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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게. 어쩌면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닌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처음에 생각한 것은 그쪽이 아니었거든. 조금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바뀌었다고 할까. 사실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그렇게 잘하지 못해. 아니 무서운 이야기만 못하는 것은 아니군. 이야기를 잘 못해도 아주 가끔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응, 지금 말하고 싶어. 들어줄거야.

 

여자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어. 어떤 집으로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공간이 나뉘어 있는 곳보다는 트여 있는 곳인 게 낫겠다 싶었어. 그래, 여자는 원룸에서 살고 있어. 자세하게 그려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냥 상상해. 늦은 밤 아마 새벽 12시쯤 되었을 거야. 여자가 잠을 자고 있는 집 안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어. 처음에 여자는 조금 뒤척이기만 하다 다시 잠들었어. 조금 뒤 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렸어. 그때는 여자가 전화벨 소리를 들었는지 일어나서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수화기 저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다시 여자가 “여보세요.” 말하자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어. “엄마.” 여자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말했어. “얘, 너 어디에 전화한 거야.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다시 수화기에서 들리는 말은 여전히 “엄마.”였어. 여자는 아이가 조금 불쌍했지만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생각하고 끊었어. 그리고 다시 잠들었지.

 

여기까지 말해도 그렇게 무섭지 않군. 어떻게 하면 무서운 이야기가 될까.

 

다음날 밤 또 여자가 잠들고 새벽 12시가 되자 전화벨이 울렸어. 그리고 그 일은 며칠이나 이어졌어. 여자는 새벽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늘 피곤했어. 그러고 보니 여자가 낮에 무엇을 하는지는 말 안했군. 나도 잘 모르겠어. 어딘가에 나갔다 오는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무엇을 하고 오는 걸까. 혼자 먹고 살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있겠지.

 

여자가 전화를 받으면 아이는 언제나 “엄마.”만 찾았어. 여자가 가끔 무슨 말을 물어봐도 아이는 다른 말을 하지 않는 거야. 여자는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이 아이는 대체 왜 나한테 날마다 전화를 하는 걸까’ 했지. 정말 아이는 왜 여자한테 전화를 하는 걸까. 아니 이 아이는 정말 사람일까. 혹시 전화기 속에 사는 귀신 같은 것은 아닐까. 이 말을 하니까 갑자기 내가 다 무서워지네.

 

미안해. 이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어.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여자한테 더는 전화가 걸려 오지 않았어. 아니 그것보다 여자가 더는 전화를 받을 수 없게 됐어. 그 방에서 여자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거든. 여자는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어. 아무도 모르게 그 집에서 떠났다, 와 어떤 힘 때문에 여자는 전화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지금은 전화선을 타고 다니고 있다, 야. 혹시 다른 생각이 있다면 나한테 말해줘도 괜찮아.

 

본래 생각했던 것하고는 다른 쪽으로 흘렀지만, 아주 조금 무섭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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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8 2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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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0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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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차, 영~차!"

 

지난 가을 어디선가 날아온 봉숭아 씨앗이 싹을 틔우려 하고 있어요. 작은 씨앗이라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오랜 겨울잠에서 깨선, 봄엔 계속 물과 흙에 있는 영양분을 먹었어요. 여름이 가까이 온 걸 알았는지 힘을 쓰고 있네요.

 

"봉숭아 씨앗아, 힘들지?"

 

"어! 누구세요?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도 저를 알아보다니……."

 

"니가 날아오기 전부터 난 이곳에 뿌리 내리고 있었어. 난 앵두나무야."

 

"네, 반가워요."

 

그렇게 며칠 '영~차, 영~차' 하더니 봉숭아 씨앗은 작은 싹을 틔웠어요.

 

"앵두나무 님, 이렇게 밝은 곳에서 만나보게 되니 더 기뻐요."

 

"이젠 봉숭아 씨앗이 아니구나. 봉숭아라고 할게. 나도 반가워."

 

"땅속보다 이곳이 훨씬 좋은데요. 앵두나무 님은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었나요?"

 

꽃이 지고 열매도 사람들이 거둬간 뒤에 봉숭아가 나를 봤으니 그런 걸 물어볼 만도 했어요.

