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
윌리엄 데이비스 킹 지음, 김갑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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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수집이라니. 이것은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너무나 멀리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너무나도 긴밀하여 좀처럼 떨쳐낼 수 없는 기벽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집안 가득히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를' 물건들을 미처 버리지 못한 채 기약할 수 없는 쓰임을 예상하며 보관해둔다. 그것 뿐이랴, 언제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과거의 그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여겨지는 순간에 취득한 물건들을 서랍이나 작은 상자 등 어디에든 보관해둔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는 바로 그런 것들에 대한 책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때로 갑갑함을 느꼈다. 넣어둔 그것들이 필요해진 언젠가의 순간에 그것을 넣어둔 곳을 잊어 오히려 더 많은 곳을 뒤져가며 찾느라 헤매일 뿐이고 때로는 그것을 보관해두었다는 사실조차 까먹을텐데도 기어코 얇은 식빵 봉투를 묶어놓은 철사끈을 주방 어딘가에 매어두거나, 하는 일들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버릇처럼 쓸 일도 필요한 적도 없었던 그것을 버리지 않는 자신을 끊임없이 자각하며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추억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억은 물건에 남아있지 않는다. 때로 물건으로 인해 그 순간이 환기될 수는 있을 지언정 언제고 그것을 손에 쥐고 추억만 하고 앉아있지는 않으니. 그럼에도 모아놓은 영화표나 작은 엽서, 사진들이 서재 구석에서 꽤 많은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옛날부터 수집가였지만, 지금은 내가 다른 수집가들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 수집 행태는 시장에서 외쳐대는 대상물들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다른 수집가들과 다르다. 나는 말 없고 빈약하고 실용적 가치가 없는 물건들에 반응한다. 이를테면 안쪽에 돌멩이가 박힌 채로 바닷물에 부식된 물통 뚜껑 같은 것 말이다. 비록 도착적이고 모순적일지라도 내 수집이 여전히 수집인 이유는, 수집가들에게 흔히 관찰되는 보상의 패턴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 수집은 잃어버린 사랑을 채워 준다. 내 수집은 그 대상물 속에 깃든 다른 신에게 응답한다.'

 

 나는 수집에 대해 떠올리며 필요와 추억을 말했지만, 저자는 상실과 보상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밝힌다. 일견 대수롭지 않은 수집물이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저자와 내가 수집을 통해 떠올린 것들의 의미는 꽤나 감성적인 부분에의 충족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자신의 수집이 다른 여타의 수집가들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물질적인 가치로 본다면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수집이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의 그것과는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그러나 매우 집요한 관심으로 이어졌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의 수집이 더욱 눈길을 끄는 매혹이 되는 것이다.

 

 '소망컨대, 내가 물려주는 것들 가운데서 내 아이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는 뭔가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면 좋겠다. 희망컨대, 내 아이들이 어디선 나름의 기쁨을 찾아내면 좋겠다. 그 기쁨은 이 모든 것들 가운데 있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을 다시 포장하는 이 책 속에 있을 수도 있으며, 모든 것을 뛰어넘어 그애들 자신의 컬렉션과 회상 속으로 움직여가는 과정 속에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소망하는 것이다. 수집은 내가 내 삶을 붙들고 있는 더 큰 패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라고 하지만 문득이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불러주었을 때 의미가 되었던 것 처럼, 모았을 때 비로소 어떤 의미를 부여받는 것들도 있다. 그것들은 귀한 가치를 가진 유일무이한 것일 수도 있으나, 흔하디 흔한 공산품일 수도 있다. 그가 시리얼의 상자를 모았던 것 처럼. 중방 한 켠에 매달아 놓은 빵끈이 내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물려져내려온 '언젠가'를 위한 궁상같은 작은 수집벽인 것처럼. 텍스트를 읽어내는 눈길을 건조하였을지라도, 곧 나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떠올리자 여러 상념들이 떠돌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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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선택
로버트 마이클 지음, 안기순 옮김 / 책세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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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젊은이들이 이 책에서 다루는 중대한 선택을 현재 눈앞에 두고 있으며 앞으로 선택해야 한다. 노년기에 다다를 때까지 평생에 걸쳐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선택하게 만드는 희소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혜와 합리성을 발휘해 능숙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내용은 다소 딱딱하기도 한데 가독성은 꽤 좋은편이라 문장이 막힘없이 읽힌다. 주제 자체가 흥미로워서 관심을 잃지 않고 보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매순간 고민하고 선택하고 만족하거나 후회하니까.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주제를 들고 왔기 때문에 점점 핵심에 다가갈수록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확인받고 싶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하고 있는 선택이라는 것에 참고를 하고 싶거나, 앞으로의 일에 도움을 좀 받고 싶은, 인생을 좀 더 잘 살아보고 싶은 열망을 잘 캐치해냈다고 생각한다.

