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북아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국의 역사인 것처럼 흡수하려는 중국의 야욕이 팽배한 시대에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한민족 역사 기행단의 일원으로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를 찾아 역사의 웅혼한 기상을 가늠해 본 적이 있다. 광활한 만주 벌판을 무대로 한 고구려 시대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고구려의 뒤를 이은 발해의 두 번째 수도 상경용천부에 도착하여 넓은 궁궐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발해의 성은 당시 동북지방에서 당나라 장안성 다음으로 큰 궁성이었다는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은 발해의 역사를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반성케 하였다. 물질적 재화를 축적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에 소원한 시대에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홍라의 길은 희망적이다.

 

 

  교역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상단 활동은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바탕으로 영역을 확장해 간다. 금기옥이 이끄는 금 씨 상단은 상경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상단으로 교역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풍랑에 난파를 당하여 교역 품들을 수장(水葬)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어머니를 잃은 홍라는 빚쟁이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며 상단을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인 데다 부왕의 혼례식에 바칠 비단 오백 필을 마련하는 일까지 겹쳐 진퇴양난에 빠졌다. 상단을 정리하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일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제시하는 이들의 군소리를 뒤로 한 채 홍라는 부모가 딸에게 전해 준 선물로 위기를 타개해 갔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 위해 흑수로 돌아간 아버지는 딸에게 소동인을 남겼고 어머니는 상단이 위기에 놓였을 때 쓸 열쇠를 남겼다.

 

 

  묘원의 열쇠를 들고 석실로 들어간 홍라와 친샤는 서역 통화인 은화를 발견하고는 그것으로 사장시의 비단부터 해결하여 관아의 부곡으로 끌려갈 걱정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상단을 지키기 위해 은화를 들고 솔빈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서기 전 홍라는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지도를 펴들고는 담비의 길을 찾아 나섰다. 세상 모든 곳으로 통하는 길을 가늠할 수 있는 지도는 교역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상단에 이윤을 남기고 세상에 이득을 전하는 길을 제시해 주는 이정표이다. 솔빈으로 가서 은화를 팔고 솔빈의 말을 사서 이문을 남겨 빚을 갚고 상단을 구하려는 목표를 바로 세우고는 친샤, 월보, 비녕자와 함께 길을 나섰다. 아버지의 명을 받들어 차용 증서를 들고 온 쥬신타와 동행하는 처지에 놓여 마뜩찮은 교역의 길에 올랐지만 수완이 좋은 쥬신타의 도움을 받으며 첫 거래를 성사시킨 홍라는 흑수 말갈 최고의 궁수인 아버지를 만났다. 다스림을 받지 않는 평화의 땅 흑수로 가자는 아버지 제안을 거절한 홍라는 아버지가 전해 준 전서구를 받아들고 제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듬직하고 멋져도 아버지는 아버지고, 난 나야.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야지.’

  홍라는 청해진 상단과 거래를 하기 위해 나섰지만 장보고 장군의 죽음으로 난관에 직면하여 마오 상단의 등주 책임자인 쿠트 영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수월치 않았다.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이 커서인지 교역 상대를 찾았다는 비녕자의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여 김자인 일당에게 사기를 당하고 자신을 돕기 위해 원행에 나섰던 월보의 주검은 장사치들의 공생에 회의를 품게 했다. 가짜 돈인 줄도 모른 채 말을 내주었던 등주에서 나의 친샤로만 여겨왔던 홍라는 그녀의 이모를 만남으로써 친샤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과 그녀의 장애를 둘러싼 이력은 홍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아픔에 떨어야 했다. 지금껏 함께 해 왔던 이들의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한 채 지내왔던 날들이 부챗살처럼 퍼지자 홍라는 자신의 길을 걸으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미쳤다. 각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 분명히 있음에도 주인의 명에 어깃장을 놓을 수 없어 끌려 왔다면 이제는 얽매임의 끈을 놓아야 할 때라고 여겼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 뭔가가 두 손 가득 차오름을 느낀 홍라는 마음을 비우고 부리고 있던 짐을 다 내려놓고 나서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홍라는 스스로 떠나 온 길 위에 서서 끝까지 가 보고 싶은 열망으로 미답(未踏)의 길을 찾아 길고 긴 길을 넘어 세상 끝까지 가는 게 자신의 꿈이라는 생각으로 홀로 새로운 길에 나섰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길은 홍라가 걸어갈 비단길이다. 사마르칸트를 지나 비단길까지 걸어 더 넓은 세상을 호흡하고 숱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며 안목을 키워갈 홍라의 길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등 고전읽기 혁명 - 내 아이가 고전에 빠져든다! 성장한다! 초등 고전읽기 혁명
송재환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생각을 키우는 활동의 소중함을 잘 알면서도 공부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을 하거나 카카오톡으로 교신하는 일에 중독되어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초등학생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실시간 올라오는 가벼운 영상물에 탐닉하여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글은 기피하는 경향까지 낳으니 어떤 책을 선택하여 읽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며 학습만화 세트를 선물하는 경우가 있는데 옳은 선택인지 돌아보게 하는 <<초등고전 읽기 혁명>>은 흥미 위주의 독서에서 벗어나 생각하며 깊이를 쌓는 독서로 전환할 촉매로 작용한다.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는 존재 가치를 높이는 정독을 독서법으로 삼아 책 한 권을 선정해 읽을 때도 신중히 가릴 필요가 있다.

