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이와사키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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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가장 목적을 잃고, 잘못된 곳에 잘못된 이의 손에 놓여진 책이 될 것이다.

 

 출근은 정시보다 앞당겨 해야 당연한 것인데 정시퇴근이 너무나 확실히 보장된 사회에서 근무하지만, 왜 때문에 야근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가. 기한이 정해진 업무를 위해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퇴근마저 반납하여 일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스트레스는 혼자만의 것이 된다. 연장 근무는 당연하게 하지만 급여 정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할일이 많은데 그런 쓸데없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간 마음만 상하니까. 그런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매일을 일하러 다녔는데, 남은건 몹시도 상한 마음과 정신, 건강뿐이다. 월급이란 것도 받는 것 같은데 그건 대체 어디 가 있는지. 청년의 몸에 노년의 체력만이 남아 주중엔 일하고 주말에 몰린 잠을 몰아자기에 바쁜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가 어떤 위로를 줄까.

 

 내용에 일러스트가 포함된 위트있는 촌철살인이 담긴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일목요연한 회사 개혁 성공 비법에 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 제목만큼의 임팩트가 본문에 없어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우리-노동자-만 알고 사측은 모르는 회사 경영 성공 비법에 관한 내용이다. 슬프게도 이 책은 노동자들만 백명천명 백날천날 읽어봤자 소용없는 우리끼리도 밥 먹으며 커피 마시며 술 마시고 충분히 했던 탁상공론이다. 책을 읽고 감명받아 회사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혼자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사용자에게 개혁의지나 문제점에 대한 의식이 없는데 노동자가 바꾸겠다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깨달았듯이, 학교의 주인은 '우리'라고 가르쳐도 주인행세는 교장이 하듯이, 회사의 주인 역시 사원이 아니라 일만 내가 된 것처럼 하라는 것이지 실제로, 명백히 사장님 아닌가.

 

 이 책도 어떤 부분에서는 구태의연한 면이 있다. 완전히 노동자를 위한 시선으로 개혁된 회사 문화가 아니라 노동자와 사측의 입장이 절묘하게 조절된 방안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의 변화와 사원들의 니즈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했다는 면이 높은 포인트를 받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의문이 들게 된다. 가만히 출퇴근만해도 퇴사 욕구가 솟아오르는 날씨에 기름까지 부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땅에 어디든 '저런' 회사는 없고, '저런' 회사에도 그 나름의 사표를 안고 다니는 노동자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씁쓸한 사실 또한 우리는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빛좋은 개살구나 신포도처럼. 그러니 앞으로 세상이 좀 더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판타지를 품고 제목에서 오는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자.  

 

 한 구인사이트의 광고가 논란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가 갑이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장은 나쁘다. 는 등의 내용이었는데, 이에 분개하여 해당 구인사이트를 이용하지 말자는 각종 업체 사장님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있었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직장 상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것이다. 출판사도 알 것이다. 표지에 적혀 있다. "우리 사장님이 읽어야 하지만 절대 사지 않을 책!" 이라고. 친절하고 위트있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넌지시 사장님/혹은 상사의 책상위에 올려놓는 짓은 품에 안고 있는 사표도 그 책 위에 함께 꺼내놓을 직장인이 아니고서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끼리 읽고 세상엔 이런 곳도 있구나 '걸어서 세계 여행'을 보듯이 관람하자. 아니면 곧 퇴사하는 다른 동료에게 부탁하여 사장/상사 자리 근처에 떨어뜨려 달라고 해보자. 그것말고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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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 찾기 : 일본 여행 나를 위한 힐링 놀이북
몽땅연필 지음, 류나연 그림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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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북스에서 나온 다른 그림 찾기 일본 여행 편이다. 책의 구성은 일본의 여행지 50곳을 컬러링과 다른 그림 찾기를 할 수 있도록 사진과 짧은 안내를 담아놓은 것으로 되어 있다. 컬러링과 다른 그림 찾기가 합쳐져 나온 점이 독특한데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감에 적합했다. 책 무게가 가볍고 단단한 재질의 커버라 크기가 조금만 작고 표지를 조금만 더 세련되게 뽑았다면 휴대하기에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주 대상이 성인이 아니라 아동인 것일까? 책의 주 대상층을 구분해두긴 구태의연하지만 밖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책의 외관이 꺼내들어 놓기 애매하다.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충족을 느끼는 편이라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늘 하던 취미생활에 변화를 주기에 좋은 책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하루는 짧고, 더욱이 혼자 있는 동안은 무엇을 하건 혹은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가는 편인데 그 시간동안 무언가를 빼곡히 채워나갔다는 흔적을 남기게 만들어주는 책이라 며칠을 두고 푹 빠져서 만지고 놀았더니 나 자신이 스스로를 쉬게 해주는, 잘 존중해주는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했다. 누군가와 함께가 아니라 완전히 나만의 페이스대로 조절해서 완성해나가는 점도 나와 함께 놀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혼자 있을 때 한번도 지루하거나 심심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지만 이 책과 함께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만약 일본에 가게 된다면 어딜 가볼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생각보다 틀린 그림을 찾는 것이 만만하지 않아 한참을 괴로워하게도 된다. 아쉬운 점은 스케치 부분이 또렷하지 못한 섬세한 선으로 되어 있어 컬러링하기 애매했다는 것. 그리고 쌍으로 된 똑같은 두면이 있기 때문에 같은 느낌을 피해서 하려는 것도 색 선택이 어렵고, 같은 컬러링을 또 하려니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 컬러링을 하면서 대부분 혼자 놀았지만 생각하기에 이 책은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 간만에 틀린 그림 찾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

