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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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71

완벽하다. 글의 진정성을 점수로 표현한다면 <그리움의 정원에서>는 1,000점 짜리 작품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이보다 아름답게 더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아무런 가식도 없고, 어떤 꾸밈도 없고, 오직 진심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여운이 강하게 남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리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움이란 무엇일까? 내게는 어떤 그리움이 남아있는가?


<그리움의 정원에서>는 에세이이다. 저자인 '보뱅'이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지슬렌'에 대한 그리움을 그린 작품이다. 그녀가 '보뱅'의 부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서로 연인이었던 것 같지도 않다. 친구라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런 관계가 진정한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보뱅'이 '지슬렌'을 알고 지낸 기간은 16년이고, 그녀는 44살이 되던 해 갑작스런 병으로 인해 인생을 마감한다. '보뱅'은 그녀가 죽은 후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어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문장으로 심는다. 현생에 없더라도, 옆에 없더라도, 누군가가 기억하고 그리워한다면 결코 사라진 거라 할 수 없다. 내 주위 모든 곳에서 떠올릴 수 있으니까.



[우리는 잠깐 살기 위해, 찰나에 불과한 삶을 살기 위해 두 번 태어나야 한다. 육신으로 먼저 태어나고 이어서 영혼으로 태어나야 한다.] P.17


[나는 너에 대한 험담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참을 수 없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네게 상처 주는 말, 아무리 조심스러운 비난도. 그런 말을 들으면 난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둔다. 그렇다고 앙심을 품는 건 아니지만 한 번이라도 너에 대해 의혹을 발설하는 자들과 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생긴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며,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법 이다. ] P.38


[짧지 않았다. '단' 5분뿐이었어도 전혀 지슬렌, 산책은 완벽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웃으며 거기 있었으니까.] P.65


[아뇨,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내게 했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겐 모두 똑같답니다. 아무것도 아니고, 별것도 아니에요.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내 삶, 내 기쁨은 오늘 당신과 함께 시작하니까요.] P.91


[지슬렌, 너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너로 인한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그리움, 공허, 고통 그리고 기쁨은 네가 내게 남긴 보물이다. 이런 보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죽음의 시간이 올 때까지, '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는 것뿐 이다.] P.110


[1995년 여름, 나는 일을 잃고, 뼛속까지 사무치는 한기에 떨고 있다. 온종일 내가 하던 진짜 일은 너를 바라보고 너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16년 동안, 그늘에 앉아 길에서 춤추는 너를 바라보았고, 그 일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남자였다.] P.114


[무덤에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깨달음에 이른다.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속에, 땅과 드넓은 하늘의 한결같은 아름다움 속에, 지평선 어디에나 네가 있다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너를 본다. 네 무덤에서 등을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너를 본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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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11-04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저한테는 그리움/정원 다 탈락 키워드인데 심지어 보뱅이네…보뱅 읽는 맑은 마음 가지규 싶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3-11-04 17:17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열반인 님에게는 안맞을수도 있습니다... 열반인 님은 ‘쌔버스의 극장‘ 스타일이시니까 ㅋ

그런데 또 시를 좋아하시니 괜찮을거 같기도 하고...

보뱅 완전 순수한 사람인게 글에서 느껴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1-04 19:12   좋아요 0 | URL
아니 새파랑님 제가 새버스 읽으라고 놀린 게(? 괴롭힌 건가) 충격이 크셨군요 ㅋㅋㅋ 저는 글이 맑고 깨끗하다고 작가 순수하다 여기면 정말? 하고 오히려 더 의심하거든요… 뭐 어때 남은 글이 읽는 이에게 순수하게 읽힘 그걸로 좋은 일 한 거죠 ㅎㅎㅎ읽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깨끗해서 그런 글들 잘 읽는 게 아닐까 싶어요.

새파랑 2023-11-04 19:52   좋아요 1 | URL
날카로운 분들이 의심이 많으신 편이더나구요. 전 의심이 별로 없습니다 ㅋㅋㅋ

더이상 읽지 못하고 있는 ‘새버쓰의 극장‘이 아직도 제 책상 책탑(읽다만 책들 모아놓은 곳) 중간에 있습니다 ㅜㅜ

blanca 2023-11-04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뱅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안 읽은 작품인데 이건 꼭 읽어야 할 것 같네요.

새파랑 2023-11-04 10:34   좋아요 1 | URL
전 이책을 처음 읽었는데 너무 좋네요ㅜㅜ

<작은 파티 드레스> 이 책은 이번에 샀는데 완전 기대중입니다 ㅋ

이 작품 너무 좋았습니다. 완전 제스타일...

