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지 1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나고
김정산 지음 / 서돌문학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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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읽는 것은 정말 재밌다. 역사를 잘 알지 못해도 소설을 읽다보면 사랑과 역사와 음모가 가미된 역사는 한동안 그 속에서 소용돌이에 휘말리기에 안성맞춤이다.김정산의 <삼한지10권> 은 그런 의미에서 오래간만에 전집에 손을 된 작품인데 한참 시끌벅적한 삼한시대인 고구려 백제 신라중에서 1권은 신라의 진흥왕때부터 시작이다. 진흥왕 사후의 왕권을 향한 시끄러움과 남녀의 사랑 그리고 액션적인 면이 잘 어우러져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작가의 말중에서 '고작 80년에 불과한 중국 삼국시대는 국경을 넘고 대를 이어 무섭게 전파되는데 수백 년간 이 땅에 존속했던 우리 삼국시대는 여전히 사료와 학문의 울타리에 갇혀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조차 어려웠다.' 라는 말과 '지금 우리 말과 글은 너무도 오염이 심해서 어디서부터 무엇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우리 자신도 모를 지경이다. 나 역시 잘못된 국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순수한 우리 문장으로 글을 쓰는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물론 이  작품에도 그릇된 문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염된 문장을 배격하고 본래 우리 문장을 되찾아 쓰려는 노력은 계속 해야 한다.'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역사를 고증하기 위하여 전국을 누비고 문장을 바로 쓰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있다하니 작품을 좀더 성의있게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읽게 되었다.

처음 등장한 인물 '한돈' 으로 인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의 숙부인 골평 그리고 그가 찾아간 고우도도 그리고 낭지스님과 용춘과 서현과 만명아씨 그리고 성보와 비형 도령등을 통해 얼키고 설킨 역사의 실타래 속에서 그들의 만남과 사랑은 예사롭지 않은 또 다른 역사가 됨을 이야기 한다. 문장에 충실해서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읽는데 무리없이 재밌다. 잠깐 등장하는 서현과 만명 아씨의 사랑이 역사를 움직일 인물인 '유신'을 낳고 백정대왕과 마야 왕비의 막내 딸인 '선화'가 어찌 하여 백제의 '서동'을 찾아가게 되는지 '서동요'는 드라마를 보았지만 오래 되었고 '선덕여왕'은 보지 않았으나 이 작품이 두 드라마의 모태 역할을 하였다니 좀더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기도 하였다. 

선화의 등장으로 2권은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로 시작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역사소설이라 다른 소설에서 겹치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작가의 노력이 깃들어서인지 물흐르듯 이어져 나가는 이야기에 정신을 놓다보면 역사는 저만치 흘러가 있다. 그 역사속에서 인물 한사람 한사람 생생히 살아 있는듯 하여 생동감이 느껴져 빨리 읽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귀한것일수록 서두르지 않고 읽고 싶다. 급하게 대하다 보면 체할 수 있으니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지는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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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깨어 있네
이해인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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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학교>에서 나는 새롭게 수련을 받고 나온 학생입니다. 희망이란 단어가 퍽 새롭게 다가오는 날들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신작시와 함께 그간 암투병으로 병원생활을 하시며 작성하신 '일기' 가 함께 있는 책이다. 시집 <엄마>에서는 친정엄마에 대한 구구절절함이 베어 있더니 이 책에는 수녀님의 말씀처럼 '고통의 학교'를 거쳐 나오셔서인가 '희망' 에 대한 말씀이 많이 자리하고 있어 읽는 동안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나 또한 친정아버지가 암투병을 하고 계시고 나도 작년 교통사고로 인하여 병원생활을 두달정도 하고 지금까지 물리치료를 다니고 있으니 병원과 가까이 있어서인지 와 닿는 부분들이 넘 많아 그때 생각도 나고 수녀님의 활짝 웃는 얼굴이 넘 좋아 내게 '희망'의 바이러스가 감염된 듯한 느낌을 받은 책이다.

