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도 이브도 없는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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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를 좋아한다. 그녀의 기발한 시선이 좋다. 내가 그녀를 처음 접한 것은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을 통해서였다. 그때 우리 지은양도 딱 세 살이었는데, 그때까지 좋은 것만 먹이려고 노력했던 나는, 그 이후(책을 읽고난 후)로 아이에게 초콜릿의 세상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그렇게 아이의 시선을 잘도 맞추는지 감탄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책 이후로도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다른 스타일의 "살인"에 대한 이야기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이 그녀의 자전 소설격이었다면, <<적의 화장법>>이나 <<살인자의 건강법>> 같은 소설은 매우 독특하고 놀라운 소재의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제 <<아담도 이브도 없는>>으로 다시 자전적 소설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아멜리 노통브가 갓 20살을 넘겨 자신의 영원한 정신적 고향인 일본으로 돌아와 겪는 그녀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일본의 정서가, 일본의 풍광이 녹아있다. 그녀는 일본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에 몇몇... 한국인으로서 두 주먹 불끈!!! 쥐게 하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무척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기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담도 이브도 없는>>이 첫사랑 이야기라서 그럴까. 그동안 그녀의 책에서 보았던 생각의 일탈들...이 없다. 그래서 무척 쉽게 읽힌다. 마치 그냥 로맨스 소설을 읽는 느낌. 혹은 아멜리 노통브의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 그래서 왠지 이 책 속의 아멜리의 성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녀의 독특한 취향들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벨기에인과 일본인 젊은이 둘이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밝고 상큼한지... 처음에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하지만 아멜리가 린리에게 갖는 감정은 사랑이 아닌 우정과 애정이다. 그리고 아멜리는 아직 작가가 되려하기 전이었음에도 자신만의 방식을 잘 알고 있다. 그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녀는 "도망"을 택한다. 처음에는 비겁자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그녀는 용감했다. 낙원의 이브가 먹고 싶어하는 과일(감)을 아담이 따서 먹여주었건만 아멜리는 그 감은 모두 먹었어도 아담에게 소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유"를 원했다. 그리고 도망이라는 탈출구로 자유를 쟁취한다. 

그녀의 당당함이 멋지다. 우정과 애정이 사랑이 아닌 한 그녀의 도피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그들이 만났을 때 그 둘은 그것을 알았다.

"너에게 사무라이들이 나누는 우애의 포옹을 해주고 싶어."...234p

그녀의 생각대로 멍청한 사랑 이야기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고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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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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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는 않았는데도 우연찮게 비슷한 책 두 권을 읽었다. 한 권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인 이 책이고, 또다른 한 권은 일주일 전쯤 읽었던 필립 베송의 <<10월의 아이>>이다. 이 두 권의 공통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꽤나 사실적인 증거를 가지고 씌여졌다는 점과 아무런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는 점이다. 그 외에는 사건 내용과 이 사건을 알려주는 서술자가 달라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제목에서처럼 이 사건은 충분히 "예고"되어졌다. 범인들(비까리오 쌍둥이 형제)은 자신들이 하려는 행동(살인)을 누군가가 말려주기를,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자기 가족들의 명예를 되살려주기를 바라는 듯 과장되게 행동하고 과도하게 살인 예고를 했다. 하지만, 막상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진심으로 듣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방치 아래 산띠아고 나사르는 죽어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부터가 실소를 자아낸다. 마을에 결혼식이 열렸다. 외부로부터 단절된 이 섬에 한 화려한 젊은이가 오고, 이 젊은이(바야르도 산 로만)는 앙헬라 비까리오에게 청혼을 한다. 하지만 첫날 밤, 신부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친정집에 되돌려지면서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한다. 앙헬라는 쌍동이 오빠들에게 "그"의 이름을 산띠아고 나사르라고 밝혔다. 여동생과 가족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 흥분한 두 형제는 산띠아고 나사르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계획을 실행한다. 

