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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언제나 이기기만 하는 사람은 없겠지. 언젠가 본 만화에서는 로드 레이스를 하던 선배가 후배한테 넌 지금까지 얼마나 졌느냐고 물었다. 아주 빨리 달리는 자전거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만화에서는 운동경기 하면서 말 잘 한다. 그런 거 없이 경기만 보여주면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다. 후배는 지금까지 많이 졌다고 했다. 운동경기 하면 늘 지기만 하지는 않겠지. 운동도 재능이라는 게 있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 하면 이기는 날도 있지 않을까. 자전거 경기를 하던 후배도 어릴 때는 키가 작아서 많이 졌지만, 그걸 열심히 하다보니 꽤 잘하게 됐다. 훈련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느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도 있겠다.
난 경쟁하는 거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달리기 같은 거. 수영은 물속에서 하는 달리기와 비슷하지 않나. 수영은 다리 팔 다 써서 하겠다. 난 수영 못한다. 한번도 해 본 적 없다. 이 책 《5번 레인》에는 수영을 하는 아이 이야기가 담겼다. 어떤 운동이든 잘 모르지만, 수영도 잘 모른다. 이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본 만화를 보면 학교에 수영장이 있기도 한데, 한국에도 수영장 있는 학교 있을까. 가끔 수영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메달 따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수영선수가 되는 건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수영은 좀 나을까. 수영은 생활체육으로 많은 사람이 하기도 하던가.
나루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수영을 하고 여덟해째라고 한다. 그렇게 오래 되다니. 그러면 앞으로도 수영하고 선수가 되고 싶기도 하겠다. 지금까지 자유형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언젠부터가 푸른초등학교 6학년 김초희가 나루를 앞질렀다. 초희도 본래 수영을 했는데, 잘하는 건 자유형이 아니었다. 나루는 경기 동영상을 보고 초희 수영복이 이상하다 여기기도 한다. 초희가 입은 수영복은 아주 다른 건 아니었는데, 잘 안 되면 그런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한강초등학교로 전학온 태양이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 제대로 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그건 수영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수영을 배우고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태양이는 수영부 아이가 자신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자신도 수영부에서 훈련해 보고 싶었다. 6학년 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태양이는 수영선수뿐 아니라 과학자라는 꿈도 있다. 태양이를 보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난 뭐 했나 생각했다. 별 생각없이 살았다. 그건 어느 때든 다르지 않지만. 나루가 다니는 학교가 바로 한강초등학교다. 나루와 태양이는 짝이 된다. 태양이가 나루한테 수영부를 물어보기도 했는데, 나루는 태양이가 정말 수영부에 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초등학생 때 자신이 할 걸 정한 사람도 있겠지. 나루도 그렇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기는 한데 나루는 자신이 왜 수영을 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초희가 자기보다 잘하는 게 마음 쓰이고 어쩐지 수영복에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다 초희 수영복을 훔치고 만다. 어쩌다 보니 훔치게 된 거구나. 나루 언니 버들이는 나루와 수영을 하다 중학교에 들어가고는 수영을 그만두고 다이빙을 했다. 운동을 하다보면 벽이 나타나겠지. 그 벽을 부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아니 좌절보다 지금 하는 게 아니고 다른 걸 만나기도 하겠지. 새로운 걸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다. 그동안 한 게 아까울 테니. 버들이는 용기를 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았다.
뭐든 이기는 게 중요한 건 아닐 거다. 세상은 이기는 사람이나 일등을 더 말하고 기억하기는 하지만. 나루는 열심히 해도 일등 못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만 했다면 앞으로 수영하기 힘들었겠다. 다행하게도 나루는 어떻게 졌는지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지는 경기도 해야 이겼을 때 많이 기쁘겠지. 이기려면 훈련을 열심히 해야겠구나. 나루는 그런 걸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전엔 언니가 수영을 해서 자신도 했지만, 나루는 수영이 즐거웠다. 나루는 앞으로도 즐겁게 수영하겠구나.
여기에는 수영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데, 어쩌다 보니 이 말만 했다. 태양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늦었지만, 하고 싶은 걸 해 보려고 하는 게 말이다. 그것뿐 아니라 하나가 안 된다고 좌절하기보다 다른 걸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게 바로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