새로운 맛... 물 한모금/ 마시기 힘들어하는 내게/ 어느날/ 예쁜 영양사가 웃으며 말했다// 물도 음식이라 생각하고/ 아주 천천히 맛있게/ 씹어서 드세요// 그 후로 나는/ 바람도 햇빛도 공기도/ 음식이라 여기고/ 천천히 씹어먹는 연습을 한다// 고맙다고 고맙다고/ 기도하면서- // 때로는 삼키기 어려운 삶의 맛도/ 씹을수록 새로운 것임을/ 다시 알았다// 

물 한모금이 우리 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내가 건강할때는 물이 필요없을 때는 알지 못하지만 그 물한모금 삼키는것조차 힘겨울때, 그 물한모금이 절실히 내 몸에 필요할때는 그 가치는 정말 대단하다. 물한모금 허투루 먹지 않고 꼭꼭 씹어 먹듯 해야 한다는 것을 내 몸에 빨간불이 켜지고 느끼지만 사실상 다시금 건강을 되찾는다면 또 그 가치를 잊어버리고 만다. 희망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다. 

희망은 깨어 있네...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당신은 내게 말하는군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새해 들어서면서 여고시절부터 친구이던 옆동네 사는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을 했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지만 정말 하루아침에 친구는 천국과 지옥을 갔다 온 것 같다며 울며 전화를 걸어 온 적이 있다. 그 친구와 전화를 하며 첫마디가 '희망을 잃지 말자' 이고 '너희 부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희망은 곧 찾아 올거야, 아직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어' 라고 했는데 정말 기적처럼 희망이 찾아오고 친구들은 옆에서 '희망의 빛' 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였을까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이제는 건강을 되찾아 일상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어떤 어려움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곧 내것이 되듯 나에게 온다.믿음이란 아픔이 있을때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그런 믿음은 곧 삶에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고통의 학교에서 수련을 받고 나오신 수녀님이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사인본으로 얼른 구매를 했다. 좀더 수녀님의 체온을 느끼듯 <희망>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몇 번이고 꽃그림같이 이쁜 사인을 들여다 보며 읽었던 병상일지는 희망을 놓지 않으셨던 수녀님이 다시금 고통이 묻어 있지만 희망으로 가득한 시들로 우리에게 돌아와 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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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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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 만나고 싶어 하는 그 인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그건 우리가 지금 시간의 강을 건너며 우리의 어깨에 지고 가는 사람들의 무게가 아닐까.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 자신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이미 우리 인생의 인연들을 숱하게 만나왔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그 사람이 우리 생에 정말 중요한 인연이란 걸 모르고 지나쳐왔을 뿐.'

작가의 소설도 좋지만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에세이'가 더 좋은 것은 인생의 오묘한 맛을 아는 그가 풀어내는 '삶의 맛'이 맛깔스럽게 글에 녹아 있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멀게만 느껴지는 작가가 아닌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일상이 내가 혹은 다른 이가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담겨 있기에 그의 <산중일기>도 넘 좋은 느낌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병과의 싸움에서 절필소식이 전해지고 나 또한 아버지가 같은 병을 앓고 계셔서일까 동병상련처럼 그의 <인연> 이 더 와 닿았다. 이 책에는 투병중이신 '이해인수녀님'과의 인연도 나오기에 더 값진 책이 되지 않았나싶다.

'인연' 우린 살아오면서 사물 혹은 사람이나 그외 것들과의 무수한 '인연'으로 점철된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중요한 인연이란것을 모르고 지나쳐왔을 뿐'이지 모두가 생각해보면 인연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 그는 사물과의 인연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하는 이른바 나처럼 버리지 않고 모아두거나 쌓아두는 성격인듯 하다. 우리집에는 모든 것들이 나의 삶과 함께 하듯 오래된 물건들이 무척이나 많다. 집에 오는 사람들이나 식구들은 '이것좀 이제 버리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쓰든 안쓰든 버릴것이 없다. 내 추억이 묻어 있고 나와의 인연을 생각한다면 버릴것이 없거나 버려진 물건도 쓸만하면 주워오는 편인데 그의 글들을 읽으니 공감하는 부분이 커 혼자서 피식 웃고 말았다. 사물에 그런데 사람에 대한 인연이나 추억은 어떠할까.

