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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시험 - 대한민국을 바꾸는 교육 혁명의 시작
이혜정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평점 :
몇 해 전에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졸업 시험 문제가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책 안에도 언급되었던 '바칼로레아'가 그것이다. 졸업 시험 문제를 본 사람들은 놀라움과 부러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등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졸업 자격 요건이 이런 형식과 수준이 가능할지 반신반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문제 항목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내가 풀 수 있을까, 하고. 결과는 뭐. 핑계대자면 이런 식의 서술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내 관점을 정리하여 풀어낼 수 있는 문항들이 없었다. 할 말도 없고, 쓸 말도 없어지는 부분이다. 궁금할 사람들을 위해 몇 문제만 -
1장 인간(Human) 질문1-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2장 인문학(Humanities) 질문10-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말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3장 예술(Arts) 질문3-예술 작품의 복재는 그 작품에 해를 끼치는 일인가?
4장 과학(Sciences) 질문9-기술이 인간조건을 바꿀 수 있는가?
5장 정치와 권리(Politics&Rights) 질문4-여론이 정권을 이끌 수 있는가?
6장 윤리(Ethics) 질문6-무엇이 내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말해 주는가?
성인이 되고서도 내가 한번도 생각본 적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는 것과 생각해보려고 해도 깊이 있는 답이 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젠 늦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청소년들은 대화하고 생각하면서 성인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면 부럽다. 우리 학생들이 저런 문제들에 대해 사유하고 토론하는 교실을 떠올려보면 진심으로 근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바칼로레아 같은 시험 제대로 도입한다고 해서 교육 혁명이 시작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논술 학원은 더 시장을 넓히게 되고 답이 없는 시험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인터스텔라)
때문에 저자가 역설하는 교육 혁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받아왔던 익숙한 기존의 교육 체계의 필요성 또한 놓지 못하며 책을 읽었다. 자신이 배우는 것들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여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우리 교육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그동안 등한시되어 왔고 부족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연도나 공식을 외우는 디테일이 필요함을 무시할 수 없다. 그것 역시 중요한 배움의 한 부분이고 그러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때는 초중고등학교 시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두분야의 균형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안그래도 힘든데 학생들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더 커지는 일만 될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저자가 이토록 간절하게 주장하는, 또 많은 사람들이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는 교육 혁명이 실제적으로 학생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들은 갈수록 영민해지는데, '안정성'이라는 것을 따르면 오히려 덜 소모적일 것이란 계산이 안될까. 수능으로만 몰아가는 교육 현실에 분명 문제점이 있고 변화는 필요하지만 단계적으로 교육 방식을 바꾼다해도 우리나라 현실상 많은 시행착오와 부주의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가 불확실성을 보이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달라지는 제도를 또다시 수용해야 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조차 어른의 필요에 의해 학생의 길을 좌지우지하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깨달음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왔다. 가장 큰 하나는 내가 이렇게나 교육 문제에서 멀어져있었던가 싶은 낯설음이었다. 이제껏 절반 이상의 해 동안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왔고, 직업을 구했을 때도 하나같이 교육 '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들을 했다. 그래서 나름 배우고 가르치는 일들과 가깝게 있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떠올려보니 몇 해 동안은 수능시험일이 지나갔는지 어땠는지 체감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보냈던 것도 같다. 교육을 산업으로 부르는 밥벌이를 해서일까, 실제적인 교육 [교육 ;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 과는 멀어져 상품 이름을 교육이라 부르는 판매 산업에 종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거리가 생겼던 것일까. 저자가 말하는 대한민국 교육 체계와 그의 문제점이 생경했다. 덕분에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