 회전목마 같은 거야. 끊임없이 되돌아오거든. 어떤 날은 ‘그래, 내 선택이 옳았어.’ 하고 자신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땅을 치고 후회하지. 바림아,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야.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니야. 그냥 후회 자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그것 역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그 순간을 결정한 스스로를 존중하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결정한 일에 후회가 남을까 두려워하지 마. 그것마저 받아들여. 그리고 잊지 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내가 지난번에 말했지. 술취한 등산객이 백오산 돌탑 무너뜨렸다고. 거기에 새 돌탑이 다시 생겼어. 그 사이 사람들이 하나둘 새로 쌓아 올린 거지. 본래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리고 이 지난한 일을 되풀이하는 게 삶이야. 멈춰 서는 게 아니고 잠시 쉬어 가는 길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236쪽~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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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4-30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림이 미술용어이면서 바람, 바다의 사투리이기도 하네요.
미술을 전공하고 싶은데 손을 다치면 참 막막할 듯 한데~~
입시생은 하루에 10시간씩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그래도 바림이는 조금 쉬다가 다시 미술을 할 것인가, 다른 길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희선님은 노래 잘 하시는군요.
저는 노래도, 그림도 완전 꽝 입니다^^

희선 2023-05-01 01:09   좋아요 2 | URL
입시생은 하루에 열시간이나 그림을 그리다니... 그때 바림이는 그림을 그만두고 싶어했어요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친구는 쉬었다가 했는데 잘 하기도 했어요 자신은 오랫동안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 거 같으면 안 좋겠습니다 입시가 좋아하는 것도 안 좋아하게 만드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손을 다쳐서 쉴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죠 자신이 그림을 처음 그리던 때, 그림을 좋아하던 때를 떠올리는 기회가 왔으니...

어렸을 때 노래 하는 거 좋아하기만 하고 보통이었어요 지금은 별로예요 안 해서... 오월이네요 페넬로페 님 오월 첫날 좋은 날이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3-05-01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01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5-02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짝거리는 불꽃이 있는 표지가 예뻐요.
가끔씩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가 있는데, 학생시절의 이야기들은 재미있어요.
청소년기 지난지 오래되었지만 그 시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되어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시절이 다시 올 수 있다면 수험생이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입니다.
희선님, 5월이예요. 좋은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희선 2023-05-04 01:21   좋아요 1 | URL
지금은 청소년 소설이 따로 나오기도 하는군요 이것도 시간이 많이 지났겠습니다 저도 가끔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 봐요 그냥... 청소년이라고 청소년 소설만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이 아니다 해서 그걸 보면 안 될 거 없겠지요 사람은 어느 때든 자기 갈 길을 잃고 헤맬 것 같아요 그럴 때 책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면 좋을 텐데... 그런 거 찾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저는 잘 못 찾아요

서니데이 님 오늘 지나면 어린이 날이네요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친구는 많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한사람일지라도

언제나 서로 생각한다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만나면 헤어진다지요

친구도 헤어질 날 오겠습니다

그때는 서로 잘 보내줘요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만나는

친구 그리고 사람


헤어짐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만난 기쁨을 더 생각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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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난 만나지 않아야 했어

만나서 괴로울 뿐인데


전생에 지은 죄 때문일까

여전히 난

죄를 갚아야 하는 건지

그건 언제 다 갚을까


다시는 만나지 말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갈게


너와 난 아무 사이도 아니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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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최근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적어보자




 내가 듣는 노래는 아주아주 많아. 그걸 다 들으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듣는 건 반도 안 돼. 처음엔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늘었지. 잘 안 듣는 건 빼면 될 텐데 그러지 못해. 그냥. 한번 넣어둔 건 그대로 두고 다음에 음반이 나오면 더해가.


 이건 컴퓨터 쓸 때 듣는 걸 말하는 거야. 음악 듣는 프로그램은 많겠지만, 난 윈앰프로 음악을 들어. 좀 예전 버전이야. 이걸로 듣는 게 가장 좋더라고.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로는 영상(뮤직비디오)을 거의 두해 가까이 봤는데, 이제는 잘 안 보게 됐어. 오래 볼 때는 그만 볼 날 올까 했는데, 시간이 가니 잘 안 보네. 그래도 음악은 여전히 들어.