그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나 배우 안성기와의 만남이나 독자와의 만남 그리고 버려진 난 화분에 대한 인연등이 보잘것 없지만 하나의 인연은 별이 되어 그의 인생의 하늘에 무수한 별들로 수놓아 진것처럼 그의 인생을 빛이 되고 있다. 병마와의 싸움에서 나온 '인연'이라 그런지 그와 인연이 된 모든것.혹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그의 인사처럼 느껴진다. 버려진 난화분을 거든것 뿐인데 보기 힘든 난 꽃대를 2개를 올려주듯이 뚯하지 않은 인연은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주워 인생을 보다 살찌워주워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었는지 모른다. 삶을 돌아보며 추억이 없다면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매마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인가? 하지만 뒤돌아 본 삶에 점점히 박힌 추억과 사람들,혹은 인연들이 있다는 것은 가치 있는 삶이라 말하고 싶다. 추억과 인연들이 작가의 삶의 씨줄과 날줄로 얽혀 <최인호의 인연>이 된 것을 읽으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의 삶을 정리한다면 과연 내 놓은 추억이나 인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인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 박혀 있었는지 잠시 상념게 젖게 했던 책, 그가 빨리 병마와 싸워 이겨내고 씩씩하게 우리 앞으로 오길 바란다. 

소박함과 잔잔함,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사진들이 함께 하여 좋은 인연,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용기가 아닐까? 그리고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노력이 아닐것인가.' 읽어나가다 보면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싶은 구절들이 많이 있고 그의 삶과 함께 녹아난 인연들이라 한사람의 '인생'을 물흘러가듯 읽을 수 있어 좋은 책이다. 자신이 먼저 좋은 인연이었다고 풀어내 놓으니 그의 용기가, 성찰처럼 그 추억과 인연들이 이제 앞으로 작가에게 <살아갈 큰 힘> 이 되어줄것 같아 그가 또 다른 <인연>을 들고 나올것으로 믿는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병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같은 병을 앓게 된다면 세상에 정녕 무섭고 혐오스런 병이란 없을 것이다. 사랑은 모든 병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어떤 병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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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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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전화,비전하 보고 싶습니다.대한민국 우리나라.' 

조선의 마지막 황녀였지만 비극적인 역사처럼 비운의 삶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 그녀의 삶이 작가의 말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처럼 '꼭 읽어봐야 할것만 같은 책' 이기도 했다. 그녀의 완전한 삶은 아니겠지만 소설속에서나마 그녀를 만날 수 있도록 새롭게 재조명되었다는 것은 독자에게는 다행한 일이다.그녀에 대한 책이 일본인이 쓴 책 한권뿐이라는 것은 그녀를 역사와 함께 묻어 두었던 우리의 무지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모티비 프로에서는 '고종의 죽음' 에 대하여 다루고 있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고종의 죽음은 2009년 일제치하 친일파들에 의한 독살이라는 가능성을 추정케 해주는 기록이 일본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 소설을 읽으니 더 실감이 나기도 했지만 그녀가 62년 귀환되어 89년까지 우리곁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지만 우린 어쩌면 뼈아픈 역사를 너무 쉽게 잊으려.파묻으려 한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고종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소용돌이치는 역사속에서 그녀는 이름을 얻지 못하다가 겨우 얻은 이름 '덕혜' 라는 이름으로 얼마 불려지지도 못하고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의 치욕적인 삶을 살아야했다. 아버지인 고종의 죽음이 독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파헤치지도 못하는 나약한 나라를 등지고 치욕의 나라 일본에서 자신을 버린 고국을 온 몸으로 부여안고 놓치 못하던 그녀의 삶은 결국 그녀의 정신을 흐트려 놓았지만 혼미한 정신속에서도 한줄기 빛처럼 그녀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것은 '대한민국,낙선재' 그녀의 삶과 아버지 고종과 어머니 그리고 황녀로서 어린시절 추억이 오롯이 담긴 그곳의 삶을 그리도 간절히 원했건만 그녀의 삶이 빛바래고 있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역사에서 잊혀진 사람이 비단 그녀뿐이겠는가.하지만 비운의 덕혜옹주를 빨리 잊었던 것은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아님 실리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수족처럼 함께 한 나인 '복순' 또한 우리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끝까지 그녀를 지켜내려 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의 삶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할 운명이었던 그녀가 정신병원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 탈출을 시도하기까지 함께 한 '무용' 이란 인물인 김장한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녀를 일본에 내동뎅이친 인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삶을 뒤로 하며 그녀를 지키려 한 사람들도 있었기에 온전하지 못하지만 그녀가 다시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으리라.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도 아닌 딸 '정혜'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자신이 가진 모든것으로 채워주려 했지만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보다는 전쟁과 패망속에서 '자신'까지 잃어버린 딸의 자살에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혼몽함속에서도 딸의 이름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반응했던 그녀,역시 그녀는 한아이의 엄마이며 모성의 강함을 보여주던 그녀가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라고 한 말은 오래도록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런 그녀를 왜 오래도록 역사에 묻어 두었던 것일까. 이 책은 그녀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 주는 소설임에 틀림이 없다. 