 

 "이 장에서는 리스크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째서 직업에 따른 소득수준에 영향을 미치는지, 일부 승자와 패자에게 어떻게 전개됐는지 포괄적으로 살펴봤다. 하지만 직업을 선택할 때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이 어리석다는 뜻이 아니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이렇게 노래했다.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 갈래 길.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네.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네." 하지만 프로스트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당신이 직업을 선택하며 손수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당신은 시인이 되겠다고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조금 애매한 부분이 느껴졌다. '인생을 결정짓는 다섯 가지 선택'에서 예상했다시피 교육에 관한 문제가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이해가 됐는데,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되려면 이 교육 문제를 선택해야할 시기를 앞둔 대상들이 읽어야 한다. 물론 몇가지 선택을 이미 해치워버린 뒤에 읽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하나라도 더 참고하여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 좋을테니까. 그렇다면 청소년, 아무리 늦어도 고등학생 정도면 이 책을 읽어서 진로/진학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접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 나이의 학생이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기도 하고 쉽사리 손이 가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요즘 학생들의 지적 수준이 매우 높기는 하지만 그만큼 취향도 확고한 편이니 좀 더 캐주얼한 느낌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누군가는 만학의 길을 다시 걸을 수도 있는 일이고 지나간 선택도 모두의 최선이었을테니 당신이 어느 시기에 있던지 남은 선택이 있다면 읽어볼 만 할 것이다.

 

 직업 선택에 관한 부분에서 아쉬웠던 점은 그래프 수치가 제공되는 내용이 많이 나왔는데 미국 상황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겠지만 구분이 백인 흑인 히스패닉 정도로 나와있거나 직업별 대학진학률 등이 국내 상황이랑은 맞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 부분에서 대학진학 등을 두고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었는데 직업별 대학진학률을 국내에서 따진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 그렇다면 기회비용에 대한 부분도 고쳐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된다. 앞선 두 선택이 필수적인 면이 있다면 뒤이어 제시되는 두 선택은 조금 다르다. 결혼과 출산은 말 그대로 그 과정을 자신의 인생에 받아들여 적용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문제가 된다. 현재로서 십여년의 기간동안 교육을 받고, 그 뒤에 직업을 갖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쳐가는 과정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교육을 받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조차도 이르면 고등학교 보통은 대학진학 정도이다. 그 뒤로 오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직업을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의 선택 문제이다. 하지만 지금 결혼과 출산은 그 자체가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해당 부분에 대해 관심깊게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하지 않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려 있는데 만약 한다면 따져봐야 할 조건들에 대해 이 책에서 솔직하고 다루고 있는 점들이 많아 참고할 문제들이 있었다.

