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숨
조해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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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긴 시간 동안 이 책 《환한 숨》을 만났어. 단편소설 한편 한편 보고 생각해 봤다면 나았을 것 같은데 그러지는 못했어. 한편 보고 나면 또 다음을 봤어. 여기엔 단편이 열편이나 담겼어. 적지 않지. 열편을 하나로 말하기는 어려워. 저마다여도 비슷한 게 있을지도 모를 텐데. 지금을 사는 사람이라 해야 할까. 소설가 조해진 잘 모르는데, 마지막 소설 <문래>는 조해진 이야긴가 하는 생각을 했어. 소설 쓰는 사람 이야기여설지도.


 지금도 어디에선가 재개발이 일어나고 그곳에 살던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가야 하겠지. 이 재개발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70년대, 80년대일까. 어쩐지 난 한때만 재개발이 일어났다고 여겼던 걸지도 모르겠어. 재개발은 지금도 일어나잖아. 여전히 그런 소설이 보이니 말이야. 그런 거 잘 쓰는 사람은 김혜진이 아닐까 싶어. 여기에 실린 <문래>는 예전 이야기야. 부모가 지방에 살다가 서울로 오고 문래 6가라는 곳에 살게 되고, 첫째는 외가에 맡기고 둘째는 집에 혼자 두고 문을 잠그고 부모는 일하러 나갔어. 그런 일이 70년대에만 있었던 건 아니던가. 여기 나오는 ‘나’가 어릴 때 집에 혼자 있었을 때 별 일 없어서 다행이군. ‘나’는 문래를 떠난 뒤 문래를 잊었다가 미국에서 문래와 비슷한 곳에서 문래를 떠올려. ‘나’는 문래를 잊은 걸 부끄럽게 여긴 걸지도. 지금도 문래 같은 곳 있겠어.


 이 소설집에 담긴 소설을 보면서 여기 나오는 사람이 하는 일이 여러 가지다는 생각을 했어. <환한 나무 꼭대기>에서는 간병인, <흩어지는 구름>에서는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하나의 숨>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계약직으로 일했어. 이렇게 쓰고 보니 두편은 아주 다른 일은 아니군. 하나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하나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거네. <흩어지는 구름>에서 ‘나’는 본래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사람이었어. ‘나’가 사귀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려 했는데 잘 안 된 것 같아. ‘하나의 숨’은 어쩐지 슬퍼. 여기 나오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야. 특성화고 아이가 실습 나갔다가 사고로 죽기도 했잖아. 그런 일 지금도 일어나겠지. ‘나’는 계약직 선생님이어서 하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정말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


 첫번째 소설도 조금 말해야겠군. <환한 나무 꼭대기>에서 강희는 혜원이 죽고 혜원이 관리해 달라고 한 아파트에서 살아. 혜원은 그 아파트를 언젠가 자기 아이한테 주라고 했는데. 혜원은 결혼하고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남편과 헤어지고는 만나지 못한 것 같아. 헤어진 남편은 아이와 미국으로 가. 혜원이 아들한테 전자편지를 보냈지만, 아이는 그걸 보지도 않고 답장도 보내지 않았어. 혜원과 남편은 왜 헤어졌을까. 갑자기 이런 게 알고 싶다니. 소설도 다 말하지 않기도 하는군. 강희가 산에 갔다가 돌아온 것도. 강희나 혜원이나 쓸쓸했군. 사람은 다 쓸쓸해. 혜원이 죽음을 맞을 때까지 강희가 곁에 있어서 혜원은 괜찮았을 것 같은데. 강희가 혜원이 준 아파트에서 조용히 사는 거 그렇게 나쁘지는 않겠지. 혜원 아들은 앞으로도 소식 없을 것 같아.


