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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2500년을 초월하는 논어 속 빛나는 가르침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평점 :
독특한 책이다. '공자가 AI시대를 산다면' AI랑 토론을 벌였겠지 싶은 생각이 먼저 드는 제목이다. 각각 인 의 예 지를 뜻하는 사람, 올바름, 관계, 배움이라는 네 가지 주제와 저자가 별도로 엮은 '그리고 삶'이라는 다섯번째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초반 '인'의 내용에서 AI시대에 대해 얼마나 몰입하여 다뤘는지 어딘가에는 공자를 지*리 그림체로 그려달라는 내용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삶 전반의 내용을 넓게 담아 균형을 잡았다.
책의 첫인상은 시대에 맞는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 둘이 잘 융합될 수 있는 주제일까 염려가 앞섰는데, 그럼에도 내용이 궁금했던 까닭은 예전에 공자와 현대사회에 대한 수업을 통해 고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고전만이 줄 수 있는 깊이와 이해를 오래도록 기억해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더 많은 시간이 지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현시대에 접목된 공자를 다시 만난다면 이번엔 어떤 기억을 남기게 될지 기대되었다.
'인'의 시작은 최근 생각했던 '미래'에 대한 주제와 엮여있었는데, 왜 미래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디스토피아인가, 왜 대부분의 작품들이 인공지능과 로봇,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미래로 다루고 있을까 사람과 기계 장치, 안드로이드, 사이보그의 구분은 무엇으로 해야할까 같은 질문들을 떠올린 후여서 첫 시작부터 이를 공자의 '인' 사람다움과 접목시킨 관점이 흥미로웠다.
'의'의 내용은 '멀리 내다보기(102)'나 '착한 거짓말은 없다(116)'같은 근본적인 마음가짐과 태도를 연결한 내용을 기대했는데, 주로 순수학문을 하는 학자들의 연구와 논문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룬 점은 아쉬웠다. 그보다는 현대 사회에서 교육의 부재, 붕괴 현상과 더불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다뤄주었으면 더 좋았겠다.
'예' 단락으로 넘어가면서는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초반에는 AI시대와 접목한 내용이 많았는데 부모님과의 일화(167,171) 등 좀 더 보편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 오히려 딥페이크(130)와 함께 소개한 내용은 다소 낙관적인 마무리가 아쉬웠는데, 개인적 경험을 담은 부분들은 더욱 마음에 와닿는 면이 많아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이었다.
'지'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꼽혔나 살펴보았는데, "'위정' 편의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가 가장 먼저 나와서 반가웠다. 챗GPT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잠깐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사람이 메타인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챗GPT에게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정직한 것이 진정한 앎이고 답이 된다는 것을 학습시켜 거짓 대답을 방지하는 것과 연결지었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마지막 단락인 '그리고 삶'에서는 다양한 주제가 나오는데 술과 남을 평가하는 것, 잘못된 정보에 대한 자세, 직장 생활 등 살아오면서 경험으로 정말 다루고 싶었던 내용을 채워넣었음이 엿보였다. 그 전까지는 기본기를 다뤘다면 여기선 실전을 준비한 느낌이다. 읽다보니 75가지나 되는 논어 구절을 언제 다 읽었나모르게 지났다. 고전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도록 AI라는 소재를 끌어와 논어와 접목시킨 시도가 새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