페넬로페 2023-11-04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벼운 마음‘ 읽고 아직 리뷰 쓰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은 완벽하군요.
꼭 읽겠습니다~~

새파랑 2023-11-04 17:17   좋아요 2 | URL
전 11월 1일부터 보뱅의 책을 다 모이기로 다짐했습니다 ㅋ 페넬로페 님의 가벼운 마음 리뷰가 기대되는군요~!!

그레이스 2023-11-04 14: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슴아프고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새파랑 2023-11-04 17:1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은 이미 읽으셨군요~! 완전 제 취향의 책이었습니다~!! 감동에 감동~~!!

은오 2023-11-04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0점이라니?! 😱😱😱😱😱
저는 <가벼운 마음> <흰 옷을 입은 여인> <작은 파티 드레스> 읽었어요! 환희의 인간이랑 이거 남았네요. ㅋㅋㅋ 보뱅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

새파랑 2023-11-04 17:17   좋아요 1 | URL
은오 님도 보뱅 많이 읽으셨군요~! 진작 읽을걸 후회중입니다 ㅜㅜ
지슬렌에 대한 보뱅의 마음이랑
잠자냥 님에 대한 은오 님의 마음이랑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은오 2023-11-04 17:22   좋아요 1 | URL
하.. 2093년에 잠자냥님이랑 영혼결혼식 올릴 저 같군요 ㅜㅜ

잠자냥 2023-11-04 17:26   좋아요 1 | URL
엥…?!

새파랑 2023-11-04 17:29   좋아요 1 | URL
2093년이...

올까요? ㅋ

포기하시면 안됩니다. 쫌만 노력하시면 실제 결혼식도 가능할거 같습니다~! 요즘 잠자냥 님이 은오님께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

잠자냥 2023-11-09 16:32   좋아요 1 | URL
푸하 언제 이런 댓글이......

yamoo 2023-11-09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첫 줄 읽고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요!!
얼마나 강력한지 저도 좀 경험해 봐야 겠으요~~~^^

새파랑 2023-11-09 14:31   좋아요 0 | URL
Yamoo님에게 잘 맞으시면 좋겠습니다~!! 전 이런 말랑말랑한것도 좀 좋아하는데~ 안맞으실수도 있습니다 ㅋ

희선 2023-11-11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뱅이 알면 좋아하겠습니다 1000점짜리라니... 지슬렌은 갑자기 죽다니 그런 거 생각하니 슬프기도 하네요 보뱅은 더 그랬겠습니다 지슬렌은 세상에 없다 해도 아주 없는 건 아니기도 하네요


희선

새파랑 2023-11-11 10:57   좋아요 0 | URL
더이상 보뱅이 알수 없어서 슬프네요ㅜㅜ 보뱅의 다른 책을 읽었는데 이 책만큼 좋지는 않네요 ㅎㅎ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독일인의 사랑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김영진 옮김 / 자화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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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70

한 어린이가 있었다. 그의 신분은 높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귀족이라는 계급에 위축되지도 않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었다.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랑에는 크다거나 작다거나 하는 척도나 비교가 있을 수 없음을 알고, 오로지 온 마음, 온 영혼, 온 힘과 온 정성을 다해야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 P.22



어느날 그는 마리아라는 후작의 딸을 보게 된다. 아름다운 그녀, 하지만 병약했던 그녀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말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한다.

[우리는 거의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사에 응답이 없는 경우 얼마나 아픈 상처를 입는가를,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던 이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에는 듯이 슬픈 일인가를 알기 때문이다. 영혼의 날개는 깃을 뽑히고 꽃잎들은 거의 찢기고 시들어버린다. 고갈될 수 없는 사랑의 샘에는 단지 몇 방울 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이 단 몇 방울의 물에 매달려 우리는 혀를 축이고 갈증으로 타 죽는 것을 겨우 면하는 것이다. 이 몇 방울의 물을 가지고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P.23



그러던 찰나에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 그녀가 강하게 박힌다. 사랑이었다,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었던 그는 이제 마리아가 있는 성으로 놀러가지 못한다. 세월은 흐르고 그도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에 대한 기억은 그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었다.

[아무튼 나의 모든 사고는 부지중에 그녀와의 대화 형식으로 바뀌었다. 내 안에 있는 모든 선한 것, 내가 지향 하는 모든 것, 내가 믿는 모든 것, 나의 좀 더 나은 모든 자아는 그녀에게 속해 있었다.] P.42



‘그녀도 나를 기억하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직 그곳에 있을까?‘ 어느날 그의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진다. 마리아거 그에게 자기를 보러 와달라는 편지를 보낸것이다. 신의 뜻일까?

