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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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갈림길에 서서 방향을 잃고 어디로 가야할 지 갈등하는 순간에 놓일 때 지금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잘한 것인지 자신할 수 없을 때가 늘어날수록 삶의 고뇌는 깊이 자리해 번민의 시간을 보낼 때가 종종 있다. 얼굴을 내밀고 있는 성장 소설을 읽다 보면 예전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상에 물음을 던지고 돌이켜 생각하게 된다. 때때로 변화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생각이 기성세대인 자신과 많이도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생각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내 안에 배인 습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음이리라. 어느 세대에도 쉽게 끼이지 못하는 주변인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일상의 변화에 혼란을 겪으며 정체성에 회의하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신을 맞닥뜨리며 살아가고 있다.

  학교에서나 다른 단체 생활에서 존재감 없이 외톨이로 살아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은 쉽게 공감하며 읽을 만한 <<외톨이>> 속 주인공 나는 너라 불리는 친구와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며 인간관계의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이 번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명으로 불리며 생활하는 아이들 속에 존재감을 회복하는 일이 수월치 않았다. 키다리 재민이의 서슬에 눌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지내던 샤프는 재민이 회장 직 사퇴를 계기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힘으로 그를 제압하고 말았다. 그동안 존재감 없이 키다리 옆에 기생하던 샤프가 작은 영웅으로 떠오르는 순간 그는 키다리가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새엄마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여 또 다른 외톨이 신세가 되고 말 듯한 인상을 더했다.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일은 삭막한 세상 마음에 희망의 꽃을 피우는 일 중 하나이다. 성적지상주의에 사로잡혀 학교 공부만을 파고드는 병폐를 벗기 위해 특별활동으로 봉사 활동 시간을 누적해 주고 있다. <<캐모마일 차 마실래?>>에서는 수동적으로 학교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설에 온 주인공이 장애인들에게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차별의식 없이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조화로운 생활로 이끄는 구성이 돋보인다. 봉사 활동 실적에 관심이 있는 석이는 교통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입은 왕재수 지연이와 불화하다 사랑의 하모니를 이뤄내는 과정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비춰진다. 몸이 불편한 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덕지덕지 붙은 오염으로 심한 악취가 나고 메스꺼움이 더해 청소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석이는 성찰하는 가운데 조금씩 닫힌 마음을 열어 갔다. 리듬악기 연주회가 열리는 날 진정한 봉사를 나가 장애인 수용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과 교감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경험 속에 체화하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때 이른 추위로 겨울나기가 녹록치 않은 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제대로 된 난방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냉기와 싸우며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이들은 한파 주의보라는 말만 들어도 섬뜩할 듯하다. <<한파주의보>>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가정의 구성원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설을 쇠러 간 사이 한파 속에 수도관이 얼어 물 공급이 끊긴 상태에 물을 사러 간 사이 주인공이 불량스런 청소년들에게 당할 위기에서 새엄마가 그를 도와줘 냉랭한 기운을 회복하여 가족애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작위적인 구성이지만 서로에게 냉담했던 이들이 서로 화해하는 구도를 통해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가치가 있음을 표현했다.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며 일상을 사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단편 소설 속 주인공으로 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갈등하고 번민할 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삶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일들은 눈에 띈다. 넉넉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기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며 자신만을 챙기는 아이들 모습에 오늘도 화를 내며 훈계를 잊지 않았지만 때로는 단편 소설 한 편이 더 의미 있을 때가 있다. 허브 향 가득한 캐모마일 차를 지연이와 석이 함께 마시며 교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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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역사다 - 한국 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
강성률 지음 / 살림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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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벽한 남단의 섬마을에는 영화관이 없어 영화를 보려면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기에 학생들은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해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저작권을 보호해야 영화인들이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을 놓치지 않는다. 기말 고사를 치르고 난 뒤 방학을 며칠 앞둔 2007년 여름 노는 토요일 희망 학생들과 함께 화려한 휴가를 단체 관람하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나와 슬픔을 진정하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1993년에 출생한 딸아이 또래들은 죄 없는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 잔혹하게 사살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사 책에서 간단히 언급되었던 광주 민주 항쟁을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겨 왔을 뿐인데 영화를 보니 5.18 광주 항쟁이 왜 일어났는지 점점 궁금해지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 간 이들에 대한 처벌이 따르지 않은 점을 의아스럽게 여기는 눈치였다. 군사들의 총칼 아래 처참하게 스러져 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피해자의 슬픔에 남은 자의 슬픔이 더해진 듯하다. ‘영화는 역사다’라는 책을 읽으며 날카로운 관찰력과 분석적 통찰력으로 영화를 읽어가는 행간을 좇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저자의 글에 빠져들고 만다.  

