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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몽골 - 고비사막, 타왕복드, 홉스골, 사진작가 시즈닝그라피의 몽골 여행
차은서 지음, 김창규 사진 / 푸른향기 / 2025년 5월
평점 :
나의 사막 타령은 십년이 넘었다. 사실 그 사막 타령의 근본은 n십년전 이집트부터 시작되었는데, 몽골은 그 사막 타령의 가장 현실적인 목적지가 되었다. 비슷한 타령으로는 극지방 타령, 오로라와 펭귄 타령이 있다. 이 타령이 너무 오래되어서 이제 목적지에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너무너무 부러워서 질투가 날 지경이다. 일곱번의 몽골 여행이라니, 몽골 여행 총량이 이란 것이 있어서 한 사람이 일곱번 몽골을 다녀오면 나머지 여섯명은 혹시 못가게 되는 것일까. '그럼에도 몽골'의 표지만 봐도 질투를 안할 수가 없었다. 몽골에 다녀온 것도 부러운데 이 포토제닉한 낙타라니. 나만 없어 낙타.
여행은 수학여행 이후로 자유여행 외엔 단체 행동을 쳐다도 보지 않았었는데 몽골,하면 가이드가 함께하는 단체 여행 말고는 생각해본적이 없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감각이었을까, 책을 보다 놀랐다. 제네바 협약과 비엔나 협약(19)이 이런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었다니. 저자가 제시하는 몽골 여행의 기본 조건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역시 딱 나야 중얼거리면서도 몽골에 대해 뭐 하나 아는 것이 없었구나 싶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는 것을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초반에 낯선 사람들에게 엉덩이 까이는 생리현상에 대한 얘길해서 일까, '그럼에도 몽골'을 너무나 새롭고 재밌어서 자꾸만 다음 페이지로 시선이 옮아갔다.
'너에게 당연한 게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야'는 말이 종종 나오는 상황들도 재밌다. 당연히 몽골에서의 생활과 많은 것이 다르겠지만 '화장실에서 노래를 불렀어야지(45)', 하거나 먹고 남은 과자를 잘 정리해두지 않으면 회색 손님이 찾아온다거나(83), 대부분 결혼을 일찍한다는 것이(268) 두드러졌다. 하지만 닮은 점들도 있었다. 우리 농가에서 어린 소에게 옷을 입혀주는 것처럼 옷을 입은 하네크들을 만난 이야기(282)나 고시레와 비슷하게 술을 마시기 전 땅에 몇방울 흘리는 것, 이름에 쓰는 돌림자(209)도 비슷하다. 더불어 몽골 사회에 여기저기 스며든 한국문화가 반갑고, 무엇보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친숙한 외모가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몽골'을 읽으면 읽을수록 몽골이 더 가보고 싶어지고 좋아졌다. 몽골의 풍경들이 멋진 탓도 있지만 사진을 잘 찍어서 몇배로 멋져보인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몽골을 이만큼이나 많이 다녀온 작가도 아직 몽마르다고 하는데, 원래부터 몽골에 가보고 싶었던 몽골 타령인의 마음은 얼마나 몽골몽골 해졌겠는가. 몽골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그럼에도 몽골'을 몇 장 넘겨보면 점차 빠져들게 될 것이다. 몽골 특별 사진집이나 다름 없는 멋진 몽골 여행기 덕분에 반드시 몽골을 가보기로 마음 먹는다. 기다려, 몽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