 

 

  서울 동산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저자는 전교생에게 고전을 읽게 함으로써 얻은 교육적 성과를 여과 없이 담았다. 재미있는 책에 젖은 학생들은 책을 대충 읽음으로써 진정한 독서에 이르지 못하는 병폐가 있음을 진단하고 내면적인 변화와 성숙을 도모할 독서법을 고전 읽기에서 찾았다. 수많은 책들 중에 양서를 선택하여 읽는 일은 가치관의 뼈대를 이루는 초등학교 때 이뤄져야 할 고전 읽기는 글이 선사하는 감동에 몸을 맡기고, 그 구절을 음미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 수 있는 고전 읽기로 모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한다. 인간의 마음을 전하는 문학 고전, 인간의 생각을 가르쳐 주는 철학 고전,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패턴을 소개하는 역사 고전을 읽음으로써 통찰력을 길러 난관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가 있다. 온 나라의 국민이 <<토라>>와 <<탈무드>>를 읽어 질의응답으로 사고력을 확장하고 논리력을 신장해 온 유대인들의 고전 읽기의 힘을 가늠케 한다. 학부를 졸업하기까지 고전 100권 읽기 운동을 전개하여 책 속에 영원불변한 가치를 발견하여 자신의 모델을 정하고 그 가치에 따라 꿈과 비전을 품어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삶의 원동력으로 삼은 일은 고전 읽기의 전형으로 보인다.

 

 

  감정을 조절하며 타인과 잘 어울리는 아이들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정서 발달에도 도움을 주고 사회성이 좋다는 평을 들으며 지낼 수가 있다. 여러 인물들의 삶의 형태를 담은 고전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며 소통 능력을 길러주는 고전 읽기는 아이의 내면을 성장케 한다.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처럼 인문, 철학 고전을 읽고 고민을 물음으로 제시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고능력을 향상시켜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독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아이의 집중력, 독서력, 연령에 따라 읽는 시간을 조절해 매일 일정한 시간 고전을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동기 부여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도서 대출 카드 만들기, 서점 나들이, 독서 이력 관리 등을 들었다. 소리기에 속하는 저학년 때는 <<사자소학>>, 중학년 때는 <<동몽선습>>, <<격몽요결>>, <<명심보감>>, <<소학>>을 읽고, 고학년 때는 <<논어>>, <<채근담>>을 반추하듯 음미하며 읽을 때 그 효과는 커 보인다. 마음의 여유와 삶의 지혜를 발견하여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을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암탉이 달걀을 부화시키기 위해 20일을 품듯이 한 책을 20일 정도 품으며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 초등학교에서 중요한 읽기 능력 세 가지는 ‘상상하면서 읽기’, ‘배경지식을 활용하면 일기’, ‘질문하면서 읽기’의 과정이다. 대답보다는 질문을 평가하는 물음으로 그 질을 평가하여 세계를 장악하는 지도자로 키워냈다. 음독은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읽기 방법으로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권하면 좋을 방법이다. 서너 번을 음미하며 읽고 정서를 독서록에 남기며 논리 정연한 글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며 한 권을 읽고 난 뒤 표현활동까지 그치면 축하연을 벌여 성취감을 높이는 활동으로 격려하는 방법이 있다. 현상에 매몰되어 성적 위주로만 아이들 능력을 평가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이면에 숨어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열어 주는 활동 중 하나가 통찰력을 길러주는 독서 활동이다. <<파우스트>>를 창작한 괴테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줘 상상력을 키워주었다니 음독의 효용 가치를 일깨운다.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부터 치우고 거실을 서재로 바꾸어 일정한 시간 온 가족이 모여 논어를 읽으며 타인을 배려하며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는 길로 이끄는 혁명적인 실천은 식구들마다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탐스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남해에서 눈 구경하기 힘든데 첫눈이 내려 나이 어른 아이 모두 창을 때리며 흩어져 날리는 눈송이를 보며 상념에 빠져든 날 스마트 폰으로 추억 의 명장면을 남기며 환성을 지른다. 수업 시작종이 울리는 것도 잊은 채 친구들과 눈싸움에 빠져들던 아이들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눈덩이를 뭉쳐 들고는 교실로 들어와 팔매질을 한다. 진도 나가던 교과서를 덮고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말하며 머지않은 겨울방학 계획 중 독서 계획을 추가하라고 주문하자 아이들은 이제 고 3인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냐며 아우성이었다. 휴대전화로 게임하고 인터넷 강의 듣는다는 핑계를 대고 포털 사이트 돌아다닐 시간을 줄여서 시간을 내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루가 다르게 수십 종의 신간도서가 쏟아져 나오는 책 홍수 시대에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는지 가늠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세계적인 지도자로 자리해 온 위인들은 독서를 통해 정신적 성숙을 도모하여 왔고, 지난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도 책을 통해서였다고 회고하며 오늘 자신이 읽은 책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독서욕을 부추기도 한다. 배우며 가르치는 교사로 생활한 지 23년째 책과 함께 생활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며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적잖이 받아 왔다. 안이한 태도로 매너리즘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배격하고 스스로 변화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일에 독서는 큰 힘을 준다. 심리적 상처를 독서로 치유하며 오롯이 내면으로 향하는 시간 스스로 깨어 있는 시간 마음에 자리한 앙금을 가라앉히고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앎의 양식은 삶 속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감정적으로 치닫던 자신을 책 속의 고갱이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사유하는 법을 일러주는 명약과 같았다.

