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두 번째 비글호 여행 2 - 푼타아레나스에서 갈라파고스 제도까지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7
루카 노벨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비룡소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드문 경우를 빼고, 당신이 상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험한 위험과 난관들을 만나지 않을 거라고 자신해도 좋다. 정신적인 면에서 당신은 불편함을 즐겁게 참아 내는 방법을 배울 것이고, 이기심을 버리게 될 것이며, 혼자서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되면서 모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대부분의 뱃사람들이 갖고 이는 특성들이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여행하면서 당신은 남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울 것이다. 동시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세상에 정말 많다는 걸 배우게 될 것이다. - 찰스 다윈, [비글호 항해기] 중 "

 

다윈은 두번째 여행의 두번째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는 그동안 새로운 단어들도 배웠다고 한다.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 인터넷... 이런 디테일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과거의 인물이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에 출현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벽이나 낯섦을 놓치지 않고 잘 표현한 것 같다. 남아메리카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프로워드 곶으로 여행을 시작한 일행은 인간에 의해 고통받고 희생당한 동물들을 접하게 된다. 거래용으로 동물을 다루거나,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된 호랑이, 난쟁이 말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 남아메리카의 빙하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는데, 읽으면서 함께 많은 것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다윈이 거쳐가는 곳들은 다윈의 이름이 붙은 섬이나, 음식점, 바위 등이 있는데 다윈의 발자취를 따라 다시 여행을 떠나는 재미가 쏠쏠하게 느껴진다. 만약 남아메리카의 이 지역들을 여행하게 된다면 이 명소들을 찾아 꼭 한 번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칠레를 거쳐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여정을 따르다보면 남미의 풍경들이 멋지게 다가온다. 순순례자들의 도시 산티아고와, 거리 곳곳에 높이 솟은 야자수들이 사진으로 담겨 보는 사람의 마음을 그 곳으로 옮겨놓는다. 페루의 유적지인 리마를 거쳐 에콰도르로 떠나 대망의 갈라파고스 제도로 이동하게 된다. 바다사자가 자유로이 사람들을 반기는 산크리스토발 섬, 단 한마리 만으로 종을 유지하고 있는 산타크루스 섬의 바다거북, 이사벨라 섬에서 만나게 되는 칼데라 지형 등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생전 처음보는 색의 이구아나 사진이나, 시장의 상인들 모습도 사진으로 담아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윈은 이 여행을 마치면서 사람들의 삶을 다소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가 그토록 애정을 가지고 조사했던 자연과 동물들의 비참한 현재를 목격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독특한 설정으로 여행의 즐거움과 함께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역할도 하고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윈의 두 번째 비글호 여행 1 - 파타고니아에서 티에라델푸에고까지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6
루카 노벨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비룡소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다윈을 알고 있다. 그는 영국의 학자로, 비글호라는 배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중심으로 한 여러 섬들을 탐사하여 진화론을 펴낸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과거의 인물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다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시절, 과거 속의 다윈이 아닌, 이 시대에 새롭게 다시 태어난, 죽음에서 되돌아 온 다윈을 모델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비글호를 타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찌보면 괴기스러운 시작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되살아나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니까. 다시 살아난 그는 너무나도 건강하고 가뿐한 몸이 되어 새로운 탐사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 여정을 바로 지금의 독자들과 함께 한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권에서는 파타고니아에서 티에라델푸에고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둘 다 생소한 지명이다. 여행의 시작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부터. 과거 다윈은 이 도시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정돈된 도시'라고 생각했다고 했는데, 그건 이 도시가 지금처럼 번성하기 이전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듯한 도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개가 되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그림도 있고 그 지역에서 쓰는 화폐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담은 사진 자료가 많다는 것이다. 책 자체의 설정이 다소 난해할 수 있으나 여행을 하는 지역에 대한 정보는 생생하고 풍성한 편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점은, 다윈이 새로운 현대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각을 그 나름대로 표현해놓았다는 점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사이 새로 만들어진 단어들, 이런 자잘한 디테일이 살아있다.

 

그리고 과거 다윈의 여행과 비교하여 어떤 점들이 달라졌는지 설명이 되어 있는데, 과거에 있었던 일화들도 함께 소개되어 흥미롭다.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과거에 술을 마신 선원들 때문에 출발이 늦어지자 철창에 가둔 다음 채찍질을 심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행해졌던 과거 시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부분도 있다.

