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애영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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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리 구스타프 르 클레지오. 바로 올 2008년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작가의 이름이다. 그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살아 있는 신화"라고 불리기도 하고, "신성의 언어를 아름답게 흩뿌려놓는다"는 찬사를 듣기도 한다. 그가 소설을 쓰는 근간이 되는 것들은 무엇일까. 스웨덴 한림원은 "르 클레지오가 인간성 탐구, 관능적 환희, 시적 모험, 새로운 출발의 작가"라고 평했다고 한다. 그가 쓰는 소설에 이런 것들을 담게 된 배경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 바로 <<아프리카인>>이다.

<<아프리카인>>은 자서전이 아니다. 르 클레지오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아버지"가 걸어온 길, 그리고 르 클레지오가 아버지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필도 아니다. <<아프리카인>>을 검색해보면, 분명 "소설"이라고 씌여있다. "왜 소설인가."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라는 1인칭에 너무나 자세한 묘사, 그의 가족사 이야기 그리고 덧붙여져 있는 그의 아버지가 직접 찍은 사진까지.... 분명 수필로 보이는데, 소설이란다. 왜일까.

이 이야기는 르 클레지오의 아버지가 청년이었던 시절, 아프리카로 발령 받아 의사로서 일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어머니와의 결혼, 신혼시절 그리고 전쟁동안 떨어져 지내던 동안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모든 과정과, 전쟁 이전과 전쟁 이후의 아버지가 어떻게 달라지셨는지... 등의 이야기는 르 클레지오가 아버지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가 아니다. 어머니에게서 전해 들었거나 아버지가 찍어 놓으셨던 사진을 보고 후에 그가 같은 루트로 그곳을 오가며 아버지의 입장에 서서 추측해 본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소설"이다. 

그의 어린 기억 속에는 광활한 대지와 뜨거운 열기, 그리고 진정한 남자와 어른의 세계로 들어서게 해 주던 "자유"와 "억압"의 아프리카가 있다. 제 2차 세계 대전으로 모든 남자들은 징집당했고, 주위엔 여자들과 노인들, 그리고 어린이들만 남은 세계에서 남자 아이들 특유의 그 어떤 장난이나 놀이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주위 어른들의 권위는 없으나 전쟁으로 인해 자유로울 수 없었던 르 클레지오는 8살이 되어서야 아버지를 처음 만나고 함께 살게 되는 아프리카로 들어서며 새로운 세계와 맞딱뜨리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혹독한 권위가 주는 "억압"과 아프리카의 그 광활한 사바나를 뛰어다니며 누리는 "자유" 아래 서게 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르 클레지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왜 아버지가 아이들에 대해 너무나 권위적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르 클레지오는 그것이 바로 <아프리카인>의 관습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권위나 명예 따위를 떠나서 자유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 아버지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지리적 "억압"을 당하게 된다. 서양인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대하는 모순과 부조리함 등에 혐오를 느끼는 아버지는 더욱 더 "아프리카인"이 되어 간다. 그리고 아마도 오랫동안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 아버지의 권위에 대항했을 르 클레지오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아프리카인>은 그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르 클레지오 자신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가 그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원초적이면서도 그를 품는 어머니의 이미지, 그리고 바로 그 땅에서 잉태되었다는 자신감에 있다. 자신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이렇게 사실적인 소설로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매우 놀랍다. 그리고 그 풍경을 묘사하는 힘, 그건 역시 멋들어진 풍경을 직접 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그 이면의 것들까지 껴안을 수 있는 그야말로 진정한 "아프리카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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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틱낫한 지음, 신혜경 옮김 / 마음의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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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음으로써 틱낫한 스님의 책은 두 번째 경험이다. 
어린 시절 이후로 종교가 없었던 나는, 다른 종교 서적을 보면 이해도 안 되고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왠지 틱낫한 스님의 책만큼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여기저기서 귀동냥해서 얻은 정보로 이분의 책은 종교적인 내용의 그것보다는 인간의 "마음"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종교를 떠나 인간 자체에 대해 말하고 마음을 다스리게 해 주는 책 말이다.
하지만, 첫만남은 그리 좋지 않았다. 
같은 말이 마냥 되풀이, 되풀이되어 읽는 내내 졸기만했다.
내 그릇이 아직 작은가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이 두 번째.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게다가 빨간색 꽃 한 송이가 그려져 있는 표지는 또 얼마나 예쁜지...
내가 책을 고르게 만드는 것들이다. 
간혹 이런 것들에 속고는 하는데, 나에게는...바로 이 책이 그러했다.

책을 펼치면 아름답고 평온한 오솔길, 숲길...등의 사진이 명언들과 함께 시작된다.
첫 번째장,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에서는 ’삶에 대한 여덟 가지 깨달음에 대해 알려주고, 자세한 설명과 그것을 지키기 위한 열 가지 지침에 대해 나와있다.
두 번째장, <축복하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너를>에서는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한 부처님의 말씀, 즉 길상경의 내용과 구체적인 설명이 있다.

