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항해하는 배를 타고 살아가는 인생인지도 모른다. 마흔을 훌쩍 넘긴 중년에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지인들의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할 때가 많다.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일에만 미쳐 하루하루를 지내던 이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지 넉 달째 세상을 하직하고 만 현실은 남은 가족들에게도 회한으로 가득했을 듯하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살아가지만 때로는 누군가와 갈등하며 현실에 부딪치며 사느라 부침하는 가운데 후회할 일들이 늘어만 가는 삶이다. 병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연명해 가느라 쇠약해진 육신으로 생명의 끈을 잇는 이들을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이의 이야기는 지나 온 삶을 반추하고 오늘을 새롭게 살아갈 의미를 찾게 한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가 돌보던 말기 환자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일련의 일들이 냇물이 흘러 강으로 가는 것처럼 잔잔한 리듬을 타고 내면으로 스며든다. 나이 들어 갈수록 육신은 늙고 병들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기에 건강할 때 오롯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 후회를 줄여 나가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 타인의 부음(訃音)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모습을 반추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게 한다. 지금껏 자신의 확고한 선택 의지보다는 타인이 정한 규정을 따르며 수동적으로 살았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마음을 더한다. 

  저자는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의 고단한 삶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스물다섯 사례를 들어 일상에 매몰되어 사는 현대인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준다. 일상에서 도외시하고 넘어가던 일들을 끌어내 변화를 줘 새로운 세상과 부딪치며 사는 일을 즐기고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로 떠난 인도 여행은 아직껏 맛보지 못했던 시큼하고 짭짤하며 쓰디 쓴 일상의 연속이었지만 그때만큼 진솔한 나를 만나보지 못했던 듯하다. 그래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공간으로 다가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 갈 무렵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게 후회스러운 점이라는 부분에서는 더욱 공감되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의 ‘행복’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을 때 온 세상이 발그레한 모습으로 타올라 더욱 아름답게 보였던 때가 청춘시절에 있었다. 그 무엇보다 생생한 삶을 그리며 현재를 열심히 살았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기도 하다. 행복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의 발자취 속에 생생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즐기던 음식까지 기피하며 살빼기에 골몰하는 이들을 적잖이 만나면서 먹는 즐거움이 배제된 식사는 무미함이 더할 듯하다. 보고 싶은 이를 만나 서로 대화하며 즐거운 음식을 함께 먹지 못한 게 또 다른 한으로 남아서는 안 될 일이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일상 속 의미 있는 활동을 프레임 속에 담아 후회를 최소화하며 살아가야 할 삶의 의미를 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의 문턱에 서서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며 회한에 젖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건강한 삶을 자신하면서 죽음을 멀게만 여긴 나머지 미처 생각지 못한 일들을 자각하게 만든다. 예고도 없이 찾아드는 죽음은 기존의 질서를 뒤엎고 상실의 아픔을 넘어 통한의 슬픔에 잠기는 일을 줄일 수 있는 길은 살아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언젠가는 죽게 될 운명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아들여야 하는지를 생생한 인터뷰에 담았다.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가족들에게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일로 하루를 열어가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감정에 휘둘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줄여 오늘 하루가 현세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하는 길은 회한으로 얼룩진 마음을 펴나갈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 - 10대와 어른, 섹슈얼리티로 소통하다
유쾌한섹슈얼리티인권센터(유섹인) 기획, 변혜정 엮음 / 동녘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2008년 겨울 송년회를 앞두고 온 가족이 함께 봤던 영화 과속 스캔들이 떠오른다. 10대들의 전폭적인인 관심 속에 인기를 모으던 서른 중반의 라디오 DJ 남현수가 진행하는 프로에 하루도 빠짐없이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이 느닷없이 찾아와 숨겨진 사실을 폭로하고 말았다. 정남 자신은 현수가 과속해서 낳은 딸이라며 바득바득 우겨댔고,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애까지 달고 나타나 황당무계함을 더했지만 가족의 끈 아래 함께 연대하여 살아가는 희망적인 삶을 담았다. 10대 여성이 임신을 하고 출산 후 미혼모의 삶을 택해 아이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표면화한 영화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0대의 섹스, 유쾌한 섹슈얼리티’를 통해 그동안 묻어두고 입에 담기 불편하게 여겨 왔던 10대의 성에 대해 다양한 측면으로 살폈다. 간간이 경험자의 인터뷰를 함께 실어 우려했던 일들이 흔하게 벌어져 충격적인 10대의 성문화만큼이나 기성세대들이 간과시해 왔던 점을 반성케 했다.