 

 구성은 사진으로 되어 있는 페이지와, 스케치로 되어 있는 페이지가 번갈아 나온다. 한 면에 같은 장소의 풍경이 나란히 담겨 있고 두 풍경간에 틀린 부분을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뒷편에는 정답이 실려 있는데 한 페이지에 여러개의 정답이 있어서 중간에 확인하게 되면 다음 숨은 그림의 정답까지 미리 보게 된다는 점이 아쉽다. 집중해서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 컬러링은 좀 어려울지 몰라도 숨은 그림 찾기는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들도 쉽게 몰입해서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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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 - 빈센트 반 고흐 전기, 혹은 그를 찾는 여행의 기록
프레데릭 파작 지음, 김병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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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견자였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소유물에 눈이 먼 물질주의 소부르주아의 정확한 반대였다. 빈센트의 정신은 전혀 다른 것에 사로잡혀 있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화가에 대한 신간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또 그만큼 잦은 빈도로 생활속에서 소비되어 온 작가의 이미지와 작품들에 아직 더 할말이 남았을까? 수많은 반 고흐의 전기와 도록, 전시 사이에서, 지금 우리가 프리데릭 파작의 눈과 손으로 재탄생한 반 고흐에 무엇을 기대하며 만나봐야 하는 것인지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반 고흐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처럼 강렬히 드러낸 작품은 이전에 없었다"고 표현하는 소개 문구에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손꼽는 수많은 개인들을 떠올려보았다. 파작의 시선이 이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으나 갈급까지 채워줄 수 있을지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의 등장이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나, 그에 대한 풀이가 다소 중복적이거나 재해석된 '위인전기'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안고 봐야 했다. 경계와 흥미가 뒤섞인 시선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문체는 힘이 있으나 장황하지 않고, 세세하나 지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삽화의 넉넉한 등장이 아주 매력적인 책이었다. 그의 유명한 작품들로 채워져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약 260페이지의 질좋은 종이들에는 흑백으로 표현된 얼굴들과 풍경이 등장한다. 오히려 텍스트에 연연하지 않는 인상적인 구성에 초반부에는 마치 오래된 서양의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 색다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읽으면서 불현듯 떠오른 것이 영국의 한 드라마 시리즈였다. '닥터 후'라는 시리즈인데, 그 드라마 중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시즌 5에서 나왔던 10번째 에피일 것이다.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우리의 반 고흐다. 에피소드 안에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화폭에 담기까지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구체화 해놓는 과정이 있으니 한번 쯤 본다면 좋을 것이다. 그 외에도 그의 작품과 책의 텍스트로 묘사된 '장소'들을 구현해놓은 장면들이 많이 나와 이 책을 읽으며 함께 보면 꽤 재미있을 것이다. 워낙 유명한 에피소드라 전에도 한번 본적이 있는데, 이번 '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를 읽으며 다시 봤는데 전보다 더 좋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생전에 주고 받은 편지들을 모아놓은 책을 통해 그의 그림에서 다 읽어보지 못한 내면과 삶의 조각들을 길어올렸을 것이다. 왜 프레데릭 파작의 신간이 이러한 책은 이전에 없었을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는지 직접 읽으며 공감했다. '나는 빈센트를 잊고 있었다'는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책이다. 반어적으로 한번도 잊은 적 없었던 이에 대한 집요하고도 세밀한 추적이었다. 고흐의 사후에 마르지 않고 바쳐지는 영광과 찬미가 그의 지난했던 삶을 꿰뚫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접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번이라도 그가 그려낸 강렬한 색과 터치, 그리고 삶의 흔적에 매혹된 적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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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모르는 나에게 -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심리학 수업
하유진 지음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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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실, 제법 살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지만 태어나 지금까지 보낸 시간도 꽤 된다. 당신이 스무 살이라면 1년 열두 달을 스무 번 산 셈이다. 하루로 계산하면 7300일이다. 스물다섯 살이면 9125일, 서른 살이면 1만 950일이다. 결코 적은 날이 아니다. - p88"

