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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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접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풍자'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야말로 '어리석음의 신'을 추앙하는 열혈한 신도?인 저자는 당시 사회의 지성과 상식으로 자리잡은 어느 면면을 살피고 이해하고 있으나, 이에 종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인물로서, 그 자유의 진면모를 이 책 속에 한껏 뽐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결국 독자들은 르네상스에 비추어 드러나기 시작한 어느 가치관과 현상 등을 이 내용과 비교하여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실제로 당시의 권위와 신앙에 비판적인 인식을 가지고 더욱이 널리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저술과 출판에 이르는 수 많은 부분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존의 가치관이 결국 새로운 가치관에 밀려 그 지위를 상실해가고 있었다는 흐름이 제일의 이유가 되지 않는가 한다.

꽉 막힌 독자가 아니라면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난해한 연설보다 농담 같은 얘기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나는 어리석음을 예찬하되 결코 어리석지 않게 예찬했습니다.

15쪽 서문

그러나 이는 그 시대에 있어서 어떠한 것을 '모독'하는 내용이다. 특히 오래도록 어느 문명과 사회와 질서의 기본이 되어온 어느 개념... 또는 '지성'으로 이해되는 영역을 과감하고 또 '농담을 섞어 모독'하는 것은 오늘날 자유의 의미를 제일의 기치로 삼는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도 그 만만치 않은 갈등과 논란을 야기시키는 행위이기도 하기에, 이에 생각여하에 따라 과거 중세에 있어 이것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각설하고 오늘날에 이르러 '우신예찬'의 내용이 비판적이나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이 되었다는 것은 결국 그 비판적 요소가 (오랜 역사 속에서)수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과거 중세시대 제일의 지성이 만들어낸 결과가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와 '면죄부'였다면 결국 이를 비판하지 않았을때 마주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은 과연 오늘날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러고 보면 비평과 풍자가 가지는 가치는 일반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반대'의 의미와는 다른 것. 이른바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에 있다고 생각이 된다. 실제로 이 책을 쓴 저자 역시도 지성인이며, 특히 다른 지성(인문주의)을 신봉?하는 다양한 지성인에게 있어 어떠한 영감을 주었다는 것은 이 책이 그 시대에 수행한 제일의 역활이였다. 그렇기에 이미 이성과 철학, 인문사회가 일반화된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서도 분명 이 책은 과거에 이 당연한 세상을 만드는데 큰 역활을 한 '혁신과 변화의 힘'을 담은 것으로 이해된다.

(...)내가 거부하면 그 즉시 나를 이단으로 몰아갑니다. 그들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그런식으로 겁을 주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166쪽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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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 고려의 흥망성쇠를 결정한 34인의 왕 이야기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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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국가인 고려는 결국 그 지도자 왕과 왕실 그리고 권력층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렇기에 한때는 찬란한 평화의 나날을 누리기도 했으나, 다른때는 외세와 국내의 난리로 인하여 국가의 안위와 백성의 삶과 목숨을 위협받으며, 그 지도자 나름대로의 자질을 시험받기도 했는데 이에 이 책은 단순히 어느 역사의 사실과 해석의 영역을 떠나,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심리학을 통해 역사와 그 지도자를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이 책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렸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각각의 왕들은 저마다의 출생과 환경, 그리고 앞으로 부여될 왕으로서의 책무에 대하여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왕권의 강화와, (거란)외세의 침략에 맞서 보다 가혹한 의무에 짖눌린 현종같은 경우는 그 개인사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흠을 잡을 수 없는' 뛰어난 자질을 보이며 고려 최고의 성군으로서 역사에 남았다. 이때 일반적인 심리학의 시선으로 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거나, 트라우마가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거나 하는 일반상식에 기댄다면 분명 현종은 규격 외다. 다만 34인의 수 많은 왕들이 오롯이 나라에 막중한 책임을 완수하고, 국가의 발전을 추구하며, 백성을 자비롭게 통치했다면 좋았겠지만, 역시나 한 인간의 천성이라 불리우는 '개성'의 영향을 받은 왕은 결국 그 장단점을 어떻게 통찰하고 반성하였는가에 따라, 그 개인의 삶 뿐만이 아니라, 고려라는 국가의 운명도 변화시켜 버렸다.

고려 왕 34명도 각자 내면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었다. 이 그림자를 '내면의 상처' (...) 이 책에서는 이러한 그림자를 심리학이라는 현대 이론으로 들여다보았다.

머리말

결국 왕 또한 인간의 그림자를 벗어던지지 못한 존재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신분과 시대를 떠나 모든 인간들이 저마다 하나씩 지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번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고려의 왕, 또는 스스로가 마주하고픈 문제를 안고 있었던 왕의 과거를 통해, 한번쯤 나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미친다.