 

  어른과 아이의 중간지대에 놓인 열여덟, 열아홉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소통이 잘 안 되어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줄 때가 종종 있다. 도발적인 말로 반항을 일삼는 아이, 과잉 행동으로 조절 능력을 잃고 생활하는 아이들을 골치 아픈 존재로 여기며 이 학년도만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적도 있다. 막강한 소비자본주의와 대중매체의 영향력으로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성형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지금부터 알바라도 해서 돈을 모으겠다는 소리까지 서슴지 않아 충격적일 때도 있다.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10대 성매매와 성 상품화 관련 뉴스가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 아래 10대들이 떠안고 살아가는 고민 중 성(性)에 대한 생생한 고민과 분석을 객관화하여 보여준다. 사건을 일으키는 십대에게 지금은 인생을 책임질 나이가 아니니 모든 일은 어른이 된 뒤로 유예하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로 현안을 마무리 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듯하다.


 

  성교육을 행하는 강의실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성년이 될 때까지는 성행위를 해서는 인생을 망치게 된다는 우려를 담아 낙태했을 때의 피해 양상을 보여주는 교육이 많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기 규제적이고 검열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주체로 살아가는 10대의 성적 욕망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듯하다. 무엇보다 성 경험을 뒷공론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성에 대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삶의 상황과 정체성을 깨달을 필요가 있음을 밝히는 글에서 10대의 성경험에 따른 임신을 표적 삼아 조용히 일을 끝내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성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고착적인 위치성이 깨지고 운동성이 발휘되면서 진동의 일탈을 꼬집은 김예란 글쓴이는 유비쿼터스 같은 모바일 환경 아래 10대는 쉽게 욕망에 노출됨을 주시했다. 경제적 결핍과 성적 욕망의 불행한 결합이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일탈을 부추기는 점이 큰 것으로 봤다.

 

  여성의 외모는 경쟁력으로 치부되어 성형을 해서라도 경쟁력을 높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잠재된 가능성과 실력보다는 여성의 외모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이 여성의 외모 관리에 열을 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불편함을 더했다. 그 파장은 10대에까지 미쳐 저렴한 수술로 외모의 불균형과 변형을 야기하였다. 출산 장려 정책으로 미혼모들을 위한 사회복지 시설 확충으로 10대의 임신을 장려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하지만 10대 미혼모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10대 임신에 대한 사회적 낙인 속에서도 엄마가 되려는 10대의 선택을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 환경, 노동 시장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쉽게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비춰졌다.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백안시하기보다는 그녀들이 처한 삶의 환경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역동적인 집단으로서의 10대로 볼 필요가 있음을 주창했다.

 

