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왕 룽산]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탁구왕 룽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8
창신강 지음, 김재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중국의 대표적인 성장소설 작가로 알려진 "창신강". 그의 저력은 이미 저 <<열혈 수탉 분투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수탉을 의인화하였어도 마치 우리의 삶을 그대로 옮긴 듯 톡톡 튀는 재치와 구성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면 이번 <<탁구왕 룽산>>의 단편소설을 통해서는 우리 아이들의 삶, 자체를 옮겨놓은 듯 하다.

세계 어디에 있어도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무척이나  아프고 힘든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계기 등을 통해 일어난다. 그 한 가지 사건을 통해서도 충분히 아이들은 무언가를 알게 되고, 깨달아 어느새 한 뼘이나 자라나 있는 것이다. 마치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처럼........

이런 사건들은 아직 어린 아이로 남아있는 그들의 엉뚱하지만 뜻이 있는 장난이나 계획으로 시작하여, 때로는 선생님에 대한 반항을 통해...<푸른 눈밭 검둥새>, 때로는 어른들의 잔인함으로...<베이다황의 목소리>, 때로는 할아버지의 가르침...<노란 민들레> 등의 과정을 거쳐 조금 더 생각이 넓어지고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어른의 시각을 갖게 한다. 

이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정말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어서 마치 작가 창신강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녹아들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만큼 나에게 있었던 것 같은, 혹은 우리 아이들이 겪을만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가장 마음이 동(動)했던 이야기는 <푸른 눈밭 검둥새>와 <소택지의 상수리나무>였다. 

<푸른 눈밭 검둥새>에서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로 인해 검게 변해버린 참새를 검정빛을 지닌 새로운 새라고 생각하여 멋진 글짓기까지 하고 그런 것(푸른색 눈과 검둥새)은 없다고 한마디로 무시해버리는 하오선생님과 설전을 벌이는 친샹! 자신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무시해버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친샹, 자신이 무시당하자 검둥새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결국 그 검둥새가 참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친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푸르디푸른 눈밭과 정령같은 검둥새의 모습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늘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그 풍경은 깊은 감동을 안겨준 동시에 세상의 한 귀퉁이에 숨어 있는 작은 진실을 알려 준 셈이다."...61p

완전해 보이기만 하는 어른들의 실수를 목격하거나 배신을 당하고,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나이가 바로 청소년의 나이이다. 그리고 자연을 자연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도 그 나이가 아닐까 싶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이 때에 자신들이 정말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진정으로 위로받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열 명의 열 가지 에피소드를 통한 성장통을 읽으며 아이들은 열 뼘이나 자라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열 명의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을 통해 우리 모두 그렇게 어른이 되었음을 추억할 수 있고, 또는 이제 이 관문을 거쳐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극심한 성장통을 앓았던 모든 이들과 이제 곧 거쳐가야만 하는 아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나는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푸르디푸른 눈밭과 정령같은 검둥새의 모습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늘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그 풍경은 깊은 감동을 안겨준 동시에 세상의 한 귀퉁이에 숨어 있는 작은 진실을 알려 준 셈이다."...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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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우화"...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간혹 이 "우화"라는 단어에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낭패..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내가 느낀 <<돼지꿈>>은 매우 현실적인 에피소드의 모음이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중반 이상의 여성들(특히 주부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쳇바퀴 돌 듯 매일 같은 일상의 아이들 돌보는 일, 남편 챙기는 일과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을 겪어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은 그저 먼 세상의 새롭지 않은 그저 그런 소설이 될 것 같다.

"한 송이 꽃이길 바랐으나 속절없이 드세져버린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바치는 인생우화"라는 문구처럼 이 소설 속에는 내 어머니의, 내 친구들의, 내 이웃의, 그리고 바로 나의 이야기가 있다. 
여자는 그저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다.
"커리어 우먼"이라는 꿈을 품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아주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전문가...로서 취직했던 젊은 시절의 나.
세월은 흐르고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몸매도 얼굴도 피부도 이미 예전 젊은 시절의 나는 아니다.
<한낮의 산책>의 정애나 <아내의 30대>의 아내처럼 이미 젊지 않은 나에게 실망하고 더이상 꿈을 실현할 수 없음을 한탄한다.
우리를 더욱 초라하게 하는 것들은 많기도 하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존재...<고장 난 브레이크>...나 말도 안되는 것들로 시비를 거는 시어머니...<해산>... 혹은 평소엔 갖고 싶지도 않은 누군가의 다이아반지...<결혼반지>...같은 것들.
아마도 이런 것들은 정말로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는 아닐 것이다.
다만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버겁고, 아둥바둥하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화도 나서 하는 변명들이 아닐지.


