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에 가면 - 한국 밖의 한국
김완중 지음 / 컬처플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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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라는 노래는 한 영화를 통해 요즘 아이들에게도 알려진 듯하다. 그 영화 전부터도 노래를 알고 있었지만 "나성"이 어디일까...하는 의문조차 품지 않았다. 세상에, 어쩌면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나라에 있는 어느 지역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중국 어딘가에 있는 지역이려니 생각했던 것 같다. <나성에 가면>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예의로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이제서야 검색! 나성은.... L.A(로스앤젤레스)였다. 1978년 처음 곡이 씌어질 당시엔 "L.A에 가면"이었는데 국어 순화 정책으로 "나성에 가면"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책 <나성에 가면>은 30년 경력의 외교관인 김완중 저자가 그동안 각국의 영사로서, 특히 최근 LA 총영사로 일하면서 느낀 여러가지내용을 담았다. 소제목이 "한국 밖의 한국"인 만큼 저자의 직업으로서 바라본 한국은 우리가 바라본 한국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사실 최근 몇 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외교관들의 행태도 있었고 해외라곤 여행도 잘 나가보지 않은 나인지라 재외동포들의 어려움 같은 것은 내겐 한 다리 너머의 일 같은 것이었다. <나성에 가면>이 그런 나에게 다른 시각을 보여주었다. 


책은 크게 "뿌리와 존재", "캘리코니아에서 만난 도산", "역사의 아이러니", "총영사의 무게"와 "한계 국가"로 나뉘는데 앞부분에선 재외 국민들의 시작이 결코 원해서가 아니었음을 역사적으로 설명하며 그곳에서 전혀 무관하게 살아온 이들이 아닌, 나라의 독립을 위해 그들 또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알려준다. 


"돌이켜보면 국내 인구의 14%에 달하는 해외동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인과 질곡의 근현대사가 낳은 역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재일한국인, 조선족, 사할린 동포, 고려인,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노동자, 멕시코 쿠바 한인이 그렇고 20만 명이 넘는 해외 입양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역만리에서 차별과 역격아을 딛고 주류사회의 일원으로 우뚝 선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21p


우리 역사 속의 인물들뿐 아니라 그분들의 자손들까지 아직도 우리나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며 감동적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며 가족은 가난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럼에도 지금까지 다른 이들을 위해 일해오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아마도 그런 모습에 감동하여 글로 옮기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의 시각이 무척이나 다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한국 안에서 한국 밖의 일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역사의 아이러니"와 "한계 국가"에서 영사로서 느끼는 여러 어려움과 안타까움은 우리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고 풀어나가야 하는 것인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답답함이 느껴진다.


공정하고 제대로 역사와 시국을 읽을 줄 알고 권위와 명예가 아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할 줄 아는 공무원들이 늘어난다면 분명 우리나라는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컬처플러스 #김완중 #나성에가면 #외교관 #한국밖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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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성이 LA인건 40년 살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ㅎㅎ

ilovebooks 2021-03-12 23:34   좋아요 1 | URL
우와~ 저만 그런 건 아니었군요! ㅎㅎ
 
빈 옷장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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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시작되고, 처음엔 도대체 뭔 소린가 했다. 대화체가 따옴표 안에 들어있지 않고 꺽쇠 << >>안에 들어가 있어서 이게 대화인 거 같은데 회상인지, 지금 일어나는 일인지조차 헷갈렸다. 그러다 갑자기 깨닫는다. 


아! 지금 일어나는 일은.... 낙태구나...하고 말이다. 게다가 "낙태 전문 산파의 집에 갔다가 나온 스무 살의 여자아이"(...9p)의 너무나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체의 소설이다. 


생각들이 이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 속에서 설명은 없다. 그저 낙태를 하고 기숙사로 돌아온 드니즈 르쉬르의 지금까지 일어난 일과 과거의 회상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 등에 대한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 생각들을 통해 독자는 드니즈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고 어떤 생활을 했으며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춘기 시절을 지나왔는지 알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드니즈의 지금 상태나 결과가 같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가슴 아프고 이해가 된다. 