소설은 그녀의 삶을 통해 역사를 읽게 해 주었다. 우리가 혹은 내가 잊고 있던 '그때'를 기억하게 하고 한여인의 비극적인 삶처럼 비극적으로 끝난 역사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다시 바라 볼 기회를 준 것 같다. 승자에 의한 역사이고 해석하는 자에 의해 쓰여지는 역사이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말 못할 역사' , 우리가 다시 재해석하고 바로 세워야 할 역사가 있음을 읽게 해준것 같다.<덕혜옹주>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피해자였던 그때,그녀의 정신만큼이나 혼미한 역사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울부짖던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으며 복순의 질겅이처럼 질긴 민초의 삶에서 밟히면 밟힐수록 강해주는 잡초와 같은 여인의 강인함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천황이 항복을 선언하던 날 정혜는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 하얗게 질린 딸의 얼굴을 보며 덕혜는 자신이 이 집에서 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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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세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폴란드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지음, 정병권.최성은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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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세계문학 폴란드편인 <신사 숙녀 여러분,가스실로>는 처음 접해보는 작품들과 작가들로 신선한 충격이었다.우리의 근대사와 비슷한 아픔을 간직한 폴란드 사회상이 깃든 작품들은 '눈물과 감동'을 안겨주면서 어느 한 작품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네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시엔키에비치,레이몬트,미워시,심보르스카)를 배출한 '문학의 나라' 이지만 정작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하고 읽지를 못했는데 정말 좋은 기회가 주어진듯 하다.

폴란드 문학의 거장 헨릭 시엔키에비치의 <등대지기>는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도 영향을 준 작품이라니 첫 만남이 무척 기대되었다.스카빈스키 노인은 온갖 시련을 다 겪은 후 미국령 빠나마에 정착해 등대지기로 일하게 된다.그는 자신의 마지막 정착지처럼 등대에 불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등대섬에 대한 애착으로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폴란드 시집 한권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 책 한권으로 인해 그동안 잊고 있던 모국어와 조국에 깊게 빠져든 그는 그날밤 등대불을 밝히지 못해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생각하게 된 '등대지기' 일에서 짤리게 되었다. '등대섬은 모든 죄악과 위험으로부터 노인을 보호해주는 안식처였다.' 하지만 노인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을 얻었으니 그의 방랑에 스스로 등대불을 밝히게 된 것이다. 

