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맨 브라운
너새니얼 호손 지음 / 내로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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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내로라" 책은 두 번째인데, 지난번 책을 읽을 때도 이 시리즈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두 번째 권으로 완전 푹~ 빠져버렸다. 앞서 출간된 책을 한 권씩 구매해야겠다고 다짐할 만큼. "월간 내로라"는 매달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단편 소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출판사 이름만큼 정말 내로라 하는 숨겨진 단편을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판형으로 내놓고 있다. 왼쪽 페이지는 영어로, 오른쪽 페이지는 한글이어서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교재가 될 것 같다. 물론 나처럼 영어를 전혀 못해도 그저 이 쌈박한 책 한 권에 짧지만 울림 있는 단편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다.


나다니엘 호손의 <굿맨 브라운>은 검은색 표지부터 아주 강렬하다. 검은색이 이렇게 무시무시하고 음울하게 보이긴 처음인 것 같다. 아마도 표지 속 숲의 이미지와 비석, 그 안의 리본 같은 것들이 어우러져서 풍기는 분위기 같은데 정말 이 소설과 찰떡이다.


젊은 굿맨 브라운에겐 "신념"이라 부르는 아내가 있다. 하지만 굿맨 브라운은 이 아내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해가 넘어갈 즈음 아무도 가지 않는 숲으로 여정을 떠난다. 천사 같은 아내를 떼어놓고 "악한 여정"을 떠난 그곳에서 굿맨 브라운은 악마를 만난다. 그 이후 그가 겪은 모든 일은 그를 혼란에 빠뜨린다.


소설이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처음 시작 부분은 마치 동화의 일부처럼 시작됐지만 사실 아내 "신념(Faith)의 이름이나 굿맨(Goodman)의 이름을 보아도 이 소설 속 모든 것이 상징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굿맨은 자신이 흔들릴 때마다 아내의 이름을 부르고 결국 악의 유혹 속에서 잘 버텨낸 듯 보이지만 소설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백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교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하늘 위에는 천국이 있고, 아래에는 나의 신념이 있다!

그래! 나는 단단하게 우뚝 서서 악마에 맞서겠다!"...55p

"이제 이 땅에 남은 선은 없어. 모두 다 사라지고 말았어! 악마야! 와라!! 세상이 다 네 것이 되었구나!!"...63p


작가는 굿맨 브라운이 숲 속에서 겪었던 일이 그저 꿈이었는지, 사실이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간 아내 신념이나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굿맨 브라운은 평생을 불안해 하며 의심하며 살아간다. 한 번 흔들린 자신의 신념은 계속 지켜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앞서 읽었던 "내로라" 단편도 스토리를 참을 수 없어 숨도 못 쉬고 읽은 후, 다시 정독에 들어갔었는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짧았기에 가능한 독서법이다. 또 그만큼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설이기에 가능하다. 앞으로 또다른 시리즈가 무척 기대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월간내로라 #내로라 #굿맨브라운 #나다니엘호손 #단편소설 #영한소설 #소장각 #신념 #선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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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오브 잇 - 즐거움을 향해 날아오르다
아멜리아 에어하트 지음, 서유진 옮김 / 호밀밭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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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멜리아 에어하트"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아이들 책을 통해서였다. 여성 위인들을 모아 소개하는 책이었는데 대부분 한 번씩 들어봤음직한 이름들 중에 내게는 낯선 이름 하나가 바로 아멜리아 에어하트였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적어도 우리집에서는, 유명인이다. 또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둘째의 무한 애정을 받고 있기 때문.


아멜리아 에어하트에게는 "여성 최초 대서양 횡단"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여성 비행사가 많지 않던 시절, 아니 여성이라는 성별을 지녔기 때문에 받는 교육도 다르고, "하지 말라"는 것들이 훨씬 많던 시절,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비행사가 되고 혼자 힘으로 대서양을 건넌 여성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다.


<펀 오브 잇>은 바로 그런 그녀의 자서전! 게다가 국내 최초 완역이다. 짧게 약력으로 이어진 줄거리로 읽었던 그녀의 삶을 아주 생생하게 그녀 자신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즐거움을 향해 날아오르다"라고 제목을 번역한 듯한데 한 권을 읽고 보니 정말 찰떡같다.


