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의 마이 옵티멀 다이어트 - 살찌지 않는 몸을 위한 최적의 식사 전략
박용우 지음 / 김영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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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살아온 시간의 절반은 다이어트를 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데도 아직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있다면, '마이옵티멀 다이어트'를 보고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정말로 하루 식사량이 그리 많지 않다. 예전에는 많이 먹으려면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먹는 것도 잘 안되는데, 전보다 적게 먹으면서 체중 조절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노화 탓을 하고 싶지만 결국 나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결과가 몸으로 나타난 것이 맞는 것 같아 탓할 것은 자신 밖에 없을때 '살찌지 않는 몸을 위한 최적의 식사 전략'과 "많이 먹어서 찐 게 아니다, 잘못 먹어서 찐 것이다"라는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국내 비만 치료 1인자라는 수식에 빛나는 박용우 박사가 제시하는 솔루션이라니. 읽어볼만 했다. 

 먹는 것을 그래도 좀 가린다고 생각했는데, 음료를 마실 때 단맛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설탕 중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갈비찜, 양념치킨, 떡볶이 같은 자극적인 맛의 음식들을 좋아하는 입맛에는 이미 설탕이 가득 채워져있었다. 식탁 위에는 항상 간식이 놓여져 있는데, 식사를 조금 하고 나서 심심하다는 이유로 빼먹지 않고 간식을 챙기는 습관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새벽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는데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 식습관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늘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것이 낫다며 식탁을 넉넉히 채웠는데, 하물며 비타민, 유산균, 밀크시슬, 루테인 같은 것들도 몸안에 꼭꼭 채워넣었는데 과잉도 염증을 유발한다니 이래저래 찔리는 것들이 많았다. 

 단백질, 식이섬유, 필수지방산. 이 구분 안에 드는 식단표를 유심히 보며 그동안 뭘 지나치게 먹고 뭘 간과했는지 헤아려보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들 대부분은 탈락하게 되는 결과가 아쉽지만 대신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사실이 명확했다. 단백질이니까 괜찮다며 먹었던 소고기, 돼지고기들은 영양소 밀도가 간당간당하면서 에너지 밀도가 너무 높았다.(102) 장바구니에서 냉동만두와 과자, 잼을 빼면서 두부, 버섯, 새우를 대신 담는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허하게 빠져나가는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입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콜렛을 한두알씩 먹곤 했는데 이조차도 중독(180) 증상이라고 하니 이것들을 사서 먹고싶다는 식욕(163)과 구매욕이 생리적인 것인지, 감정적이거나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서인 것인지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았다. 

 과자를 정말 오래도록 너무 좋아하는데 초가공식품에 감자칩(222)이 있는 것을 보고 말로만 다이어트를 하고, 식사량을 조절한다고 해놓고 간식을 배로 먹었던 무절제한 습관이 제대로 찔렸다. 바로 운동과 병행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공복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며 탄수화물, 당, 술, 밀가루 음식을 피하는 옵티멀 다이어트 4주 리셋 프로그램은 따라해볼만하게 생각됐다. 특히 밥을 매끼니 챙겨먹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은 인상적이었다. 연말 모임을 앞두고 한층 건강해진 대사로 관리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11월이 지나기 전에 옵티멀 다이어트 법을 참고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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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레볼루션 -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
이희옥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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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나라 안팍의 관심을 집중해서 받은 APEC의 뉴스를 보면서 결국 머리속에 남은 것은 '깐부치킨 그렇게 맛있나'하는 단순한 생각뿐인 것이 스스로도 안타까웠다. 세상에. 읽어볼까 말까 고민했던 '미중 관계 레볼루션'을 읽다가 덮어둔 것도 한심스러운데 이정도면 정신차리고 다시 제대로 읽어야 되는게 맞지 싶어 책을 잡았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야 할까,를 깐부치킨 맛있나 대신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겨레출판의 신간 '미중 관계 레볼루션'을 찾아보자. 

 트럼프의 재당선 이후 세상은 미국의 행보에 매번 놀라움을 경신해야 했다. 세계적으로 우경화되고 있는 정세도 불안과 긴장을 유도하고 있지만, 급작스럽게 때려지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국제 기구 협약 탈퇴 움직임은 당장 발등앞에 놓인 불길이 되었다. 와중에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기술, 경제 격차를 좁혀나가며 거대하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홍콩에 가해진 무력 진압의 충격이 생생한데 여전히 주변국(161)과 내부에 대한 압박마저 거세다. 그냥 상대하기도 난감한 '양 국가가 '상대편에 배팅하지 말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160)'는 와중에, 우리나라 내부마저 미국이 우리나라를 구해주리라 기도하며 중국이 우리나라를 망치고있다는 음모론에 휩싸여 시위를 하는 사람들로 어지럽다. 