블레스와프 프루스의 <파문은 되돌아온다>는 어렵게 자신의 방직공장을 마련한 공장주 아들레르 고틀리프,그는 엄마를 잃고 혼자서 성장하는 아들 페르디난트에게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베인 돈으로 낭비와 방탕의 세월을 보내게 한다. 친구이며 뵈메 목사의 조언도 무시하면서 자신의 부를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던 그는 마침내 아들의 방탕한 생활의 종지부처럼 그를 잃으며 모든 것들을 잃게 되는데 산업사회로의 전화기의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으로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면 종지부는 어떤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뵈메목사가 아들레르에게 보여준 '연못의 파문' 처럼 파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자신에게로 돌아옴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마리아 코노프니츠카의 <우리들의 조랑말>은 읽으면서 가슴이 정말 아려왔다. 집은 너무 가난하고 엄마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죽음에 이르고 아버지는 직업조차 없어 일거리가 없으니 집안의 살림을 하나하나 팔아서 그날 하루를 연명하는 가족에게 개구장이 아들들은 모든것이 그저 장난스럽고 재밌고 신기하기만 하다. 자신들이 처한 가난과 어려움보다는 가구를 파는 일에 더 재미를 느끼는 그들에게 마지막 재산처럼 여겨지던 '애꾸눈 조랑말' 까지 팔게 되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시신을 운반하기 위해 집에 온 조랑말을 멋지게 장식해주며 친구처럼 대해주는 그들의 천진함이 가난과는 대조적으로 잘 그려진 작품이다. 어머니의 죽음도 바닥까지 치달은 가난도 그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대수롭지 않았던 개구장이들, 이 작품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쓴 작품이라 하는데 읽으면서 아이들이 있어서일까 제일 가슴이 아렸던 작품이다.

야로스와프 이바시키에비츠의 <빌코의 아가씨들>, 삼십대 후반인 빅토르는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지면서 젊은시절에 추억이 있는 빌코 농장으로 여행를 가게 된다. 그시절 십대와 이십대였던 아가씨들은 십오년이 지난 지금은 결혼을 하여 아이들을 거느린 부인들이 되기도 하고 막내는 젊은 아가씨가 되었지만 그에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젊은날의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잠시 자신의 현재의 삶을 망각하기도 하던 그는 어느날 지금 현재의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는 다시는 빌코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길을 떠나게 된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그 추억이 영원하지는 않다. 모든것을 소유할 수 없듯이 추억 또한 자신의 일부이지 전부이지 않듯이 현재의 삶 또한 지나고 나면 그에게 추억이 될 것이다. 빌코의 추억이 성장기의 한 추억이었다는 것을 알고 현재가 중요함을 느낀 빅토르를 통해 잠시 전원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나간 일들,다시 돌이킬 수도,수정할 수도 없는 일들은 더이상 되살리지 않았다. 그는 오늘 이순간만을 생각하면서,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직 젊다. 그 혈기로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고,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 허송세월로 흘려보낸 청춘은 구슬픈 유행가와 무수한 속담 들이 뭐라고 하든 다른 모습으로 구체적인 형상으로 얼마든지 탈바꿈할 수 있는 것이다.' 

타데우쉬 보로프스티의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만행을 정말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자신들의 마지막 죽음의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마지막 재산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의 알량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서로를 밀고하고 선과 악이 사라지고 약육강식만 존재하는 곳 아우슈비츠, '이봐,앙리,우리는 좋은 사람들일까?' 하는 질문에 '이봐, 친구, 난 그냥 저 사람들한테 자꾸만 화가 나.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저들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화가나서 견딜수가 없어. 저들이 가스실로 끌려가는데도 동정심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저 사람들이 땅속으로 꺼져버렸으면 싶기도 하고.주먹으로 실컷 패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이건 정말 병적인 현상인데 말이야.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 하는 대답처럼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목격자로 수용소 문학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내서 소름이 끼칠 정도인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는 영화 '피아니스트'를 생각나게 했다. 폐허에서 울리던 피아노 선율,살기위해 몸부림치던 주인공의 처철함이 오버랩되며 '인간의 존엄성' 을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다.

낯선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너무도 값진 작품으로 탄생을 한것 같다. 한권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소장을 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창비 세계문학전집' -폴란드편은 번역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고 작품에 대한 해설과 작가의 소개가 함께 담겨져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 빠르게 해준 작품집이다. 폴란드 문학의 걸작을 이렇게 한권으로 만나게 되어 기쁘고 한 편 한 편 모두 다른 감동이 오래도록 간직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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