  티켓 다방으로 시작해 성 매매업에 발을 딛고 사는 이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 그들이 생각하는 일은 본능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소모하며 사느라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듯해 안타까움이 더했다. 쉽게 돈을 벌고 쓰는 법을 배워 힘든 일은 기피하며 빚까지 떠안는 10대들의 모습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며 꿈을 향해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과 동떨어져 간극이 너무나 커보였다. 10대의 동성애자들의 고민 속에는 다수가 지향하는 가치를 선으로 여기며 소수자들의 동성애는 볼썽사납게 여기는 사회 풍토를 꼬집었고, 북한 이주 1.5세대 여성들이 남한 사회에서 여전히 겉돌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야기까지 폭넓게 담아 베일에 가려진 10대들의 성 담론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열여덟 살 딸을 키우는 엄마로 이 글을 읽어가는 시간이 제목처럼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가정과 학교에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 대부분이 일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자신의 선택 의지보다는 환경의 영향으로 또 다른 길을 걷는 이들이 많음을 인지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일이 급선무일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8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부터 널브러져 있는 아이를 흔들어 깨우며 꿈이 뭐냐고 묻자 녀석은 벼락부자라고 서슴지 않고 말했다. 옆에 앉은 친구들도 하나같이 돈 많이 벌어서 폼 나게 살고 싶다는 말로 오전을 열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하기보다는 억대 부자로 살고 싶다는 10대들을 보면서 화폐 지상주의는 어느 새 우리 내부 깊숙이 들어와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돈 걱정 없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지내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소유욕에 찌들어 사는 이들은 지금 자신이 지니고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오로지 돈을 많이 벌어서 지금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고, 더 큰 차를 타고 다니며, 체면 유지가 되는 가방을 들기 위해 돈을 모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목적만 있을 뿐 그 재화를 어떻게 소비하며 살아갈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빠진 채 더 큰 욕망을 탐하느라 버거운 삶을 잇고 있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내 집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살던 중산층은 돈을 벌수록 늘어나는 빚에 짓눌려 사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마는 시대에 돈을 버는 일 못지않게 어떻게 쓰고 살아야 할 지 성찰하게 만든다.

 

   무한경쟁 시대에 자식들을 기를 죽이지 않고 살아남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많은 부모들은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든든한 연줄이 닿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고학력 실업자가 천정부지로 늘어나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고학력자의 능력이 사장(死藏)되고 있는 현실이다. 진리와 자유를 탐구하고 대학 문화를 창달하던 대학은 취업에 필요한 갖가지 전문적인 기술을 전수하며 취업 준비를 도맡아 행하는 학원으로 연명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정규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 기울이고 사회에 나가서는 애써 번 돈을 허무하게 써버리는 이들이 많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88만 원 세대로 전락하고 만 대졸자들을 연민하며 뭔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자탄해 왔을 뿐 어떤 대안을 내세우지 못했다. 머리로만 그들을 걱정해왔을 뿐이지 가슴으로 고민을 받아들여 어떤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는 기존에 나왔던 돈 버는 방법과는 달리 놀이처럼 돈을 재미있게 벌고 잘 쓰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자신이 아는 부자들 대부분은 쾌락지수를 높일 때는 흔쾌히 돈을 소비하지만, 일상적인 현장에서는 인색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이 많다며 개탄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바람직한 돈의 기술을 익히지 못하여 돈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있다며 소비할수록 삶이 풍요로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화폐 사용을 강조했다. 부자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 줄 것은 재산이 아니라 자립심임을 강조하고,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실무 능력을 쌓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총재 무하마드 유누스는 누구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음을 역살하며 스스로 노동하며 수확하는 기쁨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일이 소중하다고 했다. 불필요한 소비를 위한 빚을 얻고, 빚을 지려는 마음까지 청산했을 때 돈은 절로 모이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돈하고 잘 노는 일은 돈의 달인이 되는 길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 가치와 효용성을 끌어내는 지식 공동체 수유 너머에서 잘 나타난다. 이곳은 여러 강좌를 통해 강사와 학생들이 함께 소통하며 새로운 지식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실무 경험을 쌓아 자력갱생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최고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려는 이들에게 북드라망 접속을 강조하며 스스로 책을 통해 치유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음을 공동체 식구들의 글은 밝히고 있다. 수유 너머 식구들은 책을 통한 공부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가운데 돈을 벌고 그 돈을 적절히 나누고 있어 고무적이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공부하며 글을 써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본성과 경제가 일치하는 삶에 기초하는 돈벌이이기에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돈을 잘 벌고 잘 쓸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자유의 공간이 확보되었다는 사실과 그에 걸맞은 증여의 달인이 바로 돈의 달인이라고 말했다.