 라디오를 들을 때는 라디오 방송에서 틀어주는 걸 들어. 이것도 자주 듣는 건 아니지만, 버릇처럼 틀어둔다고 해야겠군. 책을 볼 때는 집중이 안 돼서 끄지만. 어떤 때는 집중 안 되는데도 틀어두고 책을 보다 다시 앞으로 가고, 그러다 결국 라디오를 꺼. 그럴 때 조금 아쉽지만 어쩌겠어. 좀 일찍 일어나서 본방송 듣고 재방송은 어쩌다 한번 들으면 될 텐데. 아니면 재방송 할 때쯤 책을 다 보고 쓴다면 괜찮은데. 뭔가 쓸 때는 음악이든 라디오든 그렇게 방해되지는 않아. 방해되는 건 어쩌다 한번이야. 그건 내 마음이 시끄러울 때일지도 모르겠군.






 노래 목록은 저거야. 저것보다 훨씬 많지만, 그렇게 오래 못 듣는 날도 있어서 앞에 건 뺐어. 노래 제목 다음에 날짜를 쓴 건 그 노래가 나온 날을 적어 둔 거야. 녹음한 거기도 해. 시디에서 MP3 파일로 바꾼 것도 있지만, 시디가 없을 때는 녹음해서 듣기도 해. 시디를 사도 전에 녹음해둔 거 지우지 않아. 어떤 건 두번 나오기도 하지. 여러 번 듣고 싶을 때 넣어서 그래. 한번 듣고 또 들으면 되지만 그러려면 다른 거 하다 멈춰야 하잖아. 그냥 여러 번 넣어두고 듣는 게 낫지.


뭐든 그냥 놔두다니. 지우기도 해야 할 텐데. 음악도 윈앰프 안에 쌓이다니. 언젠가 잘못해서 다 날려버릴지도 모르겠어. 예전에 여러 번 그러고 다시 음악을 찾아서 넣었어.


20230424








60 내 인생에서 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돈은 중요하지요. 사람이 사는 데 아주 많이 돈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조금이라도 먹으려면 돈으로 먹을 걸 사야 합니다. 땅을 파도 아무것도 안 나옵니다. 땅 파지는 않지만. 꿈처럼 동전을 많이 줍는다면 모를까. 동전 쉽게 못 주워요. 가끔 십원짜리 줍습니다. 십원짜리 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며칠전에 주워서 이런 말을.


 자신이 먹을 거, 벼나 채소 이런 걸 기르려고 해도 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걸 즐기는 사람은 자기 땅을 갖고 텃밭을 일굴까요. 그런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요. 저는 땅을 살 돈도 없고 농사 지을 힘도 없네요. 농사는 힘도 있어야 하지만 지혜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땅을 사기보다 그냥 쌀이나 먹을거리를 사겠습니다. 쌀은 그렇게 많이 안 들어가요.


 제가 사는 데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지만 아주 없으면 안 되기도 합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겠네요. 다른 건 별로 바라지 않습니다. 문구나 책을 사기도 하네요. 예전에도 한번 말한 적 있는데, 빨리 쓰지는 않지만 편지 쓰고 보내려고 우표를 삽니다. 우표 사는 데 돈을 많이 들여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딱히 모으려고 사는 건 아니예요. 그야말로 편지 쓰고 보내려고 삽니다. 저한테 우표는 편지 쓰는 데 있어야 하는 겁니다.


20230425








61 먼 훗날, 인생의 마지막 날을 맞을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




 먼저 지금까지 사느라고 고생했어. 그동안 힘들었지. 그렇게 힘든 일은 없었다 해도 마음이. 이제 이런저런 생각 걱정 안 해도 괜찮겠구나. 다행이야. 많은 사람이 사는 게 더 낫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 많이 했지. 살면서 좋은 일도 있었겠지만, 안 좋은 일도 많았잖아. 그런 거 이제 다 잊어. 잊으려고 안 해도 저절로 그렇게 되겠네.


