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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0
김선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 "부딪혀야지. 부딪쳐도 깨지지 않도록 널 단단하게 만들어야지. 지금은 이 아이가 입김만 불어도 날아가게 생겼잖아. 네가 널 지켜 줘. 땅에 딛고 선 두 다리에 힘주고 눈에도, 가슴에도, 손가락에도 힘을 빡 주고 계속 널 지켜 내는 거야. 널 욕하고, 때리고, 힘들게 하는 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거야. 처음에는 힘들 수 있어. 하지만 갈수록 나아질 거야. 약속해. 오늘부터 널 지켜 내는 연습을 하면 시간이 지나 네 앞에 어떤 멍청이가 나타나도 너는 깨지지 않을 수 있어."
아, 그렇구나 지켜 줘야 하는 거였구나. 마음이 부서지려고 할 때, 나쁜 마음이 날 잡아먹으려고 할 때, 내가 날 지켜 줘야 했구나. 204"
스티커와 저주? 요즘 스티커하면 다이어리 꾸미기만 떠오르는데 저주와 나란히 놓이니 어쩐지 어색했다.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 MZ식 부적이 스티커 같은게 되려나? 이런 궁금증을 품고 읽기 시작했다. 첫 의뢰 내용을 보고그만 시루야, 하다가 시루 선생님!하고 부르고 싶어졌다. 꼴보기 싫은 직장 동료를 제거하는 의뢰비용이 30만원이라니? 심지어 5명 정도 되는 인원을 살짝 손봐주는(?) 비용도 80만원이다.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정도 비용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정신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 이 아니라, 남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저주를 하는 나쁜 행동은 본인의 정서에도 좋지 않으니까 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하자.
주인공 시루는 민속학자인 엄마 몰래 손에 넣게 된 저주책과 칠보로 장식 된 펜을 가지고 저주의 내용이 담긴 스티커를 만든다. 공부는 잘 못하지만 셈과 인터넷은 잘하는 시루는 이 스티커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생각해냈고, 사용자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에서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몇백까지 가격을 붙여 저주 판매를 시작한다. 시루는 나름 기준을 세워 저주를 판매하지만 저주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악의와 거짓을 목격하고 저주팔이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때 사람들에게 붙은 저주 스티커를 떼어내는 아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저와 마찬가지로 혼자 밥을 먹는 소우주였다. 만든 사람과 붙인 사람 외에는 볼 수 없는 저주 스티커를 볼 수 있고 떼어낼 수도 있는 우주의 등장과 함께 스티커에 얽힌 과거와 반작용이 드러나며 시루의 갈등도 깊어진다.
고등학생인 시루와 우주에게 맡기기엔 너무나 큰 사건으로 일이 번져가지만 나름의 용기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무모함은 한 편의 모험 동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상이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반쯤은 빈말인 가슴속의 상처를 쏟아내던 시루는 정말 세상을 흔들만한 저주의 위해 앞에서,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앞에서 치기어렸던 마음을 정리하고 한층 성장하게 된다. 저주가 모이면 큰 재해가 일어난다는 '스티커'의 설정은 얼마 전 보았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혼문'과 비슷해보였다. 이쪽은 반대로 긍정적인 힘이 모여서 세상을 지키는 '혼문'이라는 방패막이 생긴다고 했는데, 저주가 모여 재해가 되는 것도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과 비슷한 이미지로 떠올리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스티커'는 흡입력마저 접착력 못지 않은 소설이다. 어떤 내용인지 살짝 훑어볼까 하고 잡았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음 장, 다음 장 넘어가다 다 읽어버렸다. '저주는 스릴, 쇼크, 서스펜스!' 이 모든 것들을 다 챙겨 넣은 고자극, 꿀잼 보장 청소년 소설이 등장! 초판 한정으로 책꾸 스티커도 증정하고 있다. 사실 스티커 실물 보고 약간 제작 감성을 의심하긴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면 조금 귀여워보이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시루랑 우주 얼굴 말고 개미떼랑 구름, 스마일 넣어주시지! 다크웹 저주 구매 작성 양식 넣어주시지! 하지마요, 가까이 오지 마요, 말 걸지 마요 스티커 만들어주시지! 하고 아쉬운 마음도 남았지만, 책표지는 이미 잘 꾸며져 있는 관계로 스티커는 잘 보관해보기로 한다. 저주의 신이 퍼트린 저주책이 아직 더 남아있다면 또 다른 이야기로 '스티커'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가득찬 재미와 반전, 약간의 감동까지! 모두 담은 '스티커'를 여름과 함께 할 청소년 도서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