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생 -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
앤드루 H. 밀러 지음, 방진이 옮김 / 지식의편집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을 되살려 보자.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 중에 이것만큼은 바뀌었으면 하는 지점이 있는지. 많은 이들이 장난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에 대하여 묻곤 한다. 그 질문을 들으면 진지하게 고민한다. 여러 변곡점 중 어느 곳을 선택할까...하고.


<우연한 생>은 그런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책이다. '만약 이때 내가 이런 결정을 했더라면', "혹시 이런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고. 저자 앤드루 H.밀러는 그런 의문에 대해 시와 영화, 소설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들이 이런 또다른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작품 속에 녹여냈는지를 논하고 있다.


수많은 시와 소설이 등장하고 몇 편의 영화가 등장한다. 책 좀 읽었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멘붕의 연속이다. 단 한 작품도(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고전) 기억나지 않거나 읽지 못한(읽으려고 했거나 전혀 모르는) 작품들이다. 그러니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정말 열심히, 따라가며 읽을 수밖에. 저자는 나름 가벼운 에세이가 되었다고 고백했지만 내게는 꽤나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의미 있고 두고두고 읽어보고픈 책이다.

너무나 많은 작품을 예시로 들고 있지만 영화 중 <멋진 인생>과 시 <당신을 사랑하는 신>, 소설 중 <속죄>를 대표작으로 선정해 설명하고 확장시킨다.


수많은 인생에서 작가들은 또다른 길을 n+1이나 n-1로 인식한다는 것, 끊임없이 그 다른 삶을 들여다보고 탐색한다.


"이런 말을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살지 않은 삶은 중년의 관심사다. 살지 않은 삶이 있으려면 먼저 삶을 어느 정도 살아야만 한다. 미래에 다른 삶을 살 가능성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낄 대면 어김없이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길들을 떠올리게 된다."...47p

"우리가 오래전에 물었어야 하는 질문은, 우리는  현재의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가?"...239p


한때는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시일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어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 또한 나이가 들어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생기는 감정과 생각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러므로 선택에 후회를 하지 말라거나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지난 것들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그러므로 많은 예술 작품에 그런 생각들이 묻어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런 작품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통찰할 뿐이다. 그러므로 <우연한 생>은 삶에 대한 예술 작품이 얼마나 아름답게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우연한생 #앤드루H.밀러 #지식의편집 #지식의향연 #살지않은삶에관하여 #가지않은길 #속죄 #멋진인생 #당신을사랑하는신 #지적여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편견
잭 홀런드 지음, 김하늘 옮김 / ㅁ(미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곧 50대를 바라보는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차별을 받으며 자랐다. 명절이면 집안에선 장자인 사촌 오빠 위주로 식단이 짜여졌고 학교에서도 너무 당연한 듯 남자 아이들과 비교당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내 아이들, 딸들이 자라는 시대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이런 차별은 여전하다. 남자 아이들 대부분은 오히려 여자 아이들의 힘이 더 세다며 아니라고 부정할지 몰라도 중학교만 올라가도 선생님들에 의해 이런 차별은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그런데도 요즘 젊은 남성들의 여성 혐오는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도대체 여성 혐오는 언제부터, 왜 시작된 것일까.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에서는 그 시작의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인 잭 홀런드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지금껏 다양한 분야의 정치와 테러리즘에 관한 논픽션을 출간해 왔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유작으로 사망 직전, 침대에서까지 이 작품의 교정을 봤다고 한다. 이후 아내와 딸에 의해 빛을 보게 된 이 책은 그야말로 방대하다. 양에서뿐만 아니라 책 속 근거가 되는 수많은 사례가 그렇다. 서문에서부터 읽기 시작하고 본문에 들어가면 이 책이 그저 한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가 평생을 생각해 온, 그리고 꼭 내놓았어야 한 일종의 논문이다.

 

잭 홀런드는 여성 혐오의 시작이 기원전 8세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본다. 이른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인류에게 불행을 가져온 것은 무지하고 참지 못하는 호기심을 가진 판도라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스의 많은 철학자들(소크라테스를 포함해서)과 로마 정치가들이 여성 혐오를 조장하며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역사는 계속되고 이 여성 혐오는 중세 시대 마녀사냥으로 정점을 찍는다.

 

책은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방대한 자료로 가득하다. 역사 속에서 어떤 식으로 여성 혐오가 나타나는지를 열거하고 있는데, 정말 끝이 없다. 여성으로서 이 자료를 읽고 있자니 계속해서 우울해질 정도이다. 역사 속에서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지금껏 이름이 알려진 너무나 많은 위인(이제 그들을 위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들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여성 혐오를 강조했는지!

 

근대에 와서 여성들의 인권을 조금씩 찾아가는 여정도 전혀 쉽지 않았음을, 특히 당연한 인권을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이조차 정치로 이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을 찾고 싶다.

