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속이는 말들 - 낡은 말 속에는 잘못된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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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종일 말을 하며 산다. 단 한 마디도 안 하고 살기가 힘들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 제대로 생각하고 나서 올바른 말만 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평소에 옳은 생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아는 것이 항상 옳은지 다른 뜻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 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알기 때문에, 대강 아니까 그것이 맞겠지...하고 말을 내뱉는다. 


<우리를 속이는 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다양한 문장들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당연한 듯이 퍼진 생각들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평소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미술과 인문학을 설명하는 저자의 특성대로 미술 작품과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을 통해 다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책은 모두 12 챕터로 되어 있고 챕터마다 12 문장이 차지한다. 그 12 문장은 다시 2 파트로 나누어 "인간에 대한 편견의 말"과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로 나눈다. 12개의 문장들은 익히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인용하는 문장들이다. 대부분 교훈을 주는 말로 그 문장 뒤에는 "~이래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그런데 정말 그래야 하냐고 반문한다.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그래야 한다고 강요하는 문장들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라고. 


설명하는 단계의 구성이 좋다. 우선 챕터가 시작되면 그림 하나를 보여준다. 이 그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그림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그림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다.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는 부분까지 저자가 설명해 준다. 당연히 이 그림은 그 챕터의 문장과 관련이 있다. 그러고나면 이 문장이 주는 일반적인 의미를 설명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아닐 수도 있지는 않을까?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다소 충격을 받게 된다. 무심코 내뱉던 말 속에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구나...하고 말이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그 문장을 그렇게 쉽게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찬 물도 위아래가 있다" 챕터를 읽으며 4, 5살도 놀이터에서 나이부터 묻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나이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저 좋은 뜻을 담고 있는 줄 알았던 "소확행을 즐겨라" 챕터를 통해서는 그 안에 숨은 대량소비를 위한 전략을 깨달으며 충격받는다. 


"외적 힘에 의해 결정되는 욕구는 타율적이기에 사실상 취향 조작이고 강제다."...169p


다시 한 번 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말 속엔 우리의 정신이 담겨있는데 그동안 너무 의식 없이 사용해 온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미 검증되었다고 옳은 것은 아니다. 당연하지 않게 합리적 의심을 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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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결정하는 초등 독서의 힘 - 책 읽는 습관부터 영어 독서와 미디어 리터러시까지
김지원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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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읽힐 수 있을까 모두 머리를 싸맨다. 여기저기서 듣기도 하고 정보를 찾기도 하지만 실천은 영~ 어렵다. 그래서 수업하는 책이라도 읽으라고 독서 논술 학원에 보내기도 하고 그나마 만화책이라도 읽으면 다행이라고 지식 만화책을 잔뜩 사다주시는 부모님도 계시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은 읽으라는 책은 대강 훑어보고 핸드폰만 붙들고 살기 바쁘다. 수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건, 놀 거 다~ 놀고 심심하면 책을 잡을텐데 아이들은 항상 너무 바쁘다는 사실이었다. 그나마 시간이 나면 이제 쉰다고 핸드폰을 붙드니 책 읽을 짬이 없다. 그렇다고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핸드폰이니 컴퓨터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려면 부모가 함께 짬을 내서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해야 하는 수밖에. 


<인생을 결정하는 초등 독서의 힘>은 저자가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어 전문 강사이면서 필로어스 튜터이기도 한 저자는 그 누구도 하기 힘들다는 자기 자식들을 독서의 길로 이끌기 위해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함께 곁에 있어주며 끈질긴 인내심으로 결국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 아이들로 만들어 낸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학부모들은 그런 저자의 실전 노하우를 하나하나 배울 수 있다.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앞의 3장은 독서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들, 독서 습관 들이는 방법과 본격적인 독서에 대해 설명하고 뒷부분은 영어책으로 영어 실력 키우는 법, 다양한 독후활동과 책을 넘어선 읽기와 올바른 미디어 리터러시까지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에게 책을 던져주고 읽으라고, 왜 안 읽느냐고 다그치기만 했던 부모라면 이 책을 통해 차근차근 아이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던 가정이라면, 어쩌면 이 다음엔 어쩌지~할 수도 있겠다. 저자도 말했지만 모든 방법은 아이들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다르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던 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깊은 믿음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독서의 길로 이끌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째의 경우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엄마가 꿈꾸던 장면을 실현화시켜준 아이였다. 같은 책상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며 각자 자신의 책을 읽는 장면 말이다. 공통적으로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 추천해주기도 하면서. 아주 뒤늦게 태어난 둘째는 일 하는 엄마를 둔 환경이 달라져서인지 좀체 스스로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다. 책 좀 읽어볼까~라는 말을 건네지 않으면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날이 며칠이나 이어지기도 한다. 너무 바쁘고 지치고 힘들지만 놓치지 않은 건 잘 때 읽어주는 그림책 몇 권뿐이다. 