 

"봉숭아야, 지금은 초록잎만 있지만 봄엔 꽃을 피우고 조금 뒤엔 빨간 앵두를 만들어 내. 내 좋은 시절은 봄이야. 봉숭아 너의 좋은 시절은 여름이란다."

 

내 말을 들은 봉숭아는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어요. 잎을 크게 만들려고…. 사실 봉숭아는 자신의 좋은 모습이 어떤지 잘 몰라요. 한번밖에 볼 수 없거든요.

 

여름이 되어갈수록 봉숭아 잎이 많아지고 키도 컸어요. 그러고는 꽃봉오리가 생겼어요. 어느새 봉숭아꽃이 피려고 해요.

 

"봉숭아야, 너 꽃을 피우려고 하는구나?"

 

"네, 제가 꽃을 피우다니 정말 마음이 벅차요."

 

봉숭아는 그렇게 꽃을 많이 피웠어요.

 

어느 날 아침 마당에 나온 희진이가 꽃이 핀 봉숭아를 봤어요.

 

"엄마, 봉숭아꽃이 많이 피었어. 나 손톱에 물들여줘."

 

"그래, 오늘밤에 들이자. 꽃하고 잎 따와."

 

"응. 아이 좋아라."

 

이 말을 들은 봉숭아는 놀라서 밤이 될 때까지 울었어요. 그리고 저녁에 희진이가 꽃과 잎을 따가자, 그 아픔에 자꾸 울었어요.

 

"봉숭아야, 그만울어. 그렇게 슬퍼할 일은 아니란다. 네 몸을 잘 살펴봐. 희진이가 꽃을 다 따가지는 않았어."

 

"그러면 뭐해요? 저의 좋은 시절도 이젠 끝이어요. 흑~ 흑……."

 

"본래 좋은 시절은 짧은 거란다. 내가 이 얘길 해주면 너도 기쁠 거야. 사람들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까닭은 꿈을 이루고 싶어서야. 첫눈이 오는 날까지 손톱 끝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그러니까 넌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풀이야."

 

"정말인가요?"

 

"그래. 이제 울지 않을거지?"

 

"네."

 

아침에 희진이가 마당에 나오더니 봉숭아에게 말을 했어요.

 

"봉숭아야, 내 손톱 봐. 예쁘지? 고마워. 이게 첫눈이 올 때까지 있으면 좋겠어."

 

봉숭아는 희진이의 손톱에 들여진 것이 오래 가기를 바랐어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봉숭아는 씨앗주머니를 만들었어요. 곧 지금 봉숭아와는 헤어져야 해요.

 

"봉숭아야, 우리 이제 곧 헤어지겠구나. 난 네 자손들과 만나겠지?"

 

"저에게 해준 것처럼 제 자손들한테도 따듯하게 대해주세요."

 

"그래. 꼭 그럴게."

 

봉숭아 씨앗은 여물대로 여물었어요. 그것을 희진이가 조심조심 받았어요. 잘못하면 봉숭아 씨앗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거든요. 그렇게 날아온 봉숭아였는데 내년엔 자손을 만날 수 있겠네요.

 

 

 

첫눈이 올 때까지 희진이 손톱에 봉숭아물이 남아 있을까요?

 

 

 

 

 

 

 몇해 전에 담은 봉숭아

 

 

 

우연히 다시 읽어봤는데, 조금 재미있어서

그리고 봉숭아가 자란 것을 보기도 했다

앵두나무 바로 옆은 아니지만,

예전에 앵두나무 옆에 봉숭아가 있는 것을 본 것 같기도 한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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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6-1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숭아 진짜 오랜만에 보네요. 희선님께서도 손톱에 물들이시나요??ㅎㅎㅎ

희선 2013-06-20 00:39   좋아요 0 | URL
예전에 물들인 적도 있는데, 이제는 안 해요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만 했습니다


희선
 

 

 

 

제목을 보고 편지와 야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겠군요. 당연히 상관없습니다. 두 가지를 한번에 소개하기 위해서 ‘편지와 야구’라고 쓴 것뿐입니다. 무엇을 소개하느냐 하면, 제가 보고 있는 만화입니다. 하나는 《テガミバチ(레터 비)》(아사다 히로유키), 다른 하나는 《おおきく振りかぶって(크게 휘두르며)》(히구치 아사)입니다. 얼마 전에 《데가미바치》16권과 《크게 휘두르며》21권이 나왔습니다. 그것을 본 다음에 거기에 앞에 나온 이야기를 조금 쓸까 했는데, 그것을 언제 볼지 알 수 없어서. 올해가 가기 전에는 보겠죠.