 

사진과 그림, 지도 등장인물들이 여행하며 주고받은 대화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정보를 풍부하게 담아낸 책인데 여행서같기도 하면서, 정말 탐사보고서같기도 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2권에서는 대망의 갈라파고스로 떠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손에 메이크업 - 나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손을 가꿀 수 있다.
이혜경 지음 / 꿈꾸는사람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여자들의 손톱이, 더불어 발톱도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교양갖춘 신여성이라면 손톱과 발톱을 함부로 놔두지 않는 법이라고 법으로 제정이라도 해두었는듯이, 거리에서, 지하철, 버스, 도서관, 카페 등등 곳곳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당당히 뽐낸 여성들의 손톱과 발톱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진 것이 충분하다면야, 전문 샵에서 관리를 받으면 좋겠지만, 손톱과 발톱은 머리카락과 같이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고, 자라기 시작하면 그 티가 눈에 확연히 보이는 것이라 관리 받는 것도 사실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날에만 관리하자니 모양 잡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엉망인 손발톱은, 한껏 옷도 갖춰 입고 풀메이크업을 한 특별한 날에 어울리지 않는다. 평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바로 셀프 네일! 물론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미 많은 트렌드세터이자, 손재주 좋은 여자들이 많은 자료를 올려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화면을 찾아보면서 하려면 어려우니까. 그리고 일일이 찾아보기 구구절절한 네일 관리 기초팁부터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을 보면 간편하니까. 그리고 너무 프로급으로 되어 있는 네일들을 보면서 따라하다가, 내 결과물을 보면 상처받으니까. 이 책을 보면서 하면 좀 더 위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이혜경씨의 네일도 모험정신과 자신감이 충만한 실험적 네일도 많다. 교과서와 연습장에 그림 좀 그려봤다는 여자들은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나와있는 설명 따라 큐티클 제거하고, 손톱 모양을 만들어 정리한 다음, 색만 입힌 결과물이다. 바디라고 부르는 손톱의 분홍색 부분이 커졌다. 그 뒤에 모험심이 커져서 책에 있는 프렌치 네일을 응용했는데 사선으로 붉은색을 바르고 책에 소개된 프렌치라이너 동일한 제품(금색) 선의 결함을 감추어 정리했다. 상당히 화려한 편으로 간단하면서도 눈에 띄는 방법이었다.

 

자본은 충분하지 않으나, 꾸미고 싶은 욕망은 충분한 여자들에게. 시간은 많은데 쏟을 곳은 없는 여자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일부 네일들은 마치 밥 아저씨의 그림을 그립시다에 나오는 견본처럼 '참 간단하죠?'하고 되어 있지만 따라하기에 다소 어렵다는 것, 명심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소한 일상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직접 요리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박찬일 셰프의 추억이 담긴 음식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때때로 요리에 대한 팁이 있긴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법이나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흔히 먹고, 접할 수 있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짜장면이나 짬뽕, 만두같은 중식 트리오도 나오고, 꼬막, 바지락 칼국수, 해장국 얘기에, 햄버거, 쌀국수, 라멘 등 외국에서 만난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끝에 가면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한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정리해 둔 부분이 있다. 소설가 김중혁과 함께 한 일화가 있어서 부러웠다.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일본의 본격 음식 만화 심야식당과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차분한 분위기는 비슷하나 어디까지나 박찬일 셰프의 경험과 맞물려진 에세이라서 음식과 함께 연관된 일기장을 한편씩 뒤적여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표지 뒷 편에 있는 볶음밥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고 어려웠던 시절을 지나온 셰프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부분도 있어서 읽다보면 감동을 받거나, 그땐 그랬구나 하고 알게 되는 부분도 있다. 누나들 틈에 있는 유일한 아들이라 닭을 먹으면 다리는 꼭 자신의 차지였던 일이나, 어렸던 누나가 그보다 어린 동생을 챙기려고 짜장이나 짬뽕보다 비싼 볶음밥을 늘 셰프 몫으로 시켜줬다는 이야기는 소소한 감동을 준다.

 

여러 음식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특히 만두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만두당이 있다면 그 당에 가입하겠다고 하는 부분은 웃기면서도 공감됐다. 만두라고 하면 이름 난 곳을 듣고선 찾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열혈 당원이라. 어린 시절부터 이북식 만두를 매년 해먹었었는데, 만두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묘한 음식이다. 그런데다가 에피소드 말미에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유명한 만두집 '원보' 이름이 언급됐을때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이번 주말에는 원보에 다녀와야겠구나 싶을 생각이 들었다. 다녀오는 길에 양꼬치도 먹고.

 

또 하나는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에 언급된 참새구이에 대한 것. 생각해보니 나도 어린 시절에 참새구이를 먹어본 적이 있던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없이 그냥 참새구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멘탈이 붕괴될 정도로 뜨악해했을 것인데, 경험자로서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었으나 아마, 지금 이 책을 읽을 젊은 사람들은 좀 뜨악해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먹을 것도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참새를 바싹하게 구워서 마치 통닭구이같은 모습으로 내왔을 때 생각보다 거부감이 덜 들었었고, 그 가느다란 뼈 사이의 살을 골라내어 먹으면서 생각보다 고소한 맛이 났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냥, 먹으라고 해도 그닥 먹고싶어지지 않은 음식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맛있게 먹었었다. 한 이십년은 된 추억인데 새삼 떠올랐다.