"산띠아고 나사르는 자신이 저지른 무례를 속죄했고, 비까리오 형제는 사내대장부임을 입증했으며, 농락당한 여동생은 명예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107p

하지만, 이 책에서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실제로 앙헬라를 범한 이는 산띠아고 나사르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비록 앙헬라는 끝까지 그라고 말하고 있지만...)과 이 마을 사람들이 예고된 죽음 앞에 어째서 아무도 그것을 막아낼 수 없었는가 하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끝까지 나를 괴롭혔던 문제!!! "명예"라는 이름으로 정당방위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에서는 비까리오 형제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 대부분도 명예를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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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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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심심하거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책을 집어들 수도 있고 정보를 얻거나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지식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은 아닐까? 내가 모르는 다른 삶을 통해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도 있고, 의지를 불끈 불태우기도 한다. 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책들은 며칠동안이나 내 가슴 속에 머물며 계속 생각하게 하는데, 그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최근 많은 책들을 읽으며 이런저런 느낌을 적어보고는 했다. 그러면서 책을 읽는 것과 느낌을 적는 것 모두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그냥 내려놓았다면 금방 잊혀져버렸을 내용들이, 리뷰를 쓰며 한번 더 곱씹기 때문인지 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 책을 읽을 때는 처음부터 이것저것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잡다한 생각을 차치하고 때로는 내가 아무런 생각을 할 수도 없을만큼의 스피드로 감동의 물결을 주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정말 얼마나 기쁜지...

"작가로 살아가는 탓에 어떤 글이 좋은 글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감동을 주는 글이라고 답한다. 시든 소설이든, 논리적인 글이든 감각적인 글이든,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면서 삶 전체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고 읽고 싶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아무런 감(感)과 동(動)이 없다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삶이 똑같다면, 그 글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397p

아.... 작가도 똑같구나. 작가도 그런 책을 읽고 싶고, 읽고 싶은만큼 쓰고도 싶은가보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고 배우고, 느끼고서는 그 열정을 불살라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내나보다. 

<<김탁환의 독서열전 뒤적뒤적 끼적끼적>>은 <<혜초>>, <<불멸의 이순신>> 등의 작가 "김탁환님의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이다. 나도 작년에 한 해동안 100권 넘게 읽었다고... 자부하며 첫 장을 넘겼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정말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책의 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김탁환님의 100권을 살펴보면, 일단 장르 구분이 없다. 소설에서부터 시작하여 시, 기행문, 역사서, 인물, 평론, 사회...등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것 같다. 게다가 그 모든 책들을 모두 이해하고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시 재탄생시키고 있다. 

책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소견이 조금 첨부되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나 내용의 책들을 알게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좋다. 그리고 혹여나 내가 읽었던 책이라면 나와는 다르게 느끼는 부분을 받아들이는 재미도 있다. 오늘도 난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며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을 수두룩하게 발견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장르의 감탁환님에 비해 난 소설에 너무나 기울어진 편애를 하고 있다. 나도 좀 다른 장르의 책을 읽어야하나?...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작가의 말"!!!^^

"비평가는 비교하여 평가하는 운명을 타고 난 족속이기에 좋은 책만큼이나 나쁜 책도 언급해야 하지만, 작가는 오직 자신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달군 책을 칭찬하면 그만이다. 읽고 질투하고 어루만지며 배울 책도 산더미인데, 부족하고 취향에 맞지 않는 책까지 눈길 돌릴 이유가 없다."

참, 명료하다!!!  그래서 난 내일도 소설책을 읽는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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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해즈빈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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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앞부분을 읽는 동안은, 꽤 잘 나갔던 커리어 우먼이 결혼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누군가의 아내로서 집안에 갇혀 지내는 주부의 우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울한 해즈빈>>은 어렸을 때부터 한 길밖에 모르고 오로지 그 길만을 향해 달려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어느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해즈빈 (has been)....." 과거에는 한 이름 날리던 사람. 그리고 이젠 한물간 사람."...46p

어렸을 적, 그 어느 분야에서건 한 인물 할 것 같다는 소리를 안 들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던 우리는 점점 자라면서 모두 비슷비슷해지고, 어느 한 부분에서는 남들보다 뒤쳐지는 느낌에 뒤쳐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며 아둥바둥 살고 있다. 우리야말로 미스터, 미세스, 미스 해즈빈이다.  