 이 두 나라의 패권 경쟁 속에 끼여있는 한국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현상 진단과 생존 처방을 정치 외교 경제 기술 분야 전문가 4인의 대담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미중 관계 레볼루션'은 주제에 비해 읽기 편하다. 대담집을 접할 일이 많지 않은데 처음 읽고 결국 다 읽지 못한 '평행과 역설*'에 비하면 친절하기가 선녀와 다름없다. 그러니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포기하지 않고 흐름을 파악해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부담을 내려놓고 '미중 관계 레볼루션'을 선택해도 좋겠다.    

 " 예전에는 그래도 선택의 여지를 줬다면, 이제는 '모 아니면 도'입니다. 우리가 구축한 생태계에 들어오든지 아니면 우리의 적이 되든지. 현재 미국의 동맹국인지 우방국인지, 지금까지 미국과 얼마나 친한 나라였는지는 이제 큰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4차 산업 혁명으로의 이행 단계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가르는 결정적 순간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판단에 기초하느냐가 앞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135" 

 이번 APEC 이후로 조금 변화를 보이는 양국과의 관계를 보면서 민감한 시기에 최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결과를 만들어낸 회담이 오간듯해 APEC 개최를 두고 AI 기본원칙, 데이터 접근성, 기후위기, 국가안보 등(202)의 주제로 기대하는 바를 제시했던 대담자들은 이를 어떻게 평가했을지 궁금해졌다. 번쩍이는 금관을 선물로 준 일을 두고 미국 내에서 꽤 큰 조롱과 비난의 소리가 있었다. 그 힐난이 지금 미국의 행보를 결정짓는 사람에게 또다시 권력을 손에 쥐어준 표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 행보 앞에서 적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했는지 판별하는 자성의 소리보다 적다는 점이 씁쓸하다. 국가에 대해서는 오직 한가지 정답밖에 남지 않은 듯한 중국과 별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 결국 인간의 욕망을 다룰 수 있는 산업이 바로 미래 산업 같아요. 성적인 욕망,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 오래 살고 싶은 욕망,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중략... 인간의 욕망과 필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미래를 발견하려는 노력, 이것이 훗날 한국의 저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56" 

 책에서는 국제 정세의 현상 분석과 문제 제기 뿐 아니라 방안도 제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미국보다 중국의 발빠른 선점을 크게 주목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산업에 투자하고 육성해야할지 깊이있는 모색과 장기적인 연계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 불안정한 정권이 끼어 낭비된 시간이 아쉽기도 했다. 입이 바짝 마른다는 표현이 종종 나올 정도로 현 상황에 대해 큰 위기감을 가지고 토로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대처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공감하며 읽었다.  

 *평행과 역설 2003. 에드워드 사이드, 다니엘 바렌보임 /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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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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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학이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에게 흥미와 도전을 안겨 주는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해요. 바다와 기후, 자연을 연구하는 일은 언젠가 우리가 마주할 큰 문제들 앞에서 꼭 필요한 기초가 될 겁니다. 220" 

친절한 어조의 자세한 설명을 눈으로 따르다보면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깊이 빠져들듯이 매료된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이지만 바다에 대해 어떤 것을 알고 있느냐고 한다면 짜고 거센 파도와 발이 빠지는 모래 같이 일부에 지나지 않는 바다에 대한 이미지 정도 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요즘은 바닷물 온도가 달라지면서 포획되는 어종도 달라지고(106) 해초류의 양식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던가, 해파리를 발견해서 국립수산과학원에 신고하면 무드등을 준다고 했던가, 어디까지나 바다를 이용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 시선 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사랑하는 대상이자 지키고 싶은 대상(7)으로 바다를 깊이 탐구하는 시선을 공유해보니 새로운 재미가 느껴져 신선할 뿐 아니라 바다와 사람까지도 다르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깊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이 다 파헤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반대의 공간인 우주와 비슷하게 놓여진다. 그간 여러 영화에서 고립, 낯선 생명체, 기후위기(190) 같은 공포 요소로 심해를 사용해왔는데, 이런 심해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 "수심이 2m든 6,000m든, 어차피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건 마찬가지(33)"라고 답하는 부분에서 웃음과 함께 깨달음이 솟았다. 이런 마음가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내려갈 용기가 생기는거구나. 더불어 공포로 연상된 심해와 우주의 연결고리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으로도 함께 이어져 '행성해양학' 분야로 연구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물고기가 생선이 되는 것은 아닌 이유를 쉽게 설명해준 '생선인가, 물고기인가? (74)'의 내용이 반가웠는데, 알 것 같기는 한데 설명하자니 난감했던 궁금증을 내심 품고있던 주제라 머리부터 꼬리까지 꼭꼭 씹어먹듯 읽어나갔다. 물고기를 두고 생선구이 순위표를 그려넣고 입맛만 다시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적 진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새로운 시선을 남겨주었다. 어른이 보기에도 멋진데 만약 아이들이 '바다에 미래가 있다'를 읽게 된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미래도 바다에 심어두고 싶어져 해양과학과 관련된 꿈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졌다.  

