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트넛 스트리트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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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브 빈치 여사님, 만만세~! 뭔지 모르겠지만 좋다, 정말 좋다. 그 전에 읽었던 <그 겨울의 일주일>과는 또 다른 느낌, 하지만 같은 결의 책이다. 아마도 장편과 단편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체스트넛 스트리트>는 2012년 타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써 온 단편소설을 남편이 묶어 펴낸 책이다. 때문에 읽다 보면 그 시간의 간극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게 또, 좋다. 우선 이 책은 가상의 거리 "체스트넛 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이므로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띤다. 읽다 보면 저절로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이나 박태원의 <천변풍경>이 저절로 생각나기도 한다. 처음엔 체스트넛 스트리트에서 벌어지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페이지 뒤로 갈수록 앞에 나왔던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면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약 540페이지에 달하지만 37편의 단편이 묶인 책이므로 한 편당 페이지 수는 길지 않다. 또한 각 단편의 이야기가 한 편 한 편 매력적이어서 아주 천천히 각각의 단편을 음미하며 읽을 수 있다. 대부분은 미소지으며 ("그저 하루", "페이의 새 삼촌", "리버티 그린", "불면증 치료제" 등), 때론 씁쓸하게 ("돌리의 어머니", "택시 기사는 투명인간이다.", "품위라는 선물" 등)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메이브 빈치의 이야기들이 매력적인 건 어느 세월, 어느 공간이든 보편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바로 이 작가의 지혜가 소설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도 이렇게 살아야지, 나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고.

우리나라에는 그녀의 많은 작품들 중 5권만 번역되어 출간된 것 같다. 더 많은 작품이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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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고양이 말이 들리는 건 비밀이야
요아힘 프리드리히.미나 맥마스터 지음, 아스트리트 헨 그림, 홍미경 옮김 / 알라딘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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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 동물들이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거나 동물들이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거나 사람이 동물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쉿! 고양이 말이 들리는 건 비밀이야>에서도 주인공 루카스가 동물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단,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없어 끼는 보청기를 껐을 때만.

그런 루카스의 엄마는 수의사이고 루카스는 수컷이지만 이름이 밀리센트인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니 어쩌면 루카스에게 혼자만의 조용한 세계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편하겠다는 생각은 든다. 내가 원할 때 사람과의 대화를 차단할 수 있고, 동물과도 마찬가지다.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카스는 누군가와 대화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보청기를 끄지 않는다. 오히려 동물들과,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껐다 켰다 할 뿐이다. 어쩌면 혼자만의 어쩌구... 하는 건 어른인 나의 나쁜 생각이고 순수한 아이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소통의 창구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루카스에게 어느 날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우선, 엄마의 동물 병원에서 만난 마리라는 아이와 호르스트라는 개와의 만남, 또하나는 이 동물병원으로 온 한 마리의 앙칼진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첫 만남은 어색하고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그 고양이 한 마리를 위해 의기투합한 마리와 루카스는 어른들의 도움이 불발되자 직접 나서기로 한다.

사건으로 이어지는 내용도, 그 사건을 풀어낸는 과정도 흥미진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보청기를 껐다 켰다 하며 애쓰는 루카스와 어떻게든 도와주려는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마리의 노력이 즐거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거슬렸던 것 하나. 바로 번역이다. "너의 아빠"라거나 "사실 그것은 상당히" 라거나 등등. 번역 투의 문장들이 계속해서 눈에 밟혀서 신경쓰였다. 아이들은 영어학원을 다니며 우리말 글쓰기를 할 때도 번역 투의 문장을 잘못된 줄도 모르고 자주 사용한다. 그러니 재밌게 읽을 책만이라도 제대로 자연스럽게 우리 말로 번역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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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

예진이는 ‘횃불을 들고‘의 ‘햇‘이 어색해서 "왜앳?" 하고놀라듯이 읽기도 했다. 나는 어렸을 때 안데르센 동화 「엄지공주』에 나오는 표현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믿기지 않았다.
한 글자씩 짚어 가며 발음하고 금기를 어긴 듯한 기분을 느꼈던 게 생각난다. ‘으스스한 소리‘를 ‘스르르한 소리‘로 읽는가 하면 인물의 대사를 연기 톤으로 읽는 데 몰입한 나머지 지문까지 격앙된 목소리로 읽다가 문득 깨닫고 머쓱해하는 어린이도 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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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그녀가 하는 말이 잘 믿기지 않았다.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 말은 서서히, 똑똑 떨어지는 수돗물처럼 그에게 스며들었다. "미안하단 소리는 그만둬요, 농담도 그만두고 겉으로는 웃고 분장 아래로는 우는 그런 광대역은 집어치워요. 자신을 사랑하세요, 젊은이, 자신을 사랑하면 다른 사람들도당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딱 그만큼의 가치로 당신을 대할 거예요."
노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는 자신이 아주 잘났다고생각하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스스로를 인간 종족에게 내려진 신의 선물로 생각하는 콧대 높은 작자를 보면 깔아뭉개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은 수돗물처럼 똑똑 스며들어, 그는 그레이스를 믿게 되었다. 그녀가 말해준 모든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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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 고대~중세 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정헌경 지음, 뭉선생.윤효식 그림,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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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를 보고 요즘 한창 많이 출간되는 학습 만화 중 한 권인 줄 알았는데 막상 펼쳐보니 아니다. "하루 한 꼭지"라는 제목 그대로 한 장에 한 꼭지씩 주제를 세워 그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연히 시간 순이다. 그러니 하루에 한 장씩 읽고 있으면 어느새 세계사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생기고 전체적인 흐름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구성이 좋다. 왼쪽 페이지에는 이 책을 이끌어가는 간식단이 어떻게 이 시대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짧은 네 컷 만화가 있고 줄글을 통해 대략적인 역사 흐름과 역사 속 어휘들을 배울 수 있다. 줄글이지만 양이 많지 않다. 중간 아랫 부분과 오른쪽 부분은 다양한 자료들이 차지하고 있어 사실 이 줄글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허술하지도 않다. 아주 중요한 내용들만 쏙쏙 뽑아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주위에 있는 자료들이 흥미를 더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친구들은 확장 공부도 가능할 것 같다.


이 시리즈가 총 3권이라고 한다. 1권이 중세까지 이니 2권이 중세에서 근대, 3권이 근대에서 현대까지인 것 같다. 총 200꼭지로 나뉘어져 있다고 하니 궁금한 것들을 골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 시기에 세계사 속 어떤 사건들을 외울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파악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때문에 <하루 한 꼭지 > 시리즈는 그런 목적에 잘 부합하는 책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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