 

읽다보면 내가 그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나 얽혀있는 추억도 떠오르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면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짧은 글 사이사이로 생각이 켜켜이 들어차며 읽게 되는 에세이였다. 마치 저자와 독자가 함께 씨실과 날실을 엵어가며 읽어야만 한 권으로 완성하는 책처럼. 읽으면 배고파지고, 어디로든지 맛있는 음식점을 향해 금방이라도 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래서 밤에 읽으면 안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황금광 시대
표명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찌하다보니,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신작들 세 편을 나란히 읽게 됐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그리고 황금광 시대. 자음과 모음에서 나오는 책들은 뭔가 그 자신만의 색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색을 어떻게 이름붙이기에는 좀 확실치 않은, 확 눈에 띄는 원색이나 단일한 색이 아니라 여러 빛깔이 물들듯이 섞여있는 묘한 느낌이 든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조화를 이룬 느낌이었다면, 그렇다고 해서 보라색도 아닌, 그런.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은 어두운 하얀색같은 느낌이었다. 이 황금광 시대는 반짝이는 금빛과 짙은 초록의 느낌이 든다. 음울한 느낌이 바탕에 깔려있고 그 위에 다른 빛을 덧씌운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 것 같다.

 

"VIP룸을 나오면서 현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달았다. 그토록 벗어나려 발버둥 쳤건만, 다시 카지노였던 것이다. '자넨 한동안 나를 따라다니게 될 걸세.' 미스터 손, 그를 따라다닌다는 건 카지노의 유령들 사이를 맴돌아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망망대해를 네 시간이나 날아오고도 결국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황금광 시대는 카지노를 둘러싸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신체포기각서를 쓰고 외국으로 쫓겨나듯이 오게 된 제프-현, 카지노에서 시작된 인연을 끊지 못하고 결국 그 끝까지 보게된 제니, 알 수 없는 인물인 미스터 손, 그리고 그의 주위 사람들이 주요 인물들이다. 모두다 카지노라는 거대한 괴물 혹은 늪에 반쯤은 몸과 정신이 빨려들어간 채 어찌보면 먹히는 것 같으면서도 그와 공생하고 있는 것 같은 관계로 살아간다. 도박이라는 말로 카지노라는 거대한 공간을 함축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마약에 빠진 사람들이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서 살 수 밖에 없는 듯한 굴레를 보여준다.

 

"젊고 늘씬한 백인 미녀들이 오픈카를 타고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주변 남자들에게 손 키스와 웃음을 날리는 여자들은 호객 행위 중인 것 같았다. 거리는 유혹의 손길로 넘쳤다. 뷔페식당과 공연장과 가라오케, 일일 관광 등을 알선하는 문구가 적힌 광고 종이판을 몸에 걸치고 있는 피에로도 있고, 한켠에서는 미성년자에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파는 불법 브로커도 있었다. 거리는 황금을 갈구하는 사람들로 넘쳤다."

 

카지노에게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라스베가스나 마카오가 아니더라도 정선에 있는 카지노만 해도 그 근처로 가면 외관이 얼마나 화려하고 커다란지 마치, 그 장소가 실제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커다란 분수와 화려한 조명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고급 자동차, 높은 호텔건물,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멍멍하게 가득찬 공간에서 처음엔 그냥 얼떨떨하게 있었던 기억이 난다. 비교적 끼어들기 쉬워보이는 판에 자리를 잡고 배팅을 시작하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 일쑤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그런 소리가 옆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카지노라는 공간이 주는, 배덕함을 느끼게 하면서 큰 판을 벌이고 있는 미스터 손의 옆에 긴장된 공기를 함께 느끼고 있는 것처럼. 제목 또한 새로운 금맥을 찾아 카지노로 나서는 사람들의 행렬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정선의 폐광에 세운 카지노-새로운 황금광을 떠올리게 한다. 누가 따고 누가 잃을 것인가, 삶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책을 읽다보면 카지노를 연상하면 떠오를 화려함이나 흥미진진함이 점점 누그러지면서, 도박이라는 끈끈이에 붙은 사람들은 결국 다 같은 모습으로 사그라들 것 같다는 다소 씁쓸하고 적막한 결말을 예상하게 만든다.

 

꽤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과는 다른, 느낌으로 전개되는 흐름이 의외로 읽으면서 더 호기심을 자극했던 요소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