 다시 생각하니 소설 여러 편은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오기도 하는군. <하나의 숨> <경계선 사이로> <파종하는 밤>에는 산업재해가 나오는 거. <경계선 사이로>는 신문기자 이야기군.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신문기자가 된 사람은 각서를 써야 했어.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노조도 만들지 않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신문기자는 제대로 글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연진은 그런 기자가 되고 싶었을 텐데. 선배인 윤희 어머니는 청소하는 일을 했는데, 일하는 곳에서 사람을 줄여서 오래 일해야 했어. 그러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가 평소에 술을 마셨다면서 산업재해로 인정해주지 않았어. ‘하나의 숨’에서는 일터에서 하나한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일터 사람이 하나 엄마를 찾아오고 소송하지 않겠다는 서류와 위로금을 주었어. 하나 엄마는 나중에야 그걸 알았어. <파종하는 밤>에선 온도계를 만들던 남자아이가 수은 중독으로 죽은 걸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건 그저 꿈일 뿐이었을까.


 예전보다 일하는 곳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지. 여전히 산업재해는 일어나잖아. <눈 속의 사람>을 보니 언젠가 알게 된 책이 떠올랐어.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한국구술사학회 엮음, 휴머니스트, 2021)인데, 끝에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을 말했어. 어쩌다 보니 최길남은 정쟁 때 미군 말을 들어야 했지만, 눈 속에 있는 한 사람을 구했어. 누군가를 구하는 게 자신을 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높고 느린 용서>를 보니 미투가 생각나고 어떤 사람이 떠올랐는데. 교수인 아버지가 학생을 성추행 했다고 하면 아이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이야기는 미투 뒤 아버지가 사라지고 남은 식구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어. 피해자 식구도 힘들지만, 가해자 식구도 힘들 거야. 효진과 경진이 살기를.


 알쏭달쏭한 <숨결보다 뜨거운>이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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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3-19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중에 나온 단편들과 달리 한 시대를 뜨겁게 살다간 이들의 삶들이 담겨져 있네요.
요즘 가벼운 에세이들 웹소설, 숏트 영상만 읽혀지고 팔리는 시대에 이런 작품속에 담긴 인생의 밝음과 어둠 읽고 나면 마음 속에 잔향이 오래 갈 것 같습니다 ^^

희선 2023-03-22 23:29   좋아요 1 | URL
한국에서 일어났던 일이나 일어나는 일이 담겨 있기도 하네요 소설가는 그런 걸 아주 잊지 못하겠습니다 여전히 지난 날 일어난 일을 소설로 쓰고 지금 일어나는 일을 쓰기도 하네요 제가 그런 걸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희선

페넬로페 2023-03-19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환한 숨‘ , 좋게 읽었는데 리뷰쓰기를 놓쳤어요. 세상엔 왜그리 슬프고 안되는 사람들도 많은지요^^
세상이 공평해지면 좋겠어요**

희선 2023-03-22 23:31   좋아요 2 | URL
어두운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희망을 찾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눈 속의 사람>은 더 그런 느낌이 듭니다 <하나의 숨>은 참 슬프네요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나니...


희선

2023-03-19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22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3-20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는 날씨가 조금 흐리고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따뜻한 날이었어요.
이번주 화수목 날씨가 기온이 많이 올라갈 것 같은데, 이제 3월도 많이 지나왔네요.
편안한 하루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3-03-22 23:37   좋아요 2 | URL
어제 오늘 많이 따듯한 것 같기도 합니다 벚꽃 아직이지만 제주에는 피었다는 말이 있기도 하더군요 지금 피면 빨리 피는 것 같은데... 삼월 열흘도 남지 않았네요 하루하루 잘 갑니다 하는 것도 없는데... 이건 늘 그렇군요 서니데이 님 봄 가끔 만나세요 밖에서 걷기...


희선
 
이어달리기
조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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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쩐지 내 장례식엔 백명은커녕 그 십분의 일인 열 사람도 오지 않을 것 같다. 안 와도 괜찮지만. 누군가 그걸 해주기 어렵기도 하다. 그저 화장이나 해주면 다행일 것 같다. 그건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을 때쯤 어딘가로 사라지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것도 쉽지 않겠다. 그때 내가 어떨지 모르니 말이다. 걷다가 죽어야 할 텐데. 난 어딘가 많이 아프다 죽고 싶지 않다. 그저 살다가 잠을 자듯 떠나는 게 바람이다. 이건 큰 바람이겠다. 여기 《이어달리기》에 나온 성희는 암이었다. 암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성희는 조카 일곱한테 편지를 쓴다. 편지에는 조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이 적혀 있었다. 성희는 조카 일곱을 만나고부터 한사람 한사람한테 뭔가 일을 하게 했다. 그걸 해내면 선물을 주었다고 할까. 그런 이모 좋을지 안 좋을지. 지금 난 귀찮아서 하기 싫은데 어릴 때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거면 해도 하기 싫은 거면 못할 거 아닌가. 성희가 만난 조카는 어느 정도 그걸 즐겁게 여긴 듯하다.