 

"1장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때 자신의 가치, 선호, 능력, 기회가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그 후에 소개한 몇 가지 개념은 당신과 개인적으로 관계가 있고, 당신의 활동과 생산성, 타인과 주고받는 작용, 당신이 선택하고 살아가는 세상의 현실과 관계가 있다. 이때 중심은 당신이다. 자신의 주권을 강조하고, 외부로 반경을 넓혀 가족, 친구,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타인과 지역사회를 에워싸고, 마지막으로 희소가치와 기회와 한계, 삶의 불확실성과 불평등을 아울러야 한다. 스스로 선택해 행동을 결정하고 나면 행동이 당신을 정의한다."

 

 나는 삶에는 방향이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하던 흘러갈 곳으로 도착하게 된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어찌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 개인의 삶을 두고 더 좋고, 더 나쁜 결과라는 것은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모호하며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정을 어떻게 꾸밀지는 선택할 수 있으니 이성적으로 더 좋은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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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살림법 - 주말에 끝내는 살림살이 장만, 청소.정리.수납.인테리어!
최정인 지음 / 나무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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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책을 받자마자, 택배 포장을 북북 찢어내고 바로 앉아서 후루룩 읽어보기 시작했다. 책장도 금방 넘어가는데, 시간도 훌쩍 지나버린다. 수납, 정리 같은 부분만 좀 집중적으로 골라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다보니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될 책이었다. 그래서 하루가 지나고 다시 여유를 좀 내서 표지부터 날개까지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4년차 새댁이라고 소개된 부분에서 약간의 절망감을 느꼈다. 솔직히 책장을 그냥 다시 덮을 뻔 했다. 똑같이 자기 살림 꾸린지 4년이 되는데 20년 정도 차이 나는 것 같은 이 상황은 뭐지... 전에 가볍게 훑어보면서 저자가 적어도 사십대 초반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 나이야 어떻더라도 10년 이상은 집안살림을 해본 경력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충격을 좀 받았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숙사, 하숙 그리고 자취 생활까지 이어져 온 경력이 있다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됐다. 이제 막 집을 나온 초보랑은 연륜이 다르겠지.

 

 

 제목이 '신혼 살림법' 이라고 되어 있기는 한데 신혼은 아니어도, 내 집을 한번 주욱 둘러보고 할 말을 잃고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번잡한 것들이 싫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는데, 정리정돈이 정말 쉽지가 않다. 물건들이 신발장 앞에서 거실까지 벽을 타고 진열되어 있어서 어수선한데, 수납장 중에는 비어있는 것도 있다. 마찬가지로 싱크대 위 찬장은 자주 쓰는 그릇들로 가득차 있는데, 손이 잘 안가는 옆 칸은 남는 공간이 허다하다. 공간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쉬는 날 하루 날을 잡고 책장을 다 뒤져 남겨둘 책과 나눔할 책을 골라내기도 해보고, 옷장을 정리한다며 모든 옷을 끄집어 내보기도 해봤는데 뒤돌아서니 달라진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고생은 노가다에 맞먹는 노동이었는데. 아래는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인데, 저 부분도 청소를 할 수 있는지 생각도 못했었다. 게다가 청소를 위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니, 같은 회사에서 나온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읽다 말고 부엌으로 달려다가 밥솥 밑면을 확인해봤다.사고 난 뒤로 처음, 스팀캡을 열어 청소했다. 분리하다 고장낼까 걱정했는데 사진으로 자세히 나와 있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곧 가스레인지 후드도 분리해서 청소해 볼 예정이다.

 

 

 