 

   연말이면 그동안 기부했던 시민 단체에 전화를 걸어 세액 공제를 위해 기부금 영수증을 요구하여 왔다. 조건 없이 시민 단체에 기부해 오지 못했던 점 때문에 화폐에 대항하는 공동체인 코뮤니타스와는 괴리되는 자신의 모습에 다소 위축되었다. 버리고 행복하라는 비노바 바베의 슬로건은 무소유의 삶으로 일관하고 가사 장삼을 걸친 채로 다비장으로 향했던 법정 스님의 순수 증여의 실천적 삶이 떠올랐다. 맑은 물처럼 돈을 투명하게 쓰고, 당당하게 돈을 써서 내면에 평화와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증여, 이를 통한 적절한 순환이 이뤄져야 함을 밝혔다. 통통한 몸매에 해학적인 웃음으로 보는 이를 웃게 하는 걸승 포대화상이 포대를 들고 탁발하다 포대가 다 차면 그것을 비우고, 보시를 받을 때마다 길흉을 하나씩 알려 줘 지혜를 나눠줬던 것처럼 돈의 달인은 존재와 선물이 분리되지 않는 순수 증여를 실천해야 한다. 12대에 걸쳐 만석꾼으로 금욕적 원칙을 철저히 엄수하며 나눔을 실천한 경주 최 부잣집은 돈을 버는 것만큼 돈을 잘 쓰는 일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3-30 17:12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마법천자문 단어마법篇 1 (본권 + 워크북 + 카드) - 몰아쳐라, 돌개바람! 돌풍(突風) 마법천자문 단어마법篇 1
김현수 지음, 호야 그림, 파프리카 채색, 김창환 감수 / 아울북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마법 천자문 책을 펴들고 한자를 익혀가던 아이들은 글자를 익혀가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단음에 이어 한자어로 구성된 단어 마법편은 개념을 바로 잡고 단어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쓰는 일이 중요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휘력의 80%이상을 차지하는 한자는 독해력을 높이는 방편의 하나로 대두될 정도로 한자 익히기에 열성적인 이들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한다면 쉽고 재미있게 한자를 익혀나가는 일이 반갑기만 하다. 학창시절 획순과 부수를 고려하여 괴발개발 한자 쓰기를 강요하던 수업시간에 한자를 쓰면서 뜻과 음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자부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막상 한자를 쓰려고 하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머리 아파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혼신의 노력과 집중된 마음으로 뜻한 바를 이룬 경우는 흔하지 않기에 그런 사람을 두려워하고 공경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나우 장군은 나무 마을을 습격하여 사람들의 강력한 마음의 힘을 빼앗아 해왕족 왕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옥동자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나무를 싹둑 베어[伐木] 위기를 모면하려던 옥동자는 손오공에게 또 다른 구조를 요청하는데 그 길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사는 구름산에는 베일에 가려진 옥동자의 흔적을 보여 주라[痕迹]는 말에도 쉽사리 흔적을 보이지 않는 옥동자다.

 

 

  구름산 너머로 가는 길을 알려준 지킴이 빗장은 안에 소화된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排出]하여 오공을 질식하게 만들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오공은 차차와 아리를 만나 좌충우돌하며 옥동자단을 만나 마침내 동자와 오공은 격렬히 포옹하며 반가워한다. 아리와 차차는 숲의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죽음의 땅에 푸른 나무들이 가득 차 생명의 땅으로 화한 전설을 들려줌으로써 산림 보호까지 더하고 있다. 그 덕분에 차차와 아리는 씨앗으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어 숲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도맡아 행하는데 나나우의 습격이 거침없어 대적하기 힘들어 보였다. 오공은 강한 주먹[鐵拳]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고, 나나우는 돌개바람[突風]으로 오공에게 맞서며 격돌하였다.

