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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평점 :
어릴 적 우리 동네와 조금 떨어진 곳, 중고등학교가 있는 곳에 중고 서점 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땐 초등학생 때여서 부모님과 함께가 아니면 자주 갈 수가 없는 곳이어서 중학교에 입학하면 자주 가리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이미 중고서점이 하향길이었는지 내가 입학할 즈음엔 그 동네 중고서점이 거의 없어져버렸다. 그 아쉬움이란.
언제나 오래된 그 책 냄새가 좋았다. 작가들에 대해 잘 꿰고 있지 못해도, 가끔은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도 책들이 꽂힌 책장 사이에 서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 몇 권이라도 골라서 사는 기쁨을 누리고 그렇게 집으로 들고 들어오는 즐거움이 있는데,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
<서점 일기>는 저~ 우리나라 반대쪽 스코틀랜드 한 귀퉁이 위그타운에 위치한 중고서점 거리에 있는 "더 북숍"의 서점 주인 숀 비텔이 약 1년 동안 쓴, 말 그대로의 서점 일기이다. 2001년에 서점을 인수하여 14년이 지난 시점인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 4일까지의 일기는 사실 별 것 아닌 하루하루의 일을 가득 담고 있다.
한 달의 시작은 조지 오웰의 <서점의 추억들>의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부분은 시간이 흐르고 시스템이 흘러도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가 보다. 하루하루의 일기는 대부분 어떤 손님들을 만나고 어떤 전화가 걸려오고 어떤 책을 찾아 구입하고 어떤 책을 온라인으로 팔게 되고 서점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와 서점에서 일하는 몇몇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북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 작가들, 여가시간을 보내는 일, 어떤 책을 읽는지, 서점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등 정말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읽다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맞춰서 일을 해나가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그보다는 살 것처럼 해 놓고 "되게 비싸네"하고 돌아나가는 손님들이나 잔뜩 쌓아놓고 읽은 후 정리도 하지 않고 나가버리는 손님들, 노트북을 켜 놓고 일일이 아마존에서 가격을 비교하는 손님 등 말도 안되는 손님들의 행태들에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는 도서정가제인데 스코틀랜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래서 얼마나 힘들지 이 중고 서점 주인의 고민과 걱정이 절절히 느껴졌다. IT를 잘 다룰 수 있으면서도 일부러 서점을 돕기 위해 서점에 책을 주문하고 책을 사러 오는 디컨씨 등은 그런 서점을 살리기 위한 행동으로, 또한 모자란 돈을 들고 온 아이를 위해 거기에 모자라지만 맞춘 책을 찾아주는 서점 주인의 모습은 또 그대로 아름다운 행동으로 모두 가슴 따뜻하게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 번은 꿈꾸었을 자리, 그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음을~ 그렇지만 그만큼 행복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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