 

저는 편지쓰기를 좋아합니다. 본래 말을 거의 안 합니다. 말이 하고 싶어서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보다는 말을 잘 못해서 안 하고 할 말이 없어서 안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쓰는 말은 조금 하는 것 같아요. 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평소에는 말을 잘 못해도 책 이야기만은 잘하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시오리코가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잘아는 게 없어서 그것도 못하겠군요. 말을 하려면 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쓰는 것도 그렇군요. 어쨌든 편지가 나와서 제가 이 만화를 보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가미바치’라는 말은 편지벌(letter bee)이라는 뜻입니다. 이 만화 속 세상에서는 편지와 이런저런 것을 배달하는 사람을 데가미바치나 비(bee)라고 합니다. 꼭 종이에 쓴 것만을 편지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우편물 모두를 편지라고 합니다. 제가 왜 이런 말을 했느냐구요.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는 라그 시잉과 딩고인 니치는 둘 다 편지였기 때문입니다.

 

이 ‘데가미바치’ 속 세계는 앰버그라운드로 해가 없는 곳입니다. 세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밑에서부터 요다카, 유우사리, 아카츠키입니다. 수도는 아카츠키로 이곳에는 인공태양이 있습니다. 해가 없어서 못사는 사람은 조금 어두운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 나오면 재미없겠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조금 시골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이 세계에는 사람 마음을 먹는 아주 커다란 갑충(아주 큰 곤충을 떠올려보세요)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데가미바치는 국가공무원으로 사람들을 위해 편지를 배달합니다. 데가비바치는 갑충과 싸울 수 있거든요. 정령호박이 있는 무기(이것은 여러가지가 있더군요, 그래도 총이 많은 편입니다)로 마음을 총알로 바꾸어 갑충을 해치웁니다. 이것을 데가미바치 혼자서 하지 않습니다. 데가미바치를 도와주는 딩고가 있습니다. 딩고가 갑충의 약점을 찾으면 그곳으로 마음을 채운 총알 심탄을 쏩니다. 이렇게 말로만 하면 ‘대체 뭐야’ 하겠군요. 그리고 라그는 왼쪽 눈이 있어야 할 곳에 정령호박이 있습니다.

 

고슈 수에이드는 어린 라그 시잉을 편지로서 배달했습니다. 라그는 엄마하고만 살았는데, 어느 날 엄마가 누군가한테 끌려갔습니다. 고슈는 라그에 대한 이야기가 어떻든 상관없이 자신은 자기 일을 할 뿐이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고슈와 라그가 함께 캠벨에 가면서 마음을 나눕니다. 라그와 헤어질 때 고슈는 라그한테 두 사람은 이제 친구라고 합니다. 라그는 언젠가 자신도 고슈와 같은 데가미바치가 되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열두 살이 된 라그는 데가미바치 시험을 보러 갑니다. 시험을 보러 가다가 어린 여자아이와 만납니다. 여자아이는 편지였습니다. 라그는 여자아이를 보고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고 고슈처럼 자신이 여자아이를 가야 할 곳에 데려다주려고 했습니다. 여자아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라그는 여자아이한테 니치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라그가 니치를 데려다 준 곳은 희귀한 생물을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라그는 니치가 걱정스러워서 다시 찾아가게 되고, 라그와 니치는 함께 유우사리에 가게 됩니다. 이때 신기하게 생긴 생물을 니치가 데리고 갑니다. 니치는 그 생물 이름을 스테이크라고 지었습니다. 자기가 언젠가 먹을 거라며. 스테이크 좀 재미있게 생겼습니다. 말은 니치하고만 통하는데 라그한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라그는 데가미바치 시험에 붙고 니치는 라그의 딩고가 됩니다.