물론 그러한 과거의 사건이 오늘을 살아가는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문제를 떠안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이를 극복한 사실이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에 있어서, 이 책의 '고려왕조실록'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여느 역사적 사실을 뛰어넘는 다른 교훈을 건내줄 것이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안전거리는 시행착오를 거쳐 터득된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심리적 임계거리가 있는데, 유능한 리더는 이 거리를 본능적으로 팽팽하게 유지한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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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채소, 정크푸드 - 지속가능성에서 자멸에 이르는 음식의 역사,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마크 비트먼 지음, 김재용 옮김 / 그러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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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드러내는 현대 식품산업의 문제점, 그리고 현대 영양학의 그늘 아래 자리잡은 여러 불균형에 대한 지적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소득격차에 의하여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대신하여 여러 가공식품을 섭취한 결과, 그에 따르는 질병이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제기 될 만큼 현대인들은 소위 '주방에서의 독립'을 이룬 이후의 그늘을 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요리' 와 '먹는 것'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외식문화와 즉석식품과 같은 일부 산업이 융성해지는 것 뿐이지, 현대인의 삶과 건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릴적부터 익숙해진 케첩의 맛에는 이는 사람들이 토마토의 본래의 맛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 가공식품속에 들어가는 대량의 설탕과 액상 과당, 정체를 알 수 없는 수 많은 첨가제, 그리고 그것을 안전하고 신선하다 소개하는 기업의 마케팅을 신뢰하는 것을 학습하고 또 익숙해지는 과정이 포함된다.

케슬러의 책에 따르면 기업이 만들려고 한 음식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매우 자극적이며 목으로 쉽게 넘어가는 것이었다. (...) 이들은 음식 축제를 창조해냈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다"

275~276쪽 정크푸드의 강요

물론 이것은 오래도록 식품을 생산해온 인류의 역사 속에서는 가장 다양하고 풍요로움을 실현해낸 '과학'과 '자본'이 융합한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들은 과거 왕족의 반열에 올라서야만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던 '달콤한 빵'(설탕이 듬뿍 들어간)을 가장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손 쉽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로움을 위해서 먹을 것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애써 외면하는 진실, 그리고 그 이익과 지분을 위해서 기업과 의학 정치에 아우르는 '권력의 중추'가 각각의 국가들의 국민들을 (불균형한)영양과잉 상태로 몰고 갔다는 내용을 접하고 있자면 결국 나 스스로부터 익숙해져버린 '현대인의 식탁' 자체가 과거의 신뢰를 잃고 변질된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수 많은 사람들이 '식품산업'의 그늘을 벗어날 수는 없다. 다만 이제 수 많은 사람들이 대량 가공식품의 간편함과 강렬한 맛 이면에 숨겨진 '단점'을 깨닫고 서서히 변화를 주문한다면 결국 기존의 기업들도 미래의 건강과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다. 실제로 친환경과 배양육 같은 실험적인 제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이제 본연의 맛, 올바른 영양학, 그리고 무엇보다 지구의 환경에 부담을 덜어주는 새로운 품종과 농업의 발전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전세계적 요구'는 하루 빨리 실현되어야 한다.

실제로 오늘날의 식품산업은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기후변화와 전쟁, 무역갈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에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이제 더이상 기존의 농업만으로는 '인류에게 안전한 식량'을 줄 수 없다는 것, 더욱이 생산의 밑받침이 되는 기반이 황폐화 됨으로서, 계속해서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하다.

산업을 혁신한다고 해도 음식과 식단을 고치지 못할 것이며, '올바른 식품을 구입하는 일'도 음식과 식단을 고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며, 그 가치과 목표에 도전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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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 - 2022 개정증보판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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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개인의 입장에 있어서도 '나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였나?'라는 평가(또는 기억)을 받는 것은 어쩌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때문에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가 국가와 국민에게 어떠한 '대표'였는가에 대한 인식은 단순히 한 역사의 인식을 넘어서, 이후 정치.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수 있는 어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에도 그 위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진보와 보수'라 불리우는 이념 사이에도 그 가치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매우 뚜렷하다. 때문에 이를 기억하고 계승하려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이른바 '공로와 과실'은 그 이념의 저울 사이에서 크게 기울어지게 된다. 물론 그 누군가를 어떻게 생각하고 기억하는가는 개인의 영역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국가와 국민을 대표한 인물이 보다 바람직한 역사적 사고에 의하여 정의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르는 최악의 결과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이에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범 국가적 혼란의 시대와 군부독재의 시대... 더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기본적은 권리를 침해하여, 부적절한 권력과 부를 행사한 자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치 권력'은 지금껏 수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의 '국민의 대표'를 마주하게 했다.