 살 때 더 자유로운 마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안 되는 거 어쩔 수 없지. 사람은 다 그러지 않을까 싶어. 뭔가에 매이기도 하지. 자기 자신이나 여러 가지에 얽매이잖아. 그래도 아주 자유롭지 않았던 건 아니잖아. 어느 정도는 살고 싶은대로 살았잖아. 그렇지. 돈은 거의 못 벌었지만. 경제 활동이라 해야 하나. 그런 거 안 하면 어때. 누군가한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아니 아주 안 준 건 아닌가. 남한테 손 벌린 적은 없다 해도. 없으면 없는대로 살았으니.


 이것저것 많은 거 하지는 못했다 해도 하고 싶은 건 해서 괜찮았지. 책 읽고 글쓰기. 그 글이 아무한테도 도움 안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한사람은 있잖아. 바로 나 자신 말이야.


 마지막 날 잘 보내고 잘 가.


20230426








62 친구에게 어떤 친구가 되고 싶어?




 친구란 뭘까. 마음을 나누는 사이. 마음을 나누는 건 친구만이 아니겠다. 친구뿐 아니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하고도 마음을 나누지 않나 싶다. 내가 바라는 친구는 어떤 걸까. 내가 바라는 친구를 생각하다니. 바라기보다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야 하는 걸지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친구가 맞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사람 사이는 쉽지 않다. 나만 어렵게 생각하는 걸까. 다른 사람은 다 사람하고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어쩐지 난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못해서 그런 건지, 마음이 안 맞아서 그런 건지. 내 탓이겠다.


 난 잘 모르겠다. 어떤 친구가 되면 좋을지.




청솔 그늘에 앉아


이제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오래전에 저 시를 알았다. 난 친구한테 편지를 쓰는 사람이고 싶다. 편지가 조금 재미없기는 하지만.


20230427








63 지금까지 겪었던 실패 중 기억나는 일은?




 뭔가 하고 잘 안 되는 걸 실패라 하겠지. 이 말 보고 가장 처음 떠오른 게 있는데, 별로 안 좋아서 그건 안 쓰기로 했다. 우울해서. 왜 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그냥 좋은 것만 생각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된다. 자꾸 안 좋은 것만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잘 한 것보다 잘 못한 게 더 많다. 아니 거의 다 그런 듯하다. 날마다 제대로 못 살고, 겨우 산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2023년 몇 달 동안 그러니 기분이 안 좋다. 늘 실패하는.


 책도 빨리 봐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보다 하루에 몇 시간 못 봐서 그렇구나. 내가 책을 보고 싶은 시간은 하루에 네다섯 시간 정도인데, 반도 못 보는 것 같다. 한시간밖에 못 볼 때도 많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다 못 본다. 지난 십이월에서 일월까지는 도서관에서 빌린 거 두주 안에 다 봤는데. 바로 돌려주지 못하고 늦게 돌려준다.


 여러 가지 실패. 어쩔 수 없다. 게을러서 하는 실패구나. 조금이라도 잘 하면 좋을 텐데. 책을 빨리 못 본 걸 실패라 했지만, 끝까지 보면 아주 실패한 건 아니겠지. 그러면 좋겠다.


20230428






 이번주 주말만 남았네요. 남은 이틀이 가면 오월입니다. 사월에 뭐 하고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그렇군요. 이건 한해가 끝날 때도 하는 말이네요. 한해 동안 뭐 했는지 모르겠다고. 사월엔 덜 게으르게 지내려고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 그런 생각 안 하는 게 나을지. 아니 생각하면 조금은 나아지기도 하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며칠전에 라디오 방송에 처음으로 제가 이름을 아는 일본 사람 노래가 나왔습니다. 잘 아는 건 아니고 조금 아는. 영화 <거울 속 외딴 성> 주제곡을 해서 이름을 알았는데, 며칠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노래가 나왔어요. 그 방송에서는 일본 노래를 가끔 틀어주기도 하는데 아는 사람 노래는 한번도 못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노래하는 사람에서 아는 사람 별로 없기도 하군요. 어제는 스즈메의 문단속 노래 스즈메(すずめ)가 나왔어요. 라디오 방송에서 두번째로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는 노래를 소개한 듯합니다. 優里유리(유우리 유는 길게 발음해야 합니다)가 노래한 レオ(레오)예요. 그 노래 말하면서 동영상을 보면 슬플 거다 했는데, 그날 밤에 찾아서 봤습니다. 레오는 개 이름입니다. 개와 함께 살지 않아도 보면 슬플지도 모르겠군요. 개를 만나고 개와 함께 지내다 헤어지는 모습이 담겼어요.