 

데가미바치가 되어 라그는 고슈를 만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슈는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고슈는 수도 아카츠키에 가게 되었는데 그 뒤 마음을 모두 잃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고. 그러고 보니 고슈가 데가미바치가 되어 일을 했던 것은 여동생 실베트 때문이었습니다. 실베트는 걸을 수 없었는데, 고슈는 돈을 벌어서 실베트 다리를 낫게 해주려고 했죠. 라그는 실베트를 만나서 자신이 고슈를 꼭 찾아내겠다고 약속합니다. 라그가 데가미바치가 되어 니치와 함께 편지를 배달하며 일어나는 일, 데가미바치 동료들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도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조직도 있습니다. 수도에 있는 인공태양의 비밀이 밝혀지고, 라그 엄마와 라그가 어떻게 태어났나도 밝혀집니다. 그리고 이제 라그는 이 세계에 대한 비밀을 밝히려고 합니다. 그 전에 라그는 라그와 같은 날 태어난 아이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 정도밖에 못 쓰다니. 처음에는 편지 때문에 일어나는 따듯한 이야기 정도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커져가더군요. 이 세계 자체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라그가 그 한가운데 있습니다. 16권에는 저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봤습니다.

 

 

 

 

ラグは誰かに手紙を書いたことはありますか?

 

라그는 누군가한테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까?

 

ないよ… そんなの…

 

없어… 그런 거…

 

ではいつか書いてみて下さい

 

그러면 언제가 써보세요

 

なんで…? いいよ手紙なんて

 

왜…? 됐어 편지 같은 거

 

たったひと言でもいいのです

 

단 한마디라도 괜찮습니다

 

それでも受けとって…… 嬉しくてを流す人だっているのですから…

 

그래도 받고……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ひとことで…?

 

한마디로…?

 

はなれて暮す人にとって「テがミ」は

書く人の「こころ」そのものなのですよ (1권 70~71쪽)

 

떨어져 사는 사람들한테 ‘편지’는

쓴 사람의 ‘마음’ 그 자체입니다

 

 

 

 

      

          왼쪽에서부터 고슈와 딩고 로다, 니치와 머리 위에는 스테이크 그리고 라그

 

 

 

      

                    왼쪽은 느와르(본래 고슈였음) 그리고 니치 스테이크 라그

 

 

 

                    

 

 

 

 

 

저는 야구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 운동이 야구만은 아니군요. 제가 야구에 조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메이저》(미츠다 타쿠야) 때문입니다. ‘메이저’는 혼다 고로, 나중에는 시게노 고로가 됩니다. 고로가 어릴 때부터 야구 선수인 아버지를 따라 야구를 하며 자라서 메이저까지 가서 야구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이도 일어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메이저, 일본대표. 고로 삶에는 야구뿐이군요. 야구 선수는 본래 그럴까요. 아니 어떤 운동이든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한가지를 좋아하고 그것을 하고 오래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겠죠. 저한테 야구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바로 《크게 휘두르며》입니다.

 