자서전이므로 어린 시절부터 설명하는데 그녀의 어린 시절을 보니 태어나며 갖고 있던 천성과 부모님을 비롯한 환경이 아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가만히 앉아 조용히 노는 것보단 밖에 나가 뛰는 등의 운동을 좋아하고 "이래야 한다"라는 사회의 요구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성격과 그녀가 무엇을 원하든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못하게 하지 않고 지켜보는 걸 선택한 가족들이 그렇다. 비록 그녀는 더욱 적극적인 지지를 원해지만 그당시의 사회를 생각하면 조용히 중고 비행기를 사 주신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녀의 행보가 무척 인상적이다.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돈을 벌어 학원에 등록하고 남들의 시선이 계속해서 자신을 얽매어도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용기! 그런 것들이 그녀에게 기회를 만들었을 것이다. 비록 처음엔 직접 조종간을 잡을 수 없었더라도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다음부터는 더욱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펀 오브 잇>에서는 그녀가 어떻게 조종사가 되고 어떻게 여성 최초로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었는지 차분히 설명한다. 하지만 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그렇게 되기까지 그 전 세대 또다른 여성 조종사들이 있었음을 하나씩 소개하고, 앞으로 여성 조종사로서 어떤 것들이 갖추어졌으면 하는지 미래도 내다보고 있다. 그런 것들이, 이 여성이 얼마나 비행에 진심이고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마지막은 언제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하지만 그런 마지막을 생각하면 또 한 사람이 떠오르는데 바로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이다. 연도를 찾아보니 두 여성이 비행을 했던 시기가 비슷하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더 많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여성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부터 여성 위인들의 책을 많이 읽히게 되는 것 같다. <펀 오브 잇>은 짧았던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삶을 더욱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그녀 자신의 글이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펀오브잇 #호밀밭 #아멜리아에어하트 #최초완역 #여성최초 #대서양횡단 #여성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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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 크리 오늘의 청소년 문학 31
일요 지음 / 다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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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부터, 아니 정확하게 재작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조금 나아지나~ 하는 희망을 가질 때 즈음, 4단계를 맞이하고 말았다. 어차피 오래 갈 것 같으니 그냥 안고 살아가겠다며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이다. 처음 집에 갇혔을 때에는 워낙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그럭저럭 견딜 만 했지만 1년 반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 다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니 아이들도, 나도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다.


"펜데믹"은 전염병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독감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알지도 못했던 이 단어가 지금은 무척이나 익숙하다. <태양의 아이, 크리>는 바로 우리와 같은 펜데믹 세상 속에서 조금 더 지난 근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책이다.


우선 표지가 눈길을 끈다. 2,3일 들고 읽었더니(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이 좋지만 바쁜 관계로~) 수업 오는 아이들이 이 표지를 보고 무슨 책이냐며 관심을 보였다. 평소엔 주는 책만 겨우 읽는 녀석들이 호기심을 보일 정도면, 이 표지 성공했다! ㅋㅋ


크리는 생츄어리라는 지하 18층에 사는 이른바 "잠복체"다. 어느 날 지구에 블루Z바이러스, 속칭 좀비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바이러스가 지구를 휩쓸었다.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팔다리가 마비되고 제대로 걷지 못할 뿐만 아니라 뇌가 망가지고 망각하게 되어 좀비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지구에서는 이 펜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바이러스를 지닌 잠복체와 바리어스가 없는 건강체로 나누어 분리하고 이 세계를 잘 운영하기 위한 탑이 중앙처리장치로 운영된다. 지하에 갇힌 채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는 노동 속에서 괴로워하던 크리는 어느 날 각성한다.


탑에는 이 지구를 다스리는 프레지덩과 탑의 중앙처리장치와 연결된 라키바움에 의해 운영되는데 라키바움은 초능력을 지닌 소녀로 판명된 이후 뇌에 칩이 심겨져 그 이후 프레지덩을 돕고 있다. 그런 라키바움이 지하의 소녀 크리에게서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초능력을 감지하게 된다. 이 둘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세계관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따라가기 급급한데 후반을 넘어 크리를 응원하게 되면서 떠오르는 몇 편의 소설이 있었다. 우선 지하와 지상으로 나뉘어 한 종족은 지하에서 노동을 제공하고 한 종족은 지상에서 마음껏 누렸던 <타임머신>과 유전자 공학으로 아예 인간의 등급을 나눴던 <멋진 신세계>나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며 몇몇을 위한 삶을 위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았던 <1984> 등이 그렇다. 모두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하지만 <태양의 아이, 크리>는 제목처럼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디스토피아에 머물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속이 시원했다. 청소년 소설로는 아주 완벽했던 결말이 아니었을지!


다시 현실로 와서, 우리도 얼른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학교도 못 가고 화면 너머로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세상이 아닌, 아무 때나 연락해서 만나고 얼싸안고 서로 마음껏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이전의 삶으로 말이다. 크리가 내딛었던 미래를 향한 발걸음처럼 어서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고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이 후기는 춣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태양의아이,크리 #크리 #다른 #일요 #펜데믹소설 #디스토피아 #초능력 #청소년문학 #청소년소설 #SF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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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다 문득 시리즈 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스피리투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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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투스 출판사의 문득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해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을 다시 호출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 (得)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리즈라고 한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005 다섯 번째 소설로 이상원 교수가 러시아어 원전을 번역하여 체호프의 문장을 더욱 생생하게 구현했다.

처음 안톤 체호프의 소설에 빠진 건 <카멜레온>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단 3,4페이지였을 뿐이었는데 그 짧은 단편 안에 너무나 위선적인 인간의 모습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제목도 그렇다. 실제로 카멜레온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이렇게 상징으로 제목을 달았다. 그 천재성에 놀랐던 기억에 있다.