[˝내가 이렇게 오래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견신례를 받고 너에게 이 반지를 주던 날, 나는 곧 세상을 떠나리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토록 여러 해를 살아 오며 여러가지 아름다운 일을 즐기고 있으니. 물론 괴로움도 많았지만, 그런 것은 빨리 잊는게 현명할 테지. 이제 진정으로 작별의 시간이 임박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1시간, 1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 안녕, 내일 늦지 않도록 해.˝] P.53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마리아를 만나러 간다. 여전히 병약한 신세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종교와 문학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서로 이야기하면서 각별한 우정을 나눈다. 비록 마리아의 건강때문에 오래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와 같은 공간에 있는것 만으로, 그녀와 이야기하는것 만으로 그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다.

[˝그렇지만 사랑에 관한한, 타인이 사랑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아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 왜냐하면 사랑에 있어서는 그것이 가짜라는 징표가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스스로 사랑을 아는 사람 말고는 누구도 타인의 사랑을 알 수 없다고. 또 그가 자신의 사랑을 믿는 한도 내에서만 타인의 사랑도 믿게 되는 것이라고.˝] P.59



이 행복이 계속되었으면, 마리아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녀의 건강 때문에, 그녀와의 신분차이 때문에 그는 그녀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다른 이유 때문에 떠나는걸까?

[아, 단 한 번 사랑하고 나서 영원히 고독해져야 한단 말인가! 단 한 번 믿고나서 영원히 절망해야 한다니! 한 번 빛을 보고나서 영원히 장님이 되고말다니! 이것은 엄연한 고문이다. 인간이 행하는 여타 모든 고문도 이 고문에 비하면 실로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P.83



결국 그는 자신이 잘못생각했음을 알고 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돌아갈 결심을 한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녀는 아직 이 세상에 남아 있을까?

[그녀를 뒤쫓아가, 저승에서라도 그녀를 다시 만나 그녀도 나를 사랑하고 있으며 나를 용서한다는 말을 듣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아, 인간은 왜 이다지도 삶을 유회 하는 것일까.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일 수도 있으며, 잃어버린 시간은 곧 영원의 상실임을 생각하지 않고, 왜 이렇듯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것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하루하루 미룬단 말인가.] P.92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가 쓴 유일한 소설인 <독일인의 사랑>을 이제서야 읽었다. 나도 제목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었는데, 난 왜 이제서야 읽은건지 아쉽다. 요즘에는 만나기 힘든 정말 순수한 사랑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겐 심심할수도, 유치할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좋았다. 이런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사랑이 꼭 결혼을 염두해야만 하는것도 아니고, 육체적인 열망을 해야만 하는것도 아니다. 그런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왜냐고?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봐. 꽃에 왜 피었냐고 물어봐. 태양에왜 비추냐고 물어봐. 내가 너를사랑하는 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야.˝] P.138



지난주에 다 읽었으나 너무 좋아서 리뷰를 못쓰고 있다가 오늘 다시 읽고 리뷰를 쓴다. (마찬가지로 윌리엄 트레버의 신작도 너무 좋아서 리뷰를 못쓰고 있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소설이지만 감동은 어느 장편보다도 깊었다. 사랑은 참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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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2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파랑이 술 사랑하는 마음 떠올리면 사랑을 잘 알 텐데요.

새파랑 2023-11-03 06:18   좋아요 1 | URL
ㅋㅋ어제는 안마셨습니다. 책 1권 살 수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3-11-02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일인의 사랑‘ 을 분명 읽었는데 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저는 사랑을 대하는 새파랑님의 순수한 마음을 배우고 싶네요.
트레버의 작품, 아껴가며 읽고 있어요^^

새파랑 2023-11-03 06:21   좋아요 1 | URL
큰 사건(?) 같은게 없어서 오래되셨다면 기억이 안나실거 같아요 ㅋ 최근에 토마스 만 읽다가 포기하면서 ‘역시 독일소설은 좀 딱딱해‘ 생각했는데 이 책은 완전 반대더라구요~!

트레버 완전 좋습니다. 재독해야되는데 ㅡㅡ

미미 2023-11-02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읽고 너무 좋으면 오히려 리뷰를 바로 쓰기가 힘들더군요.
그런 책이 지금 몇 권인지...하....역시 두 번은 읽어야 하나봅니다ㅋㅋ

고갈될 수 없는 사랑의 샘!! 뭔가 술파랑님이랑 잘 맞는 표현ㅋㅋ

새파랑 2023-11-03 06:22   좋아요 1 | URL
제가 책 읽고 바로 리뷰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주말이 끼다보니 리뷰를 늦게 썼습니다 ㅋ 그래서 기억이 잘 안나서 다시 읽은것도 있다는...