" 사람들은 과학자라고 하면 늘 멋진 걸 발견하거나 발명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은 '실패'의 연속이에요. 예를 들어 바다 생물에서 새로운 물질을 찾기 위해 수개월 동안 분석했는데, 이미 누군가가 발표한 물질이면? 그 시간은 그냥 '꽝'이에요. 실험실에서 몇 달 동안 분자 하나를 합성하다 마지막에 구조가 안 맞으면? 역시 '꽝'이죠. 
그래서 과학자에게 실패는 일상입니다. 처음엔 속상하고 자존감도 흔들리지만, 점점 '실패는 과학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게 돼요. 182" 

물론 책을 읽으며 솟아난 희망을 다시 잠재워줄만한 내용도 나온다. 바다를 연구하는 일이 이야기를 전해주는 대로 보는 것만큼 모험과 도전만으로 이루어져있지 않다는 것, 심각한 기후위기가 바닷속에서도 유의미하게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준다. 특히 바다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를 전하는 내용들은 단순 식탁의 위기로 체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처음 책을 읽으며 이런 세상이 있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상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눈을 떴다면, 책을 덮을 땐 그렇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할까로 방향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살펴보니 '바다에 미래가 있다'는 창비청소년문고의 45번째 출간도서였다.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친절하고 매력적이라 창비청소년문고에서 그간 펼쳐낸 다양한 교양서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다른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뿐을 위한 내용 뿐 아니라 노동인권, 경제기초, 화장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오랫동안 출간되어 온 시리즈였다. 특히 '똑같은 빨강은 없다(창비 청소년문고 32)' 같이 미술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책은 화장품 색조계의 기조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는 문구와 닮아 흥미로우면서, 어른이 보기에도 유익하다는 평이 함께 해 같이 추천할만 하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까지 넓게는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불투명한 미래 앞에 놓인 고등학생까지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어른의 마음에도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니 청소년들에겐 더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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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쓴 가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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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가을아. 너 말할 줄 아는 거 다 알아." (33)" 

'안경을 쓴 가을'은 묘하다. 그 안에서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빵을 굽고, 티타임을 가지며, 마치 사람처럼 거리를 산책한다. 그리고 집을 떠나는 형을 대신해 안경을 쓰고 형인 척하는 강아지 '가을'이가 있다. 귀여운 상상의 세계가 재밌으면서도 대체 어떻게 된 세상일까 어리둥절해진다. 

동물들은 거리에서 소리 지르고 사람들에게 시비를 거는 할아버지가 드물게 찾아오는 가족들에게만은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안다.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에게 소시지를 나눠주는 연인이 때로 다툰다는 것을 안다. 가족들은 안경을 쓰고 옷을 입은 강아지 가을이가 형인 척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생일 축하를 하고 함께 시장을 가지만, 학교 친구들도 아무도 가을이와 형이 바뀐 것을 모르지만, 오직 동물들만이 가을이 강아지임을 알아본다. 

사람들에게 있는 여러 모습을, 오히려 사람들은 몰라주지만 동물들은 지켜보고 있다. 가족과 친구들은 모르는 사실을 지나치는 동물들과 우연히 만나게 된 타인들은 눈치챈다. 형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형인 척하는 가을이를 알아본 고양이, 겨울이가 누나를 따라 집으로 들어온다. 가을이는 자신의 정체를 아는 겨울이가 불편하고 겨울이는 사람 행세를 하는 가을이가 수상하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감하고, 가을이와 겨울이의 관계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보인다. 

