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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 1972 뉴베리 상 수상작 ㅣ 상상놀이터 14
로버트 C. 오브라이언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6월
평점 :
이렇게 충격적인 청소년 소설이 있을까 싶다. 책 소개를 읽을 때만 해도 그냥 그럴 수 있지,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훨씬 충격적이다. 그 이유 중에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시작은 마치 "피터 래빗"이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같은 분위기이다. 너무나 평화로운 동물들의 세계. 어느 들쥐네 집에 일어날 법한, 그런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들쥐 가족은 피츠기븐 씨네 채소밭 밑, 땅속에 살고 있다. 여기서 이 가족은 겨울을 난다. 땅이 녹고 피츠기븐 씨가 땅을 갈아엎기 전 들쥐 가족은 시냇가 여름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2월이 끝나 갈 무렵 이 집의 어린 아들 티모시가 병이 났다. 작년 여름 남편이 죽은 후 가장이 된 프리스비 부인은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 아픈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처음엔 자신이 아는 에이지스 씨를 찾아가 약을 구해오고, 조금 더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던 이사 날짜가 갑자기 앞당겨진 후에는 아픈 아들을 데리고 이사를 할 수 없어 방법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올빼미를 찾아가기도 하고...
여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앞서 읽었던 책소개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이렇게 평화로운 소설이 참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며 순수하고 감동적인 소설이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급반전된다.
올빼미가 알려준 방법은 피츠기븐 씨네 장미덩굴 아래 살고 있는 시궁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었다. 프리스비 부인은 한 번도 교류를 하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더이상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엄청난 진실을 접하게 된다.
그곳의 리더, 니코데무스가 프리스비 부인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이 시궁쥐들과 프리스비 부인의 남편 조나단, 에이지스 씨가 이곳에 자리잡기 전 살았던 "니임"이라는 곳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프리스비 부인은 니임이 어떤 곳이든 간에 쥐들이 그곳에서 탈출하여 이곳으로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105p
"그건 시궁쥐들이나 하는 일이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시궁쥐가 아니네. 슐츠 박사가 만들어 낸 새로운 생명체이지. "...161p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쥐의 문명이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문명과는 다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189p
재미도 재미지만, 쥐들의 생각과 인간보다 더욱 합리적이고 현명한 사고방식을 따라가느라 숨 쉴 틈이 없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충분히 기계를 이용해 문명을 만들었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그로 인해 생긴 불협화음과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과감히 버릴 줄도 아는 그 용기가, 아름다웠다. 또한 자신들의 동족이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전혀 거리낌없이 나서서 최전선에 서서 희생할 줄 아는 이타적인 마음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평화롭고 순수한 소설로 돌아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성과 내용 면에서 무려 1971년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동물실험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토론거리다.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생명인 동물이 실험에 이용되어도 될까. 필요 없고 죽어도 되는 생명은 없다. 어떤 목적이 있고, 어떤 이유가 있든 말이다. 그것을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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