노동자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영업을 하게 된 드니즈의 부모는 열심히 일해서 신분 상승을 하게 된 자신들에게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의 외동딸은 좋은 교육을 통해 그들보다 한 단계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때문에 열심히 벌어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을 그들의 최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벌기 위해 그들은 딸이 가게에서 노동자들의 눈요기가 되는 것을 은근히 종용하거나 그들 스스로는 노동자의 언어(욕설), 행동(거침없고 매너없는)을 바꿔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드니즈는 여기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자신은 하층 계급에 속한다고 여기지만 갑자기 상위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다른 학생들과 친구가 될 수 없음을, 학교 자체에서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니 자신은 늘 이방인으로 여기면서 급기야 부모에게 증오와 학교에 복수심을 갖게 된다. 


"내가 아무리 학위를 쌓아 놓아도 절대 숨기고 싶은 것, 내 가족의 추함, 주정뱅이들의 바보 같은 웃음, 내가 얼마나 천박한 말투와 몸짓으로 채워진 멍청한 년이었는지를 감출 만큼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189p


"내 부모를, 손님들을, 가게를 늘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타인들, 교양 있는 사람들, 선생님들, 예의 바른 사람들, 나는 이제 그들 역시 증오한다.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 나는 사방에서 농락당해다..."...15p


드니즈 르쉬르가 바로 아니 에르노라는 사실이 더욱 가슴 아프게 하는 것 같다. 거짓이나 허구는 하나도 없다는 그녀의 자전적 소설의 가장 첫 번째 이야기인 <빈 옷장>은 아마도 그녀 가슴 안에 있던 감정들을 비우는 첫 번째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옷장을 비우는 행위는 다시 채우기 위해서 한다. 계절이 바뀐 옷을 담기 위해 혹은 낡고 맞지 않는 옷을 버리고 새롭고 잘 맞는 옷을 채우기 위해 비운다. 어쩌면 <빈 옷장>은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작업을 통해 앞으로 자신이 만들어 갈 새로운 이야기를 채우기 위한 행위는 아닐까. 


#아니에르노 #자전적소설 #빈옷장 #도서관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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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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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다가 요시타케 신스케 작품을 또 집어왔다.

앞서 다소 실패한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을 생각하며 살짝 들춰보고

확실하게 수필이 아닌 것을 확인...ㅋㅋ하고 데려옴.

확실히 요시타케 신스케의 일러스트형 그림 에세이가 훨씬 재미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마음껏 표현되어 있는데 소재가 "서점"이라 책을 좋아하는 나로선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이런 거 하나 있음 좋겠다. ㅋㅋ

읽다가 다른 일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잠깐 뒤집어 놓아도 이렇게 독서 보조 로봇이 표시해 주거나

집중할 수 있도록 귀를 막아주거나

잠깐 게임하면 책 읽으라고 독촉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아이디어도 좋다.

책을 읽고 싶지만 잘 읽히지 않는다던 엄마 무덤에도 이렇게

엄마가 읽었으면~하는 책 한 권씩 두고 다른 이들이 두고 간 책 한 권을 가져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 페이지에선 내가 어디에 속하나 열심히 들여다봤다. ㅋㅋ

난 "쌓아놓는 걸 좋아함"과 "읽는 걸 좋아함"에도 해당하고

"일단 모으는 걸 좋아함"이나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걸 좋아함"에도 해당한다.

한마디로 가지가지 한다.ㅋㅋㅋ

보다가 중간쯤 "책갈피 끈을 쭙쭙 빠는 걸 좋아함" 보고 빵! 터짐...ㅋㅋㅋ

옛날엔 나도 그랬더랬지~ 하면서..


열심히 킬킬대며 보고 있었더니...

둘째가 다가와 자기도 봐도 되냐고 묻는다.

보지 못할 이유가 없어서 봐도 된다고 했다.

한참이나, 열심히~ 읽는다.

중간중간 고개 들고 내 의견도 묻는다.

엄마는 어떤 게 좋아? 하고.


우와~ 사실 둘째가 나보다 더 열심히 읽었고 더 좋아했다.

마지막 책장을 덮더니 자기, 이 책을 꼭~ 갖고 싶단다.

그러더니 "세계 일주 독서 여행"이나 "수중 도서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스스로 독후활동(수중도서관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갔다)도 했다.