정치는 본래 시끄러운 것이고, 정치인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 정당의 팽팽한 대립은 역으로 국민의 힘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6쪽 개정증보판 서문

때문에 이 책이 소개할 역대 대통령의 모습은 당연히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맞물려 저마다의 (혹독한?) 면면을 드러내게 된다. 물론 이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행사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지금껏)국민 스스로가 대통령을 어떠한 존재로 생각했는가를 바라보는 나름이 척도로 보아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오래전 대통령은 나라를 대표하는 엘리트이자,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지휘하는 지도자와 같았다. 그야말로 국민들은 대통령을 의지하거나 두려워하며, 보다 뛰어난 군주상을 비추어보았고, 곧 그것은 국가의 경제적 성장과 부를 바탕으로 (정치적)정당성을 얻었다. 그러나 오늘날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조금 그 성격이 다르다. 더욱이 그러한 요구에 대통령과 그 정치세력이 얼마만큼 반응하는가에 따라, 현대의 정치적 균형은 보다 세심하고 또 급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정치와 국민 사이에 어느정도의 균형이 이루어진 것은 '권력'을 이해하는 것에서, 권력을 부여하는데 필요한 정의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것이 (비교적)성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책 속에 등장한 이승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는 수 많은 대통령의 총체적 행보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 이에 나는 그 의미를 국민의 입장에서 더이상 대통령을 '맹신하지 않는'자질을 기르는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과거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통령은 존경받는 것 이상의 지위를 누렸다. 아니... 그렇게 강제되었다고 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대통령은 권위적인 모습이 많았다. 그리고 국민이 감시하지 않는 환경에서 개인과 그 주변세력의 이익을 꾀하다 정도를 벗어난 부정을 자주 일으켰다.

이에 오늘과 내일, 미래의 '국가 원수'가 이를 극복하고 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닌, 그 국민 스스로가 변화를 일으킬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보다 올바른 민주주의 속에서 정치는 국민의 의지를 거스를 수 없다. 이에 국민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민주적이고 청렴하며 능숙한 인물'이 대통령의 표상이라 주장한다면, 결국 우리들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라도 정치와 대통령의 모습은 분명 과거와 다른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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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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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든다. 분명 돌아가신 조부모님은 일제시대 이후 해방과 (6.25)전쟁을 직접 겪었을 것이고, 나의 부모는 이후 군부 독재와 민주화 투쟁 와중 스스로의 삶과 가족을 위해서 온 힘을 다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때 그 이후의 배턴을 물려받은 '나'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흔히 나의 주변 세대는 앞서 말한 과거의 모든 것을 '역사'라 부르며 학습하고는 있으나, 조금만 그 생각을 비틀어보자면, 결국 이들 모두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이 직접 겪으며 거쳐간 매우 밀접한 (대를 이어간) 경험의 연속이기도 하다.

물론 나 스스로가 이 모든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자(또는 방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한반도에 있었던 어느 역사를 통하여, 그 해당 사건 속에 그려진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 당시의 인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부는 소설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그릇과 같은 역활을 맡는다. 이는 소설에 딱히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드러나지 않지만, 적어도 등장인물들의 기억과 행동 또는 서로간의 교류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역사의 흐름'을 마주하며, 과거 한반도에서 살았던 각각의 세대의 삶은 어떠했을지 그리고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그저 격동의 시대에 휩쓸려 저마다 꿈꾸던 모습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때의 비극과 안타까움을 바라보며, 이에 그 모든것이 '한국의 서사' 또는 흔히 '민초의 삶'의 가장 아픈 기억을 일부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것 같은 감상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한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 그게 널 위한 내 조언이야.

512쪽

각설하고 일본군 장교, 기생, 인력거꾼, 사상가, 한성거리를 어슬렁거린 왈패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과거 한반도의 어느 산과 계곡 또는 도시의 거리를 가득 매운 사람들이 모두 역사의 이름을 남길 정도의 인물이 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럼에도 당시 조선인으로서 가지는 '인식'과 '대의'는 결국 민중이 스스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여러 (독립)활동을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 되어 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은 결국 그 때의 대중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열망한 어느 '목표'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소설 또한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인식에 의하여 저마다 추구하는 바는 다를지 몰라도, 결국 그들 스스로가 지키고자 한 삶의 형태는 거의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에 그것을 인간의 정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딱히 정의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보다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분명 이들 사람의 마음이 우러나 행동한 다수의 배경에는 과거 전통적으로 많은 이들이 '아름답다' 말한 가장 한국적인 마음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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