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에서 E.H와 아널드가 직접 목격한 만 마리의 돌고래떼

E H는 그 일을 잊지 않았다. 몇 년 후 그날의 쇠돌고래들은 《노인과바다》에 나오는 어부의 꿈속에 등장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지 않았다.
그 대신 십오륙 킬로미터나 길게 뻗어 있는 엄청난 쇠돌고래떼의 꿈을 꾸었다. 짝짓기 때였고 쇠돌고래들은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가는 뛰어으를 때 수면에 생긴 바로 그 구멍 속으로 도로 떨어지곤 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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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 명작 단편선 2 체홉 명작 단편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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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은 건 꽤나 오래 됐다. 흘러가는 귀동냥으로는 훌륭한 희곡을 쓰는 작가였고 내게 그런 작가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선입관이 있어서 좀 더 공부를 한 다음에~라는 조건이 붙는 작가이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체홉의 "카멜레온"이라는 작품을 읽게 되었다. 정말 짧은 작품이었는데 그 짧은 작품 안에 오추멜로프라는 인물의 인간성이 모두 녹아있었다. 그것도 그가 입었다, 벗었다 하는 외투를 통해서. 이것이 단편이 주는 묘미이면서 재미겠지~하며 정말 즐겁게 읽었고 다른 단편들도 궁금해졌다. 




이번 <체홉 명작 단편선 2>은 모두 7편의 단편과 체홉의 삶과 문학 세계, 개별 작품 해설, 체홉 연보로 구성되어 있고 생각보다 체홉의 삶과 문학 세계와 개별 작품 해설 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단편은 앞서 말한 "카멜레온"을 포함한 "뚱뚱이와 홀쭉이"를 제외한 5편 모두가 여성이 주인공이고 이 여성이 주인공인 단편들의 내용은 조금씩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일부러 작가와 비평 출판사 제작진의 구성인지는 잘 모르겠다. 연혁을 살펴보니 체홉이 글을 쓴 순서와도 비슷해서 아마도 체홉이 실제로 고민하고 걱정한 러시아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글에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뉴따" 속 아뉴따는 여러 남자들에 의지해 생활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생활력이 없지만 나중에 성공할 수 없는 그 남자들을 도와 굴욕적인 행동도 해야 한다. 지금은 정조가 없는 그녀와의 생활을 청산하는 것도, 다시 남으라고 "명령"하는 것도 남자들이고 그 명령을 충분히 어길 수 있으면서도 결국 자기 자리고 돌아가 시키는대로 하는 것도 그녀이다. 떠나면 스스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 속 소피야 빼뜨로브나는 겉으로 보기에 훌륭한 가정을 이룬 부인이다. 그런데 그녀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남성이 있다. 거절을 했지만 그 거절 속에는 여성의 우쭐함, 자존심 같은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돌아온 그녀는 남편에 대해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오히려 남편은 자신에게 아무 관심 없음을, 만족스러웠던 가정의 편안함이 사실 권태였음을 깨닫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 집을 떠난다. "불행"은 비슷한 앞선 이야기의 "약사의 아내"와 다른 결말을 보여주어 조금 앞으로 나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하였다. 


중편처럼 느껴졌고 앞선 모든 이야기와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던 건 "약혼녀"였다. 우선 길이가 길었고 앞의 이야기들은 짧은 중에 큰 깨달음을 주었다면 "약혼녀"의 경우 등장인물 중 싸샤라는 인물이 적극 개입하여 나쟈를 직접 일깨운다.



그냥 얼렁뚱땅 결혼하지 말고 정신을 깨우기 위해 세상에 나아가 공부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쟈는 싸샤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가 공부를 하게 된다. 싸샤는 그 후에도 많은 여성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설득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체홉이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뒤늦게 바뀌어가는 러시아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은 바로 여성들이라고 말이다. 돈을 위해 가난을 위해 결혼이라는 굴레에 묶이지 말고 공부를 하고 나가서 세상을 배우라고.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체홉명작단편서2 #안톤체홉 #작가와비평 #카멜레온 #약혼자 #목위의안나 #불행 #러시아문학 #단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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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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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들은 제목만으로도 마음을 확! 끌어당긴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가 그랬다. 난 특별히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니, 어쩌면 그 제목 옆,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라는 소제목에 더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책은 내게 아주 익숙하다. 무려 40년 전, 내가 어렸을 때부터(물론 내가 진짜 어렸을 땐 그림책이란 것이 있어서 우리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주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단 조금 더 자라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도서관에서 처음 접했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그림책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다.) 20년 전 내 첫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그림책이 일상이 되었다. 정말 열심히 읽어주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그림책에서 벗어나 동화책으로, 청소년책으로 진입했지만 곧 둘째가 태어나면서 10년 만에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왔다. 관련된 일도 하면서 나는 최소한 그림책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흠, 충격이다. 이 책, 무루가 자신의 경험과 엮어 소개하는 그림책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그림책들이다. <프레데릭>이나 <알도>를 제외하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그림책뿐이다. 어찌 이럴 수가. 그러다가 이 그림책들이 조금은 내용상 어둡다는 사실을, 세상의 밝고 희망차고 깨끗한 면이 아닌 어둠과 상실, 부재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에 대한 것들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가 아닐까.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세계 위에 내 세계를 겹쳐보는 일이다. 어떤 이야기도 읽는 이의 세계를 넘어서지는 못 한다."...174p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기는 했지만 나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읽지는 않는다. 그림책이 재미있다거나 그림책으로 위안을 받은 적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내게도 아이와 별도로 소중히 하는 그림책이 따로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라서,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담고 있어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건 이제 다 커버린 큰 딸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판타지인 자신 만의 공간을 담은 책 한 권을 자신 만의 소중한 책으로 여긴다. 