"여자들이 살아야 하는 세계의 답답함과 폐쇄성, 그리고 숨은 불씨처럼 때때로 참을 수 없는 자기 모멸감과 은밀한 탈출의 꿈틀거림을. 바람 센 날이면 젖은 머리 말리는 척 창문을 활짝 연 베란다에 서서 긴 머리칼을 하염없이 날리며 밖을 내다보는 것, 낙엽 쌓이는 가을 길, 눈 내리는 겨울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것 따위를 당신은 유치한 소녀적 감상이라고 비웃지만 그것이 이미 어찌해볼 수 없는 삶의 절망감, 생활에 대한 회의의 조용한 표현인지를 모를 것이다."...118p

이미 모든 것을 겪은 엄마는 그래서 자꾸 잔소리를 하시는 거겠지.
<보약>의 어머니처럼 "여자와 집은 가꾸고 위하기 달려다..."고...우리 엄마도 꼭 그런 잔소리를 하신다.
그럼 나도 <보약>의 '나'처럼 괜히 민망하고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을 막아보려 팩!하고 새침한 소리를 해버리는 것이다.

<<돼지꿈>>에는 결론이나 해법이 없다.
그저 우리네 삶의 한 단편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나만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살고 있구나..."라는 위로를 받는다.
위로를 받았으니, 또 다시 힘내서 살아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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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런 걸.... 낚.였.다...라고 하는거구나. 

올 초에 우연히 다른 분이 쓰신 리뷰를 대강(자세히 봤다면 아마 내 리스트에 들어가지 않았을거다) 읽었고,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으며 그 분의 리뷰가 무척 감각적이어서, 그래서 난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하지만, 제 1부를 읽으며 인상을 잔뜩 쓰고 제 2부는 황당했으며 제 3부에서는 긴 한숨 뿐.
제 2부 중간까지에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다면 그나마 일본 작품인 것을 감안하여 아름다운 소설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그래도 느닷없이 환생이라니...ㅠㅠ

* 제 1부 ... 인상이 잔뜩 찌푸러졌던 이유 (.... 세계를 재패하려던 국민과 지배당했던 국민의 의식 차이) 

세계 제2차 대전이 한창일 때의 일본 고베...가 배경이다.
온 일본 국민들이 천황을 받들며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를 서방 국가들로부터 자신들이 해방시켜주는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대.
소학생인 마스미와 슈이치가 만난다. 
대화를 많이 나눈 것도 아니고, 몇 가지 에피소드 만으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전쟁은 깊어질대로 깊어졌으니, 소학생이든 중학생이든 학교가 공장이 되고 비행선이나 군복 등을 만들며 동원되던 때이다.
학업을 계속하지 못해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더라도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는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짜증난다.
소설 자체를 놓고 보자면 힘든 시대 속에서도 피어나는 풋풋한 첫사랑이 아름답지만, 승전보가 울릴 때마다 기뻐하는 장면을 읽는 나로서는 인상이 저절로 찌푸러진다.
내가... 문학을 문학으로서만 대하는 문학적 관대함이 적은가보다.

*제 2부 ...황당하다.

아름다운 첫사랑이 제2차 대전의 폭격으로 슈이치가 죽으면서 끝난다.
그리고 제 2부의 시작은 종전 20년 후.
느닷없이.... 어떤 한 아버지가 딸들에게 남기는 일기 형식의 테이프 녹음 내용.
처음엔 이 책이 단편이었던가...생각했다가 등장하는 "미즈하라 마스미"의 이름을 보고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겨우 이해했다.
그러니까 33살이 된 미즈하라 마스미는 소학교 5학년인 무라카미를 만나게 되고 이 무라카미는 어떤 계기(뒤집게)로 슈이치의 기억을 되찾는다.
"환생"이다.

이 책을 통틀어서 계속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사자자리 유성군에 대한 것이다.
33년마다 지구 가까이에서 펼쳐진다는 별똥별쇼.
그 주기처럼 이들의 사랑은 조금 어긋났지만 다시 되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죽음.

*제 3부 ....긴 한숨 뿐.

여기서부터는 왠지 읽지않아도 결론을 알 것 같았고, 그대로 되었다. 
사자자리 유성군을 따라 시간의 흐름과 반복이 계속되는, 괴로운 일, 슬픈 일을 잊을 수 있도록 다시 리셋되는 이들의 사랑.