미미님 이책 안 읽으셨다면 강추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11-03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소설 애정가!ㅎㅎ 저도 이 소설 어렸을 적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하나도 안납니다ㅠㅠ 리뷰 읽다보니 사랑과 고독은 따라오는 것인가 싶네요. 트레버 신작 리뷰도 기대해봅니다^^*

새파랑 2023-11-03 09:35   좋아요 1 | URL
ㅋ 역시 화가님은 읽으셨군요~!! 제가 얼마전에 <그리움의 정원에서>를 읽었는데 다음은 이책 리뷰를 써보려고 합니다. <그리움의 정원에서>도 <독일인의 사랑> 만큼 완전 좋습니다 ㅜㅜ

트레버는 재독 먼저하고...

사랑이 사람을 고독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인용..)

2023-12-08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8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완벽한 책을 발견했다.




네 죽음은 내 안의 모든 걸 산산이 부서뜨렸다.
마음만 남기고.
네가 만들었던 나의 마음. 사라진 네 두 손으로 여 전히 빚고 있고, 사라진 네 목소리로 잠잠해지고, 사라진 네 웃음으로 환히 켜지는 마음을.
사랑한다. 그것 외에 무슨 말을 쓸 수 있을까. - P13

우리는 잠깐 살기 위해, 찰나에 불과한 삶을 살기 위해 두 번 태어나야 한다. 육신으로 먼저 태어나고 이어서 영혼으로 태어나야 한다. - P17

나는 너에 대한 험담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참을 수 없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네게 상처 주는 말, 아무리 조심스러운 비난도. 그런 말을 들으면 난 잊지 않고 마음에 담아둔다. 그렇다고 앙심을 품는 건 아니지만 한 번이라도 너에 대해 의혹을 발설하는 자들과 나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깊은 심연이 생긴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며,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랑법 이다. - P38

자유와 지혜와 사랑은 세 단어이나 똑같은 말이다. 각 단어가 다른 두 단어와 유리되면 알맹이도 의미도 없는 텅 빈 언어가 되어버리므로. - P44

짧지 않았다. ‘단‘ 5분뿐이었어도 전혀 지슬렌, 산책은 완벽했다. 완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웃으며 거기 있었으니까. - P65

10년 후, 너는 어디에 있을까. 변함없이 이 침묵 속에 있을까. 일상의 시간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간들에 스며든 부드러움 속에 변함없이 있을까. 일상의 시간들과 함께 하지 않고서도, 그 시간들과 함께 흐르지 않고서도. - P83

아뇨,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내게 했던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내겐 모두 똑같답니다.
아무것도 아니고, 별것도 아니에요.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내 삶, 내 기쁨은 오늘 당신과 함께 시작하니까요. - P91

지슬렌, 너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너로 인한 그리움과 공허와 고통마저도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그리움, 공허, 고통 그리고 기쁨은 네가 내게 남긴 보물이다. 이런 보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죽음의 시간이 올 때까지, ‘지금‘에서 ‘지금‘으로 가는 것뿐 이다. - P110

1995년 여름, 나는 일을 잃고, 뼛속까지 사무치는 한기에 떨고 있다. 온종일 내가 하던 진짜 일은 너를 바라보고 너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16년 동안, 그늘에 앉아 길에서 춤추는 너를 바라보았고, 그 일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남자였다. - P114

무덤에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깨달음에 이른다.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속에, 땅과 드넓은 하늘의 한결같은 아름다움 속에, 지평선 어디에나 네가 있다는 것을 나는 그곳에서 너를 본다. 네 무덤에서 등을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너를 본다. - P118

지슬렌, 이제는 안다. 이제야 네 뜻을 안다. 그러므로 나는 네가 없는 삶을 여전히 축복하고, 계속해서 사랑할 것이다. 나는 점점 더 깊이 이 삶을 사랑한다. 그러한 사랑이 맑은 샘가에서, 궁전 계단에서 노래가 되어 흘러나온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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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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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N23069

우리나라 소설은 너무 착하고 몸을 사린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 나의 편견이다. 내가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많이 읽은것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니까...그런데 편견인줄 알면서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읽은 몇몇 작품들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아서 그렇다. 그래서 한국문학을 막 찾아 읽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근 작품은 아니지만...) 이번에 읽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깬 작품이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인데, 이야기의 독창성, 몰입감, 연결성이 엄청났다. 제목만 보고 진짜 '채식주의자'를 생각했는데, 제목만 '채식주의자'이지 실제 내용은 '육식거부자, 식물주의자'에 가까웠다. (??)