이 책은 이해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명상을 위한 책이다. 명상을 통해 직접 깨달아야 하는 책.
그래서 말씀 중간중간, 페이지 페이지마다 아름답고 평온한 사진들이 곁들여져 있음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명상...이란 내게 익숙치 않은 것이기 때문에 난 그저 사진을 바라보고 그 아름다움을 즐길 뿐이지만,
제대로 명상을 즐길 줄 아는 분들에게는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그 옆의 글들을 읽고 되새기고...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이 책이 내게는 제목만큼 큰 깨달음을 주지는 못했다. 
아니, 사실은 어떤 한 페이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작은 소제목들은 제목이 가져오는 그 간결함만큼, 이해되기도 했지만 그 제목을 풀어 설명하는 문장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나의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그래도 두 번이나 시도했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아직까지 나는 이분의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조금 더 세월이 흘렀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나의 호기심을 고이 접어 간직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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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3 - 비밀의 화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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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허무함을 어쩌랴. 
1권에선 한껏 기대감을, 2권에선 어느 정도의 여지를 주더니 3권이 끝인데... 그냥 그렇게 끝나버렸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읽으면서 설마.... 그렇게까지....라며 결국 마지막권까지 집어든 것인데, 
갈수록 스토리도 없고, 공감도 되지 않고... 붕~ 떠버린 느낌이다.
짧지만 그 짧은 이야기에 스토리도, 감성이 물씬 묻어나던 문장도, 풍부하던 그녀의 글은 어디로 간 것인지, 
3권이나 되는 이 긴~ 소설(사실 권수만 3권이지 합치면 일반도서 1권과 같을 것이다) 속에는 줄곧 시츠라이시의 의식만 떠다녔다.

그나마 2권에서 가장 강조된 것 같던 "시츠라이시의 독립"은... 3권에 와서 다시 흐지브지 되었다.
그뿐이랴....
느닷없어 보이는 실연에 또다시 의존하고, 흐믈거리고 흔들리고....
그런데도 그녀의 의식만은 너무나 냉철하고 분명하다.

<<왕국>> 시리즈는 시츠라이시의 마음 속 이야기를 따라 진행된다.
그래서 시츠라이시가 떠올리는 생각 하나하나가 그대로 문장으로 나타나고, 
그렇기에 다소 산만하고 어지럽다. 
"사람"에 대해서 진실한 마음을 알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츠라이시 본인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에 비해 생각 자체는 너무나 객관적이다. 
이런 것들은 독자의 몰입을 막는다.
몰입이 어려우니 감성적인 아름다운 문장들이 아니라,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는 것 같은 인상이다. 

뭐, 결국 만남은 만남으로 이어지고 인연은 돌고돌아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라는 이야기를 빙글빙글 돌고 돌아서 온 것 같다.
예쁜 파스텔 컬러의 표지에 끌렸던 작품이었는데,
난 아직도 짧고 강렬한 <<치킨>>의 요시모토 바나나가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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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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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나를 일컬어 표현하는 것들 중에는... "바른 생활 사나이"가 있다. 나는 사나이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그 표현에는 사나이 밖에 어울리지 않으므로 꼭 "사나이"여야 한단다. 내가 그에게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융통성이 좀 과하다 싶게 많아 사회 규범이나 규칙 같은 것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에게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기 때문이다. 누가 옳은 것인지(지키는 것이 맞는지, 지키지 않는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세상이다.)는 차치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나는 동화나 소설, 영화까지도 꼭 "권신징악"으로 끝나야 마음이 시원하다. 

옳지 않아 보이는(사회 규범상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도 되면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옳고 그른 것에는 기준이 없음에도 혼자 좌불안석이다. 내 나름의 기준에 합당하게 결론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혼자 그 책에 화를 내는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도 지금까지의 내 기준에 따르면 그랬어야 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많은 책의 "작가의 말" 중에 <<반짝반짝 빛나는>>이 최고였다. 책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주지도 않고, 제목을 짓게 된 아름다운 시가 곁들여져 있었고, 그녀의 말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감성적이어서 책의 내용이 시작하기도 전에 푹~ 빠져버렸다. 그녀가 말했다. "아주 기본적인 연애 소설"을 쓰고자 했다고.... 그래서 난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 뒤에 시메온 솔로몬이라는 화가를 설명하며 동성애자라는 의심을 사 화단에서 쫒겨난 사람이라는 설명을 굳이 해 주었을 때, 난 알아야 했다. 이 소설 속에 누군가는 동성애자겠구나...라고.

