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코믹스 세트 - 전3권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코믹스
애니메이션 제작 : 명필름 오돌또기,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엮음, 원작동화 황선미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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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이런 표현을 쓸 것이다. '진흙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다!'하고. 좀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 표현은, '조개를 먹다 그 안에서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처음 읽었을 때, 바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약 십년쯤 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서점에서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제목의 책을 집어 들었다. 제목을 보고서 외국 작가의 소설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정확히 기억난다. 그런데 주인공의 이름을 보고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표지를 살펴보니, 한국 작가의 작품이어서 의외였었다. 무지한 독자가 황선미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첫 순간이었다.

 

 흥미위주로 한두쪽 읽다가 이 책의 내용에 빠져들어가 버렸다. 한동안 서가에 서서 읽다가 결국 이 책을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읽던 책의 값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그 날 밤 정신없이 책을 읽었다. 한번 읽기 시작하니 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눈물도 조금 흘렸던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우연히 발견한 숨은 보석을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고 오직 나만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그 빛을 스스로 드러내기 마련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은 감동과 재미를 주는 작품으로 어른과 아이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에 이른다. 원작의 거칠지만 정감가는 삽화들을 보다가 화려한 색감과 깔끔한 캐릭터로 변신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보려니 영 낯선 느낌이 있었다. 차라리 원작의 그림을 좀 더 살렸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보기에는 새로 태어난 애니메이션 형식이 더 좋았을 것도 같다. 그리고 만화책으로 다시 나온 책을 살펴보니 캐릭터들에게도 슬슬 정감이 가기 시작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만화로 다시 나오게 되어 좋은 점 중 하나는, 아이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을 것이란 기대를 낳는 것이다. 서가에 있는 책 중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만화로 되어 있는 지식책 시리즈들이다. 지식책들도 그 안에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만화로라도 읽는 것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만 웃음과 감동 등 감정의 여러가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화로라도 아이들이 선택하여 읽는다면 평소에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어 더 좋을 것이라 생각됐다.

 

 또, 다양한 연령층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원작이 다소 긴 분량의 문학작품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쉽게 선택하여 읽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면 만화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접근이 더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총 3권으로 나뉘어져 나왔는데, 길지 않은 분량으로 정리 된 내용이 그림과 함께 담겨져 바로바로 읽기에 쉽고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도 만화책은 좋아하는 경우가 있으니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원작이 주는 깊이감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다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작품의 행간을, 문장과 문장 사이를, 잠시 멈추어 머리속으로 그리는 인물들의 마음과 행동을 가슴으로 한 번 더 새기는 시간이 없이 주어진 장면과 대사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완독하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라 여겨진다. 만화로 된 지식책에만 관심을 갖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책이다. 만화로 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먼저 만나게 해주고, 그 뒤에 원작품으로도 책을 읽게 해준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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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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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is is not a lovesong,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니야...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가, 추악한 외모를 가진 불우한 사나이 - '오페라의 유령' , 팬텀과 아름다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의 사랑이야기라는 생각이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두 사람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에서 사랑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으로 온전한 형태를 띈다기 보다 더 짙은 혹은 복잡한 여러 감정의 고리가 얽혀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고로, 이것은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사랑이야기가 아니게 되지요. 팬텀과 크리스틴, 오페라와 영화, 책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빛깔을 띄고 있을까요?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와, 복잡한 마음의 흐름을 음울하면서 섬뜩한 비밀을 지닌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펼쳐놓았습니다.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싼 괴소문의 진실에 대해 기꺼이 안내자가 되어준 이 책을 통해 그 안으로 한걸음 들어섰습니다.

 

#2. It must have been love, 그건 분명 사랑이었어...

  '오페라의 유령', 팬텀. 그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요? 크리스틴의 '음악의 천사'이자 오페라 하우스를 뒤흔드는 무서운 소문의 주인공인 그는 에릭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입니다. 팬텀을 떠올리면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는 추한 외모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하여, 일찍이 집을 떠나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살았습니다.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신을 먼저 경험하게 되고, 타인과 마음을 나누어보지 못한 채 유령처럼 생활하게 됩니다. 크리스틴과 음악적 교류를 통한 깊은 교감을 나누며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거친 행동을 저지르거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미숙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얼마나 서투른지 와 닿는데요, 교류를 통해 성숙해지는 감정조절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주변인들로부터 배척당한 어린 시절 이후로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다재다능한 재능을 지닌 남성이라도 추한 외모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그로인해 제대로 된 사랑이나 마음씀씀이 한번 받아본 적 없는 사막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사랑을 하는 법을 몰랐던 불우한 사람이었습니다.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광기어린 맹목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로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도 생겨났지요. 그가 보이는 격정적이고 강렬한 소유욕이 그의 감정을 사랑보다 혼탁한 빛깔의 것으로 집착의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크리스틴을 향한 마음은 집착과 욕망, 고통이 뒤섞인. 하지만 분명한 사랑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갈 길을 잃어버린 외사랑 이었습니다.