이 만화에는 고교야구가 나옵니다. 그래서 모두 고시엔에 가는 것이 꿈입니다. 여기에서 중심학교는 니시우라 고등학교입니다. 투수 미하시와 포수 아베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야구를 하면서 조금씩 커갑니다. 물론 다른 학교 아이들도. 미하시와 아베가 가장 눈에 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하시는 메이저에 나온 고로와는 다르게 느린 공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야구를 아주 좋아하고 늘 연습해서 제구력이 좋았습니다. 9분할을 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미하시한테 하나 빠진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입니다. 아주 소심합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야구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야구부가 어떤가 보러 갔다가 야구부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베는 중학교 때 배터리였던 투수 하루나 때문에 투수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하시한테 자신이 사인을 보내면 고개를 젓지 말라고 합니다. 미하시는 중학교 때 거의 혼자서 야구를 했습니다. 중학교가 할아버지 학교였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미하시를 편애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때 포수는 미하시한테 한번도 사인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미하시는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일이 없었는데 그런 점 대단합니다. 미하시는 포수가 사인을 보내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서 아베한테 절대 고개를 젓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미하시는 니시우라 야구부 아이들과 야구를 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가져갑니다. 그리고 아베는 투수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하루나가 중학생 때 왜 그랬나 깨달아갑니다. 언젠가 하루나네 학교와 니시우라가 경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1권에 나오는 듯합니다. 벌써 나오다니. 미하시와 하루나가 싸우게 되는 겁니다. 자신 없어하던 미하시가 이제는 하루나한테도 이기겠다고 말하게 되었는데,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21권 조금 보니까 4번 타자로 몸은 작지만 야구를 잘하는 타지마는 아주 좋아하더군요(타지마는 어떤 운동이든 하면 잘하는 것 같습니다). 무사시노 제1고교와 경기하게 된 것을. 타지마는 어떤 공이든 칠 수 있습니다. 하루나가 던지는 빠른 공을 치고 싶어합니다. 타지마는 미하시가 제대로 말 안 해도 미하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습니다. 만화를 보면 가끔 그런 사람이 나오는데 정말 그런 사람 있을까요.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제가 하려는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답니다.

 

원피스 70권도 나왔습니다. 이번에 펑크해저드 편 끝날지 어떨지.

 

 

 

희선

 

 

 

 

 

  

 

 

 

            

 

 

 

                    

                                                   미하시와 아베

 

 

 

 

 

 

 

             

 

             

 

고쳤지만,

위에 라그 오른쪽 눈에 정령호박이 있다고 쓴 거 틀렸습니다 왼쪽 눈에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도 그것을 바로 못 봤네요 쓰면서 오른쪽이던가 왼쪽이던가 했답니다

지금까지 열다섯권이나 봤는데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다니

라그한테 미안하군요  (201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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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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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3 0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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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보낸 아홉해

(달에서의 9년, 스위트피)

 

 

 

내가 달에서 아홉해를 살았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달에서 살았던 적이 있나 싶다. 하지만 나는 정말 달에서 아홉해를 살았다.

 

풀 한포기 없는 사막 같은 곳에서 어떻게 아홉해를 살 수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가끔 꿈을 꾼다. 여전히 달에서 살고 있는, 그러면 무서운 꿈이라도 꾼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난다. 무척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느 하루 좋았던 날이 있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어린왕자를 달에서 만난 날이다. 어린왕자를 쓴 사람은 내 이야기를 빼놓았다. 어쩌면 어린왕자가 말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어린왕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함께 있기만 했다. 누군가와 말하고 싶었던 나였는데, 말하지 않아도 기분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느끼기 어려운 것이다.

 

달에서는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어쩌면 내가 계산한 시간이 아홉해가 아닐 수도 있다. 지구에 와서 스위트피 노래 <달에서 9년>을 듣고 나도 아홉해를 살았던 것이라고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위트피도 달에서 살았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스위트피와도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달에서 살아본 사람은 말보다는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게 해주는 곳이다.

 

달에서 바라본 지구는 무척 아름답지만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은 조금 힘들다. 그렇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달에서 사는 것보다는 많은 일이 일어나는 지구에서 사는 것이 더 재미있다.

 

 

 

 

 

 

 

종이비행기(델리스파이스)

 

 

 

종이비행기, 제목은 정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종이비행기에 소원을 적어서 날리는 소년, 아니면 친구를 그리는 소녀……. 이런 이야기는 다른 사람도 썼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종이비행기한테 물어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종이비행기한테 마음으로 말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는 그저 종이비행기라는 글자한테 물어보았다는 것을.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잘 안 될 줄 알았는데 작은 종이비행기가 내 손에서 태어났다.

 

"종이비행기야 반갑다."

 

작은 종이비행기는 수줍은 듯 말했다.

 

"나도 반가워."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뭔데……?"

 

"나는 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어떻게 쓰면 좋을까?"

 

종이비행기는 오래 생각했다. 뭔가 떠올랐는지 천천히 말했다.

