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 내가 좋아하는 명언은?



 세상엔 좋은 말이 많을 텐데, 그런 거 자주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많이 알려진 거나 조금 아는 정도다. 좋은 말을 많이 기억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는구나.


 정확한 건 모르겠고 공자가 했다는 말이 괜찮다. ‘천천히 가도 멈추지 않으면 된다’ 써두기는 했는데 그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사는 게 그렇지 않을까 싶다. 천천히 가다 가끔 멈추기도 할 텐데, 그런 시간이 있다 해도 괜찮다. 난 늘 멈춰 있던가.


20231127








207 겨울 하면 생각나는 장면은?




 겨울 하면 눈이 펑펑 쏟아지는 장면이지. 그런 거 본 지 오래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지난해에 눈 올 때 잠깐 걸었던가. 한번밖에 없었구나. 한번도 없지 않아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눈이 올 때 밖에 나가 보기도 해야 할 텐데, 이번 겨울엔 그래야겠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도 실제 눈이 오면 나가기 귀찮다고 여길지도. 사진기라도 있으면 사진을 찍으러 나갈 텐데. 고장 난 거 고치기 어려울 듯하다. 그것보다 어디에서 고쳐야 하는지 모른다. 사진이 아니고 마음에 담으면 될 텐데.











 예전에 눈 많이 왔을 때 커다란 눈사람 봤다. 누군가 만들어둔 거였다. 그런 거 만드는 사람도 있다니. 난 커다란 건 못 만들어 보고 그저 작은 눈덩이 두개를 붙이고 눈사람이다 했다.


20231128








208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기는?




 그런 거 없어요. 좋아하는 냄새 여러 가지인 듯한데, 가장이라 말할 만한 건 없네요. 그저 커피 냄새. 꽃냄새도 좋기는 한데, 어떤 꽃이라고 해야 할지. 이것도 분명하지 않네요.


 뭔가 가장 좋아하는 게 있는 건 좋은 걸지. 그런 거 없으면 어떤가 싶기도 합니다. 그때그때 좋네 해도 괜찮겠습니다. 갓 구은 빵냄새도 좋네요. 그런 냄새 많이 맡은 건 아니지만.


20231129








209 날마다 해도 좋은 일 있어?




​ 날마다 해도 좋은 건 책 읽기지. 늘 해도 질리지 않는 거군. 책은 한권이 아니고 한권을 보면 다른 걸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어.


 하나 더 있다면 걷기. 걷기뿐 아니라 뭘 쓰는 것도 괜찮아. 날마다 해도 괜찮은 거. 잠자기. 이건 누구나 하는 건가. 잠은 사람한테 중요한 거여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야 하는군. 라디오 방송을 들었더니 어떤 사람은 네 시간만 자도 괜찮다고 했어. 난 네 시간 자면 나중에 더 자야 해. 요새 그러는군. 세 시간 정도 자고 나중에 세 시간인가 네 시간인가 자. 이 정도도 적어. 다 합쳐서 여덟 시간은 자야 하는데.


 쓰기도 괜찮아. 이건 좀 하기 전에는 어떻게 하나 하는데, 하고 나면 괜찮아. 그런 기분 때문에 쓰는 거겠어. 잘 못 써도 쓰기. 편지만 써도 좋을 텐데, 그건 자주 못하다니, 내가 게을러서 그렇지.


20231130








210 어릴 때 무서워했던 것은?




 어릴 때 일 자주 물어보는군. 그때 일을 잘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기억하는 게 별로 없어. 그것보다 별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걸지도. 지금도 이런 저런 일 잊어버리려 해도 잘 안 되는데. 안 좋은 일.


 내가 어릴 때 무서워했던 건 지금도 무서워할지도 모를 텐데. 난 뭘 무서워했을까. 귀신 같은 거. 그런 거 조금 무서워하기는 했어. 귀신 같은 거 실제 본 적 없는데. 아주 없는 건 아닌 것도 같아. 그게 귀신이었는지 내 마음이 허해서 헛것을 본 건지. 이상한 걸 보고 꽤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어.