 독립하기 전에는 방청소 한 번 스스로 해본 적 없이 무심하게 지내서 그런가 화장실은 원래 깨끗하고, 냉장고에 채워놓은 음식들은 백년천년 두고 먹으면 되는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집, 내 살림을 갖게 되면 내가 살고 싶은대로 해놓고 잘 유지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절대 그냥 되는 일이 아니라 노하우와 노력이 필요했다. 해본 적 없는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신혼 살림법'은 초보들을 위한 내 집 관리 눈높이 교습서이다. 옷 접는 방법, 식기 세척, 보관법, 다진 마늘 등의 양념을 큐브로 얼려 보관하여 사용하는 법 등이 정말 쉽게 소개되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저자가 직접 사용하여 본 제품 중에서 예쁘고 실용적인 살림살이를 브랜드를 여러개 소개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알아보는 시간은 적게 들이면서도 실패는 줄여 비용도 절감하고 인테리어 효과는 좋은 팁이 되어 준다. 정리, 청소, 수납을 잘 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단계별로 촬영한 사진들과 함께 세심히 설명해 놓아 결혼한 사람이 아니어도 정리정돈에 서투른 초보들이 읽어보고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혼 살림법'은 감각도, 손재주도, 아는 것도 없는 초보 살림꾼이 내 집 내 마음대로 해놓고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쉽고 간단하고 유용하니 부담없이 읽으며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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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
모니카 렌츠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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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해한 임종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죽음의 문턱에 선 인간은 세 단계의 상태 변화를 거친다. 이과정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나는 통과 이전(의식과 무의식의 내적 경계 전), 통과 순간(이 경계를 넘는 순간), 그리고 통과 이후(경계를 통과한 이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익숙하지 않다. 낯설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주제로 올려놓고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면 불편하거나, 금기시 되거나, 혹은 알 수 없어서 모호하다.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를 앞에 두고 자연스레 책의 내용이 죽음을 마주하기 전에 생의 정리 단계에 대한 조언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테면 주변에 친절하라던가, 용서를 구하거나 하라던가, 금전문제를 정리하라는 등의 내용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고 나니 내가 떠올린 것들은 엄밀히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마주하기 이전의 생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었다. 실제로 죽음을 마주한다고 떠올리면서도 그 앞까지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서 머물러버린 것이다. 어쩌면 무지이고, 혹은 회피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은 죽음을 '소유'할 수도, '만들어'낼 수도, 준비할 수도 없다. 죽음은 개별적으로 일어나고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지만 늘 불안했다. 죽음을 긍정하고 인정하도록 하는 일이 나에게 얼마나 부당한 요구를 해올지를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성서 본문에 등장하는 천사가 여러 차례 말한다. 천사는 이승과 저승 두 세계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해주는 전령이자 경계에 서 있는 상징적 존재이다. 이 존재가 우리에게 "두려워 말라"고 외치면서 동시에 넌지시 일러준다. 우리가 어떤 영역과 관계되어 있다고, 그 영역에는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죽음 그리고 죽음에 대한 경험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죽음을 앞둔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지거나 공포를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근원적인 공포감에 대해서 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신체적, 정신적, 감각적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면은 있지만, 그 근원적인 공포나 두려움은 상쇄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수긍하고 인정하도록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이유는 다름아니라 저자 역시 17년간 임종 준비를 해왔어도 그것을 준비할 수도 종잡을 수도 없어 늘 불안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때문에 때때로 죽음을 떠올리고 불안해하거나 하는 일이 과민한 불안 증세인 것이 아니라 좀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 공감하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나,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환자들의 행동 양상에 대해 알게 되는 점들이 많았다. 다만 일부 내용에서는 다소 종교적인 관점으로 죽음을 받아드리도록 서술된 면이 있어서 크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죽음은 이별이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고 결코 좋은 것이 아니며 최종적이고 일회적이다. 임종 순간이 다가오면 사람은 절박함을 느낀다. 이는 가족 간의 화해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모든 것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문턱을 넘는 과정에 맞춰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층 더 심한 강요와 압박, 인간관계의 충돌, 뒤끝이 찜찜한 관계 단절과 쉬고픈 욕구가 느닷없이 밀려온다."