주인공이지만 단 한번도 화자로써 말하지는 않은 '정혜'는 왜 육식을 거부했을까? 그녀에게 육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겠지만 독자마다 생각이 다를테니 따로 내 상각을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단순히 채식, 육식 문제는 아닌걸로...


원인제공자이면서 이상행동을 하는 '정혜'를 그냥 내버려둔 남편, '정혜'에 대한 삐뚤어진 욕망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음과 행동을 유일하게 열어준 형부, 두 사람 모두 나쁜건 맞지만, 무작정 욕할 수 있을까? 남편이 떠나지 않았다면, 형부가 욕망을 숨겼다면 모든게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비정상적으로 된것을 다시 정상으로 바꿀순 없다.바꾸기 위해 행해지는 폭력들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그렇다고 '정혜를 저대로 치료도 안하고 놔두었어야 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리는 상대방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어디까지 소통해야 하는걸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P.61



그리고 가장 불쌍한건 모든 불행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정혜'의 언니인 '인혜'라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P.165


Ps. 책을 다 읽고나서 필립 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이 떠올랐다. 내용은 완전 다르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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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10-29 0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스토리보다 이미지 중심이라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10-29 11:50   좋아요 3 | URL
예전 상탔을때 읽었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ㅋ 이미지 중심 맞는거 같아요. 너무 쎈 이미지 ㅋㅋㅋ

페넬로페 2023-10-29 0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약간 파격적인 내용이었지만 거기에 품고 있는 의미들이 넘 생각할 것이 많았어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독창성, 몰입감, 연결성이 정말 엄청났던 것 같아요~~

새파랑 2023-10-29 11:52   좋아요 3 | URL
작가가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글을 썼는지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진짜 파격적이더라구요. <작별하지 않는다> 보다 좋았습니다~!!!

미미 2023-10-29 13: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충격적이었는데 새파랑님 리뷰를 보니 다시 읽고싶어집니다. 육식거부자, 식물주의자 맞네요ㅋㅋㅋ포트노이의 불평도 더 궁금해졌어요^^

새파랑 2023-10-30 07:35   좋아요 2 | URL
<포트노이의 불평>은 완전 결이 다릅니다 ㅋ 그냥 충격적이라는 것만 비슷합니다 ㅋㅋㅋ

그레이스 2023-10-30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몽고반점때문에 예술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죠.
창조의 현장에서도 여성은 대상화 되고 있다는 생각도 하구요.

새파랑 2023-10-31 09:20   좋아요 1 | URL
저는 몽고반점에서 묘사한 그림을 상상하면서 읽으니까 흥미롭더라구요 ㅋ 여성의 대상화는 저도 좀 그랬습니다 ㅜㅜ

고양이라디오 2023-11-06 14: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식주의자> 좋죠ㅎ 리뷰보니 다시 읽고 싶네요. <소년이 온다>도 읽어보세요ㅎ

새파랑 2023-11-08 22:27   좋아요 1 | URL
<소년이 온다> 중고점 갈때마다 사려고 하는데, 최상급이 안보여서 못사고 있습니다 ㅋㅋ 아마 곧 읽을거 같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11-08 22:31   좋아요 1 | URL
최상급만 원하시는군요ㅎㅎ
집근처 중고점 이용해야 되는데 원하는 책이 없어서 잘 안가게 되네요ㅠㅋ

책친놈 2024-03-25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식거부자라는 표현이 딱맞네요 저도 제가 생각한 채식주의자가 아니었어요 ㅋㅋㅋ새파랑님도 최근에 읽으셨다길래 궁금했는데 리뷰보고 댓글 쓰니까 독서모임 다녀온 기분이네요 ㅋㅋㅋㅋㅋ 앞으로 읽은책이 생기면 다른분들 리뷰도 찾아봐야겠어요 재밌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4-03-25 21:50   좋아요 1 | URL
ㅋㅋ 저도 책을 다 읽고 나서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찾아봅니다. 그럼 전에 읽었던 것 보다 이해가 잘 되더라구요~!!
 

이런 명작을 이제서야 읽다니 아쉽다~~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 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 P9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 P61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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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1-01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셨잖아요 저는 아직인데요 ㅎㅎ 오늘 새 달의 첫 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파랑 2023-11-01 17:15   좋아요 1 | URL
아 아직 이시군요~ 요즘 책도 못읽고 북플도 잘 못들어오고 있습니다 ㅜㅜ

11월 첫날을 즐겁게 시작하시길 바라겠습니다~!!