<인생을 결정하는 초등 독서의 힘>을 읽으며 가장 감탄한 부분이 바로 엄마의 정성인데, 아이들이 독서를 놓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책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러면 아이들이 읽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엄마 혼자만의 시간은? 휴식은? 등등의 생각이 저절로 든다. 결국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책을 놓지 않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책을 미친듯이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라도 말이다. 이제 막 책 읽기를 시작하는 아이라면, 아이에게 열정을 쏟을 준비가 되었다면, 영어에도 도움을 받고 싶다면 분명 많은 정보가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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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풀한 교과서 세계문학 토론 - 세계사를 배우며 읽는 세계고전문학!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9
남숙경.박다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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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전 문학을 읽는 이유는 아주 오랫동안 입증된 고전을 통해 인성의 함양,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진리를 고전 문학을 통해 익히면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고 비판적 사고력까지 얻을 수 있다. 그건 분명 인생을 살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청소년들에게 세계 고전 문학 읽기는 정말 중요하다. 문제는 아이들을 자극할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이 소중한 고전 문학을 읽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친구들과 놀아야 하고 게임도 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아이들에게 훈련이 되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고 지루하기만 한 세계 고전 문학은 정말로 높은 벽일 뿐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이 작품들을 이해하기에는 아이들의 배경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파워풀한 교과서 세계 문학 토론>은 현장에서 학부모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디베이트와 하브루타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제대로 세계 고전 문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책이다. 


"오랜 시간 수업을 하면서 찾은 해답은 세계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세계 고전을 읽기 힘들어한다는 것이다."...8p


가장 공감되고 실감하는 말이다. 나 또한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논술과 토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배경 지식이 없는 아이들일수록 줄거리 파악조차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은 사실이다. 책을 그저 문자로서만 읽는 것이다. 충분한 역사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하고 나서야 자신이 읽은 줄거리 인과 관계도 파악하게 되고 그제서야 주제에도 다가갈 수 있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 세계사 배경 지식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세계 문학 10권을 선정하고 그 책을 제대로 이해 한 바탕에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쟁점을 뽑고 실제 토론시 필요한 찬성과 반대 측 입론을 담고 있다. 구성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 시대 작품의 탄생 배경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 시대사 연표를 넣어 이 작품이 탄생한 해가 세계사와 한국사에 어디쯤 자리하는지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두번째는 "작품 속 세계사 공부" 페이지를 통해 작품 등장인물이나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세계사 배경 지식을 설명하고 세계사 용어 사전과 인물 사전을 통해 전체적인 역사가 머릿속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한 쟁점을 뽑고 논제를 정해 입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이 책은 청소년 아이들이 직접 읽기보다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에게 더욱 유용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너무 과하다 싶을 만큼의 배경지식을 담고 있어 그것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좋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전에 포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입론을 씌여져 있는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각자가 작성해 보는 것이 좋으므로 쟁점 정도까지만 설명해주고 각자가 찬성과 반대로 작성해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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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하는 십대를 위한 경제+문학 융합 콘서트 토론 콘서트 시즌 2
태지원 지음 / 꿈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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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었던 청소년 도서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고 말해야겠다. 심지어 아이들이 싫어라 하는 "토론"이니, "융합"이니 하는 말들이 제목에 들어가는데도 말이다. 아이들, 특히 사춘기에 돌입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겨우 책을 들었어도 읽는 둥 마는 둥, 읽었다고 하는데도 줄거리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경제까지 더해지다니, 애들이 읽겠어?라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는데 어쩌면 꼭~ 읽혀야 하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편집과 구성이 좋다. 책을 읽히고자 하는 어른으로서는 기획 의도가 좋았는데 막상 펼치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든 편집과 구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목차 속 글자는 깨알같아서 "으잉?" 싶지만 그마저도 알록달록 예쁜 색을 입혀 그럭저럭 볼 만하다. 본 페이지에 들어가서는, 큰 제목 아래 책 제목과 그 책에 관련된 경제 용어가 씌어져 있어 그 장에서 읽어야 하는 목적이 아주 확실하게 드러난다. 