 

 

“녹록치 않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책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스스로 던진 물음을 기억하며 책을 읽고 물음을 충족할 답을 생각하며 표현하는 가운데 책은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며 나를 조금씩 변화 발전시켜 자신 있게 존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힘을 준다고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의 저자는 주창한다. 능력은 잘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서 나온다는 말이 명징한 울림을 전한다. 고희에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가 글을 깨치고 가슴으로 써내려간 시는 지속될 기쁨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력을 발휘하고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제대로 된 선택이었다. 책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여 주는 자료로 타인과 나가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지녀야 할 덕목들을 챙기게 한다. 유한한 인생에 좀 더 나은 인간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반문하고 스스로 답변을 구하는데 책은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같은 고통을 당하면서 문제 해결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에 고 김형률 씨는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고 그 원인을 파헤치는 일을 공론화하여 힘을 모으려는 취지에서 책을 찾아 읽었다. 고통과 정체성의 책 리스트를 만들어 책을 읽고 지금 자신이 겪는 고통의 정체를 꿰뚫어 보고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불안이 팽배한 시대, 물질적 가치가 우세한 세상에 안정적인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책들이 쏟아져 나와 타인과 견주었을 때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을 부추기는 가운데 자기계발 서적은 호황을 이룬다. 불안과 절망 속에 변화를 향한 의지를 불태운 해고 노동자 이창근 씨의 책 읽기 인터뷰는 스스로 힘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절실함을 각성케 하는 촉매로 자신을 만나 반추하는 작용을 일으킨다. 키치적 인간으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자기 본성을 오롯이 깨달아 잠재력이 있는 인간으로 자리하는 길에 책은 자기 창조를 도와 고통에 직면했을 때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지혜를 준다. 책을 읽어 어디에 써먹는지, 도서 목록은 어떻게 작성하는지 등의 물음에 저자는 인상 깊게 읽은 책들 중심으로 궁금증을 풀어가는 사례 중심의 글은 행간을 좇아 또 다른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관심 있는 주제별 책 읽기부터 현실에서 궁금한 것을 책에 찾아보기 등의 리스트 작성은 월초 세우는 테마 리스트 작성과도 닮아 있어 반가웠다.