평소 책 읽으라고 잔소리 해야 겨우 한 권 읽는 둘째로선 아주 놀라운 액션이다.

확실히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런 책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요시타케신스케 #있으려나서점 #상상력 #창의성 #그림에세이 #도서관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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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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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이 한 권 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그림책인데도 이 한 권에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담겨 있는데,

나도 재밌게 읽었지만 아이는 훨씬 더 좋아하는 책이다.

특히 사과를 다른 말로 부르는 부분은 읽고 읽고 또 읽는다.

그래서인지 내게도 언제부터인가 "요시타케 신스케"라는 작가가 머릿속에 콕! 박혔다.

그런데 최근 이 작가의 책이 연달아 출간되었다.

그 중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여태까지 이 작가의 책들은 그림책이거나 동화책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은 이 작가의 에세이이다.

작품 작업 하기 전 일상 생활을 하며 생각날 때마다 스케치 했던 것들을 떼어

그때 왜, 어떤 생각을 하며 이런 스케치를 했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그런데 그가 앞부분 "이야기를 시작하며"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긴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 같다.

단순화된 그림과 짧은 설명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감탄하게 했던 그의 이야기는

이 책의 자기 이야기에서는 재미가 없어진다.



각 챕터마다 스케치 그림과 짧은 글이 자리잡고

그 후 그 스케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스케치에선 "우와~"하다가도

설명부분에선 따분해지는 거다.

또...

뒷부분 스케치를 하는 이유가

재미있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계속 기분이 가라앉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너무 내밀한, TMI를 보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찜찜하다고 해야 할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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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레베카
케이트 더글러스 위긴 지음, 유기훈 그림, 박상은 옮김 / &(앤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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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서평을 통해 적었지만 <빨강머리 앤>은 내 어릴 적 가장 좋아하던 책이었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앤의 말, 생각, 행동이 정말 좋았다. 8, 9권으로 넘어서며 엄마가 된 앤은 내가 되고자 하는 롤모델이었다. 비록 그렇게 자상한 엄마는 되지 못했지만. 신간 소식을 접하다 "캐나다에 앤이 있다면 미국에는 레베카가 있었다"라거나 "빨강머리 앤보다 5년 먼저 출간된 책"이라는 홍보 문구를 보고 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나의 친구 레베카>를 읽으며 자연스레 <빨강머리 앤>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초반부 레베카가 여행으로 시작해서 콥 아저씨의 마차를 타고 벽돌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그린 게이블스의 초록지붕 집으로 향하는 앤과 오버랩 된다. 마릴라와 매슈 대신 미란다와 제인 이모인 것과 앤에겐 부모가 없지만 레베카에겐 엄마와 돌보아야 할 형제가 6이나 있다는 것만 빼면 설정은 거의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읽다 보면 앤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레베카라는 인물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져 앤과 전혀 다른 인물로 정확하게 인식되기 때문일 터이다. 조잘조잘 말도 잘하고 끝도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누구에게나 배려할 줄 아는 이 아이는 다소 경직되고 무거웠던 벽돌집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아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레베카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위안이 된다. 특히 챕터 중간중간 레베카가 했던 문구들이 이렇게,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주는 페이지는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된다. 


앤의 영원한 단짝 다이애나와 같은 레베카의 단짝 엠마 제인의 충성스러운 우정이나 열성적인 사랑과 애정을 아끼지 않는 콥아저씨 내외, 벽돌집의 유일한 숨통이었던 제인 이모의 조용한 지원 등은 레베카가 힘들 때마다 더욱 빛을 발한다. 


"리버버러가 곧 세상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세상을 엿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은 되었으며, 작은 구멍이라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았다. "...242p


다시 한 번 <빨강머리 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설정은 비슷했지만 전혀 다른 인물로, 전혀 다른 감동을 안겨준 레베카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힘보다는 인물들의 매력(앤과의 비교가 아니다)과 레베카가 쓴 이야기와 시의 매력이 훨씬 크다고 해야겠다. 따라서 <나의 친구 레베카>도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었지만 간혹 건너뛰는 이야기에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다. 결말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지도. <빨강머리 앤>처럼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삶이 잘 드러나 개인적으론 좋았다. 


#나의친구레베카 #케이트더글러스위긴 #&앤드 #도서관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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