  그런 에릭의 모습을 보면, 두 가지 사회 현상이 떠오릅니다. 외모의 좋고 나쁨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외모지상주의와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감정적인 학대를 받아온 아이가 어떻게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켜 나가는가에 대한 문제이지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이야기에서 바로 지금 이 시점까지도 점점 더 부피를 키워온 고질적인 문제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또한 흥미롭습니다. 물론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들지요. 바로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 크리스틴으로 하여금 그를 동정하도록 만든 요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독자들 역시 우리의 가련한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하고, 그의 이야기를 이토록 많이 오래도록 사랑하게 되었겠지요.

 

#3. too good to be true, 당신은 믿어지지 않은 정도로 좋은 사람...

  크리스틴은 팬텀을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보내준 '음악의 천사'로 여깁니다. 모두가 그녀의 이야기를 허무맹랑한 것으로 여긴다 할지라도 그녀는 그에 대한 믿음이 강했습니다. 무대의 중심에 서지 못한 무명의 프리마돈나인 그녀를 빛나는 조명 아래로 이끈 사람, 그녀에게 가슴으로 전달되는 음악과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전달해주기 위해 그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조력자. 모두에게 냉혹하고 잔인한 사람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준다면, 흔들리지 않은 여자의 마음이 있을까요? 팬텀이 그녀에게만은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 분명하지요. 하지만 팬텀은 그녀에게 좋은 사람, 그 이상의 존재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엇갈리고 실패된 사랑을 따라 절정으로 치닫게 됩니다.

  가면에 가려진 팬텀의 추한 외모를 보고 놀란 크리스틴은 그를 두려워하는 한편으로 동정하기에 이릅니다. 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며 언젠가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해줄 것이라 믿는 순수함을 보게 되지요. 그리고 그 순수함 안에 숨겨진 잔혹함까지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팬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결국 그녀의 사랑 역시 팬텀 자신의 사랑에 방해가 된다면 제거해야 할 대상 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녀에게 라울의 목숨을 담보로 사랑을 갈구하는 팬텀, 결국 크리스틴은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팬텀의 요구대로 그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기에 이릅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그녀의 결정에 팬텀은 감동과 절망을 느끼며 라울을 풀어주고 그들 앞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녀 앞에서, 사랑 앞에서 그는 좋은 사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비탄 속에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순수한 사랑의 그림자를, 사랑을 모르는 채 살았던 팬텀에게서 느끼게 되는 대목이자, 가장 처연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희극보다 비극이 더 강렬한 빛을 남기며 우리의 가슴에 그 존재를 각인하고야 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 삶에 있어 고통은 그 발자취를 너무도 진하게 남기기 때문에 누군가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는 자욱의 발견이 소중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time to say goodbye, 막이 내리고...

  모두의 영혼을 사로잡을 정도로 강렬했던 오페라는 끝이 나고 무대의 막이 내려갑니다. 우리는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랐습니다. 책을 다 읽기 전 마치 커튼콜을 하듯 읽는 동안 책장 안에서 열심히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 인물들을 되새깁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분이 듭니다. 책을 통한 환상적이면서 고풍스러웠던 파리 오페라 하우스로의 여행, 멋진 일이지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음미하듯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새겨 읽게 되어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밤, 깊은 어둠 아래 이제는 쓸쓸한 흔적이 되어버린 이야기의 불을 밝혀보시지 않겠습니까? 당신을 인도해줄 음악의 천사가 당도했습니다. 그를 따라 이야기의 지하 세계로 떠나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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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줘서 고마워요 - 사랑PD가 만난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
유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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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자극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듯한 책일 것 같았다. 제목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쿨함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생활하는 요즘 사람처럼 그런 책은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쿨하지 못하게시리. 그런데 개나리빛 표지에 마음을 주고 책을 들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굉장히 후회했다. 집 밖에서 이 책을 읽겠다니. 그거야말로 쿨하지 못한 결정이었다. 문구 그대로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시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에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책을 읽어야만 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감동하는 모습은 쿨하지 못하다. 표정을 숨길 수 없을 정도라면 집에서 읽어야지.

 

첫 이야기부터 가슴이 저릿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휴먼다큐 사랑]의 '안녕 아빠' 편을 봤었다. 그리고 책 내용 한 구절 한 구절 읽을 때마다 그 다큐 프로그램에서 봤던 내용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재생되는 바람에 그때 느꼈던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열심히 막아야 했다. 거기에 개인적인 경험까지 함께 물밀듯 밀려오는 바람에 이 책을 읽는 것을 한동안 중단했다. 분명 따뜻한 사랑이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슬픔들은 너무나 커서 일견 고통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잘 몰랐는데, 나는 이 책을 펴낸 유해진 피디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꽤 많이 봤었던 것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그가 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는 이의 가슴을 감동시키는 힘을 가진 것으로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었던 까닭에 챙겨본 적은 없었어도 여러 방향으로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풀빵 엄마를 보면서도 언젠가 이 사연을 봤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너는 내 운명에서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W 라는 프로그램은 꽤 좋아해서 즐겨봤던 기억도 났다. 다만 그 모두가 그의 족적이었음은 몰랐던 것이었다.