아마도 그림책은 그림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간결한 문장으로 우리 기억속에 각인되기 때문에 그 어떤 책보다 마음속에 더욱 오래 남는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제목이 주는 느낌만큼 내게 맞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나갈수록 가슴에 남는 문장이 많아지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서 좋았다. 


#이상하고자유로운할머니가되고싶어 #무루 #어크로스 #어른을위한그림책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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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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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 동네와 조금 떨어진 곳, 중고등학교가 있는 곳에 중고 서점 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땐 초등학생 때여서 부모님과 함께가 아니면 자주 갈 수가 없는 곳이어서 중학교에 입학하면 자주 가리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이미 중고서점이 하향길이었는지 내가 입학할 즈음엔 그 동네 중고서점이 거의 없어져버렸다. 그 아쉬움이란. 


언제나 오래된 그 책 냄새가 좋았다. 작가들에 대해 잘 꿰고 있지 못해도, 가끔은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도 책들이 꽂힌 책장 사이에 서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 몇 권이라도 골라서 사는 기쁨을 누리고 그렇게 집으로 들고 들어오는 즐거움이 있는데,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


<서점 일기>는 저~ 우리나라 반대쪽 스코틀랜드 한 귀퉁이 위그타운에 위치한 중고서점 거리에 있는 "더 북숍"의 서점 주인 숀 비텔이 약 1년 동안 쓴, 말 그대로의 서점 일기이다. 2001년에 서점을 인수하여 14년이 지난 시점인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 4일까지의 일기는 사실 별 것 아닌 하루하루의 일을 가득 담고 있다. 


한 달의 시작은 조지 오웰의 <서점의 추억들>의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부분은 시간이 흐르고 시스템이 흘러도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가 보다. 하루하루의 일기는 대부분 어떤 손님들을 만나고 어떤 전화가 걸려오고 어떤 책을 찾아 구입하고 어떤 책을 온라인으로 팔게 되고 서점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와 서점에서 일하는 몇몇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북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 작가들, 여가시간을 보내는 일, 어떤 책을 읽는지, 서점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등 정말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읽다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맞춰서 일을 해나가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보다는 살 것처럼 해 놓고 "되게 비싸네"하고 돌아나가는 손님들이나 잔뜩 쌓아놓고 읽은 후 정리도 하지 않고 나가버리는 손님들, 노트북을 켜 놓고 일일이 아마존에서 가격을 비교하는 손님 등 말도 안되는 손님들의 행태들에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는 도서정가제인데 스코틀랜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래서 얼마나 힘들지 이 중고 서점 주인의 고민과 걱정이 절절히 느껴졌다. IT를 잘 다룰 수 있으면서도 일부러 서점을 돕기 위해 서점에 책을 주문하고 책을 사러 오는 디컨씨 등은 그런 서점을 살리기 위한 행동으로, 또한 모자란 돈을 들고 온 아이를 위해 거기에 모자라지만 맞춘 책을 찾아주는 서점 주인의 모습은 또 그대로 아름다운 행동으로 모두 가슴 따뜻하게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꿈꾸었을 자리, 그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음을~ 그렇지만 그만큼 행복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 숀비텔 #여름언덕 #서점일기 #도서관협찬 #중고서점에선어떤일이 #진상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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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1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에 밑줄~! 독립서점 자주는 못가지만 구경가면 꼭 한권씩 사서 나오게 되더라구요~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ㅎㅎ

ilovebooks 2021-04-01 20:32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요
예전엔 독자 입장에서 싸면 무조건 좋아~ 했는데 주변에 좋은 서점이 많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