 

 사람의 성숙도는 대부분 시간의 속도를 맞추지 못한다. 때로 제 나이보다 많은 것을 겪고 생각한 아이들에게서 또래보다 성숙한 모습을 발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슬픈 기특함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으면 먹을수록 제 나이 이상의 성숙함은 꿈도 꾸기 어렵고 그에 맞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조차 버겁다. 늙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일까? 흔히 말하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음만은 이팔청춘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일까? 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는 나이는 저절로 쌓이는데 정신은, 마음은, 그에 맞는 성숙함을 자연스럽게 갖추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은 그만큼 변화하는 시간에 맞춰 소망했던만큼 유연히 자신을 대처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아직도 십대때의 혹은 이십대때의 사고 그대로인 것 같은데 나이만 먹어서 난 아직 그대로라고 하면 나잇값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나를 모르는 나에게'는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한다. 나와 남의 속도를 비교해보고 싶고, 지금껏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왔는데 이 다음 나아갈 곳의 방향조차 모르겠을때.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강의가 청춘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된 것 같다. 젊은이들 마음이, 위치가, 불안이 반영되어 있다.

 

 대학 강의에서 비롯된 책답게 자기자신을 찾는 법 중에 하나로 MBTI, 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를 소개한다. 요즘은 유명인들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분류해놓은 내용들도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어 많이 알려져있다. 이런 류의 대학 교양 강좌나 특강에서 한번쯤 해보는 검사인데 혈액형이나 별자리보다 개인의 성향을 근거있게 분류해놓긴 하였지만 내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실제적인 선택은 또 다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에 한번의 테스트로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이다'라고 정의내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유형-기질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개선할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이 생각에 약간의 이견이 있는데, 한 개인의 모습이 자신의 특질에 따른 본모습이 정해져있다고만 보지 않는다. 내향형인 사람도 생존에 의해 외향형을 선택할수도,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서 외향형 사람도 내향형으로 행동할 수 있다. 언어학의 품사와 문장성분에 대한 설명에서 주로 나오는 예시처럼 '철수'라는 존재가 어떤 관계 안에서는 학생이 되고, 아들이 되고, 친구가 되어 기능하는 것처럼 그것이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인 판단이 작용했던 관계안에서 '철수'이지만 다른 모습으로 충분히 기능하며, 때에 따라 변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6교시에 들어서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책 중에 일자 샌드라는 상담가의 신작 '서툰 감정'이라는 책 내용과 비슷한 흐름이다. 질투, 두려움, 분노 같은 부정적인 연상을 주는 감정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진짜 감정을 가려 해석하는 것일 수 있다, 혹은 부정적인/긍정적인 감정으로 감정을 도덕적으로 나눠서 분류할 수 없는 것이라는 요지로 말한다. 여기서는 "부정적 정서가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더 좋아지고 싶은 바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을 이해하면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약하고 무능하다고 탓하지 않게 된다. -p150"고 부정적 감정-불안-의 안에는 잘되고 싶다는-긍정적인-소망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자신이나 타인을 상하게 한다면 부정적인 것으로 봐야한다고 결론지어 읽었는데 '나를 모르는 나에게'에도 연이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내용이 나오니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입장을 재고해보게 된다.

 