리리코는 겉으로 보기에 정말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도쿄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한 외국계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변호사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그 남편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부인을 100% 신뢰하고 사랑해준다. 게다가 시부모님은 교양있는 분들이시고, 시어머니는 귀찮을 정도로 아껴주시고,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신다. 그야말로 완전!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삶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없다. 리리코가 그렇다. 그녀가 살아온 방식은 "자존심" 이었다. 남들보다 초라해 보이거나 뒤쳐져 보이는 것이 용납되지 않고, 남들 보란듯이 한발 더 앞서나가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공부나 성적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던 그녀가 인간 관계, 특히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뜻대로 되지가 않는다. 리리코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사회에서 자꾸 밀려나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에 그녀는 너무나 괴롭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 생활에 실패해서 도피처로 "결혼"을 꿈꾼다. 나의 경우는 하나하나 간섭하시는 부모님에게서 벗어나고픈 생각뿐이었다. 빨리 내 가정을 가지면 더이상 간섭을 하지는 않으시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었다. <<우울한 해즈빈>>에서처럼 "결혼"이나 "육아"는 절대로 도피처가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리리코가 부모님에게 자신의 상처를 터트리는 장면이...그래서 많이 공감이 되는 것 같다. 융통성을 가지고 여러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리리코가, 마치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서.... 마냥 무기력해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이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닮아서... 그녀가 마치 나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 리리코의 미소는 잘 와닿지가 않는다. 왠지 그냥 좀 찜찜한 느낌... 리리코를 통해 나를 투영해 보던 소설의 마무리가 시원~한 결말을 내주기를 바랐던 것은 너무 큰 기대였던걸까? 앞으로 리리코가 어떤 삶을 살 지는 나의 몫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인지.... 확실히,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되기는 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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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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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시뻘게진다. 나...흥분 상태인 거다. 이야기에 깊이 몰두한 나머지 너무 감정 이입이 되어서 숨이 가쁘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책은 순정 만화 뿐이었는데..... 이 책, 어린 청춘 로맨스물도 아닌 30대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난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오래전부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읽어봤느냐고... 너무 재미있는 책이라고,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내게 말해주었다.  궁금했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재미있다고 하는 책은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지......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과연...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감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마치 시를 읽는듯한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다른 로맨스 책들처럼 뻔한 내용에 조금은 작위적이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끌리는 구석이 있다. 그건 아마 나를 포함하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주인공들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공진솔.... 내성적이고 사회생활에 능수능란하지 못하며 사소한 규칙이라도 당연하게 지켜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걱정하여 미리 방어막을 치고 숨어버리는 그녀! 꼭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사랑이 찾아왔을 때는 용기내어 먼저 다가가는 모습까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30대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주로 진솔의 마음을 따라 진행이 되기는 하지만, 건과 선우, 애리의 캐릭터가 매우 확실하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 그 어느 누구 하나 빠트려지지가 않는다. 선우와 애리의 사랑은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면 진솔과 건의 사랑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연애하면서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에피소드들이 있어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노래 가사를 비롯하여 건의 시나 현판 속의 옛시, 건의 쪽지 등을 통해 주인공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이 참 좋다. 대사 중에도 마음 깊이깊이 새겨놓고 싶은 어여쁜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메모해두기 바쁘다. 그런 말들은 이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내 마음 속에서 돌고 돈다. 공감되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랑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도...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 밑에 피는 꽃이나.... 그런 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 나, 그거 느끼거든요?"....405p

완벽한 사람도, 사랑도 아니지만 그렇게 내 사람과 내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어 좋다. 무엇이 옳은지 알 필요 없이, 때로는 잠시 쉬었다가 또다시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힘든 요즈음에 모처럼만에 가슴 떨려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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