 사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지. 이제는 그렇게 생각해. 예전보다 세상이 더 무서워진 느낌이 들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면 좋을 텐데, 그런 건 쉽게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싸운 사람이 있어서 지금과 같은 세상이 있는 거지만.


20231201






 늦었다. 십이월이 와선지 요새 기분이 좀 별로다. 꼭 십이월이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쓰는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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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7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7 0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死にゆく者の祈り (新潮文庫)
나카야마 시치리 / 新潮社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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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

나카야마 시치리



 




 다카나와 겐신은 교회사(敎誨士)로 사형수한테 종교를 가르치고 죄를 뉘우치게 하는 일을 했다. 교회사라는 건 처음 봤지만, 신부나 스님이 형무소에서 수감된 사람을 만나는 건 알았다. 겐신은 정토진종 스님이다. 한국은 사형집행 거의 안 하던가. 일본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사형집행을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소설에 사형수 이야기 나오기도 하겠지. 사형 당한 사람이 죄가 없을 때는 어쩌려고. 실제 그런 일 없지 않을 거다. 누명을 쓰거나 경찰이 허위자백을 하게 해서 사형을 받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는 두사람인가 세사람 이상을 죽이면 사형이다 한 것 같다. 정상참작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번에 만난 책 《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 死にゆく者の祈り》에도 사형수가 나온다. 겐신은 다른 사람 대신 구치소 수감자한테 종교 강의를 하다가 사형수인 세키네 요이치를 보게 된다. 세키네는 겐신과 대학 때 같은 산악 동아리였다. 겐신은 어쩌다가 세키네가 사형수가 되었을까 한다. 대학생 때 겐신과 세키네 그리고 선배인 아사미는 산에 갔다가 조난당한다. 그때 세키네는 겐신과 아사미를 구해줬다. 겐신은 자신과 아사미 목숨을 구해준 세키네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한다. 겐신은 교회사로 세키네가 어떤 일을 일으킨 건지 알아본다. 세키네는 다섯해 전에 아사마루 마사시와 즈카하라 미소노가 자기 코를 보고 웃어서 화가 나서 두 사람을 칼로 찔러 죽였다고 한다. 어쩐지 좀 허술하지 않나. 내가 보기에도 그런데. 경찰은 범인이 자백하는 거니 그걸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겐신은 그런 게 세키네 같지 않았다. 세키네는 자기 코를 부끄러워하거나 열등감을 느끼지 않았다. 세키네는 다른 사람이 자기 코를 놀린 걸로 화를 낼 사람이 아니었다.


 책을 보면서 세키네가 누군가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사람으로는 자식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세키네는 혼자였다. 겐신은 세키네한테 죄가 없을지도 모른다 여기고 검찰에 판결문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런 건 검사가 있는 데 가서 신청해야 할 것 같은데 겐신은 편지를 썼다. 겐신이 편지를 쓰고 시간이 좀 흐르고 판결문이 겐신한테 온다. 그런 거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주기도 하는구나. 끝난 사건이다 생각해서였을까. 겐신이 교회사여서일지도. 세키네가 솔직하게 말하면 좋을 텐데 세키네가 말하지 않아서 겐신이 알아본 거구나. 겐신은 변호사도 만나 본다. 세키네를 담당한 형사도. 세키네를 담당했던 형사는 제대로 대응해주지 않았다. 그때 기록을 맡은 형사 후미야가 관심을 가진다.


 경찰은 잘못한 게 있어도 드러내지 않으려 할 거다. 후미야는 다섯해 전에 세키네가 말했을 때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 건 그때 바로 말해야지 이제야 말하다니. 시간이 흐르고도 아예 말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까. 후미야는 겐신과 세키네가 대학생 때 이야기를 듣고 세키네가 두 사람을 죽이는 데 썼다는 칼 사진을 보여준다. 그걸 본 겐심은 세키네가 즐겨쓰는 칼이 아니다 했다. 후미야는 다른 일도 있을 텐데 겐신과 함께 다섯해 전 사건을 다시 알아본다. 그러다 죽임당한 즈카하라 미소노한테 헤어진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류군이라는 이름에서 구로시마 류지라는 이름에 이른다. 구로시마 류지는 세키네가 젊을 때 모습과 많이 닮았다. 세키네한테는 아들이 있었다. 아들을 찾는다고 바로 풀릴 것 같지는 않았는데 정말 그랬다.