책은 총 4부로 모두 16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1부는 경제적 선택과 관련된 책과 경제 용어를 설명하고 2부는 거래와 관련된 책과 경제 용어, 3부는 역사 속 경제를 설명하는 책과 경제 용어, 4부는 현제 경제를 알 수 있는 책과 경제 용어로 구분된다. 그렇게 본문에 들어가면 우선, 책의 간단한 줄거리가 소개된다. 익히 들어서 내용까지 알고 있는 책도 있을 것이고 제목은 들어봤지만 읽어보지 못한 책도 많을 것이다(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거의 대부분 읽어보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줄거리를 통해 대강의 책 내용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그 책 속에서 어떻게 경제로 이어 생각할 수 있는지 그것과 관련된 경제 용어는 무엇인지 아주 쉽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놓치지 않고 작가에 대한 설명도 넣어서 좀더 풍성한 독서가 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잘 집중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중요 단어와 설명에는 하이라이트가 쳐져 있는 점도 좋았다. 책 속 내용과 연관된 이미지나 명화도 삽입되어 있어 무척 다각도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것 하나하나가 배경지식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면 정말 한 권의 책으로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본 내용이 끝나갈 즈음에는 "경제학자의 시선"이라는 페이지를 통해 경제 분야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만한 이슈와 질문을 설명한다. 이 또한 학자의 시선으로 어렵게 푼 것이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실생활 속 경제로 풀어 설명하고 있어 무척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현대판 스크루지가 되지 않으려면 가난한 개인을 탓하기보다는 빈곤을 만드는 사회구조가 존재하는지 잘 지켜봐야 해. 이런 관심을 가져야 빈곤 문제의 해결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146p


보통 우리는 경제라고 하면 돈과 관련된 수치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유용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다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책은 놓치지 않고 그런 점까지 언급한다. 물론 이런 이슈를 던져줘도 더 깊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무용지물일 것이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경제 용어도, 다양한 책도, 사회 문제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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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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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부터 눈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푸른색의 초상화와 빨강 띠지 같은 강렬한 속지에 그만큼 강렬한 문구가 씌어져 있고 마지막으로 노란 속지가 살짝 비친다. 그야말로 강렬하다. 의도적으로 속지와 표지 길이 차이를 둔 것도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책은 제목 그대로 그동안의 미술사에서 능력과 재능이 충분함을 이미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잊혀지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미술사들을 소개한다. 1부는 "가부장 수레바퀴 아래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다.", 2부는 "편견과 억압을 담대한 희망으로 바꾸다.", 3부는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다"로 구성되어 있지만 3부를 제외하곤 특별히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 속 여성 화가들은 모두 힘든 역사 속에서 홀로 싸우며 맞선이들이기 때문이다. 


"여성 화가들은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배제되고 소외되어 왔다. 린다 노클린이 지적했듯 오랜 가부장 사회가 만든 성차별적 가치관 때문이다."...10p


사실 생각해 보면 이 성차별적 가치관은 어쩌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아주 옛날인 중세에는 얼마나 더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자신을 굽히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온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정말이지 감동적이다. 


대부분의 여성 화가들은 어쩌면 지금의 여성들처럼 결혼과 동시에 가정에 충실함을 요구하는 사회로 인해 자신의 재능과 정체성을 숨겨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 하면 몇몇은 아버지의 재능을 대신하기 위해 이용되고 이름도 남기지 못한 채 일생을 끝내기도 했다. 훌륭한 아버지들도 있다. 어릴 때부터 딸의 재능을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거나 직접 가르치기도 하는 등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은 또다른 남성 중심의 미술 사회에서 아무리 자신을 내보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은 진실로 훌륭한 작품을 창작할 수 없다고, 회화와 조각은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때문에 여성은 자수나 공예, 수채화에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에 말이다. 


일찍부터 곤충에 집중하고 그 곤충을 과학자와 화가로서 적절한 눈으로 그려낸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재능을 알아본 친아버지와 인정해준 의붓아버지의 도움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숙주와 변태 등이 모두 담긴 그녀만의 걸작을 만들어낸다. 3부를 장식한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단지 회화에 머물지 않고 종이 오리기나 직물 디자인, 패션 디자인과 실내 디자인, 정원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 속에서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낸 이들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겼기에 이 인물들의 인름이나 이야기가 모두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읽는 내내 감동했고 이 책 한 권 자체로 가슴에 와닿았다. 이 많은 인물들 중 내가 아는 이름이 단 하나였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모른다. 앞으론 제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껴지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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