 

 

  착한 마음, 나쁜 마음, 슬픈 마음 등이 모아져 몸을 움직이게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숲 속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빨아들이기[吸收] 위해 하나하나 흡입을 서두르는데 오공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푸른 풀밭 위에 누워 있는 오공을 가리키며 나나우는 오공의 마음을 흡수하려는데 오공은 일어나지 못하고 돌풍[突風] 편은 끝이 나 2편이 더욱 기대된다. 20개의 한자어의 개념을 풀어 뜻과 음을 함께 이해할 수 있게 한 점은 더욱 유용해 보인다. 낱낱의 한자로 구성된 단어를 워크북에서 숙련하며 재미있는 놀이처럼 한자를 익히고 쓸 수 있는 마법이 담겨 있는 천자문 단어 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대중 자서전 - 전2권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자식이 서자였지만 대성하기를 바라며 자식들에게 따스한 가르침과 사랑 속에 세상의 빛을 보게 했다. 난산 끝에 아들을 낳은 어머니는 호랑이를 품에 안고 있는 꿈을 꿨던 일을 떠올리며 늘 아들에게 높은 데서 나왔으니 몸을 함부로 굴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해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 뭍으로 나오려는 꿈을 품고는 가족들을 설득하여 신안군 하의도 외딴 섬에서 목포로 나와 아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호흡하게 했다. 목포 상고 재학 시절 3학년 담임은 삶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함을 강조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을 고수할 때 승리자가 된다는 가르침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삶을 살게 한 원동력이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옳은 길이라면 목숨 걸고 싸우라고 말하던 아내 차용애는 자식 둘을 책임질 테니부당한 처사에 굴복하지 말고 당당히 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정계로 투신한 뒤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선거자금은 많이 들어 집안 형편은 갈수록 나빠져 회생 불능의 상태로 치달았다. 전쟁 중 서울 간 남편을 기다리다 방공호에서 아이를 낳았던 아내 차용애는 그동안 힘든 내색 없이 지내느라 가슴앓이로 지내다 이승을 뜨고 말았다. 훗날 대통령은 늘 헌신적으로 살다 영면한 부인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지니고 살아왔다.  

 

  아내를 잃고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정계에 투신하여 그 끈을 놓지 않던 시절 나라의 운명과 장래를 논의하는 모임에서 또 다른 삶의 희망인 평생 동지를 만났다. 힘든 시절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때가 있다. 수감되어 지낼 때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이 차디찬 감방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는 생각에 난방하지 않은 채 겨울을 났다는 아내 이희호는 영적인 동반자로 남편에게 희망을 전하는 이로 자리했다. 진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당시 여러 날을 진주에 머무르며 남편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애썼다. 털옷과 털장갑을 손수 떠서 꽁꽁 언 수감자의 마음을 녹여줬고, 남편이 사형선고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절망감에 휩싸이게 될까 염려하여 바다 가운에서 목숨을 건졌던 일을 떠올리며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아내는 수감 생활 내내 편지를 남편에게 전하며 궁금증을 풀어 폐쇄적인 공간에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가족이나 측근들의 근황에서부터 대통령이 그토록 아끼던 화초와 강아지 소식까지 담았으니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과 정성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처음으로 들른 양장점에서 선물한 옷 한 벌에 좋아하던 아내의 모습은 지난한 세월 속 대통령을 뒤돌아보게 했다. 결혼 생활 동안 대통령을 내조하며 꿋꿋이 곁을 지켜 내느라 내색하지 않았지만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무심했다는 반성과 함께 아내가 곁에 있어 더욱 감사한 일상에 고마워했다.


 

 

  감옥은 또 다른 보물창고

  늘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가족들은 곁에 있는 식구들의 소중함을 간과하고 지내기 일쑤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 본 사람들은 지금 가까이 있는 식구가 얼마나 귀하고 중한 존재인지 절감할 때가 종종 있다. 자유를 속박당한 채 매달 한 번 10분이라는 짧은 면회 시간이 주어졌을 때, 한정된 시간 속에 가족과 나눈 정신적 교감은 삶의 존재 이유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점심 후 주어지는 운동 시간 그는 교도소 마당의 화단을 돌보며 정직한 꽃들의 성장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지냈다. 감옥에 있는 동안 꽃들은 주인의 정성만큼 자라고 꽃을 피워 특별한 기쁨을 선물해 줬다. 그리하여 아잘리아와 코스모스 등은 감옥에 있는 동안 교감을 나누며 지낼 수 있었다.