희선








レオ(레오) - 優里(유리)

https://youtu.be/uxYLXaXtH9I





レオ(레오) - 優里(유리)


작사 작곡 : 優里(유리)




ショーケースの中過ごしていた

誰もかれもが過ぎ去っていた

怖かったんだ あの日君に

連れられるまでは


진열장 안에서 지냈어

누구나 지나갔어

무서웠어 그 날 네가 날

데리고 가기 전까지는


僕と同じの小さな手

転げまわり くすぐりあう僕ら

こんなに君の事好きになってた


나와 같은 작은 손

뒹굴며 서로를 간지럽히는 우리

이렇게나 널 좋아하게 됐어


どんなときでも傍に居て

君が言うなら ああ


언제나 곁에 있어

네가 말한다면 그래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つけてくれた名前だから

嬉しい時も悲しい時も

傍に居ると決めた大事な人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기쁠 때도 슬플 때도

곁에 있기로 한 소중한 사람


君が大きくなるほどに

僕との時間は減るが道理

遠くに君の友達同士

仕方がないよなぁ


네가 자랄수록

나와 지내는 시간은 줄어가는 게 당연해

멀리 있는 친구와 지내는 건

어쩔 수 없지


最近つけるその香水

鼻の利く僕にとっては辛いや

今日も帰りは遅くなるんだろうか


요새 뿌리는 그 향수

냄새 잘 맡는 난 힘들어

오늘도 늦게 돌아올까


君が居ない部屋 夢を見る

あの日のこと また


네가 없는 방에서 꿈을 꿔

그 날 일을 또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つけてくれた名前だから

寂しいけれど 悲しいけれど

傍に居ると決めた大事な人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줘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쓸쓸하지만 슬프지만

곁에 있기로 한 소중한 사람


君が誰かと暮らすことを

伝えに帰ってきた夜に

撫でてくれたね きっとお別れだね

最後にさ 会えたから ねぇ幸せだよ


네가 누군가와 사는 걸

전하러 돌아온 밤에

쓰다듬어줬지 분명 헤어지는 거네

마지막에 만나서 행복해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つけてくれた名前だから

もう泣かないでよ 名前呼んでよ

あの日より大きな手で撫でてくれた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줘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이제 울지 마 내 이름 불러줘

그 날보다 큰 손으로 쓰다듬어줘


名前はレオ 名前呼んでよ

君がくれた名前で良かったよ

忘れないでよ それでいいんだよ

新しい誰かにまた名前つけて


이름은 레오 내 이름 불러줘

네가 지어준 이름이어서 좋았어

잊지 마 그걸로 돼

새로운 누군가한테 또 이름 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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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4-29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동영상 속에 레오가 새끼 때부터 성장하는 모습이 넘 ㅎ사랑스럽네요
૮ ฅ•ᴥ•აฅ
<거울 속 외딴 성> 원서 출간 되자 마자 읽었는데
이번에 영화로 개봉되는 군요
음악도 넘 좋아서 여러번 반복 (。♥‿♥。)

희선 2023-04-30 00:51   좋아요 2 | URL
이 노래 시작하는 부분 보니 《클라라와 태양》이 생각났어요 클라라가 가게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던 게... 길지 않은 노래지만 오랜 시간이 담겼지요 《거울 속 외딴 성》 책은 일찍 보셨군요 영화가 나와서 책을 보는 사람도 늘어나겠습니다

scott 님 사월 마지막 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3-05-01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플레이 리스트를 보다 첫눈과 밤편지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노래에요^^

희선 2023-05-02 02:32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 님이 좋아하는 노래도 있군요 많지 않아도 두 곡이면 적지 않겠습니다 세상엔 노래도 많고 음악도 많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