같은 학교 여자아이가 귀엽다고 했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되어보고 싶었던 형은 집을 떠나 놀이공원, 박물관, 뮤직바, 바닷가를 헤맨다. 길에 버려진 강아지가 새로운 가족을 찾고, 길 위의 고양이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환상적인 세상답게 형의 여정도 무사히 흘러간다. 중학교 2학년인 형의 짧은 외출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186)'는 교훈과 함께 마침표를 찍는다. 형이 왜 집을 떠났을까 하는데에는 중학교 2학년이라는 시기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가까이, 내부에 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떨어져, 외부로 떠나고 나서야 느낄 수 있다는 거리감과 바라보기, 바로보기를 느낄 수 있다. 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형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겨울이가 산책을 통해 보는 다른 사람들과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처럼, 산책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낙엽 가득한 가을을 배경으로 다가올 겨울까지 계절을 한껏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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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난 17번의 대만 여행, 그리고 사람 이야기
이수지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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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중 하나이다. 가깝고, 음식이 맛있고, 여행지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선이 편리하고 안전하며, 사람들이 친절하다. 그래서 '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를 봤을 때 정말 대만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만에서 만들어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자라고, 최근까지도 풋풋한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몇편 만날 수 있어서 일까, 대만하면 떠올릴 수 있는 키워드에 다정함과 친근함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동안 17번 대만을 여행했다고 하는데 책에는 여행과 함께 '사람 이야기'를 담아내 더 궁금하고 마음이 끌렸다.  

주로 대만하면 떠올릴 수 있는 예스진지를 방문하거나, 101타워, 중정기념관, 야시장 같은 곳을 구경하며 타이페이 안에서만 머물렀는데, 가장 최근의 여행에서 근처 온천 마을인 우라이에 다녀온 것을 빼면 단조로운 여행을 했던 것 같다. 에필로그에도 짧게 언급된 우라이(250)는 가는 길이 구불구불해 험난하지만 그 풍경만큼은 감탄을 자아내는 온천 마을로 일정이 된다면 꼭 찾아가볼만한 곳이다. 내가 이렇게 재미없는 여행자였던가 싶어지도록 그동안 전형적인 여행지만을 다녔던 것에 아쉬움이 생겨날 정도로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장소들을 보며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대만이라는 나라에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대만은 많이 가보았으니 한동안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보리라 생각했던 마음이 달라졌다. 특히 타이중이나 르웨탄의 풍경(127/133)의 여유로움이나 타이난의 월세계지경공원(215)의 독특한 풍경이 마음에 들어 아름다운 사진 속 풍경 안으로 걸어 들어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지금껏 대만으로 다섯번 이상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데, 갈 때마다 친절한 대만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어느 여행지보다 사람들이 친절하게 다가와 먼저 도움을 주려고 해서 고마웠던 좋은 인상이 남아있다. 핸드폰을 들고 길을 찾을 때도 선뜻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와주고 목적지까지 같이 걸어주기도 하고, 코인로커 앞에서 사용법을 찾을 때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가와 도움을 주기도 했다. 먼저 다가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선의인지,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들을 지하철과 거리 곳곳에서 마주할 때마다 새삼 느끼기 때문에 대만 사람들의 이런 면모는 경험할 때마다 고맙고 배우고 싶은 점이라 여겨졌다. 어느 곳이든 사람이 친절하면 그 장소에 대한 기억이 몇 배는 더 좋게 남는 법인데, 그래서 자꾸 대만을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대전에 갔을 때도 그랬는데, 큰 대자를 붙인 지역 사람들은 마음도 넓어서 그런가, 하는 한가로운 생각도 문득 들었다. 

대만에 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맛있는 음식을 꼽는데, 갈 때마다 반드시 딤섬과 곱창국수를 먹었다. 이 두 음식은 대체 할 수 없는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또 대만에 간다해도 반드시 다시 먹을,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해줄 대표적인 음식이다. 지난 번에는 여행 시기가 맞아서 석가를 먹어볼 수 있었는데 달콤함이 인상적이라 굳이 마트에 들러서 사먹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책에서도 석가 씨를 거르며 귀찮아도 사먹게 되는 매력(231)에 대해 토로하고 있어 공감하며 웃었다. 

물론 대만 여행에도 단점은 있다. 더운 시기에는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찜통에서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오래되어 아름다운 골목과 거리 풍경엔 그만큼의 불편함도 있다. 게다가 날씨 탓에 모기도, 특히 바퀴벌레도 많다. 저녁과 오전에 길을 걷다보면 손가락만한 바퀴벌레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심심치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여행객들의 것임이 분명한 비명도 가끔 들려온다. 하지만 대만은 정말 매력이 넘치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기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를 따뜻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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