<<자고 싶다>>에도 그런 작품이 등장한다. 맨 처음을 장식한 <관리의 죽음>인데 극장 객석에서 우연히 하게 된 재채기 한 번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는 단편이다. 그런데 이게 또 놀랍다. 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자신의 오판과 위선 때문인 것이다. <삶에서 하찮은 일>도 그렇다. 어른들의 위선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이야기로 전혀 아이들에게 관심없던 한 남자의 변덕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반면 <우수>와 <반카>, <자고 싶다>는 기존의 체호프 작품과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면서도 충분히 체호프적인 작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마부 요나의 슬픔이 너무 짙게 느껴져서 제목 그대로 너무나 슬펐던 <우수>와 마치 우리나라 50, 60년대 식모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의 <반카>와 <자고 싶다>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 자체로 큰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책의 제목이 된 <자고 싶다>는 <반카>와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분위기로 흐르다가 마지막 반전에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도 "끔찍하다"의 느낌이 아닌 "저 아이를 어쩌지~"의 느낌이 드는 건, 역시나 아이에게 더욱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6호 병동>과 <베짱이>는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과는 다른 중편 소설이었다. 호흡이 긴 만큼 묘사와 서사가 길어졌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깊이있게 체호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체호프를 읽는 기쁨은 남다르다. 짧으면 짧은 만큼, 길면 긴대로. 개인적으로 짧은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체호프를 통해 단편 소설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그 짧음 속에 들어있는 상징과 비판, 비유, 아이러니 등이 아주 짜릿하다. 특히 이번 문득 시리즈에선 다른 책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작품을 읽을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 출판사에서 이런 노력을 해주면 독자는 정말 기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안톤체호프 #자고싶다 #스피리투스 #문득시리즈 #단편소설 #위트와비판 #추천도서 #어디서도볼수없는 #최고의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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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공찬이 -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필사본 소설
김주연 그림, 김재석 글, 채수 원작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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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설이라고 하면 <홍길동전>만 있는 줄 알던 때가 있었다. 고전 소설들을 하나씩 알고 읽게 되면서 그 시대를 얼마나 잘 표현해내고, 그와 더불어 미래상도 얼마나 잘 표현해내고 있는지 감탄할 때가 많았다. 우리나라 고전 소설은 양반들의 문학이라기보다는 민중들의 염원을 더 담은 것으로 보인다.


<설공찬이>도 그렇다. 조선 전기 문신이었던 채수가 지었다는 <설공찬전>은 한문으로 지어졌지만 그 안에는 당시 연산군 시절의 무오사화를 배경으로 여성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던 조선시대를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그 외에 저승의 이야기와 고장 순창의 민속 등 아주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금오신화>에 이어 두 번째로 씌어진 한문소설인 <설공찬전>은 전해지지 않는다. 1996년 이복규 교수에 의해 한글 필사본이 발견되었는데 이 발견된 것도 완본이 아닌 베껴 쓰는 도중에 미완결된 채였다고. 여기에는 <설공찬전> 중종 때 필화 사건으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당시 꽤나 문제작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 미완성작을 김재석 작가가 원작을 중심으로 충실하게 덧붙여 쓴 것이 이번 <설공찬이>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특이점 몇 가지를 찾을 수 있는데 우선 "순창"을 거점으로 한다는 점이다. 설공찬이라는 주인공이 살았던 고장이 순창으로 이야기 대부분이 순창에서 벌어지고 때문에 순창의 문화가 소설 곳곳에 자연스럽게 소개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이야기 속에서 설공찬이 소개하는 "저승"에 대한 이야기이다. 설공찬은 2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고 저승에 가는데 그곳에서 조상을 만나 삶을 평가받기 전에 곳곳을 여행하고 사촌 공침의 몸에 빙의해 다른 사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과정에서 저승 곳간이나 저승의 여러 신들의 이야기 등 우리 전통 문화 속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특히 권선징악의 효과가 아주 뚜렷하다.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저승에서의 삶이 달라진다는 공찬의 이야기는 분명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공찬의 누이 초희의 삶을 통해 조선 전기이지만 여성의 삶의 미래상을 찾아볼 수 있다. 공부를 좋아하고 뛰어난 문학성을 지녔던 초희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승에서는 이루지 못했지만 저승에서는 그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임으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어를 사용하려는 작가의 노력도 돋보였다. 손탯그릇(장식함) 등 쉽게 쓰이는 단어 대신 고유어를 선택함으로써 문장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처음 읽으면서는 얼마 남지 않은 <설공찬이>에 덧붙여진 이야기라고 해서 많은 부분이 다시 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거의 대부분 남겨진 이야기에 최대한 많이 연구하고 충실히 원작을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뒷부분 원본과 해설, 순창에 남겨져 있는 많은 사료들까지 더해져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완본으로 남아있는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리고 다양한 작품으로 해석되는 것에 비해 <설공찬이>는 원작이 그렇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단 한 줄로도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앞으로 이 작품도 다양하게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설공찬이 #설공찬전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채수 #김재석 #필사본소설 #두번째한문소설 #조선최초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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