 


"시간의 흐름은 아코디언의 주름상자처럼 산과 계곡을 만들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사건과 사람을 짜 넣어간다. 무슨 일인가는 무슨 일인가와 관련되고, 사람은 사람에게 연결되어 가는 것이다."...371p

 

 
"몇 번이고 별은 지고, 그리고 시간은 돌고 돈다. 땅 위에서는 시가 태어나고, 노래가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각자의 말로 계속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별은 또다시 돌고 돈다."...401p

이 정도의 사랑이라면 좀 무섭지 않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야 할 말이 없지만, 나로서는 이런 이야기는 일본인밖에 만들지 못할 거라는 생각과 한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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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2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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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입에 착착 달라붙지 않는 제목이다. 영어 제목(A widow for one year)은 그들에게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어 제목으로는 느낌이 영~ 어정쩡하다. 읽는 내내 알지 못했던 이 제목의 의미는 두 권째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멋들어진 소설이 가진 조금은 이상한 제목과는 달리, 각 소제목들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잘 지어져있다. 사실 작가 "존 어빙"은 제목을 무척 잘 짓는 작가가 아닐까?  아니면 제목을 짓는 데 무척이나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작가임에 틀림없다.(주인공 루스의 대화를 통해 나타난 것처럼..)

내가 처음 이 소설의 내용을 접한 것은 2년 전 영화를 통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킴 베신저의 바람난 가족>이라는 터무니없는 제목(문소리의 바람난 가족이 유행을 했다나 뭐라나..)으로 극장 개봉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영화의 원제는 <The door in the Floor>이고 한국어로 옮기자면 <마룻바닥의 문>(소설 속에도 등장한다)이다. 예술적이면서 가슴 아픈 영화가 될 뻔했던 이 영화는 제목때문에 버림받은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이 등장한다는 것과 늙었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킴 베신저의 우수에 젖은 눈빛, 극 중 아버지인 테드의 그림책 <마룻바닥의 문> 애니메이션..이다. 

"자기가 태어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어린 꼬마가 있었습니다. 엄마도 아이를 낳고 싶은지 잘 몰랐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메리언과 테드의 사랑하는 아들, 토마스와 티모시가 자동차 사고로 숨진 후에 만들어진다. 깊은 슬픔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 때, 테드의 계획 하에 태어난 "루스"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총 3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1958년의 여름과 1990년 가을 그리고 1995년의 가을이다. 1958년 여름은 루스가 네살 때이며, 여러가지 사건들 끝에 메리언과 테드는 헤어지게 된다. 이 때 루스에게 남는 것은 오빠들의 부재를 견디지 못한 엄마에게 자신은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검지 손가락 끝 유리에 베인 상처뿐이다. 1990년 가을이 되면 루스 뿐만 아니라 엄마 메리언 그리고 메리언의 어린 연인이었던 에디까지(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소설가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쓴 소설의 제목 뿐만 아니라 소설의 상세한 내용 혹은 제 1장 전부가 소설 속에서 인용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설 속의 소설" 플롯을 갖게 된다. 작가 존 어빙이 이렇게 그들의 소설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그들 각자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들의 삶과 정체성, 성격, 생각까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것은 매우 특이한 체험이다. 나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들 자신의 사건들을 읽으며 그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을 알아간다는 느낌. 이렇게 복잡하고 치밀한 구성을, 존 어빙은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작가가 존경스러워지는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앞에서 아무렇지고 않게 읽었던 내용이 뒷부분에서 아주 중요한 복선이 될 때,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테드는 루스의 영감을 받아 <누군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소리>라는 그림책을 쓰게 되는데, 먼 훗날 루스는 이런 소리를 본인 스스로가 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한다. 

"두더지 인간은 붉은 방의 거울을 모두 훑어보며 천천히 일어섰다. 살인자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루스는 잘알았다. 그것은 누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소리였다. 남자는 바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살인자는 숨을 참았고 씨근거림을 멈추었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던 것이다. 남자의 코가 씰룩였고, 루스는 두더지 인간이 자기를 찾으려고 코를 킁킁댄다고 생각했다." ...106p

등장인물 대부분이 작가이므로 작가들의 여러 생활들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어떤 식으로 소설을 구상하는지, 어떤 팬들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어떤 한 팬(팬이라 할 수 있을까?)의 악담대로 결혼 4년만에 과부가 된 루스는 그가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나서야 비로소 아들 둘을 잃은 엄마가 왜 자신을 멀리하려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그녀의 시련은 그녀의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작가의 목소리였다. 이 책은 1인칭도 아니고 3인칭도 아니다. 아니, 처음엔 3인칭 시점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독자에게 책 내용을 들려주는 듯이... 마치 나는 작가이므로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당신들에게 미리 얘기해주지..하는 느낌? 나중에 책을 다 읽고 찾아보고 나서야 그것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가의 문체나 시점도 그랬고, 소설 속의 소설이나 그림책 내용들(하나같이 대충 만들어진 것이 없다)도 모두 재미있었고,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이 갔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내용을 여러가지 장치들로 잘 버무려놓은 존 어빙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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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입에 착착 달라붙지 않는 제목이다. 영어 제목(A widow for one year)은 그들에게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어 제목으로는 느낌이 영~ 어정쩡하다. 읽는 내내 알지 못했던 이 제목의 의미는 두 권째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멋들어진 소설이 가진 조금은 이상한 제목과는 달리, 각 소제목들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잘 지어져있다. 사실 작가 "존 어빙"은 제목을 무척 잘 짓는 작가가 아닐까?  아니면 제목을 짓는 데 무척이나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작가임에 틀림없다.(주인공 루스의 대화를 통해 나타난 것처럼..)