  지나 온 시간을 기록하여 후대에 본보기를 보이려던 뜻에 사관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그들만의 사료를 정리해 나갔다. 때로는 삼엄한 경계 속에 시류에 영합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지만 과거의 기록이 남아 있기에 새로운 비전을 품고 질적인 발전을 이뤄가는 토대를 마련해 가는 길에 서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특정 시기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제작되어 세인들의 관심을 끄는 점만 보더라도 과거는 사장되어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특정한 시대의 소재를 연출 모티브로 삼아 극적인 사건으로 재해석하는 영화감독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기억해야 할 부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위 연결 선상에서 영화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지를 궁구하여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담았다.
 

  역사와 영화의 문제는 해석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이념적인 문제까지 결부지어 영화감독의 역할에 대해 영화를 예로 들어 시대적 흐름 속에 그것을 적절히 융해하여 분석했다. 그의 역할이 특정 시기를 영화로 재해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속의 사건이지만 새롭게 인식하려는 관객들의 의중을 간파한 감독은 그들과 소통하려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음을 알아차릴 있었다. 1903년에 영화 상영이 보편화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는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 세계적인 영화제에서도 한국 영화의 권위를 인정받으며 발전해 왔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 처참한 현실을 폭로하여 풍자하고 외압에 저항하기보다는 신파에 젖어 망국의 현실을 잊으려 했다. 1920년 당시에는 경술국치와 삼일 운동의 실패로 허무주의에 젖은 민족 정서를 영화에 담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조선 영화계에 충격적이었다. 카프 계열의 감독이 만든 작품은 일제의 검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제와 해방 후 정부의 억압에 맞서 저항하며 <유랑>, <화륜> 등의 영화를 통해 이상적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해방과 분단을 겪으며 파란 많은 시대의 우울한 모습은 전후(戰後)의 폐허 위에서 국민들의 오락물로 영화는 자리를 잡아 갔다. 다소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어 영화의 황금기를 맞기도 했지만 군부독재 시대를 맞아 영화법을 새롭게 정하여 반공을 국시로 삼던 시절에는 반공 영화 제작을 재촉하였다. 영화를 문화 예술로 여기지도 않던 신군부 시대를 겪으며 암흑기였던 한국 영화도 새로운 인식의 변화를 통해 검열의 철폐 등을 끌어내 뚜렷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일제시대 위안부 여성들의 비극적 삶을 재조명한 <낮은 목소리1~2>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의 싸움의 정당성을 밝히는 가운데 할머니들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전하며 관객들과 교감하였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한 위안부 할머니의 고단한 삶과 소송 과정을 다뤘지만 향후 뚜렷한 성과가 없어 아쉬움이 더했다. 이에 글쓴이는 과거 청산의지가 부족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까지 꼬집었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인 한국전쟁은 4•3항쟁에서부터 전면적으로 확대된 한국전쟁이 야기한 분단은 빨치산, 이산가족, 비전향 장기수, 조총련의 삶까지 영화 속에 그려냈다. 이범선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오발탄>은 분단이 초래한 동족상잔의 비극이 빚어낸 인간의 황폐화와 가정 해체는 분단의 그림자를 반영하고 있다.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분단 고착화는 국책 대결의 수단에서부터 민중의 절절한 현실 속 아픔, 형제애 등을 영화 속에서 다양하게 다루며 분단이 진행형인 시대를 평화적으로 극복해야 함을 넌지시 알리고 있다. 4•3항쟁의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아픔을 재확인하며 제주도민들의 무참한 학살을 자행한 세력에 대한 응징이 채 이뤄지지 않아 미완의 과제로 남은 사건을 <끝나지 않은 세월>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스러운 고백을 담았다. 