 이 책 역시 '청춘'을 대상으로 하는 여타의 책들과 비슷한 맥락으로 결말을 맺었다. "나는 당신이 욕심이 좀 있는 청춘이면 좋겠다. 세상에 맞서는 강한 맷집과 근성이 있는 청춘이기를 바란다. 할 수 있다고, 내가 해보겠다고 부지런히 손을 드는 청춘이기를 소망한다. -p368" 고 말하는 응원이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 손조차 못드는 젊은이들에게 더 부담이 되겠구나 싶었다. 수업시간에 발언을 하려고 기다리다 지목받지 못해서 아쉬웠음을 토로하는 학생을 두고 왜 손을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안타까워 하기보다 내가 더 많은 기회를 주지 못했구나 하고 자신을 복기했음을 더 열렬히 털어놓는 저자였다면 하고 바라며 책을 덮게 되었다. 서른을 훌쩍 넘긴 후에야 이십대때 크게봤던 서른의 허들이 별거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마흔을 기다리는 내 일상도 별거 아니지만. 스물하나가 스물둘이 되는 것처럼 스물아홉이 서른이 되는 것도 그저 "또 하루 멀어져"가는 일일 뿐 인생의 지각변동이 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하루들이 모여 좋은 과거를, 좋은 내일 또한 기대하게끔 만든다. 만족할만한 하루를 사는 것을 목표로, 자신에게 잘해주며 살자. 가끔 책으로 위로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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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감정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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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 샌드의 책을 읽은 것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센서티브'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풀어놓은 내용이었다. 보통 외향적이길 기대하는 사회분위기에서 민감한 성향에 대해 소심하거나 예민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표현들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그것을 민감하다는 단어로 바꾸어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전작을 읽은지 몇개월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신간이 나왔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반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비슷한 류의 주제로 책을 낸다면 내용이 겹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사람의 성향이나 감정에 대해 다년간의 상담 이력을 통해 나름의 시선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조절하며 생활할 수 있는 조언을 주는 흐름인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내용은 아니다. 자신 내면의 감정이나 복잡한 생각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혹시 어떤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누구나 알고 있고 공감할만한 보편적인 내용을 정리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자기계발서나 감성에세이의 구태의연한 흐름들에 현혹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툰 감정'도 일부 공감을 하며 읽었지만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이 빛나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몇군데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소개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은, 그 행동이 당신의 삶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도 당신 자신에게 금지하는 행동일 것이다."

전부터 다른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행동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두었었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속보이는 행동을 하는 동료나 친구가 꼴보기 싫거나, 모임에서 계산빠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불편하거나. 내가 할수도 있는 일이지만 체면이나 양심 때문에 하지 않은 일을 재빨리 해버리는 사람의 모습이 보기 싫다고 떠올리는 이 예들이 곧 나의 경우를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들은 내가 욕망하나 나 "자신에게 금지하는 행동"들 중 하나인 것이다. 넓게는 논란거리가 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도 이런 범위 안에 있다. 일자 샌드의 '서툰 감정'에서 비슷한 관점의 내용을 접하게 되어 반가웠고 뒤이어 오는 '분노에 지배되지 않는 법'의 단락을 통해 4가지 경우의 갈래로 분노를 느끼게 되는 요인을 나누고 분석한 내용들을 보며 흥미로웠다. 하지만 개인 내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외부적 요인을 통해 불어나 몸집을 키우는 사회적 분노 요인 등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본 내용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은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7장에 있는 질투에 관한 내용을 처음부터 관심있게 생각했는데 내용이 좀 짧고 확실한 마무리 없이 끝맺음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데서 오는 두려움, 경쟁에서 질 것이라는 두려움 같은 감정들이 질투를 야기한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법으로는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나 "상대가 중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자"는 요지로 흘러간다. 더불어 질투를 느끼지 않기를 원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포기하거나 둘 다 어렵다면 상담을 받기를 조언한다. 이것은 그저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외부적인 요인에 기댄 일시적인 해법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공감되지 않았다. 조언으로 보기에는 좀 극단적인 방법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질투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질투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원하는 감정을 선택할 수도 없다."고 하면서 질투라는 감정도 나쁜 것이 아니라 서툰 것이라 주장하고 싶어하는 내용은 잘 정리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내면을 어지럽히거나 혹은 상대방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부정적인 감정인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있게 봤던 장이었는데 질투를 자존감과 연관시켜 풀어냈다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2장에서는 꽤 실망스러운 내용도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많이 안고 읽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당신에게도 그런 성향이 이다면, 지금 눈앞에 당신과 같은 성을 가졌고, 장애가 있으며,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사람과 당신을 비교해보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과 할 수 있는 일들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는 부분이었다.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래도 내가 낫지라며 위안받느니 나보다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느꼈다. 남을 부러워하는 것도 못할 짓이지만 남에 비해 자신을 위안받는 것도 더욱 치졸하다. 아쉽고 안타깝고 왜 썼을까 이해가 되면서도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오히려 텍스트가 아닌 면대면의 대화를 한다면 저자에 대해 이보다 더 넓은 이해를 할 수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잘 정리된 내용을 읽으며 공감하다가도 왜 이렇게 마무리를 했을까, 왜 이런 관점에서 머물렀을까 싶은 부분들이 아쉬웠다. 좋은 리뷰가 되지 못했지만 솔직한 리뷰를 하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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