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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비 - 금오신화 을집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9
조영주 지음 / 폴앤니나 / 2022년 7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327/pimg_7987151333798919.png)
역사는 잘 모릅니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모르는 걸 알아야겠다 하는 마음이 크면 좋을 텐데. 어떤 건 몰라서 알고 싶기도 하지만, 어떤 건 모르면 어떤가 하기도 합니다. 역사는 두번째일지도. 제가 이렇군요. 이렇게 생각해도 역사를 모르면 안 된다 생각하기도 해요. 오래전에 일어난 일에서 배우고 지금을 살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지요. 사육신이라는 말은 말만 아는군요. 어쩌면 여러 번 봤을지도 모를 텐데, 보고 잊어버렸겠지요. 왕과 그 아들도 잘 잇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알지만 그게 누구 아들인지 모르기도 하는 거죠. 아는 건 조금밖에 없네요. 부끄럽군요. 조선시대 일은 기록이 많이 남아서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을 텐데. 역사소설이라도 좋아해서 그걸 많이 보면 조금 알지도 모를 텐데. 왕을 둘러싼 싸움 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하네요. 역사 드라마에는 그런 것뿐 아니라 사랑도 나오는군요. 그게 정말인지 상상인지 알기 어렵기도 하죠. 역사는 끝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상으로 채우겠지요.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이 역사소설을 쓰지 않을까 싶네요.
중국 역사소설을 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로 만들어진 건 타임슬립으로 쓰기도 했더군요. 언젠가 드라마 딱 하나 봤는데, 그랬습니다. 중국에서도 자주 다루는 시대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그런 소설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 해도 역사가 들어가면 끝은 정해져 있겠습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평가하기도 하죠. 그런 건 괜찮은 것도 있겠습니다. 지나간 일이어서 바꾸지 못하는 거지만. 역사를 보면서 그때 그 사람을 더 잘 썼다면 좋았을 텐데 하기도 하죠. 왜 왕은 그런 것도 못 알아보나 하는. 괜찮았던 왕이 오래 살지 못한 것도 아쉽게 여기네요. 왕 자리는 쉽지 않을 겁니다. 오래 산 왕이 대단하다 싶어요. 그런 사람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자기 편은 하나도 없고 다 적으로 보일지도 모를 테니, 마음이 얼마나 안 좋을까 싶습니다. 사랑도 그밖에 여러 가지 다 자기 마음대로 하지도 못하고. 갑자기 왜 왕 이야기를 하는지. 여기에도 왕이 나오는군요. 나중에 성종이라 이름 붙이는 이혈이. 왕 이름은 왕이 죽은 다음에 붙이던가요.
제목을 보고 하늘에서 오는 비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비가 많이 오기도 해서. 이 소설 《비와 비》에는 실제 인물이 나오지만, 상상으로 쓴 것이기도 합니다. 김시습이 썼다는 《금오신화》가 일본에서 나올 때 갑이라는 말이 있었던가 봅니다. 이런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작가 조영주는 을집을 상상하고 썼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금오신화 을집》이라는 식으로 쓴 거더군요. 제목에 나온 ‘비와 비’는 조금 알쏭달쏭하네요. 사람 이름을 나타내지만 다른 걸 나타내는 듯도 해서. 그리고 둘 다 이름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꼭 하나로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뭘 생각하든 그게 틀린 건 아닐지도. 작가가 생각한 걸 맞히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쓰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하고 쓰지만, 그걸 다 알려주지 않기도 하죠. 소설을 보는 사람이 알면 좋겠지만, 몰라도 괜찮다 생각하는 게 아닐지.
처음엔 제목에 나온 비와 비를 박씨 노비를 줄인 박비와 전라도 감영 관찰사 수양딸인 이비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 말에서 두 사람은 신분 차이가 보이는군요. 조선 시대에는 신분을 넘기 어려웠겠지요. 마음은 있다 해도.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둘 다 권력싸움에 휘말린 느낌이 듭니다. 아무하고도 상관없었다면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텐데. 이런 소설에는 출생의 비밀이 있기도 해야겠습니다. 그저 조선 시대를 사는 백성 이야기도 나쁘지 않겠지만. 가끔은 한국에 그런 소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거의 왕과 권력 싸움이 나오는 이야기잖아요. 왕과 좋아하기도 하는.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세상이나 권력과 상관없이 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지 모르고 살겠지요. 지금도.
이 소설에는 얼굴이 많이 닮은 사람이 나오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비와 죽은 공혜왕후만 그런가 했는데, 더 보다보니 다른 사람도 닮았다고 나오더군요. 그런 일 있을지도 모르죠. 누군가를 닮아서 그 사람으로 알기도 했지만. 죽은 사람과 닮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좋아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래도 시간은 마음을 바꾸기도 하는군요. 죽은 사람이 아니어도. 떠나면 살지만 떠나지 않는, 아니 못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한사람을 믿고 한사람을 생각하고. 소설을 보면서 누구 누구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저만 그랬던 건지도. 다른 사람은 저와 다를 것 같네요. 그건 이비 마음이었을지. 그걸 느꼈던 걸지도.
여러 사람에서 이비가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하네요. 이비는 이런저런 일로 혼란스러웠을 텐데도 거기에 오래 빠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은 없었군요. 이비가 어떤 답에 이르기까지 이것저것 생각했을 텐데 그런 모습은 오래 보여주지 않아요. 그건 책을 보는 사람이 생각해야 하는 거겠습니다. 맨 처음에 인상 깊게 나온 박비는 중간 넘어가서는 덜 나옵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지. 그럴 수도 있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