 얼마 뒤 겐신은 세키네 사형집행을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앞으로 닷새 남았다 생각했는데 하루가 지나고 바로 사형집행을 한다고 했다. 세키네는 사형집행 당할까. 사형이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려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사람 잘 알아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죄를 지은 사람이 자백하면 경찰은 그걸 검증한다고 하던데, 세키네는 검증을 제대로 안 했나 하기도 했다. 교회사 이야기를 조금 알게 됐구나. 겐신도 힘든 일이 있어서 스님이 됐다. 시간이 흐르고 자신을 구해준 친구를 만나고 이번에는 자신이 친구를 구하고 싶었겠지. 그뿐 아니라 자기 죄도 갚고 싶어했다. 어쩌면 그건 평생 갚아야 할지도.


 사형 반대한다고도 찬성한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차라리 가해자가 사형 되면 피해자 식구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해자가 죽는다고 피해자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 무기징역이 되면 세금으로 죄인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는구나. 누명이나 다른 사람 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사형 당하거나 사형 판결을 받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책 제목을 ‘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로 썼는데, 책을 보니 ‘죽으러 가는 사람의 기도’로 하고 싶기도 하다. 사형수고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바랐으니. 죽어 가는은 병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일본말 잘 모르는구나. 읽어도 그렇게 잘 읽는 건 아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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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1-30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교사라... 만일 번역된다면 목사나 전도사로 번역하지 않을까요?
울나라에선 그렇게 부르지 않으니 하는 직능으로 봐선 왠지 그럴 것만 같다는...
이거 번역본 없겠죠? 희선님이 부럽네요.

희선 2023-12-01 02:45   좋아요 1 | URL
교회사(敎誨士)는 법률 용어로, 국가 공무원 관명에서 하나고 죄수를 교화하는 일을 맡아본다고 합니다 겐신은 스님이어서 수감자한테 종교를 가르치고 교화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회사가 되려고 공부를 했다는 말 있었던 것 같아요 종교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수감자를 만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하니 그런 거 잘 모르는군요 교화사라 했다면 바로 알았을지, 지금 찾아보니 교회사로 바뀌었다는 말이 있네요 교회사는 다른 종교인도 될 수 있겠습니다 법률 용어였다니, 이걸 먼저 찾아봐야 했는데 그저 책에 쓰인 것만 봤습니다

stella.K 님 2023년 마지막 달이네요 이달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23-12-01 10:10   좋아요 1 | URL
네. 희선님도 남은 한 달 알차고 보람있게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3-12-06 01:41   좋아요 0 | URL
한해 마지막 달이라니... 어느새 그때가 다가왔네요 이달 마지막 날을 맞이하고 다음날을 맞이하면 좋겠네요 stella.K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3-12-0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은데도, 번역본 책을 읽다보면 낯선 것들이 많더라구요.
희선님, 오늘부터 12월입니다. 늘 건강하고 좋은 일들 가득한 연말 보내세요.
즐거운 주말과 따뜻한 금요일 되세요.^^

희선 2023-12-06 01:43   좋아요 0 | URL
일본과 한국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많겠지요 다른 나라 사람이니... 사형제도도 일본은 여전히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바로 집행하지는 않아도...