 

"최근 역사에서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을 배워야만 한다. 여성의 권리는 인간의 권리다.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외교 정책은 인류의 절반을 비인간화하게 된다."...315p

"여성 혐오에 대한 역사의 가르침은 네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만연해 있고 끈질기며 유해하고 변화무쌍하다."...321p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진정한 넘녀 평등을 이루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잭 홀런드의 말처럼 여성 혐오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내가 한창 공부하던 시절 알았던 페미니즘의 정의가 바뀔 정도로. 많은 공부를 하지도 않고 인터넷에서 얻은 조각짜리 지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여성도 남성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뒤편 이라영님의 서평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이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한 개인의 주장이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장을 위해 뒷받침 된 수많은 실례들, 문학 속에서 드러난 여성 혐오 예시들은 충분히 우리에게 직접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판도라의딸들 #여성염오의역사 #잭홀런드 #창문 #오래된편견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철학하는 여자, 소크라테스만 철학입니까
황미옥 지음 / 더로드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의 이력이 무척 특이하다. "이민 1.5세대. 9.11 테러를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24살에 경찰"이 된 사람.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9.11에서 살아남았다니, 그 트라우마가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내가 다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이 "매일 철학하는 여자" 황미옥 님은 그 트라우마를 자신이 성장하는 밑거름으로 만든 듯하다. 그 지옥같은 곳을 피해 도망나오면서 반대로 아비규환 속으로 들어가는 경찰들과 소방대원들을 보며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다짐을 이뤄내고 말았다. 그것도 이곳, 한국 땅에서.


이 책 <소크라테스만 철학입니까>는 그 황미옥 님의 일상을 담은 인문 도서이다. 그야말로 저 표지 속 소제목 "매일 철학하는 여자"라는 문구가 딱 맞아떨어진다. 14년차 현직 경찰이자 결혼 10년차인 이 저자는 둘째를 출산하고 육아 휴직 1년을 받아 생활하는 동안 마냥 자신의 몸을 회복하기 위해 쉬지 않는다. 그 전에 생활하던 루틴 그대로를 유지한다. 다만 조금씩 목표를 조종했을 뿐이다.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실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세상에 기여하며 살 수 있는지", "좀더 성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쉬지 않고 고민했기 때문이다.


"해답은 일상 속에서 찾아야 한다. 일상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답을 찾는다면 분명 길은 보인다."...26p


이것이 철학이다. 문제점을 찾아 해답을 얻기 위해 생각하는 것. 사람은 어떤 변명을 대면서라도 편해지려고 하기 마련인데 이분은 그런 자신을 꾸짖고 더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런 모습이 감동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긴다는 점이다.


너무 달려가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시 목표를 재설정하고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곁에서 책을 놓지 않고 그 책 속에서 어떤 교훈이라도 찾아 그것을 일상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책이자 인문 도서이다.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너무나 내밀한 이야기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안엔 한 사람의 고민과 노력, 해결책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단지 이 책에서뿐만 아니라 이분의 생활 자체가 이 책과 같기 때문인지 주변에 영향을 받고 배우고자 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인문 도서와 철학 도서가 인기가 많아졌다. 공부를 위해서는 어려운 책을 잡아보는 것도 좋지만 이제 막 시작이라면 이렇게 공부 의지를 뿜어내는, 조금은 가벼운 인문 도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작가와 비슷한 상황이라면(육아 중이거나 맞벌이 중이어서 고민이 많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실마리가 보일 수도 있을 테니.


다만 비슷한, 하지만 10년 이상 더 살아온 선배로서 조금 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온 만큼 더 열심히 살고 싶은 의지는 좋지만 작가 본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다 보면 놓치고 마는 것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 이 후기는 책방통행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인문도서 #일상 #소크라테스만철학입니까 #일상속철학 #더로드 #황미옥 #성장기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으로 초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기시미 이치로의 책이다. 그 외에도 작가가 낸 책을 보면 작가를 몰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제목이 많다. 무엇이 이 작가가 낸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도 이 분야의 주제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지만 이번 "삶과 죽음"에 대한 내용은 궁금했다. 이제 이미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었고 이제 곧 50이 되는 나이에도 매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은 작가의 책이어서 조금은 쉽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오판했다. 내가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을 때마다 많이 배우게 된다. 그러니까 사실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은 앞 표지에 있는대로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이다. NHK 교토 교실에서 개최했던 철학 강좌를 정리해서 엮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강의는 총 6번으로 책도 6개의 주제로 나뉜다.


1. 철학이란 무엇인가?

2. 행복해지는 법

3. 우리는 모두 '타인의 타인'이다.

4. 나이 듦과 질병을 통해 배우는 것

5. 죽음은 끝이 아니다.