  분단으로 가족의 생사도 모르고 지내던 이산가족 상봉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울고 불며 매달리는 그들을 보면서 분단을 극복하여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는 분단 고착화는 개인의 정서까지 이질화해 생각의 간극이 커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일으켜 만남 자체가 또 하나의 문제를 파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는 헤어진 자매가 서로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감정의 간극이 빚어낸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부의 노력이 요구됨을 저자는 놓치지 않았다. 지금 이 시대까지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서 현 사회의 모순점을 고발하여 풍자하고 있다. <백색인>은 현 사회의 계급 문제를, <지리멸렬>은 지배층의 모순된 모습을, <살인의 추억>은 군부정권의 허상을 꼬집고 있다. 이처럼 영화는 역사와 무관하게 존재하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셈이다.
 

  '영화는 역사다'를 통해 저자는 과거든 현재든 우리 역사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시각과 해석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보았다. 과거는 현재의 필요에 의해 Fact+Fiction으로 재구성해 스크린으로 담을 수 있는 과거를 새롭게 구성한다는 의미이다. '이재수의 난' '웰컴 투 동막골' '피아골' '태백산맥'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화려한 휴가’등은 비극적 현대사를 다루고 있지만 각 사건을 조명하는 감독들의 시각과 해석에는 차이가 드러났다. 몰락한 좌익 집안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을 하다 충무로에서 영화 생활을 시작해 굴지의 영화감독으로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민족의 전통을 영화 속에 불러내 교감하고 그것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음을 프레임에 담았다. 임순례 감독은 무한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양적인 팽창을 위해 질주하는 2000년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흥미롭게 변주하여 점점 행복과는 거리가 먼 현대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영화를 관객들이 보고 소통해 나갈 때 독특한 시각을 담은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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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괴물은 정말 싫어! 작은도서관 31
문선이 글.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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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행평가와 중간고사 등 크고 작은 시험을 치를 때마다 긴장감 속에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수족관 속에 갇힌 물고기들처럼 생명을 잃어가는 듯해 안쓰러울 때가 종종 있다. 초등학생 아들은 시험이 예정된 날에는 학교에 불이 나서 시험을 못 치르게 되거나 태풍이 와서 학교에 못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중간고사에서 수학 시험을 망친 아이는 풀이 죽어 집으로 왔는데 엄마는 위로는커녕 평소에 열심히 안 하더니 보기 좋게 낭패를 당한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고 말았다. 아들은 시험을 못 보고 싶은 사람이 어니 있겠냐며 항변하더니 문을 쾅 닫고는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사춘기가 일찍 와서인지 예전 같으면 그냥 받아 넘기던 일도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듯해 우려 섞인 눈으로 관찰하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된 듯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공부하라는 잔소리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힘겨운 준석이는 시험을 만든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미처 학원을 가지 않았을 때는 학원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 학생이 등원하지 않았음을 알려 변명의 여지도 없이 준석이는 엄마의 질책을 받아야 했다. 아빠가 힘들여 번 돈으로 학원에 다니는 것이니 열심히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준석이지만 공부보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그것을 도외시하고 스스로 통제하여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준석이 엄마는 아들이 공부하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100점을 잘 맞는 서현이와 비교하면서 자신을 닦달할 때면 더욱 힘이 빠지고 만다.