 성희가 만난 조카라니. 성희의 언니가 결혼하고 조카가 된 소정을 빼면 다 진짜 조카가 아니다. 친구 딸이거나 옆집 아이 옆집 세탁소집 아이 병원에서 만난 아이 애인 조카다. 그런데 왜 여성은 아이한테 자신을 이모라고 하라고 할까. 이모는 다른 엄마라는 뜻이기도 하지 않나. 이렇게 말하지만 고모보다는 이모가 가까운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러고 보니 성희가 만난 조카는 다 여자아이구나. 성희는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죽음을 앞두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른 사람보다 조카들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편지를 쓰고 저마다 할 일을 하면 무언가 주겠다고 했겠지. 성희는 꽤 부자인 것 같았다. 자신이 건물 주인인 엘리제는 레즈비언 전용 가게다. 어쩌면 성희는 레즈비언이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라고 그런 곳을 죽 이어갔는지도. 자신이 주인이기만 하고 그곳을 할 사람은 따로 두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겠지. 성희 조카 일곱은 저마다 자신이 할 일을 하려고 한다. 아마 성희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였겠다. 성희는 좋은 이모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사람은 거의 부모한테 버림 받기는 했지만, 성희가 있어서 그나마 나았다. 진짜 조카가 아니어서 성희가 아이한테 편지를 보내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지만 안 좋게 여긴 사람 있었을까. 책을 보니 안 좋게 여긴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다행이다. 부모가 있다 해도 다른 괜찮은 어른이 있으면 사람은 훨씬 좋겠지. 성희 조카 조금 부럽기도 하구나. 난 성희 같은 이모는 별로 되고 싶지 않다. 되려고 해도 될 수 없구나. 누구하고든 잘 지내지 못하니 말이다.


 이 소설은 여성 이야기다. 세대가 다른 여성이라 해도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구나. 성희 조카가 다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몇 사람은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어쩌면 성희 장례식에서 만나고 앞으로 잘 지낼지도 모를 일이다. 성희 장례식은 성희가 죽기 전에 한 거다. 살았을 때 장례식을 했다는 말 어디선가 본 적 있는데. 실제 하는 사람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희는 장례식에 조카와 백명이나 되는 사람을 불렀단다. 대단하다. 백명이라니. 내가 앞에서 왜 내 장례식에 올 사람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지. 내가 죽은 다음에 하는 장례식 무슨 소용인가.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쓸쓸하겠지.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 죽은 다음엔 쓸쓸함 따위 느끼지 않겠다. 다행이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겠지. 성희와 일곱 사람, 혜주 수영 지애 예리 태리 소정 그리고 아름 이야기기도 하다. 일곱 사람은 성희를 만나서 사는 게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성희는 좋은 어른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될까. 어쩌면 성희도 자신이 어른이다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성희는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한 걸 거다. 좋은 어른은 자신이 그렇게 여기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보는 게 아닐까. 한사람은 여러 사람과 이어지기도 했다. 조카뿐 아니라 성희도 조카가 있어서 좋았겠다. 진짜 이모와 조카도 사이 좋게 지내기 어렵지 않나. 이제는 이런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피붙이가 아니어도 이모, 고모 조카가 되는.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성희는 편지 쓰기를 좋아한단다. 이거 하나는 나랑 비슷하구나. 나도 편지 쓰기 좋아한다. 난 친구한테만 쓴다. 성희는 자신이 쓴 걸 기억한다는데, 난 기억하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잊고 한 말을 또 하기도 한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편지 쓰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이런 말하니 편지 쓰고 싶구나. 성희가 보낸 편지 받은 사람 좋았겠지. 조카뿐 아니라 애인도. 그랬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쓰는 편지가 그러기를 바라설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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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3-14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중국에서 자신이 죽기 전 장례식을 치른 사람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봤어요. 괜찮은 생각 같더군요. 자신이 죽기 전에 정말 친한 사람들만 불러서 미리 의식을 치르는 것, 남은 사람들에 대한 상실감을 줄여주는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2023-03-18 02:42   좋아요 1 | URL
저는 인터넷에서 그 기사 제목 봤어요 제목만 보다니... 자신이 죽기 전에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이 좀 있기도 한가 봅니다 한국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일본에는 있다고 한 것 같기도 한데... 갑자기 헤어지는 것보다 먼저 마지막 인사 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실제 아주 헤어지면 슬프겠지만...