 

 성인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변인의 죽음을 경험해보았을거라 생각된다. 특히 가족과 같은 가까운 인물의 죽음은 망자 뿐 아니라 남은 이들에게도 숙제를 남긴다. 죽음의 과정, 망자의 사후까지도 죽음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이별의 과정에서 오는 절박함은 상호적인 것이고 때로는 길게 그 상흔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 양자적인 면도 함께 깊이있게 다뤄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분명히 새로이 깨달은 것들이 있다. 그런데 애매하게도 이것을 어떤 식으로 삶 속에 녹여낼지는 막막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죽음을 앞두고 그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살피는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면서,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혼란과 두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저 단순히 참고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미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삶의 자연스런 과정 중 하나인 죽음에 대해 우리의 삶을 준비하고 계획하듯이 한번쯤은 떠올려보고 주변의 죽음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모니카 렌츠의 '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는 진실로 죽음의 순간을 눈 앞에 둔 환자들을 직접 마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임종학 강의'를 담아놓았다. 이 책에 담긴 다년간에 걸친 임종의 실 사례들과 그에 비롯한 죽음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는 죽음과 죽음의 과정, 순간들을 한 발 더 다가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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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 - 내 집 마련부터 꼬마 월세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따라 한다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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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이런 내용의 책은 처음 접한다며 읽었는데, 이번에 '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를 받아들고는 아, 그래도 전에 한번 이런 비슷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지 하고 떠올렸다. '나는 경매로 당당하게 사는 법을 배웠다'는 부동산 경매로 투자에 성공한 저자 박수진씨의 경험이 녹아들어간 경제서였다. 에세이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날짜별로 기록해둔 내용에 살을 붙여 옮겨놓은 것 같이 현장감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생소한 부동산 용어들도 조금씩 주워들었었다. 그 내용이 다 잊혀지기 전에 새롭게 '엄마의 첫 부동산 공부'를 읽게 되니 전보다 부담은 덜했다. 게다가 4번째 챕터의 2단계에서는 속초에 있는 소형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받은 이야기도 나오니 더이상 낯설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이런식으로 몇 번 더 책을 읽으면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좀 다뤄봐도 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참 신기한 것이 돈을 벌고 싶다, 벌 것이다. 하고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뤄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제의 흐름에 주목했다는 점이 눈에 띄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경제신문과 관련 내용을 담은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나와서, 속으로 참 단순한 기본기인데 이렇게 중요하게 다룰 정도면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매물을 보기 위해 자신이 직접 발로 해당 지역을 돌아다니고 내가 산다면 어떨까 하고 실 거주자의 입장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점도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었다. 이들이 책으로 만들어 놓은 성공이 몇가지의 사례, 경험담을 술술 읽으면 간단해보이기도 하는데, 뭐든 시간과 발품을 들여 직접 들이는 수고로움이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무조건 노력한다고 다 이들만큼의 성공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종합해보면, 전업주부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남편이 출근한 후에 자신만의 공간이나 시간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지만, 정작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또, 스스로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부족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늘 망설인다. 반면, 워킹맘은 돈을 벌기는 하지만 아이를 맡기는 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결국 여유가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 자신만의 조용한 공간이나 시간은 거의 갖지 못한 채 점차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의 여성들은 더욱 힘들고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여성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자립'과 '자기만의 일',이 두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며 [엄마의 경제적 자립 3단계 로드맵]을 정리하여 이 책에 공개한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내용들은 그저 흥미위주로 보고 넘어가기만 했는데, 마지막 장에서 뜻밖에 깊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여성으로서 앞으로의 긴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서 고민해야만 했던 문제에 대해 마치 인생의 선배로서 현실적으로 조언을 전하다 못해 자신의 노하우까지 전달해줬다는 저자의 의도가 감명깊었다. 이미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만으로도 자신의 생활이 황폐해졌음을 느끼게 되는 일이 많은데, 거기에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일이 생기면 지금 이해만 하는 상황을 더 간절하게 느끼고 막막하게 여길 것이다. 경력이 단절되어 이전에 일했던 것처럼 일할 수 없게 된 후에 '자신'의 삶을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 가끔 모호하게 떠올려보고는 뾰족한 방도도 결론도 없이 지나치고 말았는데, 자신의 힘과 두 발로 살아가는 주체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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