 

 

  사람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살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도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며 존재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영어(囹圄)의 몸으로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대통령은 생존의 지혜를 발휘해 나갔다. 많은 사상가들의 책을 섭렵하며 사유하는 삶 속에 혜안을 쌓았고, 신학 서적과 문학 서적을 탐독하며 정신적으로 충만한 삶을 영위해 나갔다. 하루에 10시간 남짓 책을 읽으며 신지식을 쌓고 진리를 깨쳐가는 가운데 감옥 생활을 감내해 나갈 수 있었다.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읽으며 미래에 대한 확신과 영감을 통해 정치가로서 예지력을 바탕으로 올바른 정치를 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문명은 도전에 상응하는 선물이라며 지금의 환경에 도전하여 성공한 집단만이 문명의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은 자신이 처한 시련을 극복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미국에서 지낼 때 ABC 방송의 ‘나이트라인’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지 진행자와 영어로 토론을 벌이며 자신의 논리를 찾아 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을 당시에도 김대중은 적극적이었다. 옥중 생활에서 삼위일체를 비롯한 영어 문법책을 여러 권 반복해 읽으며 문법을 제대로 익혔기에 내용면에서는 논리적인 표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지만 50줄에 들어 영어 공부를 해나가는 일이 녹록치 않았을 텐데도 부단한 노력으로 영어 문법의 틀을 완성하여 훗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며 또 다른 성취감에 젖을 수 있었다.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독재 정치의 극단을 보일 때마다 대통령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 땅의 민주 열사들과 뜻을 같이 하여 지도자로서 선구자적인 삶을 살아 왔다. 평생을 조국의 민주주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위해 헌신적 삶을 살았던 대통령은 일관된 삶을 살아왔다. 다섯 번이나 닥친 죽음의 고비, 6년 동안의 옥중 생활, 십 수 년 동안의 감금 생활에서도 어떤 회유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은 특별한 신념의 소유자였다. 걷잡을 수 없는 고통에 빠져들 때마다 그 나름대로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며 흔들릴 수 있는 마음을 다잡아 나갔다. 민주주의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올 때마다 대통령 곁에는 뜻을 같이 하는 막역한 이들이 함께 하여 외롭지 않았다고 했다. 유신 시대의 망명 생활은 교민들 사회에 현 조국의 실상을 정확히 전하는 정보제공으로 이어져 통일에 앞서 민주화 세상 실현의 당위성을 알려 나가는 계기로 삼아 만주화의 꽃씨를 심어 나갔다.

 

 

  1980년 5월 불법적인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정치군부 세력의 비인간적인 폭거에 맞서 일어선 무고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서는 살육전을 벌였다. 그 당시 신군부는 오월 민주화 운동의 배후로 김대중을 기소하였다.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맞선 민중의 항거는 이 땅의 민족적 지도자를 죄인으로 몰아넣는 빌미로 작용해 그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전 대통령은 김대중 감형을 전제로 회담을 제의한 레이건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형에서 감형되어 무기징역을 언도 받게 되었다. 그 후 국내외의 역풍에 몰린 전 정권은 울며 겨자 먹기로 김대중 가족을 미국으로 보내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은 고국보다는 타국에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열정가로 인정받으며 신변보호를 받았다. 그 후 대통령이 되어 그는 비록 지금은 올바른 일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않더라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안고 정의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는 정치인의 길을 걸어 나갔다.

 

 



  15대 대통령으로 새 역사를 쓰다.