희선

서니데이 2023-03-16 2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내 장례식이면 나는 볼 수 없으니. 내가 있긴 한데, 있다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자리네요.
생전에 아끼던 사람들과 모이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해요.
전에 오쿠다 히데오의 책에서도 비슷한 소재가 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희선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3-18 02:45   좋아요 1 | URL
죽기 전에 장례식 치르는 이야기 이게 처음은 아닐 거예요 저는 살았을 때나 죽었을 때나 올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네요 장례식 치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하고 싶어요 그저 화장하고 나무에 묻어 달라고 해야겠습니다(누군한테 그런 걸 말하나) 그전에 정리를 해야 할 텐데... 저는 죽음을 생각하면 정리가 생각납니다

서니데이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궁금한 편의점 북멘토 그림책 4
박현숙 지음, 홍찬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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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에나 하나, 많으면 두세곳 있는 편의점. 아이도 자주 다니겠다. 아이는 편의점을 더 편하게 여길까. 그런 편의점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여우는 탐정이 꿈이다. 동식이는 편의점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을 나여우한테 말한다. 나여우는 동식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편의점을 살핀다. 실제 이런 아이 있을까. 그것보다 이제는 탐정이 되겠다는 아이도 있구나.


 며칠이 지나고 나여우는 그 모습을 본다. 어떤 여자아이가 살 물건을 고르고 계산했다. 파란색 머리 아저씨는 마지막 물건 구운 달걀은 돈을 받지 않았다. 이상한 일은 그거였다. 동식이가 구운 달걀을 사려고 했을 때는 돈을 받았다. 편의점 옆집은 팥죽집으로 팥죽집 할머니는 편의점 아저씨 어머니였다. 팥죽집 할머니 머리카락도 파란색으로 할머니는 팥죽을 하나 시켜도 두 그릇 줄 때가 있단다. 이것도 알아봐야 할 일일지도. 나여우와 아이들은 팥죽집 할머니 머리카락이 파란색이어서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이 상상력이란. 재미있지만 엉뚱하구나. 할머니는 머리카락을 파란색으로 염색했다고 했다.


 구운 달걀을 받은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 아이는 구운 달걀을 가지고 숲으로 갔다. 다른 아이는 그 숲에 외계 고양이가 있다고 한다. 고양이도 파란색이었다. 여기 나오는 아이들은 파란색이면 외계에서 왔다고 여기는구나. 나여우도 여자아이를 몰래 따라가고 파란색 고양이를 본다. 내가 보기엔 보통 고양이인데. 나여우는 다른 아이가 말한대로 파란색 고양이를 외계 고양이로 생각했다. 나여우는 파란 머리 편의점 아저씨가 여자아이한테 외계 고양이와 싸우게 하려고 구운 달걀을 준다고 여겼다. 이런 생각도 재미있구나.


 파란색 머리 팥죽집 할머니, 파란색 머리 편의점 아저씨 그리고 파란색 고양이는 외계에서 왔을까. 내가 어린이였다면 이 책을 보면서 두근두근 했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나여우와 아이들 모습은 재미있게 보이기도 했다. 이상하게 보인다고 외계인이나 외계 동물은 아닐 텐데. 조금 다른 건 본래 그래설지도 모를 일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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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3-10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편의점, 이 들어가는 책 제목이 많은 듯합니다. 어디서도 본 것 같아요.
예전에 편의점은 비싸서 잘 안 갔는데 투 플러스 원, 이 있어서 어떤 것은 저렴해서 가끔 들릅니다.
밤 늦게까지 문이 열려 있는 건 큰 장점이에요.