 

삶의 의미에 대해, 주위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웃에 대해, 그리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된 책이었다. 그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과 함께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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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33일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바오징징 지음, 홍민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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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길한 제목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실연이라니. 제목만으로 사실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했다. 실연과 33일과 관계된 내용이 나오겠구나. 그 짐작대로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뻔한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의 관객몰이에 성공했다는 부연 문구가 있다는 것에 뭔가를 기대하게끔 만드는 여지가 있었다. 예상대로 실연 이후의 33일동안 한 여자에게서 일어나는 일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고, 꽤 재미있게 그래서 약간은 가볍게 책을 즐길 수 있다.

 

주인공 황샤오센은 결혼까지 할 것이라 믿었던 남자친구와 오랜 시간동안 함께 했던 가장 친한 친구가 서로 바람이 나는, 그래서 그 둘 모두를 잃어버리게 되는 끔찍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극단적이고 극적이기까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노래 가사와 오래된 씨에프 등으로 익숙한 내용이기도 하다. 설정이 그렇게 신선한 편은 아니다. 그녀의 캐릭터 역시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본, 내숭있는 여우도 아니고 정신놓고 영 개념없는 여자도 아니고 청순에 청승을 더한 답답한 인물도 아닌, 마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같은 느낌에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 같은 느낌이 좀 나는 재기발랄하고 적당히 평범하고, 어느 정도 오기있는 이십대 후반의 보통 여자처럼 보이는 흔한 설정이다. 여성 독자들이 쉽게 호감을 갖고 어느 정도 자신을 대입해서 볼 수 있는 요소가 있는.

 

표지에는 책의 내용을 두고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33일이라고 했지만,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것 같진 않고, 이전 사랑을 정리하는 33일 정도의 느낌이다. 무심하게 여겼던 곁의 동료가 실연을 계기로 백마 탄 왕자가 되어 다가온다는 것도 사실은 좀 억지스러운 설정처럼 느껴졌는데, 약간의 암시만 있을 뿐 진도'가 나간 것은 아니어서 결말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여성에게 실연이 주는 의미와 실연을 통해 따라오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작품은 다양하게 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남성에게 실연은 어떤 의미이며 그 이후에 어떤 사건들이 생기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책이 나온다면 좋겠다. 여자만 차이고 나서 정신줄 놓고 펑펑 울고 구질구질해졌다가 결국 자신을 돌아보고 제자리에 선다는 그런 내용말고.

 

재미있었지만, 아쉬움도 남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소 생소하게 여겨졌던 중국 소설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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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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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일본에서 건너온 경제소설을 몇 권 읽게 되었다. 일본의 경제 흐름에 맞춰서 사건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깊이 공감되는 부분은 많지 않았으나, 세계의 경제 흐름과 그 시장 안에서 종횡무진 실패와 성공을 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을 바라보며 새로운 장르의 소설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되었었다. 시작을 일본 소설로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소설에 대해서도 뭐 읽어볼 만한 것이 없을까 생각하던 때,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시기가 잘 맞았다.

 

경제와 관련된 주제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경제 용어들이 나오면 흐름이 막히거나 어떤때는 과감히 건너 뛰고 이야기의 흐름에만 집중해서 흘러가는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특유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점이 흥미롭다. 경제 관련 소설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사건의 긴장감, 그리고 중함이 있다. 한마디로 집어내어 표현하긴 어렵지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절묘하게 오가며 진행된다. 각 부마다 달린 부제가 매우 인상적인데, 1부는 왜 우리는 늘 돈이 없는가, 2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왜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가? 이다. 평범한 소시민이라면 한번 이상은 생각해본 적 있는 주제들 아닐까? 왜 그러한지에 대해서 한국 은행 조사팀장 오진환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경제 구조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모든 문제와 구조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어서 또, 경제에 밝은 독자가 아니어서 세밀한 이해는 어려웠지만, 읽는 내내 세계 경제 구조와 국가 간의 복잡한 관계, 또 기업과 서민 경제 사이의 구조에 대한 새로운 내용들을 알게 되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 책이 픽션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팩트에서 기인된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더 놀랍고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점을 염두에게 두고 본다면 더 몰입하게 될 것 같다.

 

인물들의 삶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끝나는 맨 마지막 결말은 다소 말랑말랑하게 여겨지는 점이 없진 않지만, 읽는 내내 미묘하게 신경을 자극했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면도 있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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