 

 

  살아온 시간이 쌓여갈수록 사람들과의 사이에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서로에게 크고 작은 상처로 남는다. 혈기 왕성하였던 20대에는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며 이해가 잘 안 되던 부분도 40대에는 너그러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면 경험과 연륜이 주는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앎을 발견하고 이 좋은 것을 예전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 때도 있지만 타인과의 연결을 위해 나만의 틀을 깨고 나서서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길목에 자리하는 책은 진화하는 삶을 살아가는 원천을 마련해줬다. 종로서적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서서 책들을 읽으며 자기 연민에 빠져 있던 자신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저자의 추억담은 조르바에 빠져 지냈던 자신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심장 박동소리를 높이며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 가식과 위선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대신 순수한 모습 그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정성을 다하며 열정적으로 사는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는 더 큰 스승으로 다가왔다. 조르바를 동경하며 그의 행동을 모방하려 했던 점은 내 안에 화학작용이 제대로 일어나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이유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94년 MBC 특집드라마 '눈 먼 새의 노래'가 방영되었을 때 상상조차 힘들었던 성공 신화를 이뤄낸 한국 최초의 시각 장애인 고(故) 강영우 박사의 삶은 푸념을 일삼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힘을 내어 열심히 살아야 할 당위성을 일깨워줬다. 그 후로 언론에 보도되는 강영우 박사의 삶은 불가능에 도전하여 가능성을 발현하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의 실명 이후의 생활을 재조명하는 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체적 장애를 생의 걸림돌로 여기며 비탄에 젖기보다는 새로운 꿈을 품고 실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혜안을 주어 장애를 통해 세상을 변혁시켜 가는 일에 일조할 수 있었다고 토로하며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는 책으로 남은 생을 정리하였다. 고 강영우 박사는 투병 중에도 장애인들이 법적인 보호 속에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위해 불평등한 제도의 벽을 허물어 장애인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실천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뛰어놀기를 즐기던 열네 살의 중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하다 축구공에 맞아 그만 시력을 잃고 말았다. 반복되는 수술이 있었지만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장남의 실명 소식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투병하다가 세상을 뜨고 연이어 누나까지 목숨을 잃어 어린 동생들과 흩어져 지내야 하는 운명에 놓이고 말았다. 맹학교와 철물점, 고아원으로 흩어진 3남매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좌절하고 비탄에 빠질 새도 없이 생존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을 정도로 살아남는 게 절박한 과제였다. 실명한 강영우는 서울 맹학교에 입학하여 시각장애인 재활의 선구자인 한국의 이와하시 다케오가는 되겠다고 각오하고는 점자로 공부하며 어렵게 연세대학교 입학시험 응시 기회를 얻어 대학 생활을 이어갔다. 진리 탐구와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마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어야 하는 편견이 자리하여 고착화된 생각부터 깨나가는 일을 시작하여 갔다. 장애를 통해 세상을 변혁시켜 가는 일에 적극성을 띠기 위해서는 심도 있는 학문을 연마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였지만 신체장애를 유학의 결격 사유로 정해 놓은 불평등한 법조항을 타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불평등한 법적 조항에 맞서 자신의 뜻을 관철한 강영우는 피츠버그 대학 대학원에 합격하여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나가기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자신의 일부를 나누며 봉사하는 삶을 보람으로 여기는 여대생 누나의 진정성을 받아들여 결혼식을 올린 강영우는 도미하여 수학한 끝에 한국 최초의 시각 장애인 박사가 됐다. 시각장애인들의 재활과 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와하시 다케오와 친분을 쌓으며 일하던 그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영웅들과 교류하며 장애인들도 보통 사람들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장애인이 일할 권리와 자유가 박탈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애인 민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을 성문법으로 명기하여 장애인 인권 운동을 확산해 가는 일에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나갔다. 빗속에서 지팡이를 들고 홀로 걸어가던 강 박사를 눈여겨보던 딕 손버그 장관과의 만남은 그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이로 자리할 수 있는 길에 날개를 달아줬다.

 

 