희선 2023-03-11 00:50   좋아요 0 | URL
저는 편의점에 잘 안 가니 들어가기 어렵기도 하네요 그것보다 살 게 없으니 안 가는 거겠습니다 거기에 살 게 있으면 가겠지요 아이가 편의점에 물건을 사게 하려고 낮은 곳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걸 둔다는 글을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 아이들은 편의점이 편하겠네요


희선
 
넘어진 교실 문학의 즐거움 54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영인 옮김 / 개암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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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참 이상해. 왜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따돌리지. 그러면 재미있을까. 누군가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고 싶지 않은 사람도 다음엔 자신이 따돌림 당할까 봐 모두를 따라해. 그것도 좀 한심하지. 여러 사람한테 따돌림 당하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거야. 그런 일이 오래 이어지면 자신이 정말 작게 느껴지겠지. 집단 따돌림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어. 한사람이 집단 따돌림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따돌리는 아이들이 그만두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그것도 어떻게 멈추게 해야 할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든 하는 게 낫겠어.

 

 이 이야기 《넘어진 교실》에 나온 블루와 오렌지는 용기를 냈군. 블루는 아이들한테 자주 괴롭힘 당하는 아이였어. 5학년이 되고는 또 그런 일 당할까 봐 조심해. 그러다 같은 반에서 아이들한테 인기 있는 아이 이토와 친해지기도 해. 이토가 나쁜 애는 아니지만, 이토는 다른 아이가 누군가를 괴롭히든 상관하지 않았어. 처음에 아이들은 블루를 골탕먹이기도 했는데, 블루가 이토와 친해지자 함께 놀아. 그렇다고 아이들이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았을까. 다음 표적으로 옮겨갔어. 이 반에서 제멋대로인 이토카와한테. 모두 친하게 지내지는 않더라도 한사람을 괴롭히면 안 좋을 텐데.

 

 블루는 다른 아이들이 이토카와를 괴롭히자 가만히 있지 않았어. 이토가 모두를 이끌지는 않았지만, 블루는 다른 아이가 자기 대신 이토카와를 괴롭히자 이토한테 화를 내. 그러다 둘은 좀 싸워. 싸운 다음엔 사이가 멀어질 것 같은데 이토는 앞으로도 블루와 잘 지내려고 해. 이토는 자신이 잘못한 걸 깨달았어. 이토가 나서서 한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도 잘못이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야. 남자아이들만 그러지는 않았어. 여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 리더 같은 미네기시 비위를 맞췄어. 미네기시가 안 좋게 여기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를 안 좋게 말하고 괴롭혔어. 오렌지는 히나가 여자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자 히나를 조금 돕기도 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어.

 

 어느 날 오렌지 언니는 오렌지가 반에서 따돌림 당하는 히나를 모르는 척한 걸 알고는 오렌지한테 히나를 도와주라고 해. 자신도 중학생 때 친구를 따돌렸는데, 그때 일을 잘못했다고 여겼어. 오렌지는 언니 말을 듣고 생각해. 어떻게 하면 히나를 도울 수 있을지. 오렌지 언니는 오렌지가 설득을 잘 한다고 말했어. 오렌지는 말을 잘 하는가 봐. 오렌지는 자기 편을 하나씩 늘리고 미네기시가 히나를 그만 괴롭히게 만들려고 해. 그게 쉽지는 않았지만, 하려고 한 것만도 대단하지. 뭔가 바로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바뀌었어. 아이들도 한사람을 괴롭히는 걸 그만두고 싶어했어. 그런 생각을 해서 다행이지. 오렌지가 가만히 있었다면 아이들은 그런 생각 못했을 거야.

