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라파냐무냐무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유아 그림책 부문 대상 수상작 사계절 그림책
이지은 지음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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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 평화로운 마시멜롱 마을에 어느 날 시커멓고 커다란, 생김새가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생김새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이파라파 냐무냐무'만 반복해대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갑작스런 괴생명체의 출현으로 마을은 일대 혼란에 사로잡힌다. 잡혀먹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 마시멜롱들은 회의를 통해 열매공격을 시도하고, 잠든 동안 빨간 끈으로 칭칭 감아보지만 어림도 없다. 마지막으로 불공격을 준비하게 되는데, 한 마시멜롱이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단독으로 커다란 털숭숭이와 첫 대화를 시도한다. 과연 이 마시멜롱은 털숭숭이와의 교섭을 성공해 마을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일단 그림이 너무 예쁘다찬바람 불때 김성균, 마동석, 최무성 등 역대급 아빠라인으로 온 국민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핫초코 미떼'의 한 장면 같은 책표지에는 친아빠 맞나싶게 최강귀요미라인의 자녀들처럼 마시멜롱 군단이 다양한 표정으로 귀욤미를 발산하고 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엄마미소가 절로 나온다. 심지어 털숭숭이마저 사랑스럽다.
한편 '마시멜로판 걸리버 여행기'를 보는 듯한 이 책은 낯설고 우리와 다른 이에 대해 가지는 두려움과 집단의 무서움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와 다른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 이는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용감하게 먼저 손 내미는 마시멜롱 없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마을에 상처가 남았을 것이다.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용기있는 한 마시멜롱의 행동으로 그들은 털숭숭이의 상처를 보듬게 되고 돕게 된다.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으로 다같이 잘먹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까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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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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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150세, 300세까지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 있다. 치킨, 햄버거, 피자, 케익, 햇빛, 과도한 운동 등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된다. 매일 병원에 가서 피부상태를 진단받고, 그에 알맞는 처방을 받는다. 식사는 완벽한 영양을 고려한 뉴트리바면 충분하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선택받은 이들은 '라이퍼'로, 결함유전자들은 '비라이퍼'로 구분돼 모든 사회적 혜택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 당한다.

그런데 영원불멸의 삶을 약속하는 제3의물결을 앞두고 반란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라이퍼'들의 반란이냐고? 천만의 말씀! 의외로 반란은 '라이퍼'들 사이에서 점조직처럼 퍼져나간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성유전자로 분리돼 평생 관리 받으며 고기도 커피도 땀냄새도 여행도 없는 죽은 삶을 살아가야한다니. 감옥에 갇힌 듯 누군가에게 삶을 강요당하며 스스로 죽을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삶이 과연 진정한 삶인가 아니면 죽음보다도 못한 것인가.

전형적인 '라이퍼'의 삶을 살다가 작은 교통사고로 인해 감시대상자가 되면서 '수이사이드 클럽'까지 발을 들여놓게되는 '레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민 왔다가 '라이퍼' 장기이식의 부작용으로 심장만 뛰고 있을뿐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는 엄마를 지키는 '안야'. 이 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심리 묘사 덕분에 내 마음 역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갈피를 못잡고 오락가락해야 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결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웬지 속편이 이어질 것 같은 기대감과 함께 급 끝나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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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티볼! 일공일삼 61
박상기 지음, 송효정 그림 / 비룡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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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책이다.

"호정의, 기운을, 모아서!"
"저, 하늘로, 쏴라!"
6학년 고구마 선생님이 호정초 티볼팀의 구호를 외치는데 눈물이 핑 돈다.

그 순간, 본의 아니게 왕따가 된 예린이, 왕따가 되지 않으려고 아이들에게 무심한 척 하지만 마음 따뜻한 노력파 민지, 분위기메이커지만 욱하는 성격탓에 트러블메이커로 등극하는 찬욱이, 만능 스포츠맨 동수, 힘 센 우람이, 세형이 등 호정초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상처와 아픔과 어려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매년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는 호정초는 올해 1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티볼'경기에 나가게 됐다. 지역 학교들이 모두 참여해야하는 스포츠 대항전이라 맘대로 포기할 수도 없다.

티볼은 야구를 변형시킨 스포츠로 투수 없이 '티'위에 올린 공을 배트로 치고 1,2,3루로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구기종목이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반드시 반반비율로 참여해야 하고 선수 열 명 전원이 공을 쳐야 공수교대가 되는 게임으로 참여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몇몇 특출난 선수들로는 이길 수가 없는 팀 내 단합이 곧 승패를 결정짓는다.