  장애를 극복하고 유학 시절의 어려움을 이겨내었던 석의 시대 10년을 지나 직장에서 자리잡고 아이들을 키워내며 열심히 살아온 은의 시대 10년은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거쳐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 겸 루스벨트 재단 고문으로 세계 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헌신하였던 옥의 시대를 열었다. 눈 뜨고도 가질 수 없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남편을 아내는 등대로 여기고, 남편은 아내를 삶의 지팡이와 동반자로 여기며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장애를 뛰어넘은 아버지의 비전과 특수교육 교사로 활동하며 봉사를 잇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자식들은 세상을 변혁하는 일에 솔선하는 꿈을 품고 자존감을 드높여 갔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믿음으로 고난을 극복해 가는 강 박사의 삶에 감화를 받은 조카들에게도 역할 모델로 자리하여 산교육의 증인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자유, 인간애, 인권, 민주주의를 가슴에 품고 역사 속에서 세상을 움직인 인물로 뽑힌 강 박사는 루스벨트 재단 선정 127인의 공로자에 선정되었고, 루스벨트 국제 장애인상의 수혜로 받은 5만 달러를 기부하여 올해의 장애 극복상을 제정하여 장애인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강 박사는 이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였고, 투병 중에도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 축복이라며 국제 로터리 재단 친선대사 장학생으로 수학한 피츠버그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재산을 정리하였다. 자신이 입은 은혜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뜻을 비치자 두 아들은 각기 25,000달러를 내어 기부한도인 25만 달러를 기부하여 장학금 수혜자가 장애를 극복하고 도전의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 함께 했다. 실명은 자신의 삶을 바꾸어 비전을 품게 했고, 믿음으로 하나 된 가족은 구성원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심지를 붙잡고 성실한 삶을 살게 한 축복의 시간들로 단 열매를 거두게 한 과정이었다고 고백하는 고 강영우 박사의 일생은 어떤 장애도 실패한 인생은 아님을 넌지시 일깨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개정증보판 달인 시리즈 4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순간도 너만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다짐을 하는 연인들의 밀어는 시절인연에 따라 또 다른 공허를 낳을 개연성이 높다.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면서 적지 않은 약속을 내세우며 지금 향하고 있는 사랑을 지켜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간다.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며 사랑 또한 예외일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호모에로스를 읽고 그 감흥을 찾아 길을 떠난다. 어설프지만 설렘이 무엇보다 강렬했던 첫사랑, 첫키스 등을 추억 삼아 밋밋한 현재를 달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술만 마시면 과거의 연인을 불러 내놓고 함께 했던 시절을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이를 연민하다가도 되레 염증을 일으킬 때가 있다. 사랑과 연애를 둘러싼 무수한 망상에 사로잡혀 사는 이들 또한 지금 살아하고 잇는 감정이 고유할 것이라 믿으며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다. 사랑을 받으며 상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빠져 편견을 낳으면서 그것을 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전제로 저자는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한 망상기제를 낱낱이 파악할 때 비로소 호모 에로스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하는 사랑은 로맨스고 타인이 하는 사랑은 불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항간에 떠돌 정도로 어떤 방법으로든 사랑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끔 중독된 사랑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충동성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달아 서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하지만 열정은 사랑하는 대상을 감정의 노예로 만들어 구속하지 않고 평온함을 주어 순도 높은 합작품을 선물해 준다. 서른넷인 노총각 제자는 오늘도 추운 겨울 외로움을 상쇄할 만한 일이 있어야 하는데 애인이 없어 옆구리가 시리다며 구제를 해달라는 애교 섞인 문자를 전해 왔다. 잃어버린 반쪽이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 반쪽을 찾고 싶은 욕망이 기저에는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는 대상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노력하며 지낸다. 하지만 저자는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로 한정지어 나의 반쪽을 만나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출될 때 사랑은 깃든다고 봤다.

 

 

 

   대학 시절 졸업을 앞두고 뒤늦게 사랑을 불태우던 친구는 오로지 연인과의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 친구들의 원성을 산 적이 있다. 연애를 둘만의 관계로 한정짓고는 다른 삶과는 분리하여 둘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등(沸騰)하여 들썩거리던 사랑은 1년이 채 안 되어 서로 원수처럼 등을 돌리고 말았다.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친구가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가꾸는 공부를 통해 새로운 대상과 삶의 서사를 주고받으며 소담스러운 사랑을 키워 나가 결혼에 이르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사랑이 너무 지나쳐도[태과], 사랑이 너무 모자라도[불급] ‘사랑과 연애의 달인’에 오르기는 힘들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삶을 지속하는 한 공부는 지속되어야 하는데 1차적으로는 자신의 몸과 능동적인 소통을 시도하는 데 있음을 밝혔다. 자신을 관찰하고 상대를 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간극을 줄여 나가 연인은 자신과 같은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친구처럼 여길 때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는 사랑을 가꿔나갈 수 있다.

 

 

 

   시절인연에 따라 사랑이 찾아들고 사랑의 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본 저자는 내 몸과 천지의 기운이 상응하는 타이밍을 잘 포착해야 함을 강조했다. 더 나가서는 화폐 권력이 쳐 놓은 그물망을 벗어나 낯설고 새로운 매트릭스를 찾아 자기로부터 벗어나 더 큰 인연의 장을 만들어갈 발원을 세우고 그 바람대로 맞닥뜨릴 사랑을 꿈꾸길 희망한다. 어떤 특별한 '시공간적 배치' 속에서 사랑이란 특별한 감정이 생기고 그 관계를 형성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사랑 법을 창안하길 바라며 대상에 대해 집착하기보다는 삶의 지평을 새로운 흐름으로 안내해 주는 사랑의 진정성을 떠올려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