십이월 하루하루 잘 가는군요 가는 시간이 아쉬워도 그렇게 잘 지내지 못하는 듯합니다 남은 시간이라도 잘 지내고 싶네요 서니데이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서니데이 2023-12-05 2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희선 2023-12-06 01:44   좋아요 1 | URL
벌써 나왔군요 알라딘은 어느새 한해 정리를... 정리라기보다 결산...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희선
 




너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지

슬픈 이야기보다

즐거운 이야기가 많으면 좋겠어


슬프고 힘든 일이 있다 해도

그 시간을 잘 버티고 넘기기를 바라

그것 또한 좋은 이야기가 될 거야


네가 마지막까지

네 이야기를 써 나갔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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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05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삶이 즐거운 일로만 가득찰 수는 없으니 나쁜 일이 생기더라도 꿋꿋이 맞서 나가고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다 지나가리라, 하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희선 2023-12-06 01:28   좋아요 0 | URL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것만 생각할 때가 많겠습니다 그런 때를 잘 넘기면 좋을 텐데, 쉽지 않은 일이네요 시간은 언제나 흐르네요 뭐든 시간이 희미하게 해주기는 하겠습니다


희선
 
死にゆく者の祈り (新潮文庫)
나카야마 시치리 / 新潮社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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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는 사람의 기도》. 자백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범인일까. 경찰은 제대로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죄 없는 사람이 사형 당하면 어쩌려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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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2-05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백했다고 해도 증거가 있어야지요. 자백만 믿고 수사를 중단하는 건 위험한 것 같습니다.
희선 님의 의견에 동의함.^^

희선 2023-12-06 01:26   좋아요 0 | URL
자백만 듣고 제대로 증거를 모으지 않는 일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할 텐데...


희선
 
혼불 7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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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이든 상민이든 사람인데, 옛날엔 신분제도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신분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신라 시대에도 있었으니 말이다. 신라를 말하다니. 고구려 백제도 다르지 않았겠다. 신분을 만든 건 힘 있는 사람일 거다.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려고 말이다. 오랫동안 이어져서 많은 사람은 그걸 당연하게 여겼겠다. 난 옛날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별로 좋은 신분은 아닐 것 같아서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돈 받지 않고 다른 사람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신분제도는 없지만 빈부 차이는 심하다. 계급이 아주 없지 않다. 옛날보다는 사람이 자유롭게 살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는 느낌은 있다. 사람은 다 사는 게 다른데, 그런 거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한 건가.


 이 책 《혼불》을 보니 비밀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지만 누군가는 어떤 일을 본다. 그건 작가가 그렇게 쓴 거지만. 현실에서도 그럴까. 누군가 숨기려는 일을 우연히 보는 사람 있을까. 난 그런 적 없구나. 《혼불》 7권은 ‘4부 꽃심을 지닌 땅’이다. 강실이네 집에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챈 기표는 아침에 강실이네 집으로 오다가 안서방네가 강실이를 업고 오는 모습을 본다. 안서방네는 강실이가 저수지에 몸을 던지려 했을 때 막았다. 이번에도 강실이 말이나 생각은 아주 조금 나온다. 강실이를 이렇게 쓰다니. 여기 나오는 여성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강실이로 나타내고 싶은 건 뭘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여성은 아닌 것 같은데. 효원이 강실이를 자기 친정과 가까운 절로 보내자고 했는데, 강실이는 그곳에 가지 못하고 옹구네한테 끌려간다. 억지로 끌려간 건 아니고 강실이가 쓰러져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갔다. 옹구네가 매맞은 춘복이를 돌보는 동안 황아장수가 강실이와 떠났다면 좋았을 텐데. 황아장수는 꺼림칙하게 여기면서도 강실이를 옹구네 집에 두고 간다.


 이씨 문중 선산을 지키는 박달이는 무덤을 살펴보고 청암부인 무덤을 누군가 건드린 걸 알아챘다. 춘복이는 정월 대보름에 산에 갔다 내려오다 산지기 박달이를 만났다. 박달이는 춘복이가 청암부인 무덤을 건드렸다 여기고 이기채한테 말한다. 춘복이는 이기채 집으로 끌려오고 맞는다. 춘복이가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해도 때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기표는 당골네가 그런 걸 알지도 모른다면서 백단이와 남편 만동이를 끌고 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다. 이건 무덤에서 뼈를 찾은 다음이었던가. 그걸 딱 맞히다니. 그런 소문이 있기는 한가 보다. 무당이 명당자리에 투장하는 거. 백단이와 만동이는 정말 들키지 않으리라고 여겼을까. 양반이라고 해서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때리기부터 하다니. 그것 또한 안 될 일인데. 조선 시대 드라마에서도 그런 모습 본 적 있구나. 그런 거 보고 별 생각 안 했던 것 같다. 흑인 노예가 백인한테 맞거나 죽는 거 보고는 어떻게 저러나 했다. 조선 노비나 상민도 흑인 노예와 다르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나 보다(무당은 천민에 들어가는구나).