소설은 내 예상을 계속해서 깨나갔다. 연애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연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생각(부부가 나온다), 부인은 남편의 애인을 싫어할거라는 생각(남편만큼이나 좋아한다), 결국엔 모두 헤어질거라는 생각(세 사람의 행복한 결말)....  난 참 바보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동안 통속적인 드라마를 많이 봤나,라는 반성과 함께.... 

조(躁) 상태와 울(鬱) 상태를 반복하는 쇼코의 의식 세계가, 마치 내 친동생처럼 귀엽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쇼코인 양 감정이입도 되어 난 쇼코에게 빠져들었다. 그녀를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왜 항상 술을 찾는지, 그녀의 행동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속속들이 알 것 같은 기분은... 나를 비참하게도 하고 절절이 가슴 아프게도 했다. 필사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쇼코의 행동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이해해주는 무츠키가 너무 고마웠다.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아주 기본적인 연애 소설"이란 남자와 여자의, 혹은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사랑을 얘기하는 것이리라. 

   
  나는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불안정하고, 좌충우돌이고, 언제 다시 와장창 무너질지 모르는 생활, 서로의 애정만으로 성립되어 있는 생활.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생활을 하려는 이 세 사람이 더럽다거나 혐오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안타깝지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인간과 인간의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겠지. 


p.s  소설 속 '곤'이 선물한 "청년의 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유카알레판티스페스>라는 나무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집에서 키우는 것은 줄기도 좀 가늘고 잎도 저렇게 억세지 않겠지만,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나무와는...조금 거리가 멀어서...실망..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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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연인 - 이탈리아에 간 카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강혜경 옮김 / 시공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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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적 한번도 빼놓지 않고 보던 TV 프로그램 중에 <말괄량이 삐삐>가 있었다. 주위 사람들 눈치만 보며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나와는 정반대로, 자신이 목표를 정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자신감 넘치는 행동을 하는 "삐삐"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굴하지 않고, 그녀 특유의 재치와 명랑함으로 어려운 환경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삐삐"를 보면 마치 내가 삐삐인 양 도취되곤 했다. 

나중에, 나중에 우리 아이의 그림책을 읽다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이름을 발견했고 그녀가 바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이며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마치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듯이 기뻐했다. "삐삐"는 TV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아닌 책 속의 인물이라는 사실...그럼,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쁨...같은 것 말이다. 그 기쁨 안에는 "삐삐" 속에 저자의 어린시절 모습이 담겨 있다는 사실도 있다. 그래서 이 저자에 대한 알 수 없는 친밀함이 깃드는 것이다. 

어른들이 볼 때는 천방지축 망아지 같은 아이이고, 어린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삐삐"가 20대가 되면 어떤 느낌일까? 바로 그런 상상을 해 볼 수 있는 책이 <<베네치아의 연인>>일 것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자전적 여행 소설"이라는 문구 아래 말이다. 

카티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속기사로 일하는, 책벌레이면서 재기발랄하고 감수성이 무지 풍부한 아가씨이다. 함께 살던 이모가 결혼하여 미국 시카고로 이사간 후, 이모의 집을 물려받게 된 카티는 친구 에바와 1년간의 동거에 들어간다. 어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2년 이상 사귄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와의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어 혼자가 되었어도 그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주위가 불안정하거나 걱정이 되기는 해도, 과감히 "독립"을 선택할 줄 아는 카티는 "삐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카티가 바라는 어떤 "사건"은 삐삐의 "모험"이나 "개척"과 같은 것이 아닐까?

카티는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는 친구를 장난(그 장난으로 불같이 화를 내기는 했어도..^^)으로 위로해주거나, 자신이 느낀 감동을 전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 하는 등 조금 엉뚱하기도 하다. 이런 카티가 친구 에바와 함께 하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만나게 된다. <여행 소설>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이탈리아 곳곳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다. 카티의 감탄사를 읽으며 나도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 이 나이가 되도록 소렌토를 몰랐다니! 물론 소렌토에 대해 자주 듣긴 했지만 직접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누구든 내 앞에서 소렌토라는 이름을 꺼내기만 하면 눈앞이 희미해지고 멀리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넋을 읽고 서서 그곳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192p


나도 이 나이가 되도록 소렌토를 모르고 "소렌토"하면 스파게티집이 생각나니...정말 한심할 뿐이다. 스스로를 책벌레라고 부를만큼 책을 많이 읽는 카티는 어떤 장소에 어떤 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지 잘 알고 있어 매우 부러웠다. 그런 감성들이, 그 여행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려서 여행을 간다면, 꼭 이런 친구와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카티는 사랑의 굴곡에 따라 여행지가 반짝거리기도 하고, 무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든 과정과 감정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배워간다. 귀여운 여인 카티가 다음엔 또 어떤 곳에서 어떤 사건을 기다릴 지...  그리고 렌나르트와의 사랑은 계속 이어질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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