내가 처음 이 소설의 내용을 접한 것은 2년 전 영화를 통해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킴 베신저의 바람난 가족>이라는 터무니없는 제목(문소리의 바람난 가족이 유행을 했다나 뭐라나..)으로 극장 개봉 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영화의 원제는 <The door in the Floor>이고 한국어로 옮기자면 <마룻바닥의 문>(소설 속에도 등장한다)이다. 예술적이면서 가슴 아픈 영화가 될 뻔했던 이 영화는 제목때문에 버림받은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르 패닝이 등장한다는 것과 늙었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킴 베신저의 우수에 젖은 눈빛, 극 중 아버지인 테드의 그림책 <마룻바닥의 문> 애니메이션..이다. 

"자기가 태어나고 싶은지 잘 모르는 어린 꼬마가 있었습니다. 엄마도 아이를 낳고 싶은지 잘 몰랐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메리언과 테드의 사랑하는 아들, 토마스와 티모시가 자동차 사고로 숨진 후에 만들어진다. 깊은 슬픔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 때, 테드의 계획 하에 태어난 "루스"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총 3부분으로 이루어지는데, 1958년의 여름과 1990년 가을 그리고 1995년의 가을이다. 1958년 여름은 루스가 네살 때이며, 여러가지 사건들 끝에 메리언과 테드는 헤어지게 된다. 이 때 루스에게 남는 것은 오빠들의 부재를 견디지 못한 엄마에게 자신은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검지 손가락 끝 유리에 베인 상처뿐이다. 1990년 가을이 되면 루스 뿐만 아니라 엄마 메리언 그리고 메리언의 어린 연인이었던 에디까지(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소설가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쓴 소설의 제목 뿐만 아니라 소설의 상세한 내용 혹은 제 1장 전부가 소설 속에서 인용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소설 속의 소설" 플롯을 갖게 된다. 작가 존 어빙이 이렇게 그들의 소설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그들 각자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들의 삶과 정체성, 성격, 생각까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것은 매우 특이한 체험이다. 나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그들 자신의 사건들을 읽으며 그들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을 알아간다는 느낌. 이렇게 복잡하고 치밀한 구성을, 존 어빙은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작가가 존경스러워지는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앞에서 아무렇지고 않게 읽었던 내용이 뒷부분에서 아주 중요한 복선이 될 때,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테드는 루스의 영감을 받아 <누군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소리>라는 그림책을 쓰게 되는데, 먼 훗날 루스는 이런 소리를 본인 스스로가 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직면한다. 

"두더지 인간은 붉은 방의 거울을 모두 훑어보며 천천히 일어섰다. 살인자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루스는 잘알았다. 그것은 누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소리였다. 남자는 바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살인자는 숨을 참았고 씨근거림을 멈추었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던 것이다. 남자의 코가 씰룩였고, 루스는 두더지 인간이 자기를 찾으려고 코를 킁킁댄다고 생각했다." ...106p

등장인물 대부분이 작가이므로 작가들의 여러 생활들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어떤 식으로 소설을 구상하는지, 어떤 팬들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어떤 한 팬(팬이라 할 수 있을까?)의 악담대로 결혼 4년만에 과부가 된 루스는 그가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나서야 비로소 아들 둘을 잃은 엄마가 왜 자신을 멀리하려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그녀의 시련은 그녀의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조금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작가의 목소리였다. 이 책은 1인칭도 아니고 3인칭도 아니다. 아니, 처음엔 3인칭 시점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독자에게 책 내용을 들려주는 듯이... 마치 나는 작가이므로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당신들에게 미리 얘기해주지..하는 느낌? 나중에 책을 다 읽고 찾아보고 나서야 그것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가의 문체나 시점도 그랬고, 소설 속의 소설이나 그림책 내용들(하나같이 대충 만들어진 것이 없다)도 모두 재미있었고,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이 갔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내용을 여러가지 장치들로 잘 버무려놓은 존 어빙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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