6. 지금 여기를 살다.


철학으로 시작하고 인생에 대해 철학과 심리적으로 해석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데 그 자체가 무척 신선했다. 철학만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삶과 일치시켜 어떻게 적용시켜야 하는지를 아주 부드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다양한 예시와 실제 적용까지 잘 설명해주고 있어 이해하는 데 무리가 되지는 않는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원인론"과 "목적론"에 대한 설명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 때문에 지금의 '나'가 존재한다의 원인론보다는 지금 현재의 '나'에 집중하면서 어떤 '나'가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며 지금 여기에 충실하게 행복을 쌓으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책 전체에서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다.


"엄밀히 말하면 행복은 궁극적인 것이고 성공은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61p

"미래는 사실 없습니다. ...(중략)...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는' 것이지요.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희망을 추구하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미래가 되었을 때 비로소 행복해지리라 생각할 게 아니라, 지금 여기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135p


죽음에 대한 생각도 신선했다. 기시미 이치로는 어떤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짓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 집중하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여기"와 "행복"이다.


나는 행복한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봤을 때 전혀 성공하지 못한 삶이고 누군가에겐 답답한 삶이고 미래를 생각하면 여전히 걱정은 되지만 나 또한 그 걱정만 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어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내게 부족한 점이라면 타인에 대한 공헌감이 아닐까 싶다. 성격상 이건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책은, 깨달은 점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좋은 책이다. 책 속 "인생은 진화가 아니라 변화"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기시미이치로 #삶과죽음 #에쎄이 #SA #철학강의 #심리학 #인생을잘사는법 #긍정적사고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책장 파먹기"는 정말 우리 집 책장에서 오래 묵혔던 책들로 구성되었다. 당장 좋아서 사 놓고는 멋들어지게 책장을 장식까지 해놓고, 가끔 들여다 본다. 읽어야지~ 생각은 있는데 읽을 때 막상 오래 걸릴까 봐 손에 안 잡히는 거다. 읽을 책은 항상 밀려 있고(왜 책을 이렇게 숙제하듯 읽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책들(특히 <책은 도끼다> 같은 책들)은 천천히 음미하듯 읽고 싶은데 시간에 밀려 중간에 끼어들 수가 없어 이렇게 몇 년을 흘려보낸 거다.


 그러다 이렇게 "책장 파먹기" 프로젝트로 들어왔다. 2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사실 2주도 힘들었다. 일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어떤 날은 하루에 10페이지 넘기기도 힘들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손에 들었다. 그것이 내 습관이니. 앞부분부터 흥미롭기도 했고. 그럼에도 첫 주는 100페이지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니 350페이지에 해당하는 이 책을 두 주 동안 천천히 음미하기는 ~.... 뒷부분 아주 재미있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더라면, 바빴던 첫 주와 달리 둘째 주가 조금 한가하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ㅎㅎㅎ


박웅현이라는 광고 크리에이터는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통해 이름만 알았다. 이후 큰 아이가 중학교 시절 자유학기제를 거치며 진로 시간에 박웅현에 빠지며 이분의 다양한 책을 독파하며 곁에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렇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것, 인간적이고 표현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부럽다고. 이분의 광고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똑같이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나니... 알 수 있겠다. 이분은 정말 책을 다양하고 깊이 읽는구나~ 하고. 그런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광고로 재탄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책이 휴식, 정도인데 이분에겐 삶 자체인 듯 보인다는 것. 몸으로 체화해서 다시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 만큼 깊이있게, 넓게, 그야말로 통섭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부러웠다. 어디서 나는 차이일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속도인 것 같다. ㅎㅎ 여러 번 얽매이지 않고 원할 때 언제라도 꺼내서 보고 또 읽고 줄 치고 적는다. 나는... 항상 읽어야 하는 책이 쌓여있다. 책 욕심만 많은 탓이다. 그러니 읽고 나면 다음 책, 다음 책, 또 다음 책이 기다린다. 너무 좋았던 책은 물론 다시 읽어보려고 잘 소장 중이긴 하지만 다시 읽을 일은 수업을 위한 책이 아닌 다음에야 잘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이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 것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책에 대한 방향이 달랐다. 이 욕심을 놓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르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129p


카프카가 했다는 이 말로 박웅현은 어떤 책이 감수성을 깨우느냐를 설명하고 있는데, 나의 경우는 내가 감수성을 깨우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책을 읽어왔구나~ 하는 반성을 하는 문장으로 읽혔다. 그래도 이전보다 아주 많이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가 보다. 적어도 이 책은 내게 도끼의 역할을 했다.


#책은도끼다 #박웅현 #북하우스 #진정한독서를하자 #책장파먹기 #책속책은다읽고싶다 #역시광고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