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있어?
언젠가 여기에서 물어본 것이 아닌 다른 걸 말한 적 있는데, 어쩐지 그때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거 하면서도 언젠가 비슷한 게 나오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다니. 어떤 건 잘도 맞는다.
무언가 생각한 게 잘 맞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맞아서 안 좋은 것도 있다. 안 좋은 일이 그렇겠다.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더 잘 맞는다는 게 바로 덫인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 말이다. 어떤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더 나중에 일어나면 좋을 텐데.
하루를 시작하는 버릇 별거 없다. 일어날까 말까 하다가 겨우 일어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니 자주 그런다. 일어나기 싫기도 하고. 일어나고 시간이 조금 흐르면 바로 일어날걸 한다. 나중에 아쉬워할 거면서 왜 그러는 건지.
20230515
75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친구나 지인들에게 어떤 말을 남길까?
지난번엔 마지막 날 자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이번엔 다른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이네요.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요. 마지막 날 누군가한테 뭔가 말할 시간이 있을지. 그때 편지를 써야겠네요. 예전에 마지막 날이 온다면 편지를 쓰겠다고 했군요. 많은 사람한테 쓰지는 못하겠습니다. 아니 편지보다 엽서에 짧게 고마웠다고 쓰고 보내는 게 좋겠네요. 그러면 여러 사람한테 소식 전할 수 있잖아요.
제 친구로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저는 먼저 가지만 친구는 앞으로도 건강하게 즐겁게 살면 좋겠네요. 저세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기에서 만나도 괜찮겠네요. 죽어서 만나면 더 마음 편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때 살았을 때 일을 기억할지. 기억한다면 좋겠네요. 죽은 사람만 사는 곳이 있고. 지금 사는 곳하고는 다르게 그저 있는.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면 좋겠네요.
살아서 이것저것 하는 건 조금 힘듭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해도 아무것도 안 하다보면 뭔가 하고 싶기도 합니다. 사람이어서 그런 건지 살아서 그런 건지. 친구는 남은 삶 편안하게 평안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그런 이만.
20230516
76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일이 있어?
사람은 누군가한테 있어야 하는 사람이어야 사는 게 기쁠 텐데. 그런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걸 쓰면서 좋게 시작하기보다 어둡게 시작할 때가 많네. 실제 그렇기도 해서.
내가 있어야 한다고 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 이건 내가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나한테 해도 잘 믿지 않겠지. 아니 그런 말 들으면 겉으로는 고맙다고 해도, 마음속으로는 그냥 하는 말이지 할 거야. 믿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다니.
난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다른 사람 말을 잘 믿지 못하다니. 아주 안 믿는 건 아니고 어쨌든 그래. 쉬운 건 없다 생각하는 거. 사기꾼은 뭐든 쉽게 할 수 있다 말하잖아. 그런 말 믿지 않아, 이건 다행이지.


“뭔가 도움이 되지 않아도 우리가 서로한테 있어주기를 바라는 사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래는 소설(《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인데 만화도 나와서 그것도 두권 정도 봤어. 저 말은 어떤 소설에 나온 말이었던 것 같아. 책을 본 지 오래 돼서 잊어버렸어.
20230517
77 어린 시절 나는 어떤 아이였어?
내가 어릴 때 어땠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주 어릴 때 기억은 거의 없고, 학교를 다닐 때부터 기억은 조금 있다. 그때 난 어땠더라. 별로 안 좋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느끼는 건지. 그냥 바보 같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나.
하루 전에 쓴 것에서는 다른 사람 말 잘 믿지 못한다고 했는데, 어릴 때는 잘 믿었다.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구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떤 아이가 나하고 중학교가 바뀌었다고 했다. 난 그 말을 믿고 정말인가 하면서 선생님한테 말해보자고 했더니, 그제서야 거짓말이다 했다. 그때 그 애는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이상하구나.
어릴 때 다른 사람 말을 믿었다고 해도 속은 적은 별로 없다. 다행이다 싶다. 나를 속이는 사람을 만나지 않은 거니 말이다. 내가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해서 그런 건가. 이런 게 그런 데 도움을 줬나 보다. 성격이 좀 안 좋은 게 아주 나쁜 건 아니구나. 성격보다 성향이라 해야 할까.
예전엔 지금보다 좀 밝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억지로 밝아지려고 한 적도 있는데, 그건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힘들 뿐이었다. 지금은 그대로 살기로 했다.
20230518
78 내가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은?
제가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은 제가 쓴 글로.
돈보다 마음
통장에 든 돈은 정말 내 것일까
실체 없는 숫자로만 보인다
숫자가 실체를 갖는 건
은행에서 찾을 때뿐
그게 내 손에 머무는 건 아주 잠시
돈은 돌고 돌지
문득,
언제까지고 돈을 놓지 않고 움켜쥘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마음뿐
남길 수 있는 것도
마음뿐
가벼워지기
겁내지 마
움켜쥔 두 손을 편다고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니야
남을 건 제대로 남아
겨울나무를 봐
남김없이 잎을 떨어뜨려도
봄이 오면 다시 잎을 틔우잖아
놓으면 자유롭고 가벼워질거야
태어난 날
이 세상에 온 첫 날
크게 울었지
(정말?)
나이를 먹을수록 크게 웃지도 울지도 못한다
(조용히 웃고 울지)
처음 태어난 날에는
축복 받았지
(누구나는 아닐지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나는 기억한다네)
“태어난 날, 축하해”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길
별이 빛나는 건 어둠이 배경이기 때문이고
무대 위 사람이 빛나는 건 뒤에서 애쓰는 사람이 있어서다
누군가의 배경도 멋지지 않을까
빛을 내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니 밝게 빛나는 별이 있는가 하면
약한 빛을 내는 별도 있다
사람도 비슷하다
형편에 따라
다른 사람이 빛나도록 받혀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 도움으로 자신이 빛나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된다면 멋지겠다
밤하늘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세상은 조금씩 어둠에 물들었다
땅에서 하나 둘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하늘에서도 하나 둘 별이 반짝였다
반, 짝, 반, 짝,
“오늘 하루 잘 지냈어요
좋은 꿈 꾸세요”
귀를 기울이면
별이 속삭일 듯하다
우울한 그대에게
우울할 때는
아무리 좋은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겠지요
그럴 때일수록
세상을 보고 세상에 귀 기울여요
그대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게 보이고 들릴 거예요
어때요
보여요
들려요
그대가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세상도 쓸쓸할 거예요
길
하나만 알고 걸었지
더 나아가니 길은 하나가 아니었어
어디로 가야 할지
한참을 헤맸어
길 하나를 골라 나아갔지만
그 앞은 절벽이었어
다시 돌아와 다른 길로 가니
거기는 막다른 길이었어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하나하나 가 봐도 괜찮을까
헤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러다 가 보지 못하는 길이 있으면 어때
어떤 길을 가든 즐기면 되겠지
꽤 많이 썼는데 찾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쓴 것에서 제 마음에 드는 걸로 골랐습니다. 조금 보다가 어떤 건 내가 이런 것도 썼어 했습니다. 이런 마음은 가끔 들기도 하네요. 저도 제가 쓴 걸 잊어버립니다. 어쩌다 한번 쓸 때는 잘 기억했는데. 지금은 많이 써서 잊어버리고 또 쓰기도 합니다. 나중에 비슷한 걸 보고 또 썼네 해요.
20230519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