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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2 ㅣ 소설 보다
김지연.이미상.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평점 :
지난 2022년 여름은 덥고 비도 많이 왔네요. 《소설 보다 여름 2022》를 보니 지난 여름이 조금 생각났습니다. 세해 전 2020년 여름은 장마가 길었지요. 2020년에서 두해 전, 2023년에서는 다섯해 전인 2018년 여름은 아주아주 더웠습니다. 짝수 해가 좀 안 좋을까요. 2021년 여름엔 장마가 짧았습니다. 가을 장마가 일찍 찾아왔군요. 그것도 기억할 만한 거네요. 전 어렸을 때 여름 좋아했어요. 그냥. 여름에 더운 건 참겠지만, 비 많이 오는 건 싫어요. 불도 무섭지만, 물도 마찬가지로 무섭습니다. 소설과 상관없는 말을 조금 늘어놓았네요.
여기엔 단편소설이 세편 실렸어요. 김지연 소설 <포기>, 이미상 소설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함윤이 소설 <강가/Ganga>예요. 세번째 소설 <강가/Ganga>는 강까라 읽지 앍고 강가라 읽어야 할지. 강 가장자리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한데. ‘나’가 왜 다른 나라에 가서 남자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냉동식품을 포장하는 일을 외국인 노동자와 했던가 봐요. 냉동식품은 사람이 담는 건가요. 그런 거 기계가 하는 거 아닌지. 저도 잘 모릅니다. ‘나’와 함께 일한 쿠쿠와 자자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쿠쿠는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았고 자자는 ‘나’가 결정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했어요. ‘나’가 다른 나라에 간 건 두 사람을 만났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데.
내가 원하는 남자는 자상하고, 같은 책을 자주 읽고, 요리에 일가견이 있으며, 내 모든 단점을 가뿐히 버티고, 흑백영화를 보며, 산책을 즐기고, 크고 작은 동물 모두를 사랑하며, 목덜미에서 좋은 냄새가 나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남자는 나를 때리지 않고, 아니, 그 누구도 때리지 않고, 내 과거를 무시하지 않으며, 함부로 욕하지 않고, 노인이나 어린 애를 비웃지 않으며, 길거리에 검은 침을 뱉지 않고, 잘난 체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자신을 깎아 내리지도 않고, 타인을 숭배하지도 않으며, 또 위협하지도 않습니다……무엇보다, 내가 사랑에 빠질 만큼 아름답게 생겨야 해요. (<강가/Ganga>에서, 119쪽~120쪽)
‘나’가 바라는 사람 만나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렵겠습니다. ‘나’는 왜 그런 사람을 바라고 사기라도 해야겠다 생각했을지. 자기 이름을 강가라 해야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쓰던 이름을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을까요. 이것도 잘 모릅니다. 두번째 이미상 소설 쉽지 않습니다. 소설 쓰기도 조금 말하고, 제목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이기도 하네요. 제목에 나온 것 같은 모험은 그리 길지 않은데. 아니 목경과 목경 언니 무경의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는 게 모험. 고모와 무경은 좀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비슷하면서도 다르군요. 사람이 비슷한 점이 있다 해도 똑같지는 않군요. 고모와 무경은 집안에서 사고뭉치로 보기도 해요. 그런 걸 목경은 귀족이라 해요. 아닌 이건 작가 생각이네요. 사회부적응자. 이 말 생각하고 나도 그렇구나 했습니다.
마지막에 첫번째 소설을 말하는군요. 그나마 세편에서 한편 조금 이해했습니다. <포기>. 무언가를 놓는 건 용기가 있어야 하죠. 사람은 살면서 놓아야 한다는 말 듣기도 하는군요. <포기>에서 말하는 건 사람을 놓는 거예요. 자신이 먼저 놓지는 않는군요. 미선이 사귀던 민재는 미선이 사촌과 미선이 아는 사람한테 돈을 조금씩 빌리고 사라졌어요. 민재한테 돈을 빌려준 사람은 민재한테 크든 작든 신세진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미선이 사촌인 호두(본래 이름은 영호)한테는 이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빌렸군요. 민재는 사라진 뒤에 가끔 미선이한테 전화를 했어요. 소설은 미선이 민재 전화를 받고 민재가 고동에 있다는 말을 듣는 걸로 시작해요. 왜 민재는 여러 사람한테 돈을 빌리고 연락을 끊었을지. 빚이 있었을까요. 이런 짐작밖에 못하는군요.
미선이 사촌인 호두는 민재와 연락하고 자신이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해요. 돈을 갚는다는 글을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민재는 달마다 조금씩 돈을 갚아요. 호두는 민재가 돈을 다 갚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잠깐 해요. 민재가 돈을 다 갚으면 아주 끊길대니. 민재는 돈을 다 갚기 전에 다시 연락을 끊어요. 미선이나 호두는 더는 민재를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사람은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잖아요. 누군가는 헤어지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죠. 돈과 상관없어도. 그 사람을 놓고 자기 길을 가야죠. 상대가 놓은 걸 다시 이으려 해도 잘 안 되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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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가 말한 평범한 삶이란 불운과 함께 하는 삶이었다. 살면서 한두 개 불운이라는 게 없을 수 없으니까 그거야말로 평범했다. (<포기>에서,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