 

 집단 따돌림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도 해.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괴롭힘 당하는 건 다 안 좋아. 괴롭힘 당하는 아이한테 뭔가 잘못이 있을까.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도 괴롭힐 것 같아. 아니 뭔가 잘못했다 해도 괴롭힘 당해도 되는 건 아니지.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 괴롭힘 당하는 아이가 서로 이야기 하면 좀 나을까. 히나와 미네기시와 오렌지처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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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3-03-04 0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롭히는자 괴롭힘을 당하는 자. 모두 다 힘든 일인데.
어렵죠.
서로가 서로의 힘듦을 보는 순간 괴롭히는 일은 덜할텐데 말이죠.

희선 2023-03-06 23:55   좋아요 0 | URL
여전히 학교에서 누군가를 괴롭히는 건 사라지지 않았겠습니다 한동안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이번부터는 학교에 간다고 하더군요 괴롭힘이나 따돌림 없으면 좋을 텐데... 아이들이 그렇게 된 건 어른 책임도 있을 것 같아요


희선
 
다고쳐 박사의 비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1
주윤희 지음 / 북극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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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대단한 의사 많겠지. 난 병원에 잘 안 가서 누가 대단한지 하나도 모른다. 뭐든 고치는 의사 있을까. 의사는 신이 아니구나.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의사를 신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의사는 사람 목숨을 이어줄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힘이 빠지고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사람은 살면서 다치거나 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나마 그런 게 나으면 좋겠지만, 다 낫지 않으면 아픔과 평생 함께 해야 한다. 그런 아픔은 사람 마음을 병들게 할지도. 아프다 해도 절망하지 않아야 할 텐데.

 

 앞에서 좀 어두운 말을 했다. 《다고쳐 박사의 비밀》은 그렇게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다고치는 박사(의사)라니 대단하지 않나. 이런 말 보니 실제로도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난 아픈 데 없지만. 아니 마음에 좀 문제가 있구나. 다고쳐 병원을 찾아간 내코처럼. 내코는 이름에서 알지 모르겠는데, 코끼리다. 내코는 늦은 밤에 다고쳐 병원에 간다. 병원 앞에 서서 바로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코끼리 내코가 걸린 병은 쭈뼛쭈뼛덜덜병이다. 이런 병도 있구나. 나도 언제나 걸린 병인 것 같은데. 내코는 말을 안 해서 입 안에 거미줄이 생겼다. 그런 말 들은 적 있는데 실제로 보다니, 나도 말 안 해서 거미줄이 있을지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건데, 말을 해야 할까. 내코는 나와는 다르게 쭈뼛쭈뼛덜덜병 때문에 친구가 없어서 쓸쓸했을지도. 내코는 자기 병을 고치고 싶어서 병원에 갔겠다. 난 딱히 고치고 싶지 않다. 말 많이 하면 힘만 들 뿐이다. 누가 잘 듣지도 않는데, 말 해서 뭐 하나 싶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니, 난 부정스런 사람이다.

 

 다고쳐 박사는 내코한테 ‘힘이 나요 뿜뿜뿜’이라는 약을 준다. 이 약을 먹으면 두 귀가 팔랑팔랑하고 축 처진 꼬리가 쑥 올라가고 힘이 불끈 솟는단다. 그런 약 진짜 있을까. 내코가 힘이 나요 뿜뿜뿜을 먹으니 진짜 힘이 났다. 숲속에서 누군가 도와달라고 하는 소리가 나자 내코는 날아간다. 내코는 다람쥐와 돼지 셋을 늑대한테서 구해준다. 내코는 영웅이 됐구나. 다람쥐는 빨간 모자 같고, 돼지 셋은 돼지 삼형제 같다.

 

 책 제목이 뭐였는지 잊지 않았겠지. ‘다고쳐 박사의 비밀’이다. 다고쳐 박사의 비밀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비밀이기는 한데 아주 큰 건 아니다. 힘이 나요 뿜뿜뿜 약이 뭔지 나온다. 뭐든 잘 듣는 약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비타민이라는 걸 말하지 않고 좋은 약이다 하면 실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나. 그런 거다. 큰 병에는 비타민 먹어도 효과 없겠지. 큰 병에 걸리면 거기에 맞는 약을 먹어야 한다. 약에만 의지하는 것도 그리 좋지 않다. 어떤 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아플 때는 이런저런 걱정하지 말고 푹 쉬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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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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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1 0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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