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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쟁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1/2008/12/08/11/yhkles_6317027972.jpg)
1960년대를 표현하는 몇몇의 단어들이 있다. 베트남 전쟁, 히피, 케네디가(家), 비틀즈 등등... 이런 무거운 주제들이 단 한 권의 청소년 도서를 통해 어떻게 전해질까. 하지만 <<수요일의 전쟁>>은 그런 무거운 주제들을 전하기 위한 소설은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한 평범한 중학생이 마음의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카밀로 중학교 아이들은 수요일 오후에 ’리 거리’를 경계로 남쪽에 사는 아이들은 ’성 아델버트 성당’으로 미사를 드리러 가고, 북쪽에 사는 아이들은 유대교 교회인 ’베델 성전’으로 간다. 그런데 남쪽과 북쪽 그 어느 곳도 아닌 딱 그 중간인 "완벽한 집"에 사는 홀링 후드후드는 장로교라 그 어느 곳에도 가지 않고 베이커 선생님과 단 둘이 남게 된다. 그 때문에 베이커 선생님의 미움을 사게 됐다고 믿는 홀링. 이제 수요일 오후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선생님과 <셰익스피어>를 읽는 건 아니었다. 잡다한 심부름과 청소들..이라는 과정을 거쳐 어떻게 하면 아이를 조금 더 지루하게 할 수 있을까..(이것은... 소심한 복수?ㅋ) 라는 결론에 닿은 것이 바로 <셰익스피어>였다. 하지만 <<보물섬>>을 좋아하는 홀링은 <<베니스의 상인>>도, <<템피스트>>도 <<보물섬>>만큼이나 재미있게 읽으며 셰익스피어가 말하려고 하는 "인간다움"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전쟁"이라 생각했던 시간은 베이커 선생님과의 교감으로 이어진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홀링이 겪는 사건들과의 연계성을 통해 홀링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현실에서의 사건이나 인물들(그의 완벽무구한 아버지나 히피족 누나, 베트남에서 구출된 친구 마이티 등등)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헨리 5세>>의 아리엘 역을 맡아 노란색(엉덩이에 하얀 깃털이 달린) 타이츠를 신게 되어도 그런 흉측한 모습 따위는 셰익스피어의 감동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우상처럼 떠받들던 야구선수가 그 타이츠를 비아냥 거렸을 때 당당히 그 우상을 버릴만큼 성장한 홀링은 진정한 마음의 성장을 이루게 된다.
"우상은 죽을 때 아주 힘겹게 죽는다. 그냥 조용히 사라지거나, 곱게 늙어 죽거나, 편하게 잠드는 식이 아니라, 불에 타 죽는 식으로 고통스럽게 죽는다. 그리고 우상이 떠나면 우리의 가슴은 숯덩이가 된다. 무엇보다도 괴로운 것은 우상이 떠난 빈자리를 다른 우상이 채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면 아예 우리가 다른 우상이 빈자리를 채우기를 바라지 않게 될 수도 있다. 몸속에서 불길이 빠져나가는 고통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149p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을 때, 홀링의 생각 변화는 정말 놀랍다. 로미오와 줄리엣 모두 바보라고 생각하던 홀링은 좋아하는 메릴 리와 아픔(어른들의 암투와 지저분한 경쟁 속에 말려드는...)을 겪고 나서 진정으로 이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2/2008/12/08/12/yhkles_2658103678.jpg)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2/2008/12/08/12/yhkles_4068816011.jpg)
자신이 처한 상황을 셰익스피어 작품들 속의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사건들을 셰익스피어 작품들과 비교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된 홀링은 완벽만을 추구하고 현실 속의 물질만을 쫒는 앞뒤가 꽉 막힌 아버지도 이해하게 된다. 친구의 유대교 성인식을 보며 홀링이 느낀 것(혹은 그의 아버지만 빼고 모두들 느낀 것), 성인식에는 성인식 그 이상의 것이 있고, 이제 친구 대니는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도 바로 볼 수 있게 될만큼 훌쩍 커버렸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이나 비극처럼 현실에서도 희극처럼 보이나 비극일 수 있고, 비극처럼 보이나 사실은 희극(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홀링은 그 누구보다 멋진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