 

"내가 종이비행기면 하늘을 날 수 있겠지? 나를 높은 곳에서 날려보내줘. 날아다니면서 본 거 너한테 말해줄게."

 

나는 놀랐다. 종이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떠 있지는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다시 나한테 돌아올 수 있단 말인가? 이 말은 해줄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종이비행기는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종이비행기를 날려주기 위해 산으로 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늘을 나는 것일 테니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날게 해주고 싶었다.

 

"종이비행기야, 날아다니면서 본 거 나한테 꼭 말해줘."

 

"그래, 그리고 고마워. 내가 하늘을 날 수 있게 도와줘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을 타고 날 수 있게 종이비행기를 살짝 놔주었다. 날다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꽤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반짝하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나는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았다. 종이비행기는 산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스스로 날 수 있는 세계로 넘어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종이비행기는 아직도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당신 앞에 하늘을 나는 종이비행기가 나타나면 어떤 모험을 했는지 물어봐주기 바란다.

 

 

 

 

 

 

 

달려라 자전거(델리스파이스)

 

-달리고 싶은 자전거

 

 

 

나한테는 꿈이 있어요. 그것은 힘차게 달리는 거예요. 그렇지만 혼자 달릴 수는 없답니다. 누군가 페달을 밟아주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자전거 가게에 있어요. 나를 타고 달려줄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 둘 다른 동무들은 아이들이 데리고 가서 힘차게 달리는데 나는 오랫동안 서 있었어요. 나한테는 바퀴가 좀 많답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린 아이가 타는 자전거는 아니예요. 중심 잡기 힘든 아이가 탈 수 있게 만들어졌어요. 언젠가는 그런 아이가 내 앞에 나타날거라고 믿어요.

 

"준호야, 이제 자전거 타면서 다리 운동 열심히 해야 해."

 

"……."

 

목소리에 눈을 떠서 보니 엄마와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이 어두웠어요.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자전거를 사주면 무척 좋아하는데……. 아이가 한쪽 다리를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을 곧 알아봤습니다. 더 어렸을 때는 걷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아이가 나를 좀더 편하게 탈 수 있게 조금 고쳐야 했어요. 나도 이제 달릴 수 있다 생각하니 무척 기뻤어요. 아이가 나를 좋아해주면 좋겠습니다.

 

 

 

 

준호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어요. 엄마가 유치원에 갔다 오면 나를 타라고 말했는데 안 타고 끌고만 다녔습니다. 그렇게 한다는 것을 엄마가 알았지만 준호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요.

 

준호가 나를 한번도 타지 않은 것은 아니예요. 나를 데리고 온 첫날 타봤는데 다리에 힘이 없어서 페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잘 했다고 말했어요. 자주 연습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갈거라고 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유치원에 갔다 온 준호는 나를 끌고 집 밖으로 나왔어요. 도시가 아닌 시골이어서 차들은 다니지 않았습니다. 나를 타고 달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천천히 끌어주는 것도 나름대로 좋았어요.

 

"준호 오빠, 뭐 해?"

 

예쁘게 생긴 작은 여자아이가 준호한테 말했어요. 준호 얼굴은 빨개졌어요.

 

"오빠, 나 뒤에 태워줘."

 

"…… 싫어!"

 

준호는 화난 사람처럼 크게 말했어요. 여자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그런 여자아이를 본 준호도 어쩔 줄 몰라했어요. 그냥 모른 척하고 나를 끌고가다 뒤돌아서서 말했어요.

 

"은영아, 내가 자전거 타는 거 연습 많이 해서 나중에 태워줄게."

 

"……."

 

 

 

 

은영이와 길에서 마주친 뒤부터 준호는 나를 끌고 다니지 않았어요. 다리에 힘은 없었지만 페달을 돌리려고 했습니다. 아직은 천천히 달리지만 언젠가는 바람을 가르며 달릴 거예요. 그때는 뒤에 은영이가 타고 있겠죠.

 

 

 

 

 

말 그대로 옛날에 쓴 이야기다

그냥, 오늘이기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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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0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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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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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듯한 바람

       따듯한 사월눈

       따듯한 마음

 

       따듯한 너

       와

       따듯한 차

       한 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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