  

  자발적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려는데 부모가 문제지를 가지고 들어와서는 이곳까지 풀라며 주먹총을 놓을 때면 하던 공부도 팽개치고 싶었던 적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준석이 역시 공부하고 있는데 엄마가 들어와 공부 주문을 할 때면 공부할 마음이 싹 가시고 만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준석이는 가방 안에 있던 주운 시계를 발견하고는 태엽을 감아 보고 옆에 튀어 나온 단추도 눌렀을 때 시계 뚜껑이 열리더니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과거, 현재, 미래 방향으로 시계 방향을 돌리며 여러 모습을 들여다보는 가운데 화면 속에 비춰진 모습대로 미래의 일이 일어나자 준석은 더욱 신이 났다. 그는 자신 없던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내 줄 문제를 미리 풀어 본 뒤 창우에게 미리 문제를 풀어두는 게 좋을 것이라며 그 문제를 말했는데 놀랍게도 선생님은 창우에게 준석이 말한 문제를 풀게 했다. 미래의 일을 알게 해 준 시계로 시험지를 미리 봐서 100점짜리 시험지가 수두룩하여 학급 평균이 95점이 넘는 이변이 일어나 학교에서도 비상이 걸리고 말았다.

 

  70점 미만의 점수로 부진한 공부를 하던 아이들이 100점을 맞으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술렁거림이 더하였지만 준석이는 이상한 시계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친구들에게 강력히 말했다. 늘 100점만 맞던 서현이 모르는 것을 베껴 쓰던 일을 떠올리며 준석이는 어느 누구도 시험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깨달았다. 고득점으로 의기양양해진 준석이는 시험괴물이 덤벼도 문제없다며 주머니 속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선생님의 문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험공부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반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얻은 결과는 쉽게 사라지고 마는 것처럼 시계를 잃어버린 시간 경찰관에게 꼬리를 잡히고 말아 시험지를 미리 보고 그 문제를 풀어 100점을 얻을 일은 사라지고 말았다. 공부는 자기와의 싸움이고 모두가 잘 되기 위해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준석이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여 진짜 실력을 쌓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체득하게 되었다.

 

  이 순간도 공부하라는 소리로 졸고 있는 아들의 잠을 쫓으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허사로 돌아갔다. 이부 자리를 파고드는 모습을 우두커니 보면서 언제나 철이 들어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학습하는 때가 올는지 종잡기는 힘들다. 잔소리 대장 엄마라며 늘 지청구를 늘어놓는 아이들은 딱딱한 활자보다는 입체적인 영상과 효과음에 빠져 지내느라 생각마저 굳어져버릴까 염려스러울 때도 있다. 준석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정말 싫은 시험 괴물과도 조금씩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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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옥, 가야를 품다 푸른도서관 38
김정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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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 표지 위 돛을 달고 넘실대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 두 척이 보이는 ‘허황옥, 가야를 품다’를 읽으니 여고 시절 김해 김수로 왕릉으로 소풍을 다녀온 적이 생각났다. 막힘없이 탁 트인 잔디의 푸름에 싱그러움을 더하는 공간에 자리한 왕릉 대문에 그려진 물고기 한 쌍은 강한 호기심을 일으키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했다. 물고기를 숭상하는 나라의 물고기가 가락국으로 들어와 환란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신앙으로 굳어진 것은 아닐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수로왕릉 가까운 곳에 있는 왕비의 무덤 앞 능비에 ‘가락국 수로왕비 보주태후 허씨릉’이라고 씌어 있는 부분에서 허 씨가 누구인지 의문을 품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가락국기를 토대로 배웠던 구지가(龜旨歌)에 나오는 김수로 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보자기 속 6개의 알 중에서 가장 먼저 태어나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로만 치부했던 생각에 호기심을 더했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해 약소국을 핍박하는 나라들은 예나 지금이나 건재하고 있다. 월지족의 공격은 아유타 전역을 곤경으로 몰아갔고, 동맹 조건으로 월지족 왕자와 태양의 나라 아유타 공주 라뜨나와의 혼인이었다. 동맹을 빌미로 이제 겨우 열 살인 공주를 이국으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국왕은 락슈마나 왕자에게 공주를 데리고 아유타를 떠나라고 명했다. 공주는 정략혼인을 피해 죄인처럼 숨어 고국을 떠나 물길을 따라 새로운 터전을 찾아 길을 떠났다. 풍랑을 만나 파선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공주는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쌍어 문양이 그려진 붉은 돛을