 남의 무덤에 자기 부모 뼈를 묻으면 안 된다. 이건 예의기도 하지 않나. 지금은 법으로 죄를 묻고 벌금을 내게 할 텐데. 예전엔 신분이 낮은 사람이 명당 자리에 조상 뼈를 묻고 그 덕을 보려한 적 많았을까.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면 그렇게만 생각할지. 이기채는 그럴 사람이 아니구나. 성질이 안 좋아 몸도 안 좋다. 몸이 안 좋은 건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이기채는 양반이어서 청암부인이나 부인 율촌댁 지금은 며느리 효원이 정성을 다해 죽을 쑤어준다. 이기채는 그런 거 하나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겠지. 건강이 안 좋으면 운동이라도 해 봐야 하는데 운동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운동한다고 모두 건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춘복이는 백단이와 만동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만은 좋게 봐야 하나. 백단이와 만동이는 덕석말이 당하고 만동이는 죽게 생겼다. 상민(천민)은 양반한테 맞아 죽어도 아무 말 못했겠다. 억울한 일이구나.


 강모보다 나이가 조금 위인 친척 강호는 일본에서 공부했다. 강호는 일본에서 병을 주워다 팔거나 인력거를 끌고 돈을 벌고 학비로 썼나 보다. 양반 자식은 집에서 주는 돈으로 공부만 하는가 했는데, 강호는 달랐구나. 실제 강호 같은 사람 있었을까. 강호는 만주에 갔다 왔다. 만주에서 강모와 강태를 만났단다. 이기채와 이기표는 강호를 만나 두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 강모와 강태는 만주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강태는 공부할 것 같아도 강모는 어떨지. 강호는 이기채가 춘복이와 백단이 만동이를 때린 일을 비꼬았다. 그런 말 듣는다고 이기채가 자기 잘못을 알려나, 모르겠지. 효원은 강호를 만나고 강모가 오유키와 함께 있다는 말을 듣는다. 효원이 생각하는 것처럼 오유키 형편이 좋은 건 아닌데, 그 부분은 아쉽구나.


 가장 걱정되는 건 강실이다. 왜 강실이는 그렇게 비실비실한 건지. 마음이 안 좋아서 몸도 안 좋아지고 지금은 배 속에 아이까지 있어서 더 힘이 없는 걸지도. 옹구네가 강실이한테 어떻게 할지 그게 걱정인지, 나도 모르겠다.




희선





☆―


 누리는 자는 대를 물려 영원히 그 기득권을 누려야 되고, 착취당하는 자는 영원히 제 가죽과 뼈를 착취당해야만 ‘순리(順理)’다 하고요.


 순리. 그러나 그 순리는 누구를 위한 순리일까요.


 왜 그 순리는 누구에게는 권리가 되고 누구에게는 억압이 될까요.


 그것이 참으로 진정한 순리라면 누구도 누구를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고 상생해야 할 텐데.  (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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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9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혼불7까지 달리셨네요. 한 권씩 완독할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시겠지요.
누구도 해치지 않으면서 공생하는 것, 요즘 들어 사람들이 더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혼불 완주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희선 2023-11-30 02:53   좋아요 2 | URL
달리지 않고 천천히 갑니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는 않지만, 앞으로 잘 나아가지 않아요 이 말은 전에도 했군요 읽기는 하는데 제대로 못 읽는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신분제도가 없다 하지만, 그건 겉만 그렇고 아주 없는 게 아니기도 하군요 다른 사람도 생각하고 함께 살면 좋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