한 편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호정초 5, 6학년 아이들은 서로의 실수와 오해를 보듬고 풀어가며 연습에 정진한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가 열린 날, 저 고구마선생님의 멋진 구호아래 아이들도, 지켜보는 학부모들도 나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경기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 그 자리에 무사히 다같이 선 순간 이미 호정초 아이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물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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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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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으로 근무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 온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 3대에 걸쳐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자는 철도원은 아니지만 그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공장 노동자, 이지산의 아들 이진오. 사실 이 작품은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4대의 삶을 고스란히 녹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들의 삶을 빌어 우리나라 노동 현실을,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왔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생을 온전히 투영해 내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역사소설과 구별되는 점은 남성 위주의 전통성에서 벗어나 인물 한 명 한 명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 특히 이진오의 증조할머니 주안댁에 대한 이야기에 폭 빠져들었는데 말이 철도원이지 말단 심부름꾼에 불과하며 무심하고 무신경한 남편 이백만 대신 집안의 생계는 물론 독박육아까지 거뜬히 해내는 원더우먼이었다. 실제로 여름이면 홍수가 나는 영등포 평지마을에 위기가 닥쳤을 때 가족들 목숨뿐만 아니라 동네사람들까지 살려내고 먹이기까지 했다는 신화같은 이야기가 고모할머니 이막음의 입으로 전해내려온다.

이진오의 할머니 신금이 역시 어릴 적부터 사람의 앞날의 점치는 신기를 가진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그에 반해 할아버지 이일철은 어릴 적부터 모범생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 이백만의 기대에 부응하며 철도원 양성학원에 입학하며 나름 당시 조선인으로서는 엘리트조직의 끄트머리에 입성한다.(그것도 조선사람끼리나 그렇지 여전히 일본인들 밑에서 일하는 하급인생일뿐이다.) 이지산에 대해서는 아버지 이일철을 따라나섰다가 포로생활 후 다리 하나를 잃은 채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묘사돼 앞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진오. 그는 첫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해고 노동자로 굴뚝에 올라가 홀로 복직 투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는 회사와의 협상을 생각하며 그는 건강을 생각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잠. 그런 그에게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그들의 삶에 자신을 비춰보는 시간 또한 하루 일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책 전체의 3분의1에 해당하는 200페이지 정도 읽었을 뿐인데, 장편소설이 아니라 대하소설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아버지 이지산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고공농성 100일째인 아들을 찾아온 어머니가 여느 어머니와 달리 아들을 말리기는 커녕 잘 먹고 잘 버티라는 말을 남기는 대목에서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이진오의 어머니 윤복례의 삶을 알고싶다. 빨리 6월 1일이 돼서 온전한 완성본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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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정글의 법칙 14 : 멕시코 편 정글의 법칙 14
김난영 지음, 이정태 그림, SBS 정글의 법칙 제작팀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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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답답한 집콕생활은 잠시 잊고 에메랄드 빛 카리브해와 해적선, 황금빛 문명이 가득한 멕시코 여행을 떠나보자.

오랜만에 주니어 김영사 '정글의 법칙'이 시즌3로 돌아왔다.
생존의 달인 '족장'과 뮤지컬 황태자 '오만', 인영, 탄식, 유광, 다슬 등 개성만점 여섯 명이 뭉쳐 태고적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환상적인 나라, 멕시코로 14번째 탐험을 떠나게 된다.

악마PD가 준비해둔 미션을 완수해가며 유카탄반도의 아름다운 '세노테'도 보고 마야문명의 후손 '라칸돈족'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전통의상 '지쿨'을 입고 그들의 생활도 체험한다.
카리브해가 해적의 주요활동지였던만큼 족장은 해적유령삼형제를 만나 그들의 오랜 한을 풀어주기도 한다.

둘째녀석은 이미 몇 번씩 읽고서도 엄마가 책을 펼쳐들자 등뒤에서 넘어보며 재미있어 한다. 나 또한 신나게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끝나있어서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내 평생에 멕시코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알게 될 날이 있을지도 생각 못했다. 심지어 영화 탓인지 총잡이들의 천국, 무대포 총질 난사같이 무시무시하고 털복숭이, 배불뚝이 같은 이미지만 떠올렸던 내가 멕시코에 대해 완전히 생각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다. 나도 죽기전에 카리브해의 눈부시고 쨍한 햇빛을 받을 날이 올수 있으려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본다.

코로나 여파로 이책의 원작인 9년 장수프로그램 SBS의 TV프로그램 '정글의법칙'도 해외촬영이 어려워져 무기한 휴지기에 들어간다니 대신 이 책으로나마 위로를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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