 

   달아 성난 파도를 잠재우고 한나라 변방 어촌에 머무르게 되었다. 온화한 촌장의 도움으로 락슈마나와 라뜨나 일행은 사천성 안악현으로 들어가 재물을 모으기 위해 교역에 나섰다. 시행착오를 겪는 가운데 라뜨나는 교역에 눈을 뜨기 시작해 질이 좋은 철기를 구입하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한나라에서 금기시하던 철기 거래가 표면에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동방으로 향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며 굴욕스러운 외교로 형 나라에 조공을 바치던 인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란성 왕자 청예는 패배의 순간에 새로운 뜻을 바로 세웠다. 역시 위급한 순간에 파란을 겪으며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갔다. 강하고 부강한 나라로 이민족이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새 왕국을 건설하리라는 포부를 안고 개라봉에 터를 잡았다. 청예는 아홉 부족과 화친하여 부족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갈 방법을 찾아 서력 42년 3월 아홉 부족을 통합해 가야를 세우고 수로왕에 올랐다. 백성 위에 군림하는 왕은 되지 않으리라는 수로왕은 철을 잘 다루는 단야족의 후예답게 교역의 중심 나라로 위치를 굳건히 해 나갔다. 스스로 현명하고 강인한 여인, 사랑하는 여인을 배필로 맞아 가야국을 통치하려는 포부를 가슴에 담고 수로왕은 대부분의 가야인들이 믿고 있는 아도간 족장의 딸과의 혼인을 뒤집고 말았다.


 

   라뜨나 일행이 이끄는 큰 상단의 물품을 실은 배가 난파되어 가야에 머무를 수 있기를 간청하여 수로왕의 허락을 받아내지만 이방인들을 백안시하는 가야인들의 태도는 이국에서의 생활을 점점 힘들게 했다. 상단을 독점하고 있던 염사치 상단과 경쟁해 교역하려는 라뜨나 상단은 이익을 가야에 돌리겠다는 말로 강단진 태도를 보였다. 가야에서의 생활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야인들에게 인심을 얻는 일이 중요했다. 지혜로운 라뜨나는 어려움에빠진 이들을 도우며 조금씩 가야인들의 생활에 동화되어 나갔다. 한편 수로왕을 사위로 삼으려던 아도간 족장의 감시는 라뜨나를 옥죄는 구실이 되었지만 두려워 말라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공주는 마음을 곧추 세워 나갔다. 고국이 그립고 어머니가 그리울 때면 말을 타고 개라봉으로 향하던 라뜨나와 수로왕의 만남은 우연처럼 이어졌고, 두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해 연모의 정을 키워갔다.


 

   이를 눈치 챈 아도간 족장은 갖은 술수로 수로왕에게 라뜨나의 부정한 행위를 고하지만 수로왕은 의연히 대처해 나갔다. 왜국과의 교역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온 라뜨나 일행은 상단으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여 아도간 족장을 번민의 늪으로 이끌었다. 아도간 족장의 딸인 아지의 사랑이 열렬함을 알고 있던 라뜨나는 가야를 떠나 왜국에 머물며 교역에 나섰지만 사람의 감정은 쉽사리 꺾을 수 없는 운명처럼 수로왕과 라뜨나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묶여가는 듯했다. 파도와 바람을 잠재우는 파사의 석탑은 붉은 깃발처럼 재앙을 피해가는 주술적인 힘을 발휘했다. 가야인들의 터전을 지켜주길 간곡히 바라며 석탑을 도는 라뜨나는 가야인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모습으로 드러나 통찰력 있는 공주로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역병이 가야 전역을 휩쓸 때를 틈타 아도간 족장은 이방인들이 거쳐 간 자리에서 역병이 시작되었다며 모함했지만 수로왕은 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는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라뜨나 상단이 왜국과의 교역에 성공하여 가야에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줬고, 그들 때문에 수군이 강해진 점을 알아차린 수로왕은 점점 라뜨나 상단을 신뢰하기에 이르렀다. 앓아누운 라뜨나를 찾아 온 아지의 술책에 빠진 적도 있지만 공주는 그 사실을 숨긴 채 오히려 수로왕을 깊이 연모하는 아지를 동정했다.