 

  선거를 앞두고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선거는 기득권의 부당한 권력행사로 부정적인 현상을 야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권좌에 올라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던 권력자일수록 권력의 단맛을 보았으니 최고의 자리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욕망이 역사적 진실에 반하는 술수로 선량한 국민들을 쥐락펴락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통령은 과거 선거에서 낙선할 때마다 자신을 후원하고 응원해 준 이들을 잊지 않았다. 낙선한 뒤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접고는 해외로 나가 그동안 못다 했던 공부를 계속 하기로 마음먹고 세계의 석학들과 교류하며 지식의 폭을 넓혀가는 계기로 삼았다. 스티븐 호킹 박사와 이웃에 살며 집념과 실천 의지를 통해 쌓은 학문적 성과에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며 유대를 쌓아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1998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40.3% 득표율로 당선되어 여야 간의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수평적으로 이뤄냈다. 쓸려왔다가 밀려가기를 반복하며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바다를 보고 자란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당한 일을 정치적 보복으로 되갚으려 하지 않았다. 갖은 고초로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어 고통을 겪으면서도 가해하던 이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여 화해와 용서의 정치를 펴나갔다. 진정한 승리자는 상대를 이기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상대를 용서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권위주의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였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격유착의 고리를 끊는 혁신으로 투명한 기업 경영체제 아래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인 자유 경쟁과 책임 경영으로 기업 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냉전 시대 이후 유례없는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남한과 북한의 통합은 새로운 시대의 과제로 남겨졌다.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가운데 평화적인 회담으로 경직된 틀을 부수고 화합과 상생의 물꼬를 트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해졌다. 지나가는 행인의 외투를 벗기는 데는 햇볕이 강한 바람보다 효과적이라는 우화처럼 냉각된 북한을 녹이기에는 햇볕정책이 유효했다.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간 정주영 명예회장은 어려운 대북 사업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금강산 관광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한반도 긴장 완화 속에 동질성 회복하는 길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 남북 공동성명으로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여 이산가족 상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줬다.

 

 

  IMF환란 위기를 맞아 턱없이 부족한 외환 보유고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금 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고, 해외로 나가서는 적극저적인 외교로 외환 보유고를 늘려 부족분을 채워 나갔다. 옥중에서 읽었던 앨빈 토플러의 지적대로 미래는 신지식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여 정보와 지식이 소중한 자산이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며 국경의 벽을 넘어 세계인들과 넷 망으로 교류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귀중한 일임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국민들에게 PC공급을 서둘러 정보화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때 신정보에 뒤처지지 않는 이로 자리할 수 있음에 착안했다.

 

 


  자서전 속에 드러나는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

  봄이면 선연한 핏빛으로 산하를 물들이는 진달래를 좋아하고 가을이면 길가에 늘어서 한들한들 춤을 추는 코스모스를 좋아한다던 대통령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사랑했다. 정치 생활 40년 동안 죽음의 문턱에서도 절대자의 뜻대로 처분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천리(天理)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자신보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지 않기를 바라며 가족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일의 소중함을 곳곳에 드러냈다. 화초를 자식처럼 돌보며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워 열매를 거두는 일련의 과정을 자연적 질서로 받아들이며 소중히 여겼다. 영국의 폭압적인 횡포에도 비폭력적인 평화 시위로 승리를 끌어낸 간디의 사상을 흠모하며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서 싸울 때도 비폭력주의를 고수했다.

 

 

  어려서부터 눈물이 많던 대통령은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을 애도하며 죽을 때까지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었던 박경리 선생이 타계했을 때도 친히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하며 눈물 흘렸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앞에서는 민주화 동지를 잃은 슬픔에 오열하며 비통함을 더했다. 대통령 재위 당시에는 남다른 문화적 관심으로 대한민국 문화 산업이 더욱 융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알아차린 대통령은 그동안 썼던 메모와 일기를 토대로 자서전을 써내려가며 현대사의 비극적 삶 속에 올곧은 정치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종결지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자유와 정의를 위해 일관되게 살았던 대통령은 역사 속에 정당한 평가를 받으며 민주화를 열망하는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