 

    하지만 사랑은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 어떤 힘으로도 수로왕을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던 라뜨나 공주는 그동안 숨겨 온 신분을 밝히며 수로왕에게 당당히 청혼하는 모습은 적극적인 여성상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유타에서 월지족과 평화 협정을 맺었다는 통보와 함께 공주의 혼례를 거행하려는 밀지가 도착했지만 공주는 이 일을 파기하고 가야 수로왕의 왕후로 남을 것임을 천명했다. 한나라 저잣거리에서 수로왕이 떨어뜨렸던 금거북을 정표로 내보이며 수로왕과 라뜨나는 서력 48년에 혼례를 거행했다. 그동안 신화 속에서만 어림짐작으로 전해졌던 수로왕 이야기를 상상력 속에 풀쳐 놓아 흥미로움과 감동을 더한 아유타 공주 라뜨나가 가야국의 국모인 허황옥으로 화한 데는 쌍어문의 역할이 컸다. 재앙으로 위기에 처한 가야를 구하고 수로왕을 보필하려난 마음이 하늘을 울리고 가야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다소 이색적인 혼례로 다양성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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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어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 

짧은 가을이 하냥 섭섭한 때 뒷산을 오르며 문득 쳐다 본 하늘은 

마음의 오욕을 다 걷어 버리고 말갛게 씻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라는  

당부를 잊지 않고 있는 듯하다. 

10월 20일 문학동네의 특별한 이벤트를 접하고 그 동안 읽었지만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소설과 새로운 나온 작품을 접하려는 지적 욕망으로  

목록을 작성했다.  

 

 

 '닥처 필'필 맥그로의 인간 관계 및 인생 상담을 생생히 담은  

삶을 역전시키는 위기 극복 매뉴얼을 가슴에 담아 새로운  

삶의 진정성을 찾고 싶다. 

 

 

 

 연금술사로 익숙한 파울로 코엘료의 새 작품 프리다를 보니 

초원 위에 뒷짐지고 서 있는 긴 머리 소녀의 그윽한 눈빛을  

들여다보고 싶다. 누군가가 새로운 길을 계획하고 끝없이  

이어진 길 위에 섰다. 비록 그 길이 시행착오를 겪게 되더라도  

자신의 길을 걸어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나선 

소녀의 삶의 궤적을 따라 걷고 싶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 때면 술을 한 잔하면서 자신의 삶을 위로할 때가  종종 있다. 가슴을 아리게 하여 마음까지 힘들게 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면 맑은 복국을 먹어 자정 작용을 꾀할 때가 있다. 복국을 먹을 때마다 복어 속의 독이 자신을 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 때도 있지만 삶의 당위성을 부여하며 복어를 먹어 왔다. 

독을 품고 있는 복어는 자신을 해할 수도 있지만 조리사의 역량을 믿으며 복어를 먹으면서 지낸다. 죽어가는 속을 달래 살아나기 위해 먹는 복어는 어쩌면 우리네 삶의 생사를 함께 담은 생선이 아닌가 싶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 삶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 신경숙을 좋아한다. 

그녀의 특별한 삶(궁핍함으로 노동자로 생활하면서도 사유의 폭을 넓혀 생을 긍정하며 그 삶 속에 연대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옮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은 수차레 읽었지마는 사랑하는 제자에게 선물하고 싶어 구매 목록에 넣었다. 

  

 

 

 

익명인 채로 세상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삶의 비애가 곳곳에 드러난다. 일회적인 만남, 가식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삶의 순수한 본질을  탐구하는 일에 몰두하는 서술자는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을 잘도 그렸다. 이 소설 역시 11월 수능을 앞두고 있는 제자에게 선물하여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 밑줄그어 읽은 소설이라 선물하기에는 적합치 않아 읽고 싶은 목록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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